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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6/04 01:02:41 |
Name |
kikira |
Subject |
[소설] 시작 전에 하는 이야기 - "창공의 별" |
시작 전의 이야기 - 창공의 별
굳이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지 않고도, 갈 수 있고 가도 되지만 또한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는 지금은 얼마나 지루한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는 지금은 또 얼마나 진부한가? 이런 시대에 있어서 모든 것은 오래되고 익숙한 것이며, 또 반복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누구의 소유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무한히 광대하지만 항상 타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안주할 순 없는데, 왜냐하면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이미 그 재마저도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세계와 자아, 하늘의 불빛과 내면의 불꽃은 이미 어떠한 관계도 발견할 수 없어, 한없이 낯설어진 옛 연인과 같기에 그러하다.
이렇게 해서 영혼의 모든 행위는 허무함으로 가득 차게 되고, 또 이러한 환멸 속에서 무(無)로 종착되고 만다. 다시 말해 영혼의 행위는 하나 같이 허망 속에서 또, 좌절을 위해서 완결되는 것이다. 영혼의 행위가 이처럼 무화(無化)적 성격을 띠는 이유는 행동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영혼은 죽음의 그림자 안에서 편안히 쉬고 있기 때문이고, 또 영혼의 모든 행위는 영혼 그 자체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에서 또한 무화되어 오래된 것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루카치,『 소설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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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앞으로 연재게시판에 연재하게 될 kikira입니다.
많은 분들이 눈치 채셨겠지만 루카치의 유명한 책, 첫 구절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었네요.
글이 연재되면 아시겠지만, 위 글은 내용과 형식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본 소설 내용과는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 보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지요.
그것이 어느 것인지는 소설을 읽어보면 아시겠죠?
반대로 쓰여 있지만 그 의미가 똑같은 루카치의 글처럼,
날마다 같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지만 조금씩 그 모양을 달리하는 창공의 별처럼,
조금씩 산화하고 흩어지는 어떤 '책'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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