묠니르가 생긴 후 토르의 외출은 더욱 잦아졌고, 킬수도 더욱 올라갔다. 그 어떤 거인도 토르의 힘에 맞설 수 없었고, 도망치는 자에게는 어김 없이 망치가 날아갔다.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오히려 토르를 찬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프로스트를 경계하던 하임달의 눈에 한 거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급히 신들을 호출했고, 토르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망치를 들고 뛰어 왔다. 적이 어디에 있든 망치 한 번만 날리면 끝이었다.
하지만 좀 달랐다 온 몸에 털이 난 험상궂은 거인이 아니었다. 그 거인은... 아주 아름다웠다. 아무렇게나 풀어 헤친 머리에도 야성의 미가 흘러왔고, 토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뒤에서 왠지 안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오딘 역시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비프로스트에 도달한 그녀는 이렇게 소리쳤다.
"내 아버지의 원수 토르! 나와라!"
지목당한 토르는 얼씨구 좋구나 하면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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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그러니까 니가 티아시의 딸이라고?"
"그래! 넌 나의 원수다. 준비는 됐겠지?"
"이봐, 잠깐만! 잠깐만! 일단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어떻게 그 늙은이의 몸에서 너 같은 예쁜..."
"각오하랏!"
달려드는 그녀에게 토르는 그냥 뒤로 도망갈 뿐이었다. 하임달도 웃겼는지 그 둘이 아스가르드까지 올라오는 걸 지켜봤다. 신들도 웃었다. 심각한 건 그녀 뿐이었다.
순간 그녀가 멈췄다. 칼이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듯 멍 하니 서 있었다. 그녀의 앞에 있던 것은 완벽한 신 발두르였다. 발두르가 웃으며 말 했다.
대충 이런 느낌이었을 듯?
"우선 잠시 앉아서 얘기를 합시다. 서로간에 풀 오해도 있고, 여기서는 피가 흘러서는 안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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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스카디, 모든 자초지종을 들은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얼마 전, 독수리 한 마리가 시인의 신 브라기의 아내, 청춘의 여신 이둔을 낚아 채 간 적이 있었다.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었고, 마침 토르가 없었다. 브라기와 신들의 슬픔과는 별개로 그녀는 청춘의 여신, 그녀가 없으면 신들은 금방 늙어버릴 것이었다. 이 때 꾀를 낸 것은 역시 로키였다. 그는 드워프들에게 받은 매의 깃털로 짠 날개를 달고 날았고, 이둔을 금새 되찾아 왔다. 신들은 겨우 젊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독수리는 돌아와 신들을 공격했고, 당연히 번개가 한 방 치자 끝나 버렸다.
그 독수리가 죽고 본 모습을 되찾자 신들은 그 정체를 알게 되었다. 거인 티아시, 독수리로 변하는 능력을 가졌던 그가 그런 대담한 짓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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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니까 이둔은 일단 한 신의 아내고 신들에게 곡 필요한 존재였어. 그런데 그냥 납치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거기다 말 한마디도 없이 공격해 왔는데 어떡해?"
스카디의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래. 죽인 건 미안하니까 (...) 진짜 사과할게. 하지만 그 쪽도 잘못은 있으니까 봐 주지 않겠어?"
토르의 말이 이렇게 정교해진 적은 처음이었다. 오딘도 웃으며 그 모습을 쳐다볼 뿐. 얼굴이 잔뜩 붉어진 스카디는 쭈뼛쭈뼛하며 말 했다.
"그... 그러면 조건이 있다."
"무엇인가?"
오딘이 직접 나섰다.
"겨... 결혼하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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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요구한 건 발두르와의 결혼. -_-; 물론 발두르는 아내가 있었다. 물론 스카디는 세컨드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걸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일단 티아시가 죽었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 이 때 역시 필요한 건 로키의 꾀였다.
"좋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지. 이 아스가르드의 신과 결혼하고 싶다면 아스가르드의 법칙을 따라야겠지?"
어리둥절한 그녀에게 로키는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결혼하는 상대의 얼굴을 보면 안 된다는 것. 여신들은 남편을 뽑을 때 발을 보고 뽑으며 그 선택을 물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승낙했다. 가장 완벽한 발두르라면 똥도 향기... 아니 발도 아름다울 테니까.
아스가르드의 모든 신들이 나섰다. 그들은 옷으로 몸을 뒤덮고 발만을 내 놓았다. 그녀는 유심히 쳐다보았고, 가장 젊고 가장 꺠끗하고 가장 잘 생긴 발을 골랐다. 그리고................
꽝이었다. 그녀의 비명이 아스가르드 전체에 울려퍼졌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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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효라고 계속 외쳤지만 이미 끝난 얘기, 하필 그 상대는 오딘과 비슷할 정도로 나이를 먹은 바다의 신 뇨르트였다. 발 하나라도 예쁘면 미녀를 만나는 모양이다. 마침 뇨르트에게도 아내가 바나 하임에 있는지 죽었는지 없었고, 젊은 거인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스카디도 계속 생각하다가 한 방 먹은 것 같긴 하지만 승낙했다. 어쨌든 미의 신과 여신 프레이, 프레이야의 아버지였다. 발두르에 비해서일 뿐 못생겼다는 말은 죽어도 못 할 얼굴을 가진 게 뇨르트였고, 발두르에게는 없는 중년의 미도 느껴졌다.
그 둘은 행복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눈 덮힌 산에서 잠 못 이루는 뇨르트
각자 사는 곳을 떠나기 싫었던 그들은 합의하에 일주일씩 서로의 집에서 살기로 했다. 하지만... 스카디는 스키의 여신, 그녀가 사는 곳은 눈으로 덮힌 계곡이었고, 뇨르트가 있는 곳은 따뜻한 바닷가였다. 둘 다 서로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 했다.
그렇게 행복한 신혼은 단 이주일만에 깨졌다. 뭐 그래도 별거일 뿐 결혼 자체가 깨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렇게 아스가르드에는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