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08/06/26 11:12:08
Name 윤여광
Subject Fallen Road. Part 1 -1장 2화- [-마녀와 검사의 화해-]
Fallen Road.
[윤여광 作]

Part 1.
1장 2화.
[-마녀와 검사의 화해-]

#
“저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예. 누추하지만 들어오시죠.”

  그녀의 집은 마을의 중심부에서 꽤 떨어진 차라리 마을과는 별개의 장소라고 해도 될 만큼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안내해오는 길 내내 마을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외곽 지역을 따라 돌아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는 듯 한 동선을 따랐다. 다만 우리가 여태 올라왔던 길과는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길이었기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이라면 따라오는 내내 눈에 불을 켜고 그녀의 등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크였다. 그럴 거면 애초에 따라오질 말던가.

“그 눈에 힘 좀 빼면 안 돼?”

그녀가 직접 열어주는 문 앞에 서서도 그는 여전히 잡아먹을 듯이 그녀를 한 번 흘끗 쳐다보더니 마치 국왕의 칙서라도 들고 온 사람 마냥 어깨와 허리를 바짝 세우고 집으로 들어가더니 고개를 위로 쳐든 채 아래 위 양 옆으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 예의라곤 밥 말아 먹은. 뒤따라 들어간 내가 소곤대며 말하는 걸 못 들은 건지 그는 문을 닫고 들어오는 그녀를 마치 지가 집 주인인 마냥 쳐다봤다. 마치 집안에 들이고 싶지 않은 불청객을 들였다는 표정이다. 이제 그만하지 않으면 슬슬 내가 화가 날 것 같다.

“그만하지 좀?”

  유나에게 보이지 않게 그의 등 뒤를 살짝 꼬집자 그는 노골적으로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마녀라고 검 뽑으라고 소리 지른 게 누군데!”

  그러니까 그 얘긴 좀.

“두 분은 사이가 참 좋으시군요.”
“남자들의 우정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으시군요. 이게 친한 사람들끼리의 오가는 행동으로 보이십니까?”

  아크가 나와 친한 녀석으로 묶여서 굉장히 불쾌하다는 듯 지껄였다. 하여간 저 놈의 입. 나 역시 마찬가지로 좋을 것 하나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원망 섞인 얼굴로 쳐다봤다. 그녀는 피식 웃더니 문의 정면 벽에 설치된 난로에 쓸 장작을 고르기 시작했다. 초면에 염치없이 집까지 쫄래쫄래 따라와선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내가 돕겠다고 따라나서면 옆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서 있는 아크도 따라오리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도와드릴게요. 장작은 직접 해 오시나 봐요.”

  그녀는 말없이 쭈그려 앉아 있던 자리에서 한 쪽으로 물러나며 내가 옆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줬다. 그 모습을 본 아크는 뭔가 못마땅하다는 듯 아까 무례하게 둘러보던 집 안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는 식탁으로 가더니 거칠게 의자를 빼 앉았다. 더 이상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 보인다. 아니 건드리고 싶지 않다. 고치지도 않을 행동머리 지적해봤자 그것을 강조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잠시 물러나시겠어요?”

  그녀는 장작을 다 골라내고 그것을 차분히 난로에 쌓더니 나에게 물러날 것을 청했다. 그녀의 등이 보이도록 뒷걸음치자 품속에서 종이를 말아놓은 것 같아 보이는 것을 꺼내더니 펼쳐보였다. 내가 눈이 나쁜 것도 아니고 글자가 안보일 정도로 뒤로 멀리 물러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펼친 종이에 적힌 글씨는 도저히 읽어낼 수 없었다. 생소한 언어. 그녀는 천천히 종이에 적힌 세로열의 문자들을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읽어내려 가다 중간 부분의 짧은 문장에서 그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말하기를.

“캐치 파이어catch fire"

  그녀의 말이 끝나자 쌓아둔 장작의 밑 부분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곧 이어 붉은 불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장작더미를 감쌌고 이윽고 집 안의 차가운 공기를 데워줄 훌륭한 난로로서 맡은 바 의무에 충실해졌다.

“마법입니다. 실용계열practical magic이지요.”

  그녀는 내가 무슨 질문을 할 것인가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듯 선수를 쳤다.

“손에 들고 있는 그 종이는 뭔가요.”
“흔히 말하는 스크롤입니다. 요르씨는 마법에 대해선 전혀 지식이 없으신 것 같군요. 아 그리고 이 종이에 적힌 언어는 룬어입니다.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마나를 컨트롤하는데 필요한 일종의 주문들이지요. 캐스팅 랭귀지casting language라고도 합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멍청한 표정을 짓자 유나는 그러려니 하는 얼굴로 그대로 아크가 앉아 있는 식탁 쪽으로 걸어가 찬장을 열었다. 가지런히 쌓여있는 식재료의 향이 내가 서 있는 난로까지 흘러나온다. 그 향이 등 뒤의 따스한 온기에 흘러 녹아 흡사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다.

“마녀…….”

  내 즐거운 상상을 깨버린 아크의 꾹 다문 입술에서 새어나온 단어 마녀. 그만해 이 예의도 모르는 근육바보야.

#
“으더더덧!!!”

  마녀? 방금 분명히 마녀라고 말했다. 그녀의 등 뒤로 푸르게 빛나는 달이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를 광기로 포장하며 마녀라는 본인의 소개를 적절하게 뒷밭침해주고 있었다.

“후훗. 역시 놀라시는군요.”
“마....마…….말하지 마!”

  집구석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쥐 한 마리마저 잡아본 적 없는 내게 여행길을 나서고 나서 마주치는 첫 몬스터(?)가 마녀라니. 아! 이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옆에 서 있는 아크와는 달리 나는 검은 그저 대무할 때나 쓰는 수련도구 일 뿐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단은 아니었단 말이다! 그것도 진검은 더더욱!

“미안해요. 공연한 말을 해서 겨우 안심하신 분들을 또 놀래켰군요. 제 실수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다시 보이는 온화한 얼굴. 그러나 여전히 그 낯빛은 소름이 돋을 만큼 푸르다.

“마을 사람들이 나를 마녀로 부르기 시작한 지가 벌써 10년째입니다. 어느 새 그 말이 나 자신을 소개할 때도 배어버렸네요. 적절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무…….무슨 소리요!”
“마을까지의 길 안내를 부탁하셨지요. 절 따라오세요. 제 등을 내어드린다면 될까요. 이 정도면 제가 불러일으킨 적개심에 대한 적절한 보답이 될 듯 합니다.”

  그녀는 나와 아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할 말만 간결하게 마친 후 그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우리가 따라오리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서였을까. 몇 걸음 내딛는 동안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그것은 마치 따라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으나 그렇게 되면 너희들 손해다 라며 말하는 것 같아 그대로 서 있기도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다.

“어…….어떻게 해? 따라가?”
“흐음.”

  아크는 일단 검을 거두어 그것을 다시 허리춤에 깔끔한 동작으로 집어넣었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성큼 앞으로 나간다. 갈 거면 간다고 얘기라도 해주고 가던가!

“가…….같이 가!”

  나는 그의 빠른 걸음을 급하게 따라가려다 검을 거두는 것도 잊은 채 허둥대며 뒤따르다 그만 검이 질긴 풀줄기에 걸리는 바람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한심하다는 듯 뒤 돌아 내려보더니 이내 걸음을 계속하는 아크를 보며 얄미운 마음에 악을 쓰며 일어나 뛰었다. 수풀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푸른 달빛에 비쳐 보이는 앞서 나가는 유나 베리얼의 등을 따라 우리는 그렇게 거친 숲길을 걸어 나갔다. 아직도 의심과 경계는 풀리지 않았지만 걷는 동안 그녀의 마지막 말이 떠오르자 내 안에 가득했던 긴장과 의심은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 마냥 가볍게 사라졌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우리가 자신의 신변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 역시 아무런 확신 없이 그녀를 따라가고 있다. 설령 그녀가 정말 마녀이고 우릴 지금 구워 먹을지 삶아 먹을지에 대한 즐거운 고민을 하며 자신의 둥지den로 걷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그런 끔찍한 상상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긴장과 의심을 실어 날려 보내는 상쾌한 바람의 끝자락에 이내 실어 보내버렸다. 어쩌면 그녀가 본인의 소개를 마녀라는 단어를 쓴 것은 이런 것 때문인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나는 아크를 앞질러 그녀의 등 뒤에 바짝 따라가고 있었다.

#
“꺼억!”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음성으로 식사를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녀는 능숙한 움직임으로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야채 스프와 따뜻한 빵 그리고 아크와 내 앞에만 놓여진 스테이크. 제법 화려한 식단이다. 손님을 확실히 대접하려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마녀라는 말을 완전히 잊어버렸고 식사 준비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슬쩍 눈치를 보더니 내가 앉아 있는 난로까지 자리를 옮겨온 아크도 슬슬 그 경계를 풀어가는 모습이었다. 역시 먹을 것이 최고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뒤늦은 아크의 사과에 유나는 입가를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없지만 결코 불쾌한 기색은 없다. 그녀는 참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등을 보이며 따라오는 길 내내 마치 적을 대하듯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던 상대가 따뜻한 음식 한 접시에 바보같이 그 줄을 놔 버리는 것이 우습지도 않았는지 그것만으로 끝이다. 정말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나라도 그런 깊은 산 속에서 밤중에 마주친 여자가 마녀라고 소개한다면 놀라고 경계할 겁니다. 요르씨와 아크씨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초대에 응해주신 여러분께 오히려 감사드려야겠네요.”

  잘못 들으면 처음엔 죽일 듯이 경계하다가 먹을 것 하나에 긴장을 풀어버린 바보들에 대한 적나라한 비아냥거림이 될 수도 있으나 설사 그렇다고 하여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명백한 사실이니까.

“개블리 길드로 향하신다고요.”
“예. 수도의 중앙 본부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혹시 검투사 대회에 참가하시려는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개블리 길드. 그것은 샌 연합국의 건국 역사와 함께 시작하여 이미 3개 연합국의 전국에 지방 본부를 널리 퍼트리고 있는 중앙 정부와 더불어 가장 강대한 양대 세력 중 하나였다. 그들은 대개의 길드들이 반정부의 성향을 띄는 것과는 다르게 그 창시자가 건국 영웅의 전우였다는 점에 기하여 다분히 친-정부 세력의 성향을 띄는 것이 사실이었으나 서민의 목소리를 듣고 중앙 정부의 독단에 대한 철퇴를 내리는 역할도 함께 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 곳으로 찾아가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검투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참가는 아크 혼자만 하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따라나서는 수습 기사의 꼴인 셈이다. 아직 경험과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나로선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것이라는 아크와 스승님의 충고 때문에 억지를 부리며 참가하겠다고 기세 좋게 나섰던 처음과는 다르게 꽤 싱겁게 포기하고 말았다. 3개 연합국의 모든 검사들이 모여 그 실력을 겨루는 검투사 대회. 그 규모는 4개 대륙에서 펼쳐지는 그 어떤 대회보다 크고 우승자는 최강의 칭호를 부여받아 그 이름이 전국에 퍼지며 연합국 수도 경비대원으로 발탁되는 영예까지 얻게 된다. 검을 잡고 한 번이라도 휘둘러 본 적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내는 것이 당연하고 생전에 단 한번이라도 관람할 수 있기를 열망하게 되는 그것을 위해 우리는 국경의 촌구석 오즈를 떠나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그렇군요. 저는 검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지라 아크씨와 즐겁게 검에 대하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질 않는군요.”
“유…….유나씨는 대신 마법을 쓰실 수 있으시잖아요. 검보단 마법이 더 강력하지 않나요?

  급하게 던진 내 질문에 아크와 유나는 서로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아니란다 꼬마야 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이 사람들이…….민망하게…….

“그렇지 않아요. 요르씨. 검술과 마법을 놓고 단지 그 힘의 강력함만으로 우위를 가리기엔 난감한 점이 꽤 많답니다.”
“난감한 점이요?”
“예. 저는 검술에 대한 것은 잘 모르니 짧게나마 알고 있는 마법에 대해 이야기 해드리지요. 마법은 흔히 알고 있는 마나라는 매개체를 집중하여 하나의 힘으로 형상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나…….”
“검을 휘두르는데 필요한 체력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검을 휘두르는데 체력이 없다면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나가 없다면 그 어떤 훌륭하고 강력한 마법사라도 마법은 쓸 수 없어.”
“아하!”
“아크씨는 마법에 관해서도 알고 계신 것 같네요.”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를 주워들었을 뿐입니다.”

  이거 왠지 둘이서 잘 통하는 분위기인데. 아까까지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마녀라고 중얼거리던 놈이 한 순간에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유나의 음식은 위대하군. 아니. 그녀는 식사의 마녀일지도 모르겠다.

“겸손하시군요. 예. 그래요. 아크씨가 말씀하신대로 검술의 체력과 같이 마법의 마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갖고 있는 체력과는 다르게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네?”
“정확히 하자면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몸을 수련하여 얻을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는 다르게 공기 중에 섞여 있는 마나라는 것은 그것을 컨트롤하기가 체력에 비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검사와 마법사의 객체 수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게 이런 점 때문이죠.”
“마나를 체력만큼이나 컨트롤하기 쉬웠다면 샌 연합국의 건국 영웅은 검사가 아닌 마법사였을 겁니다.”
“그랬을지도 모르는 문제군요. 검술과 마법이 차이가 나는 것이 하나 더 있다면 그 사용 분야에요.”
“흐음.”

  갈수록 이해하기 힘든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고 있다. 난감하다. 괜한 질문을 해서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 쯤 되면 슬슬 잠이 오고 지루할 만도 한데 지금은 그럴 새가 없다. 그렇게 하기엔 아직 유나와 이 집은 나에겐 무섭다.

“아까 제가 난로에 불을 지핀 것처럼 마법은 전투중 사용하게 되는 전투 마법combat magic 한 생명체나 혹은 집단 더 넓게는 국가 단위까지 자연의 법칙과 신의 뜻을 거슬러 그 존재를 부정하는 흑 마법black magic 그리고 치유 마법cure magic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투 능력은 전혀 없지만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 마법practical magic 이런 큰 갈래로 나뉘게 됩니다.”
“어렵네요.”
“훗. 알고 나면 참 쉬운 이야기랍니다.”
“전혀…….”

  나는 고개를 휘저었다. 쉽다고? 이게? 무슨 붓만 대면 후닥닥 풍경화가 그려지는 천재화가라도 된 듯 한 여유로운 유나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그녀가 얄밉다고 생각했다.

“마법의 그 활용 가치를 기준으로 갈래를 둘 수 있다면 검술은 오로지 전투를 위한 단 하나의 목적을 갈망하게 되죠. 물론 자신의 수련과 위협으로부터의 방어 혹은 힘에 대한 열망으로 설명할 수 도 있지만 이것은 결국 전투라는 하나의 상황으로 표출되게 됩니다. 따라서 마법에 비해 검술은 활용되는 범위가 굉장히 좁은 셈이지요.”
“아 그 얘긴 뭔 말씀이신지 대강 좀 알겠네요.”
“그리고 나도 한 마디 하자면. 꼭 마법이 검술을 이기는 건 아냐. 마법에 비해 검술은 발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 그래서 마법사가 검사를 상대로 할 땐 주로 방어진을 형성하는 주문을 위주로 자신을 호위하는 무사들에게 적의 처리를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물론 주력 부대의 후미에서 강력한 전투 마법으로 아군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꼭 마법이 검술의 우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말이야. 마법의 필수 요소인 마나의 가장 큰 특성이 조화인데 이건 마법의 활용도에서 그대로 적용이 되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마법은 단독으로 사용될 때 보다 옆에서 도와주거나 혹은 다른 객체를 도울 때 사용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때가 많다는 말이야.”

  아크와 유나는 그렇게 검술과 마법에 관한 이야기로 입을 열어 꽤나 긴 시간을 얼굴을 맞대며 대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먼저 지쳐 쓰러진 것은 나였고 먼저 자겠다는 말은 들은 체 만 체 하며 그 둘은 자신들의 학문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애초에 질문을 한 나는 그들의 관심 밖 차가운 구석에 내동댕이쳐지며 먼저 아쉬운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눈꺼풀이 서서히 무거워지면서 나는 그들의 대화가 좀 더 길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막상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나는 마녀니까요 하며 뒤돌아보던 유나의 얼굴에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서워서 잠에 들 수가 없다. 그렇기에 아크가 유나의 취침 시간을 최대한 뒤로 늦춰주길 바라는 것.

“마나는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있는…….”

  어쩌라고. 에이. 그냥 잘래.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8-05 10:45)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여자예비역
08/08/05 14:25
수정 아이콘
프랙티컬 매직.. 영화이름이었던듯.. 흐흐 잘 보고 있슴~
08/08/05 20:01
수정 아이콘
선리플 후감상~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08/08/06 07:14
수정 아이콘
알고 나면 참 쉬운 이야기라는 말은 모르면 정말 어려운 이야기라는 소리겠죠..크크크-
08/08/07 10:32
수정 아이콘
하하~ 잘 보고갑니다 ^^ 역시 기대한 보람이 있네요 키득
EX_SilnetKilleR
08/08/13 22:21
수정 아이콘
잘 보고 갑니다~하하 근데 사소한 오타가 있네요;

무언가에 젖어있다~오래되다는 뜻일때는 베어가 아니라 배어있다를 씁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6 Fallen Road. Part 1 -1장 10화- [-조우#1-] [3] 윤여광4966 08/06/26 4966
45 Fallen Road. Part 1 -1장 9화- [-도움이 안되는 놈'들'-] 윤여광4553 08/06/26 4553
44 Fallen Road. Part 1 -1장 8화- [-Main Stream-] [1] 윤여광4883 08/06/26 4883
43 Fallen Road. Part 1 -1장 7화- [-자비의 탈을 쓴 망각-] [2] 윤여광5171 08/06/26 5171
42 Fallen Road. Part 1 -1장 6화- [-헛걸음-] [1] 윤여광5248 08/06/26 5248
41 Fallen Road. Part 1 -1장 5화- [-an indelible stain-] [3] 윤여광4680 08/06/26 4680
40 Fallen Road. Part 1 -1장 4화- [-굶주린 야만인의 상쾌한 아침- ] [3] 윤여광5088 08/06/26 5088
39 Fallen Road. Part 1 -1장 3화- [-빼앗긴 보물에 소녀는 운다.- ] [3] 윤여광5250 08/06/26 5250
38 Fallen Road. Part 1 -1장 2화- [-마녀와 검사의 화해-] [5] 윤여광5328 08/06/26 5328
37 Fallen Road. Part 1 -1장 1화- [-마녀의 안내-] [9] 윤여광6991 08/06/26 6991
36 Fallen Road. -연재에 앞서 드리는 인사글.- [14] 윤여광6461 08/06/26 6461
35 [소설] 잊어버리기 전에 하는 이야기 - "창공의 별" [6] kikira7082 08/06/26 7082
34 [소설] 9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신의 물건 [5] kikira6487 08/06/23 6487
33 [소설] 8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종이가 필요한 이유 [1] kikira6055 08/06/14 6055
32 [소설] 7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비극과 희극 [5] kikira5795 08/06/11 5795
31 [소설] 6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진리의 빛 [4] kikira5827 08/06/06 5827
30 [소설] 5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50억의 망상 [2] kikira6423 08/06/04 6423
29 [소설] 4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헤겔은 잔소리꾼 [4] kikira6556 08/06/03 6556
28 [소설] 3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클라인박사, 뫼비우스띠에서 길을 잃다 [5] kikira6831 08/06/03 6831
26 [소설] 2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외눈박이와 두눈박이 [6] kikira7129 08/06/02 7129
24 [소설] 1회 :『녀소 는리달 을간시』- 토끼 굴에 떨어지다 [10] kikira9191 08/06/02 9191
23 [소설] 시작 전에 하는 이야기 - "창공의 별" [3] kikira10226 08/06/04 10226
22 [만화] 모텔 넥서스 17편 [188] 바흐35672 08/04/10 3567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