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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6/26 11:16:50 |
Name |
윤여광 |
Subject |
Fallen Road. Part 1 -1장 3화- [-빼앗긴 보물에 소녀는 운다.- ] |
Fallen Road.
[윤여광 作]
Part 1.
1장 3화.
-빼앗긴 보물에 소녀는 운다.-
#.
인케이닝의 아침은 쌀쌀했다. 사계의 시작을 알리는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했던 산의 진입로와는 달리 유나의 집 앞 마당에서 보이는 그것의 풍경과 공기는 흡사 겨울이라고 믿어도 될 만큼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레더 아머leather amor를 벗은 채 얇은 셔츠만 입고 나서기엔 몸이 으스스 떨리는 게 이대로 아침 수련을 행하기엔 몸이 거부하는 기운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장비를 갖춘 채로 나오기엔 아직 덜 깬 잠이 나를 그대로 서 있게 만들었다. 어차피 움직이다 보면 몸은 뜨거워질 것이다.
“핫! 흐얍!”
나는 아직 기본 수련이 더 필요하다. 아크와 같이 실전에서 진검으로 승부를 겨뤄본 경험이 전혀 없고 그렇다고 몬스터를 맞닥뜨린 적도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초짜 중의 초짜인 셈이다. 그런 나에게 복잡한 검무나 요령은 사치다.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정면으로 반듯하게 잡은 다음 단조로운 내려치기 동작을 시작으로 3가지에서 4가지 정도의 기본적인 움직임만을 연습한다. 그것이 지금 나에게 제일 필요한 훈련인 것이다. 다만 알고는 있다고 해도 그것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닌 게 사실이며 가끔 지루한 마음에 눈으로 보고 외워둔 응용 동작을 따라할 때도 있지만 이내 손에서 헛도는 검을 느끼며 그만두자고 뇌까리는 게 다반사다.
“정면 찌르기! 으랴!”
손목에 힘을 풀고 손아귀에 힘을 꽉 준 채 검이 수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힘을 유지하며 정면으로 곧게 내지른다. 오른발을 앞으로 한 발작 내딛으며 앞으로 나가는 간격을 짧게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길어질수록 공격이 실패했을 때 방어로 전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틈이 늘어난다. 생존율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다.
“내려치기!”
찌르기와는 다르게 아귀에 힘을 풀고 손목에 힘을 조절해 잡고 있는 자세 그대로 검을 머리 위로 올려 그대로 곧게 내려친다. 이것은 정면의 상대를 베는 공격으로도 나를 찔러 들어오는 상대의 검을 정확하고 적절한 힘으로 아래로 내려쳐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동시에 튀어 오르는 검을 손목의 힘으로 바로 잡아 바로 반격에 나설 수 있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공격이자 수비이다. 단 나와 같은 초짜의 경우엔 방어보단 단편적인 공격의 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대의 검을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그 궤적을 가늠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실전 경험이 없는 이에겐 응용하기 힘든 기술이다.
“부지런하시군요.”
등 뒤에서 유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련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그녀는 내 기합 소리에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 깨어났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옷은 잘 챙겨 입어 서로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근데 저 대책 없이 하늘로 솟구치는 검은 머리카락들 좀 어떻게 해주셨으면 하는데…….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이른 아침부터 소란을…….”
“아니에요. 검사의 아침은 그 날 하루 일과에 있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라죠. 마법사의 메모라이즈memorize가 아침에 이뤄지는 것처럼 검사 분들은 그 날 하루의 준비를 아침에 모두 끝마친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나에게 있어 아침은 유나의 말대로 검사의 전투 준비와 같은 상급의 기술 수련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다음 단계로의 성장을 위한 준비이며 습관을 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어제 저녁 식사는 참으로 훌륭했습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요 며칠 사이 지나친 어느 마을의 식당보다 뛰어났습니다. 요리를 참 잘하시네요.”
“호홋. 이른 아침에 잠을 깨운 걸 칭찬으로 대신 사과하시는 건가요. 과찬이세요.”
이 사람 가끔 빙 돌려 하는 말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게 있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도 아침에 마을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전 준비해야 할 것이 있어서 항상 이 시간에 일어나는 편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요.”
“준비요?”
“예. 이 마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떠나신다.....?”
유나는 약간 당황한 듯 한 내 얼굴을 보며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마당 아래 비탈길을 따라 보이는 마을을 바라봤다. 아직은 인기척이 없는 조용히 잠든 마을. 인케이닝의 깊은 골짜기에 자리 잡은 이 작은 마을을 바라보며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변화를 거부한 채 엘카이지elkaige께서 내려주신 시간을 영위하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것들에 대한 죄…….”
뭐? 아침부터 못 알아듣는 말로 사람 약 올리기야?
“이 곳은 죄인의 마을입니다.”
그냥 포기할까. 알아들으려 애쓰기…….
“나는 엘카이지의 품에선 당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 죄인의 마을에선 그들과 단 한 치도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
나도 모르게 한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 상쾌하지만 겨울 마냥 차가운 아침을 수련을 위해 맞이하고 있는 것이지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으려 일어난 게 아니랍니다 유나여.
“나는 이 산의....죄인들의 마녀입니다.”
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죽 풀어가는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이 쯤 되니 나는 잡고 있던 검을 내려놓고 그녀의 옆에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보기 좋게 저녁 식사에 잠자리까지 제공받은 마당에 알아듣기 힘들다는 이유로 집주인의 이야기를 외면하기엔 내 양심의 깊이는 다행히 그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
“유나! 뭐하니. 손님이다!”
“네에! 어서 오세요! 몇 분이셔요? 2분이요? 말은 제가 맡아드리겠습니다. 엄마아 두 분이야! 식사 침실 화장실 욕실 어느 쪽이 제일 급하세요?”
칼리스의 여름으로 넘어가는 고개는 참 바쁘다. 곧 열릴 개블리 길드의 검투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수도를 방문하는 수많은 검사들이 가장 짧은 경로를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넘게 되는 산 인케이닝의 단 하나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여관은 항상 가득차기 마련이었고 여관방이 다 찬다 하더라도 민박 시설 역시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밀려드는 검사들에게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아이코, 얘 너는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유나는 방금 들어간 손님에게 건네받은 고삐를 쥐어 잡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쾌속의 종족에게 어차피 알아들을 순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너 자꾸 그러면 밥 안준다!”
먹이를 주지 않겠다는 유나의 당찬 협박에도 불구하고 두 마리의 말은 여전히 유나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반항하고 있었다. 이럴 때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중얼거리는 유나의 여린 손목을 이번엔 말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잡아챈다.
“이리 줘. 여전히 말 다루는 건 꽝이구나.”
“어? 아 고마워 오빠.”
“뭘. 얼른 들어가서 아주머니 도와드려. 홀 안이 꽉 찼더라 야.”
“으응. 고마워 히히.”
유나는 짧게 인사하고 대신 말을 인도하는 그를 등지고 곧바로 홀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의 말대로 홀 안은 땀 냄새 가득한 검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친 언사로 주문을 재촉하는 이를 달래는 일이 유나가 홀에 들어서서 하게 된 첫 일이었다. 19세의 여리고 아름다운 소녀가 방긋 웃는 얼굴로 미안하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애교 섞인 눈웃음을 보내자 그들도 결국은 남자인지라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선 말을 잘 못 다루고 주방에서는 사고 치기 일쑤인 유나도 쓸모가 있는 셈이었다. 혈기가 가득하다 못해 터져 나올 것 같은 홀 안을 유나는 자신의 미소로 간신히 잠재우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도록 그들의 소란은 계속 됐지만 계속해서 마신 맥주와 배불리 채운 음식 덕에 검사들은 하나 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유나는 빈 테이블의 의자를 빼 앉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걷어내면서 큰 한숨을 내쉬었다.
“휘유. 힘들어라.”
“힘들지? 그래도 네 덕분에 아주머니가 홀 밖으로 나와야 할 일은 없잖아. 잘해주고 있어.”
“어? 오빠.”
그녀에게서 말을 건네받고 능숙한 인도로 말들을 조용히 끌고 갔던 그가 유나의 옆에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이제 오늘 하루도 끝나가는 분위기네.”
“응. 이제 거의 끝이야. 조금만 있으면 다들 자겠지 뭐.”
“그래. 그래. 고생이 많다.”
그는 대견하다는 듯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녀는 부끄럽지만 기분 좋다는 듯 지긋이 눈을 감고 그의 손길을 느끼려했다. 거칠게 튼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유난히 고운 독서가의 손. 유나는 그런 그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녀의 머리를 만져주길 기대하고 있었으나 그 바람은 곧 깨져버리고 말았다.
“넥슨Nexon. 가야지. 아직 여기 있었네.”
“어. 위븐Weaven. 갈게. 유나 난 이만 가볼게. 어머님 도와서 마무리 잘 하고. 내일 또 보자.”
“으응…….오빠야!”
유나는 손을 거두고 여관 문 앞에 서 있는 다른 여인에게 걸어가는 넥슨을 불러 세웠다.
“응? 왜 그러니?”
“아…….아니야. 잘 자.”
“하하. 그래. 너도 좋은 꿈꾸렴.”
넥슨은 기분 좋게 인사말을 남긴 채 그대로 여관을 나가버렸다. 그가 걸어간 자리에 아직 그의 온기가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에 유나는 머리맡에서 내려오는 그의 향을 쫓아 눈을 감고 따라 걸었다.
“아야!”
바보같이 눈을 감고 걷다 빈 테이블에 옆구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유나는 기분 좋은 상상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맡고 싶은데. 조금 더 생각하고 싶은데. 유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주방으로 들어가 행주더미를 들고 나와 빈 테이블을 닦으며 그 날 하루를 마무리 지으려 하고 있었다. 차분히 행주를 놀리던 유나는 차마 자신이 앉아 있던 그 테이블은 아직 닦아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제일 나중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와 단 둘이 마주했던 자리. 유나는 그 흔적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관하고 싶었다.
여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유나의 집. 주방에서 온갖 요리에 잡일에 지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 길은 야속할 만큼 멀었다. 그러나 갱도에서 조금이라도 더 집이 가까웠으면 했던 아버지의 고집 때문에 밀집된 마을 주택가에서 조금은 동 떨어진 그 언덕으로 옮겨 올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유나는 넥슨의 집으로 놀러가기도 힘들다며 투덜댔지만 그걸 들어줄 아버지가 아니었다.
“다녀왔습니다.”
힘들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 왼편에 놓인 소파에 누워있다 시피 한 아버지가 눈에 들어온다. 땀 냄새가 가득하고 옷과 얼굴엔 탄가루가 묻어 거뭇거뭇하다. 유나는 미간을 조금 찡그리며 넥슨의 모습과 아버지를 비교했다. 비교가 될 리가 없다. 그녀는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넥슨의 모습을 닮아주기를 바랐다. 참으로 헛된 꿈이었다는 것은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잘게요.”
씻지도 않고 잘 거냐는 어머니의 핀잔을 뒤로 하고 유나는 들은 체 만 체 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램프를 켜지 않아 컴컴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책받이 위에 놓인 무언가를 잡아 펼친다. 희미한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는 일그러진 형체의 문자에 손을 대며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캐치 파이어.”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방 안에 놓여진 2개의 램프에 동시에 불이 붙는다. 실용 마법. 유나는 항상 이 방법으로 방 안의 불을 켰다.
“라아. 라이라아. 차가운 그 공기 손안에 잡으며어. 라아. 라아.”
유나는 자신이 만들어낸 어설픈 멜로디를 입 안 가득 흥얼거리며 방바닥 한 가운데 조금 들려있는 판자를 들어낸다. 그녀가 부모 몰래 숨겨둔 보물. 넥슨에게서 어렵사리 구한 초보 마법 입문서였다. [알기 쉽게 설명된 모리스와 크로튼이 쓴 초보자를 위한 실용마법 입문서] 쓸데없이 길게 작자를 수식하고 있는 익숙한 문구의 녹색 표지의 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어야 했다. 그렇다. 그랬어야 했다.
“아빠!”
유나는 몰래 숨겨둔 그 자리에 자신의 보물이 없다는 것을 알곤 그대로 문을 열어 크게 소리쳤다. 누가 그 보물을 가져갔는지에 대한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왜. 이 녀석아.”
“아빠가 내 책 치웠지. 또 태웠어요? 대체 왜…….”
“너 이 녀석 대체 언제까지 엘카이지의 추종자들이나 읽어대는 미개한 책만 쳐다보고 있을 거냐!”
“미…….미개하다니! 아빠!”
“우린 그런 부자연스러운 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오만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 인케이닝의 광부들은 내 손으로 얻은 것만을 소유하고 내 눈으로 본 것만을 믿고 내 귀로 들은 것만을 기록했다. 너는 내 딸이니 이 산의 규칙을 따라야해!”
“왜요! 내가 그 책을 본다고 해서 이 산의 규칙을 깨는 것도 아니잖아요!”
유나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사실 넥슨에게서 마법 입문서를 선물 받은 것은 이번에 처음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을 때 마다 방 안에 몰래 숨겨뒀으나 어떻게 알아낸 영문인지 아버지 아니면 어머니에 의해 꼭 그것이 발각되어 버려지거나 태워지거나 했기 때문에 그녀가 선물을 완전히 읽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산의 규칙이 뭔데요! 왜 이런 답답한 산골 마을에 사는 것도 모자라서 내 자유마저 구속하려고 하시는 건데요!”
“구속이라니! 이 녀석아! 말조심해라. 우리 같은 광부들에게 산은 절대적이야. 바깥 녀석들이 섬기는 엘카이지 나부랭이와 같은 존재라고! 아무리 내 딸이라도 신을 모독하는 말은 용서할 수 없어.”
“모독…….제가 언제…….”
“마법은 마나. 마나는 곧 조화다. 우리는 산에서 태어나서 산을 바라보며 살고 산에서 죽는다. 다른 어떤 것과도 어울릴 필요도 여유도 없어. 우리의 신은 인케이닝 단 하나이고 마나는 우리에게 다수의 신과 조화될 것을 강요하지. 그게 바로 우리의 신에 대한 모독이라는 게야!”
“아빠!”
“듣기 싫다! 네게 그 책을 가져다 준 것도 어차피 넥슨인지 뭔지 하는 계집애 마냥 약해빠진 그 책벌레 나부랭이겠지. 내 내일 그 녀석을 혼쭐을 내줄 거야. 여보. 그 녀석 아직도 우리 가게에서 얼쩡거리나?”
“오늘은 못 봤어요.”
유나는 불길이 넥슨에게까지 미치자 아까 잠시간의 만남을 어머니가 보지 못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잃어버린 책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더 할 말 없으니 들어가라. 그리고 한 번만 더 이 따위 책을 네 방에서 찾게 하지 말거라. 네게 더 이상 실망하고 싶지 않구나.”
유나는 뭐라고 더 반박할 여유도 없이 그대로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왔다.
“흐흑…….히끅…….히끅…….크히이잉…….”
불을 뒤집어 쓴 채 유나는 또 다시 보물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서러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다만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은 그 눈물이 단순히 책을 잃어버려서 인지 아니면 내일 아침 아버지의 매서운 주먹에 턱이 돌아갈지도 모를 넥슨을 걱정해서인지 하는 것이었다. 혹은 아버지의 억지스러운 주장에 넥슨이 다시는 자신을 보지 않겠다고 할까봐 일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 잠이 든 유나는 어느 새 다 읽지 못했던 다음 페이지의 내용들이 그려지고 있었다. 석화harden into stone. 그녀는 그것을 배워 아버지의 몹쓸 주장에 마법도 쓸모가 있다고 일격을 가할 생각이었다.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8-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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