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나는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태국의 수도 방콕을 여행하고 있었다.
다음날 귀국할 예정이었기에, 우리는 선물을 사기 위해 팟퐁 대로를 둘이서 걷고 있었다.
그 곳은 낮에는 꽤 한산한 편이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어디에서인가 수많은 포장마차가 나타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서양인, 동양인, 아랍인에 흑인까지 온갖 인종의 사람들이 있었다.
포장마차 근처의 바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악, 왕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음식을 파는 노점에서 풍겨오는 향신료의 냄새...
그 모든 것이 대로 한 가운데에서 섞이며 혼돈의 도가니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떠들썩한 거리를 둘이서 걷고 있는 와중, 갑자기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외국인이
[헉!] 하고 작게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 사람이 보고 있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전신의 피부가 짓물러진 사람이 있었다.
너무나 큰 충격에 순간적으로 사고가 멈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그 곳을 빠르게 벗어났다.
다행히 여자친구는
[그것] 을 보지 않은 채였다.
아마 그것을 보았다면 큰 트라우마가 되었으리라.
그 사람은 알몸으로 목줄을 맨 채 태국 남자 몇 명에게 잡혀 있었다.
피부가 짓물러 있었기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눈은 생기 하나 없이, 마치 사람으로서 모든 감정을 버린 것처럼 보였다.
요즘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당시의 태국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관광객이 모이는 곳에 데려가 괴물 쇼 같은 것을 열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썼었다.
지금도 내게는 잊을 수 없는 태국의 뒷모습이다.
Illust by agony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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