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이던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저녁밥을 먹기 전에, 나는 집 근처의 공원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눈 앞의 모래밭에서는 아이들 몇 명이 놀고 있고, 반대쪽 벤치에는 어머니인 듯한 아줌마들이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아줌마들이 앉아 있는 벤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미끄럼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쪽, 미끄럼틀과 지면이 만나는 곳에 앉아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몸의 대부분이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여자아이 같았습니다.
[왜 저런 곳에 혼자 앉아 있지?]
그렇게 생각하자, 조용히 여자아이가 슥 일어서더니 그림자에서 나와 걸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모래밭을 가로질러, 내게로 천천히 다가옵니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가까워짐에 따라 그 아이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때는 가을에 접어들 때라 황혼이라고 해도 근처는 꽤 밝았습니다.
하지만 여자아이의 몸은 무릎 위까지 그림자 속에 있는 것처럼 새까맣고, 그 아래인 정강이와 다리는 희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전신이 희미하달까, 초점이 맞지 않는 느낌이었기에 눈을 가늘게 뜨고 초점을 맞추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여자아이의 몸이 흔들리더니 한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고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윽고 눈 앞까지 온 여자아이는 불쑥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난 벌써 죽어있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여자아이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공원에 있는 것은 나 혼자로, 하늘도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밤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여자아이에게 그 말을 듣고 난 후의 기억이 나에게는 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담배에서는 아직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현관에서 만난 누나가 내 얼굴을 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가서 거울 좀 봐.]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니, 양 뺨에 검은 그을음 같은 것으로 작은 손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Illust by dog_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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