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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6/26 11:29:30 |
Name |
윤여광 |
Subject |
Fallen Road. Part 1 -1장 6화- [-헛걸음-] |
Fallen Road.
[윤여광 作]
Part 1.
1장 6화.
[-헛걸음-]
#.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소란스럽다. 두 사내의 기합과 거칠게 부딫히는 금속의 마찰음이 그녀의 귀를 괴롭혔다. 마지막으로 마을을 돌아보고 돌아오는 길은 쓸쓸함과 후회가 가득했다. 차라리 편한 마음으로 등을 돌리면 될 것을 하며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희미하게 보이는 격하게 움직이는 불청객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무슨 기운이 저렇게 남아돌아 저러는 것일까 하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마을로 들일 생각이 아니었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이 쳐둔 경계를 알아차리지 못한채 지쳐 산을 내려가게 만들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들이 그녀의 기척을 느끼고 모습을 드러내라며 소리를 질렀을때는 이대로 공격할까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그녀의 이성이 몸을 지배하기 이 전에 다리는 그들을 향해 걸어나갔고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근접 전투에선 아무리 초심자라 하여도 검사를 상대하기엔 마법은 부담이 가게 마련이었다. 결국 그들을 집으로 안내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고 거기엔 어떤 압박도 없었다. 오로지 자의로만 가득했던 어제의 일들에 대해 그녀는 어째서 라는 의문만 품은 채 딱히 시원한 답을 찾지는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삶의 흐름을 잃어버리고 돌이 되어버린 이 마을에서 그녀는 무엇을 기대했던 것인가. 혹여나 다시 돌아올지 모를 일상의 평안을 기대했던 것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인사하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을 바라며 그 전까지 아무도 자신이 저지른 실수의 흔적을 감추려 애써왔던 조급한 마음이 거친 산행에 지친 여행객들의 휴식을 거부하고 그들을 매몰차게 돌려보냈던 것일까.
그녀는 어째서 그들을 거부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해답은 결국 찾지 않기로 했다.
[이제와서 무슨.......]
다시 걷는다. 그들은 아직도 힘찬 대련을 멈추고 있질 않고 있었다. 정적인 마법사의 아침과는 달리 검을 든 두 남자의 아침은 거칠게 흘러 길을 만들고 바위를 깍아내리는 계곡의 흐름과 같이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 움직임을 멈추질 않고 있었다.
#
길이 험하다는 것 즘은 이미 알고 있었다. 대륙 전체를 찾아보자면 이 보다 크고 높은 산자락이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당장 근방에 위치한 산 중에선 가장 험하고 높은 길을 자랑하는 인케이닝이었다. 숨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하고 다리에 힘이 빠져간다. 조금만 더 올라가서 쉬자는 마음에 계속해서 걸어온게 벌써 몇 시간째다. 슬슬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왜 이러고 있는 것인가.
“젠장. 뭐가 사기라는거야. 분명 맞아떨어지고 있는데.”
그는 손에 든 낡은 종이자락 하나를 성난 듯이 구겨쥐고선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공기가 차다. 조금 이르다 싶은 느낌이 드는 아침햇살은 울창한 나무들덕에 모두 가려져 흡사 모두가 잠든 밤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거친 산세를 걸어오르느라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야 좋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옹 몸 가득한 차가운 땀덕에 그는 금세 추위에 바르르 떨어야했다. 얼마 쉬지도 못한 채 그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반강제적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한 그 길은 여전히 높았다. 도저히 내리막이 보이지 않는 자랑하듯이 높이 치솟기만하는 길을 지도에 추가적으로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는 며칠 전 당한 수모를 떠올리며 이득 바득 갈았다. 오늘 하루내로 이 산을 정복하리라. 되지도 않을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그는 눈에 힘을 잔뜩 주며 여태껏 걸어왔던 길을 돌아봤다. 한 숨이 나온다.
“젠장. 얼마나 더 가야되는거야.”
#
“에라이 이 잡아죽일 사기꾼아!!!”
거칠게 문을 걷어차며 들이닥친 사내 둘 덕에 펍PUB안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소란스러웠던 공기를 무겁게 내려앉히고 이내 숨소리마저 고요해졌다. 숨을 턱 끝까지 들이마시며 식식대던 두 사내는 펍안을 둘러보더니 곧장 한 사람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눈이 마주친 그 사내도 그들이 저렇게 화가 난 사연이 무엇인지 늦게나마 알아차렸는지 순간 안색이 변했다. 하얗게 질리는 그 길고 마른 얼굴이 보기에 참 우스웠다.
“야 이 쳐죽일 놈아!!”
“켁켁.”
화가 잔뜩 난 그는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떨고 있는 그를 후려치는 대신 멱살을 쥐어잡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우람한 그의 팔뚝에 들려올라가는 다른 한 사내의 모습은 처량하기도 하면서 팔 하나에 들려올려져서는 바둥대는 모습이 마치 아이들 손에 붙들려 살아보고자 다리만 깔짝거리는 방아깨비와 같아 펍 안의 누군가는 크게 웃지는 못하고 입을 막으며 킥킥대는 이가 몇 있었다.
“에라이 다리 몽둥이를 꺽어다가 돼지 먹일 놈아. 이 따위 것을 지도라고 팔아먹어!?! 네 놈 덕분에 인케이닝에서만 이틀을 헛으로 헤맸잖아!!!!”
“켁. 그...그크으..쿠헥..나”
“뭐? 똑바로 말을 해 봐. 이...”
사내는 입에 담은 독한 말을 내뱉으려다가 그를 들고 있는 팔에 뭔가 희미한 자극이 느껴져 무엇인가 쳐다봤다. 허공에 들려올려 진 채 한 손은 멱살을 잡고 있는 손아귀를 풀어보려 한 손은 마치 다리와 같이 굵은 팔뚝을 꼬집는 다른 한 손을 보고서 사내는 그를 원래 앉아 있던 자리에 그대로 떨어트렸다. 낡은 의자위로 떨어진 그는 시원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딱딱한 바닥에 머리를 박아야했다. 곧 이어 간신히 몸을 지탱해주고 있던 의자가 무너지는 바람에 그는 시간차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아우우. 아이구 내 허리야아. 켁켁.”
아직도 턱 아래가 시큰거리는 듯이 손으로 웅켜쥐고서 마치 자신을 내동댕이 친 그 사내들이 처음 펍으로 들어왔을때와 같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자. 이제 한 번 말해봐라. 이 망할 놈아.”
“아우. 뭘!!!”
그는 억울하다는 듯 악이 오른 목소리로 소리쳤다. 성난 사내의 얼굴은 한층 더 일그러졌고 구겨진 옷매무새를 다듬고 일어난 그를 매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지도말이다! 지도! 네 놈이 팔아넘긴 이 가짜 지도! 이 개...”
“워. 워. 워. 잠깐 잠깐.”
손을 휘저으며 말을 가로막은 그는 이내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말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아 머릿속을 정돈하는 듯 했다.
“일단. 아까부터 멀쩡한 이름 냅두고 자꾸 몹쓸 대명사를 사용하시는데 말이야. 내 이름은 켈모리안. 미안하지만 성은 없고 말이지. 켈모리안이라는 번듯한 이름이 있어. 내가 알려준 바가 없으니 날 뭐라고 불러야 될 지 답답했던 그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왕 내 이름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날 부를땐 애꿏은 동물 비하 일랑 하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해.”
“이 자식이 어딜 까불...”
“아직 말 안 끝났어. 힘 꽤나 쓰는 형씨. 그리고 그 지도는 말인데. 안 그래도 그걸 판 이후로 족족 엉터리라고 민원이 들어와서 말이야. 내 친히 조사를 위해 직접 가 볼 생각이었거든. 얼마나 고생했는지야 내가 알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별로 안 들지만 말이야. 항의를 할거라면 예의와 격식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해줬으면 좋겠어. 고상한척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에게 돈을 쓴 사람에게 호의를 갖고 안내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의욕은 갖게 해줬으면 싶은데. 힘든걸까?”
“닭대가리 같은게 어디서 말장난이야!!!”
결국 다시 폭발한 사내는 켈모리안의 얼굴을 시원하게 주먹으로 후려 갈겼다. 최소한 말로 상황을 해결해보려던 켈모리안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옆으로 몇 바퀴 굴러 테이블과 의자 몇 개를 넘어트리고 나서야 바닥에 크게 누워버렸다. 그의 허리끈에 달려있는 무언가를 뒤지는 듯 하던 사내 둘은 짤랑거리는 소리 가득한 주머니 하나를 집어들고 구겨 쥐고 있던 지도를 바닥에 내팽겨치며 펍을 나갔다. 아프다고 신음 소리 낼 겨를조차 없는 켈모리안은 그대로 그들이 거칠게 열고 나가는 문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으나 머릿속으로는 진즉부터 이 망할 지도가 정말 엉터리인지 저들이 괜한 심술을 부린 것인지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다짐을 새기고 있었다. 문제가 되는 잘못 표기된 부분을 생각하며 소요될 시간 정도를 계산하기 시작하자 그 때서야 아프다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8-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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