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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5/30 12:32:17
Name 지옥의마검랑
Subject [선비와 구렁이 18편]
18
선비의 독기품은 말에 왕자는 놀라는 기색을 보이긴 했으나 이내 평정을 찾고 말을 이었다.
“내 그렇게 한 건 미안하나 내가 한 말을 명심해두게… 선비 하나쯤 죽이는 건 내겐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니깐
… 그리고… 그런 것이 권력이다. 미천한 것… 감히 어디라고 주둥이를 놀리고 있느냐~ 어서 나가거라!”
선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천한 것….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면서도 권력이라는 말은 자꾸 선비 자신을
주눅들게 했다. 억울했다. 정말 억울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천한 것이라는 단
한마디에 선비가 일평생 지켜온 자존심은 한 순간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어떤 식이라도 이 사실을 공주에게 고해
야 한다는 생각 밖엔 들지 않았다. 그 왕자하고 공주가 결혼한다면 지금 이 백성들의 민심 역시 흉흉하게 변해
갈 것… 그것이 걱정되었다.
“아~ 다왔군”
선비는 다시 궁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마침내 궁앞에 도착했다.
“경비병~ 어제 공주마마님을 구해주었던 선비인데 다시 뵙고 싶소. 공주님께 청해주시오.”
“무엇이? 감히 누구 앞이라고 공주마마님을 거론하는게냐!! 우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으니 썩 물러가거라~!!”
“아니오~ 정말이오~ 공주마마님께 고할 것이 있으니 어서 나를 들여보내주시오~”
“에잇 그래도 이놈이!!!”
경비병을 선비를 밀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윽~!”
“까불다간 이렇게 되니 어서 썩 돌아가거라!!!”
선비는 다시한번 청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통할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 억울하다… 정말 억울해… 어찌 이렇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부정을 보고도 그냥 넘어가야 한다는 말인
가…? 역시 권력 앞에서는 그냥 주저 앉아야 한다는 뜻인가…?’
선비는 억울함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때 였다.
“아!!! 신문고가 있었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칠 수 있는 신문고가 있었구나!”
선비는 한오라기의 희망조차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것은 부조리에 대한 선비의 도요, 공주를 위한 마음이요,
더불어 이 나라 백성들을 위한 선인의 마음이었다.
다음날… 선비는 길을 묻고 물어 신문고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신문고가 있는 탑은 몇 백개의 계단으로 이루어
져 있어서 선비는 힘들게 힘들게 올라갔다. 도착한 탑 위에서는 궁이 마치 눈 앞에 있는 듯 가까워 보였다.
“됐다!!!”
선비는 큰 뭉치를 들어 북을 치기 위해 크게 휘둘렀다.
“엇~! 이게 머야? 왜 북이 안울리지?”
몇 번을 쳐보아도 북은 울리지 않았다. 그 때였다. 바로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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