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6학년, 남동생이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의 일이다.
어느날 나는 친구 A, B와 함께 빈 집에 놀러가기로 했다.
무서운 게 나온다는 소문도 있었기에 당시 의지할만한 사람이 필요해 남동생을 꼬셨지만, 어째서인지 동생은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니? 누나가 없어져도 괜찮아?] 라고 반쯤 협박을 하면서 억지로 데려갔다.
그 집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흔한 폐가였다고 생각한다.
딱히 심하게 황폐해진 것도 아닌, 그저 흔한 빈 집이었다.
[안녕하세요!] 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A와 B가 현관에 발을 들여 놓았고, 그 뒤를 따라 나와 남동생이 들어갔다.
안쪽에 계단이 보였을 때, 갑자기
[안 돼!] 라고 남동생이 소리치며 내 옷을 잡아 끌었다.
[왜?] 라며 뒤를 본 순간, 쾅하고 큰 진동이 다리에 느껴졌다.
나는 놀랐고, 온 몸을 바늘로 찔리는 듯한 공포에 습격당했다.
곧이어 한 번 더 와장창하고 큰 소리가 났다.
나는 돌아볼 틈도 없이 남동생에게 현관에서 밀려 나왔다.
공포로 몸이 경직되어서 나는 그만 문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그리고 남동생이 B의 팔을 잡고 현관으로부터 끌어내는 것이 보였다.
아마 나는 거기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처음 보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근처의 병원이었다.
어머니는 지금까지 봤던 것 중 가장 화가 난 얼굴로 나를 혼내셨고 나는 울고 말았다.
그러자 아버지와 남동생이 함께 방에 들어왔다.
나는 아버지에게 꽉 안겼고, 남동생은 어머니가 꼭 껴안으셨다.
그 날 밤 집에 돌아와서, 나는 B가 죽고 A는 등에 큰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너무나 무섭고 슬퍼서,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매달려 몇 시간 동안 울었다.
어머니는
[괜찮아.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아무 것도 잘못한 거 없어.] 라고 위로해 주셨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는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나도 무서워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일주일을 쉬고 학교에 가자, B는 사고로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받았지만, 그 빈 집에 관한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기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딱 한 번, 옆반이었던 B의 책상에 꽃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견딜 수 없어서 그 반 앞은 지나가지 않기로 했다.
A는 남동생과 같은 반이었지만, 사고 이후 한 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결국 전학을 갔다.
나는 반년 정도 후, 아버지의 사정으로 이사하게 된 뒤 그 사건에 관해 어머니에게 물어봤다.
그 집에는 들어가고 조금 왼쪽에 거실용 큰 에어콘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그 집에 들어갔을 때, 우연히 그것이 넘어져서 B의 머리에 맞았던 것이다.
B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게다가 에어콘이 떨어진 충격 때문에 거실의 샹들리에가 A의 등에 떨어졌고, 쇠장식이 등에 박혀 34바늘이나 꿰맸다는 것이었다.
샹들리에의 유리 파편은 넘어진 B에게 그대로 꽂혔고, B를 도우려던 남동생의 신발에도 잔뜩 유리가 박혀 있었다고 한다.
만약 그 때 남동생이 나를 잡아 당기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너무나 무서우면서도 슬펐다.
그리고 나는 남동생에게
[생명의 은인이니까 뭐든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줄게.] 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동생은 웃으면서
[아무 것도 필요 없어. 누나가 안 없어져서 다행이야.]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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