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 Mysterious Girl )
스물 다섯번째 이야기.
“지금 내 배틀넷 아이디에 비밀이 숨겨져 있어”
“어? 비밀?”
그게 뭐지..?
난 그런 것 생각해본 적 없는데...
“지금 아이디가 두 번째 아이디인데 첫 번째 아이디
조금 쓰다가 태일이 오빠 때문에 바꿨거든~”
“태일이 형 때문에?”
“응... 점점 내 마음 속에서 태일이 오빠가 커져가고 있어서
내가 태일이 오빠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했었지..
헤헤... 데이트 중에 이런 얘기해서 미안해.. 그만 할까?”
“아냐 아냐 괜찮아~ 난 이제 미련없어~ 너랑 사귀고 있는데
그런 것 정돈 버려야지 헤헤”
이런 말을 하니 괜히 나 자신이 머쓱해지고 쑥스러워진다
얼굴이 막 달아오르는 것 같다
“아니 뭐... 어... 그러니까... 음... 그런게 아니라...그냥... 궁금하단 말야~ ”
“한진이 쑥스러움 타는구나? 키키”
.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 웃어대는 신비를 보니 더 부끄러워졌다
“아냐~ 그런 것!!”
“얼굴 빨개졌대요~ 빨개졌대요~”
“했던... 했던 얘기나 계속 해줘~”
“알았어요 홍당무씨~ 태일이 오빠가
좋아져서 그걸 담아두기 위해... 아이디를 바꿀 때
특별한 의미를 담아두기 위해 지금 아이디로 바꾼거야~”
“어떤 의미...?”
“내 이름이 신비잖아... 그걸 영어로 하면 미스터리고 말야...
내 아이디 스펠링 가운데 티(T)이(E)알(R)이(I) 양 쪽으로
괄호 돼있는 것 기억하지?”
“아.. 응”
“괄호 안에 있는 스펠링만 읽으면 테리잖아~
테리~ 테이리~ 태일이~ 태일이 오빠! 이런 식이야...
헤헤 너무 유치하지?”
“아냐~ 차라리 명호 아이디가 제일 유치하지 하하
나 걔 아이디 볼 때마다 토 나올 것 같아 크크”
“걔 리버는 잘 쓰던 것 같던데 히히”
“리버 매니아야 킥킥”
“그래도 나 처음 쓰던 아이디도 좀 유치한 걸 뭐~”
“뭔데~?”
“메롱바보야 푸히히”
“하하하 유치하면서 귀여워”
웃고 있는 신비를 보는 순간 무언가가 번뜩 내 머리를 스쳤다
메롱바보야...메롱바보야...?
왠지 모르게 낯이 익는 아이디인데....
어디서 봤더라..?
아하! 옛날에 태일이형이랑 몇 번 같이 있던 것이
갑자기 어슴푸레 기억난다
근데 지금 목록에는 없을텐데... 지웠나? 언제 지웠더라?
앗! 그러고 보니...
오래 전 신비와 배틀넷에서 첫 만남을 가졌을 때 친구등록을 하기 전에
친구목록이 꽉 차있어서 필요 없는 아이디는 목록에서 다 삭제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 때 지운 것 같다
아아앗! 그러고 보니 아이디들을 막 지우면서
‘이 아이디는 태일이형이랑 같이 있는건 몇 번 본 것 같은데
이젠 아예 보이지도 않네. 삭제 해야겠군’
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 생각하면서 지웠던 아이디가
‘메롱바보야’ 였던 것 같다
무심코 지워버린 아이디 중 하나가 신비였었다니... 허참..
“무슨 생각해?”
“아냐 아냐 그보다 볶음밥 맛있어 보인다 아하하”
우리는 맛있게 다 볶아진 볶음밥을 먹기 위해 숟가락을 들었다
아! 여자친구 생기면 꼭 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떠먹여주기!!
옛날에 명호랑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고 있는데
남녀커플이 서로 떠먹여 주는 장면을 보고
명호가 부들부들 떨면서 저기로 당장 달려가서
식탁 엎어버리고 싶다고 내게 소근거렸던게 기억났다
내가 참으라고 그랬지만 그래도 동의는 했었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니까 커플들 마음을 이제야 헤어릴 수 있는 것 같다
실행에 옮기려니까 무척 긴장되고 떨렸다
“잠깐!”
신비가 하는 행동을 멈추게 하고 나는
정성스레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한 숟갈 떴다
“나 여자친구 생기면 이거 해보고 싶었어 헤헤”
신비가 피식 웃더니 입을 벌려서 가까이 가주었다
푸하하하!! 담에 명호한테 자랑해야지 푸헤헤헤
염장 한번 제대로 질러보자고 푸하하하!!
마음속에서의 내가 코를 높게 치켜 세우며 양쪽 허리에 손을 짚으며
사악한 목소리로 큰 소리로 웃어재꼈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명호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움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 근처사람들 시선 의식했는지 명호가 옆에서
지켜 본 것 같이 느껴졌다
우리는 알콩달콩 밥을 다 먹은 뒤에 밖으로 나왔다
신비의 사정 때문에 밥만 먹고 헤어지기로 해서 버스정류장까지 같이 갔다
우리는 지금 다정하게 손을 맞잡으며 가고 있었다
으하하 이제 여자친구가 생긴 것이 실감이 가는구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
추운 날씨 때문에 코 끝이 빨개진 신비가 입김을 뿜으며 말을 꺼냈다
“한진아!”우리 우리~”
“응”
“우리 같이 프로리그 방송경기 보러 가보자”
“방송경기?”
“응~응~ 나 가급적이면은 야외경기 하는 거 보고 싶지만
그래도 경기장가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보러 가고 싶어”
“응! 그러자”
신비랑 프로리그 방송경기 관람이라.. 크흑! 기대 된다 기대 돼!!
자세한 약속일정을 잡고 우리는 서로 헤어졌다
며칠 후 나는 약속 장소인 지하철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저번 철판볶음밥 집에서 밥을 먹고 버스정류장에서 했던 약속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 말고 다른 친구들도 같이 껴서 가자고 했더니 신비가 싫다고 했다
‘풉~킥킥’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연인끼리 단둘이서 오붓하게 가보고 싶었나 보다
“이얏!”
누군가가 나를 갑자기 툭 쳤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신비였다
“우리 한진이 뭘 그렇게 실실 쪼개면서 생각하느라
내가 오는지도 모르고 계셨어요오~?”
“아..그냥..아하하 딴생각 좀 하느라..”
“야한 생각했구나!”
“야한 생각은 무슨..!! 일단 가자”
신비 손을 낚아 채 잡고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천천히 가 천천히~”
용산 경기장으로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엄청 많이 찾아왔다
팔짱을 끼며 지루한 대기시간을 보내며 키득키득거리며
농담을 나누고 있는 남학생 둘,
관람석에 앉아 플래카드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여학생, 경기장 모든게 마냥 신기해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는 외국인, 어리버리하게 생긴 초등학생들,
유치원도 안 갔을 법한 아주 어린 아들을 목마 태우며
경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는 30대 후반쯤의 아저씨,
무슨 종이를 들며 여기저기를 바쁘게 움직이는 PD들,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는 카메라맨 등등 여러종류의 사람들로
매우 북적거리며 혼잡했고 방송 대기시간을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리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그러나 나는 신비와 같이 있었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는 기다리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온갖 수다를 떨다가
할 얘깃거리가 없는 것 같아서 결국엔 일명 ‘ABC’ 게임을 했다
“제로!”
내가 낸 수와 신비가 낸 수가 같아서 신비가 졌다
깜짝 놀라며 징징거렸다 벌칙을 일명 ‘땡꼬’라고 불리는
손가락으로 퉁겨 때리는 방법으로 행했다
핸디캡으로 나는 이마에 , 신비는 손목에 맞기로 했지만
계속 내가 이겼다 신비는 이런 게임에는 약한가 보다
“다시 해!! 다시!!!”
신비가 씩씩거리며 다시 하자고 졸라댔지만
내가 계속 이겼다
결국에는 조금 삐쳐보여서 내가 맛있는 것 사준다고
달랬는데도 계속 삐쳐보이더니 갑자기 신비가 제시를 했다
“좋아 그럼 딱 한판만 더 해서 내가 이기면
즉석 플래카드종이 받은 거~ 이거 내가 쓰고나서
한진이가 들어줘야 해! 알았지~?”
“아 그거야 쉽지 뭐~헤헤”
“진짜? 약속이다~! 알았지?”
플래카드 든다고 팔 좀 아픈게 뭐가 대수야~ 달래는게 중요하지~
게다가 신비는 ABC게임에 약하니까 걱정할 것도 없어!
“3!! 꺄아악!! 이겼다 이겼다!! 푸히히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씨익 지은 신비는 받은 즉석플래카드 종이에다가
팬으로 무엇인가를 스윽스윽 적어나갔다
“뭐라고 썼어?”
“비밀!!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넌 이걸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거야~
알았지?”
“으..응”
결국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양 팀간의 대진표가 공개되었고 1경기를 막 시작하려던 찰나
신비가 내가 못 보게끔 말아둔 종이를 살며시 펼쳤다
“안 돼! 안 돼! 넌 보지 말고 그냥 들고만 있어야 돼!
자! 두 손 번쩍 들고 있어 봐!”
“응? 으응...”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1경기 준비 다 됐습니다!! 시작하죠~~!!”
해설위원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1경기가 시작되었다
두 손을 번쩍 든 내 뒤로 가 신비는 플래카드를 내 손으로
건네 주었다
“좋아! 그 상태로 딱 들고 있어야 돼!”
신비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씨익 웃어보였다
“도대체 뭐야? 궁금하잖아~”
내가 팔을 내리려 하자 극구 말렸다
“안 돼! 안 돼!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거야”
경기가 시작됐고 1경기 극초반때였다
갑자기 경기를 보여주던 대형스크린이 관중들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낯이 익은 얼굴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였다
깜짝 놀라서 얼굴을 가리려고 플래카드로 얼굴을 가렸다
“푸하하하~~”
“낄낄”
“깔깔”
그 때 갑자기 해설위원들과 관중들의 폭소 소리가 들렸다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웃는거지? 앗!!혹시?!!’
서둘러 플래카드에 써져있는 문구를 확인 해보니
플래카드엔 이렇게 써져 있었다
' 김캐리오빠 캐리어 사주세요:D '
‘으악!!!’
문구를 보는 순간 경악했다
“하하하! 캐리어 사주실겁니까?”
“하하하 캐리어 어디서 파나요?”
해설위원들의 폭소에 이어진 농담과 함께 화면은 다시 경기장면을 비추었다
고의적인 것으로 들고 있던 플래카드가 아니라
들고 있던 것이 너무 창피한 것 같다
게다가 문구도 누구누구 파이팅 이런 것도 아니고
캐리어의 지극한 사랑 덕택에 ‘김캐리’란 별명을 얻은
캐스터에게 캐리어 사달라고 조르는 그런 문구... 아...
내 몸에 있는 모든 피가 얼굴로 쏠려있는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마 홍당무가 되어있을 것이다
“킥킥 이제 안 들고 있어도 돼”
신비가 플래카드를 획 뺏어들어 돌돌 말았다
‘급방긋’이란 글자를 이마에 써 붙인 것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1경기에서 테란대 프로토스전이였는데
양 선수가 20분 내내 밀고 당기는 팽팽한 혈전을 했다
테란이 조금 유리한가 했더니 마인 역대박이 한번 터져서
반대로 테란이 심리적으로 조금 흔들리는 듯 했다
“아!! 도재욱 선수!! 역시 테란전의 도재욱!! 물량의 도재욱!!”
중요한 순간이라 쩌렁쩌렁 울리는 해설위원들의 해설이 울려퍼졌고
프로토스가 더욱 더 압박을 가하여
테란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여 결국 GG를 치고 말았다
“와~~ 이겼다~!! 이겼다~~!!”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1경기를 이겨 신비가 방방 뛰며 좋아했다
푸힛,, 마치 어린애처럼 순수하게만 보였다
그 때 갑자기 전화가 왔다
명호한테서 온 전화다
“어~ 왜 걸었냐?”
“크크큭큭큭”
전화연결이 되자마자 갑자기 명호의 웃음소리가 한참동안 들렸다
“야 인마 말을 해 인마~ 용건이 뭐야~? 나 끊는다?”
“너 큭큭 지금 프로리그 보러 경기장까지 갔지? 크크큭”
얼레? 그러고 보니 명호에겐 말도 안 하고 왔는데 어떻게 알았지?
신비가 말해줬나?
“어.. 아니 그냥 밖인데~”
“푸하하하 아이고 정말 웃겨 죽을 것 같아~
강한진!! 케이블채널 방송 탄 것 축하한다~ 푸하하하 큭큭”
“앗!! 그러고 보니 이거 방송도 탔구나!! 으악!!”
“너 인마 카메라 잡혔어 킥킥
플래카드 대박이더라 크하하하하하하”
끄악...!! 이거 가지고 명호한테 한달정도는 갈굼 좀 당할 것 같다
“한진아 축하해~ 그럼 이만”
‘뚜뚜뚜’하며 통화가 끊긴 소리가 내 귀를 찔러댔다
으앙 이게 뭐야~~
난 가수가 되어서 처음 방송 타게 되는 것은
내 첫 방송데뷔무대이고 싶단 말야~~~
그런 좌절감도 잠시였다
경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게 흘러갔기 때문이였다
결국은 에이스결정전까지 가는 대박경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 오늘 경기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어요
결국엔 이렇게 에이스결정전까지 가게 되네요”
“아~ 네.. 두 선수 다 아직 세팅이 안 되었나요?”
“이렇게 오랜 시간까지 남아서 응원해 준 팬들도 초조하겠지만
이럴 때 출전한 선수는 부담감 때문에 초조해지고 긴장하기
쉬워지게 마련이죠..그래서 두 선수 다 조금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초조한 눈빛으로 스크린만 쳐다보았다
늦은 시간 때문에 시계를 자꾸 확인하는 사람도 몇몇 보였다
“아!! 드디어 두 선수 다 세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해설위원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크게 소리쳤다
“오래 기다리셨으니까 뜸 들일 것 없이 에이스 결정전!!
바로 시작하죠오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대형스크린은 수많은 관중들을 비추더니
곧 게임 대기화면으로 바뀌었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여기저기서 응원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신비도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양 선수 테란과 프로토스는 중요한 마지막 한 경기라 그런지
역시 전략적 빌드가 아닌 무난한 부자 빌드로 갔다
그러나 양 선수 모두 어느정도 조합이 갖춰지면서
밀고 당기는 접전을 벌였다
프로토스가 지상병력을 유지한 채
캐리어를 은근슬쩍 만들었고
뒤늦게 눈치 챈 테란이 과감하게 밀고 나갔다
지상군 싸움에서 접전이 일어나더니 테란이 이겼다
“아!! 캐리어 조금만 더 늦게 갔어야 했어요~~!!”
캐스터가 프로토스의 캐리어타이밍에 대해 아쉬워했다
테란은 지상군 접전에서 이기자 마자
바로 멀티 공략에 나서려는데 캐리어 4기가 나섰다
테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까운 멀티 지역으로 가서
넥서스를 일점사하고 캐리어가 그것을 저지했다
탱크의 포격대미지는 역시 건물에게 큰 타격을 주었지만
캐리어 4기도 만만치 않았다
넥서스가 에너지 100가량을 남기고 파괴에 실패하자
해설위원과 관중이 흥분하여 외쳤다
테란은 서둘러 골리앗을 조합해주었다
“테란이 지금 본진 포함해서 가스를 세군대나 채취하고 있어요
가만히 놔두면 골리앗 막 나와요!! 지금 빨리 캐리어로 9시 가스멀티
파괴시켜야 합니다!!”
캐스터가 말하자 곧 캐리어는 테란의 가스멀티 쪽으로 날아갔고
테란이 눈치를 채고 막 뽑은 골리앗으로 방어하러 나섰다
캐리어가 컨트롤로써 골리앗을 한기 한기씩 잡아주었지만
아직 캐리어가 골리앗과 정면승부하기는 힘든 상황이였다
그 때 갑자기 질럿이 6기 가량 그 곳으로 달려들었다
막 도착한 질럿 6기 때문에 골리앗이 도망 가야하는 상황이였지만
질럿이 멀티지역 좁은 입구를 잘 틀어막아서
골리앗이 도망갈 수 없게 되었고 다 잡히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멀티지역의 커맨드센터를 공격했다
골리앗의 기동력이 벌쳐만큼 빨랐다 할지라도
커맨드센터를 살리기는 힘들었다
아슬하게 그 멀티가 파괴되면서 테란의 가스 채취는 두군데였다
게다가 본진 가스는 이미 고갈이다
탱크가 넥서스를 포격할 때 캐리어 4기가 저지를 하였어도
파괴에 성공했으면 상황을 알기 힘들었을지 몰라도
넥서스는 겨우겨우 살렸고 커맨드센터는 부숴졌다
테란의 지상병력이 좀 많았던지라
프로토스에게 또 질뻔한 상황이 한 번 더 왔지만
가까스로 걷어내자
나와 신비 그리고 우리 측 응원팀들은 절로 탄성을 질렀다
우리 둘은 서로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꼬옥 맞잡았다
그 후 테란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시작했다
프로토스는 무리하지 않고 오는것만 잘라내고 게릴라 방어대비와
멀티를 하나하나 잘 늘려나가
결국 테란은 GG를 치고 말았다
테란의 GG와 동시에 우리쪽 응원팀들은 다시 한번 더 소리를 질렀다
나와 신비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였다
그리고는 서로 괜히 쑥스러워했다
쑥스러워서 시선을 어디를 둬야할지 몰랐고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신비가 그 때 더욱 꼭 잡았다
아~ 기분 좋다 그냥 이렇게 영원히~ 음 영원히는 좀 그런가?
한 시간은 있었으면 좋겠다 낄낄
경기가 모두 끝나 우리는 빠져나와 저녁밥을 먹으러 식당에 왔다
“잠시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응”
자리를 잡고 메뉴를 고른 뒤에 신비는 화장실로 갔다
식당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다가 신비 자리에서의
핸드백 옆에 놓여진 돌돌 말려 고무밴드로 밴딩처리 된 플래카드가 보였다
“엥? 저것도 같이 가져왔네? 그냥 종이일 뿐인데..
아!.. 아냐 나에겐 창피의 종이인가 쳇”
머리를 긁적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플래카드를 집어 들어 말려진 것을 풀어봤다
‘ 김캐리 오빠 캐리어 사주세요 :D ’
으윽... 이걸 들고 있던 내가 방송 탔단 말이지!! 으악!!
머리를 마구 북북 긁고 있는데 플래카드 밑부분에
조그만글씨로 써져있는 문구도 보였다
‘나 많이 이기적인 건가봐...미안해’
“어?”
‘뭐지..? 이 문구는? 캐리어 사달라는 말이 그렇게 이기적인 말인가..?’
그 때 신비가 오자 나는 플래카드를 펼쳐들며 물어봤다
“이거 왜 챙겨왔어? 안 버리고..?”
“버리긴.. 기념으로 가져왔지..”
“이런 종이가 무슨... 어쨌든 나 오늘 너무 창피 당했단 말야!!”
“히히”
“쳇! 웃음으로 때우려 하다니...그리고 밑에 이건 뭐야?
뭐가 이기적이야? 캐리어 사달라는 게?”
“아..응.. 히히. 오늘은 이상하게 많이 피곤하네 헤헤 너무 열심히 응원했나봐”
“밥 먹고 집에 가려고..?”
“응..”
“조금만 더 놀다 헤어지면 좋을텐데~ 우리 만난지도 얼마 안 됐는데..!”
“그냥..피곤하네..! 에헤헤”
“알았어..그럼 나중에 너희집까지 데려다 주고 갈게”
“아니야 아니야! 됐어~ 괜찮어~!!”
“나... 여자친구 생기면 집까지 한번 데려다 주고 싶었단 말야~”
“아니야... 됐어.. 고마워 히히.. 나 지금 피곤해서
그냥 혼자 조용히 집까지 가고 싶어서 그래... 난 피곤할 땐
혼자 있는 게 더 편해서 말야.. 너도 피곤할텐데 그냥
집으로 곧장 가~ 알았쥐?”
“으...으....응....”
밥을 다 먹고 나온 우리는 가는 길은 같았지만 신비가 내려야 할 역이 먼저라
신비가 먼저 내리고 나는 그대로 안 내리고 가기로 했다
둘 다 조금 피곤했는지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었다
신비가 내릴 역이 다가오자 신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가~ 담에 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니까 갑자기 신비가 나를 불렀다
“한진아!”
“어? 어..? 왜?”
뭐지...? 무슨 얘기를 갑자기 하려 하기에 눈빛이 조금 이상해 보이는걸까?
“고마웠어”
“하하... 고맙기는... 잘 못 해줘서 미안해.. 담에 더 잘 해줄게”
싱긋 웃으며 대답을 해줬다
난 또 뭐라고... 그런데 전철이 정지하고 문이 열리면서
전철에서 내리는 그녀를 끝까지 지켜봤는데
왜 자꾸만 눈빛이 안 좋아 보이는걸까...?
지금 이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전혀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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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한진이랑 명호가 나에게 달라붙어 신비도 '대충 캐릭터모드'로 그려달라고 막 매달리다 실패했지만
결국 나도 모르게 신비는 대충캐릭터 모드로 그려보게 되는...
그리고 이건 급하게 스물 한번째 이야기에 삽화로 이제서야 막 추가 시킨 이미지입니다
공원에서 우는 신비입니다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3-16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