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불멸의 게이머,
프롤로그 -- 사기 스킬 <미러이미지>를 격파하라! (3)
“그...그건?!”
아마트라와 건호는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아나이스의 말이 끝난 상태였다.
순간 침묵이 흘렀다. 먼저 아마트라가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서 왠지 추궁하듯이 아니 최대한 추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아나이스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
아나이스는 미안해하며 아니 애써 미안해하지 않으려하며 말했다.
“그냥……. 생각이 났어.”
“그런가?”
아마트라는 갑자기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엔 고개를 돌려 건호는 바라보았다.
“건호 어떻게 생각해?”
건호는 난감한 얼굴이 되어서 말을 하지 못했다.
“그... 글세.”
라고 말하며 건호는 표정을 관리하며 자리에 앉았다.
사실 아나이스가 말한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면 일행들이 더 걱정할까봐 차마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런 건호의 노력은 부질없었다.
“건호, 표정이 안 좋군.”
“건호야 역시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던 거야?”
“아니야, 확실히 방해가 된 거지?”
건호의 표정을 살핀 아마트라 아나이스가 번갈아 말했다.
건호는 표정관리를 포기하고 블리츠란 맵을 살펴보면서 생각했다.
2인용맵 비대칭성은 전혀 없다. 마치 완전한 거울과 같은 맵,
바로 이 맵에서 어떻게 <미러 이미지>를 격파할 수 있단 말인가?
건호는 다시 한 번 <미러이미지>에 대해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엔 2인용맵이 아닐지라도 4인용맵에서 엄청난 대칭성이 드러난다.
로스트템플과 같은 스타일의 비대칭성 맵은 사실 몇 개 없다.
1경기에 사용된 파이썬 역시 2인용맵은 아니지만 역시 대칭성 강한 맵이었던 것이다.
현재 건호는 그저 운이 좋아서 로스트템플에서 한경기를 주어갈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한가지뿐이다.
‘다음 기회?’
진지하게 건호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지금 이 대회가 인간 건호에게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대회 참가를 위한 최초의 조던을 모을 수 있었고
그것은 몇 번의 목숨을 건 대결을 통해서 매우 운이 좋아서 취득한 면이 없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다음대회까지 참가비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순전히 미지수였다.
이번처럼 아마트라와 같은 후원자의 지원을 통해서 말이다.
아니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난무하는 헬게이트 시티에서 최하층의 노예가 되어
무한 고통 속에 죽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게
어쩌면 건호라는 인간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아마트라도 동시에 건호에 대해서 생각했다.
인간 건호의 가치는 게임 이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트라는 아무런 스킬도 가지지 않는 퓨어휴먼의 계속되는 선전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선통과조차도 거의 불가능한 시점이 된다면
아마트라는 건호의 이용가치가 없어진다고 생각했다.
아마트라에게 있어 건호에게 뭔가 뽑아낼 수 있을 때에만 동료이며 그것이 사라졌을 땐
단순한 재물에 불과했다.
그때 아마트라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마트라는 군더더기 없는 목소리로 통화를 주고 받았다.
“예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게임에 집중하고 파해법을 구상해야할 건호지만,
아마트라의 통화내용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마트라는 통화를 하며 몇 번 말을 주고받고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맺었다.
“걱정마세요. 예외는 없습니다.”
통화 종료버튼을 누른 아마트라는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건호, 아마트라, 아나이스 3인에겐 이제 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침묵이 흘렀다.
아마트라가 그런 어색한 침묵을 깨며 말했다.
“걱정마라 건호. 우리 조직은 언제나 룰대로 처리한다.
지금 너에게 어떤 불필요한 정신적 신체적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
언제나 감정이 없고 차가운 말투지만,
건호는 다시금 느꼈다.
인간인 자신과 악마인 아마트라는 결코 동료나 친구 따위는 될 수 없음을...
“오늘 결과가 계획과 벗어난 경우만 빼고 말이다.”
아마트라의 얘기가 그렇게 끝났을 때
건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어울리지 않게 침묵을 지키고 있던 아나이스가 입을 열었다.
“거... 건호야”
지금까지 그런저런 팀웍으로 오늘 예선을 치른 건호 일행은 지금
완전한 악마와 완전한 인간, 그리고 인간과 악마의 중간 즘에 놓여 있는 3명의 입장이 확실하게 구분되었다.
아나이스는 분위기를 다시 환기시키고 싶었다.
“분위기가 왜들 그래? 게임은 끝난 것도 아니고 진다는 것도 아니잖아”
건호도 침묵을 깨고 말했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게.”
건호는 고개를 돌려 일행에서 이탈했다.
건호가 총총히 아마트라와 아나이스의 틈에서 사라지자.
아마트라가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가서 감시해. 도망칠지도 모른다.”
아나이스는 아마트라의 말에 크게 반발하는 표정이다가
이내 체념한 듯한 얼굴로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하급주제에 퓨어라고 나한테 함부로 명령하지 마. 그리고.”
아마트라와 아나이스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아나이스는 하던 말을 끝냈다.
“저 녀석은 내거야.”
아나이스는 자신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보이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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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안개가 지독했다.
이미 화장실 안의 공간을 다른 것으로 탈바꿈 시킨 상태였다.
검은 코트의 사내의 능력은 그 정도로 대단했다.
짙은 안개로 검은 코트의 사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리플렉션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검은 코트의 사내는 천천히 말했다.
“악마는 항상 인간에게 승리한다. 그래서 악마는 방심을 하게 되지.”
리플렉션은 조용히 그 사내의 말을 경청했다.
사내는 여전히 느린 말투로 문장을 연결했다.
“소망으로 똘똘 뭉친 그 꼬마의 집념은 어떤 방심을 놓치지 않았다.”
리플렉션은 표정의 변화도 보여주지 않았고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손을 들어 벽의 거울에 가져갔다.
‘쨍그랑’
리플렉션이 물리적 타격을 가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울은 순식간에 금이 가는가 싶더니 깨져버렸다.
그리고 나서 리플렉션은 말문을 열었다.
“유치하군. 전대회 우승자라는 녀석이 정탐이나 하고”
이번엔 검은 코트의 사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의 안면근육이 그가 소리 없이 웃고 있다는 사실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조언을 하나 하지. 넌 네 기술을 빨리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안개가 더 짙어지는가 싶더니 곧 완전히 안개가 사라졌다.
다시 화장실이라는 평범한 공간으로 회귀되었다.
검은 코트의 사내도 사라졌다. 리플렉션은 아주 작은 소리 말했다.
“허세부리긴.”
리플렉션은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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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화장실에서 빠져나오던 리플렉션과 순간 부딪힐 뻔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잠깐 눈빛만 교환한 체 각자의 방향대로 걸어갔다.
건호는 특별히 생리적인 요구로 화장실을 찾은 건 아니다.
단지 차분하게 분위기를 쇄신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화장실에 들어서자
그곳도 뭔가 차분한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거울이 깨져있다.’
세면대 앞의 거울이 보기 좋게 깨져 있었다.
오랜만에 거울이 깨져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건호는 문뜩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거울은’
거울, 거울은 거울안의 세계와 이쪽 세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두 개의 세계를 서로 보여주고 그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그러나 사실 거울은 두 개의 세계를 철저히 단절시키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절대로 닿을 수 없다. 거울이라는 경계를 통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으려 한다면 바로 이렇게...
‘깨진다...’
건호의 생각이 거기에 미쳤을 때,
그는 돌아서서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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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가 갑자기 달리는 모습을 보고 아나이스는 건호가 정말 도망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무사하게 예선장 게임석으로 귀환하자 안도의 한숨을 몰래 내쉬었다.
아나이스 역시 형편이 좋진 못했지만 잠시 매점에 들러 음료수 하나를 샀다.
그리고 게임석에서 다시 리플레이를 검토하며 게임준비를 하는 건호에게 그것을 건넸다.
“건호, 화장실에서 귀신이라도 나온 거야? 이 어린 녀석.”
그러나 건호는 그 말에 대한 대답대신 아마트라에게 물었다.
“동일명령을 내리는 <미러이미지>의 시차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해?”
아마트라는 이런 모습을 자주 경험했다.
건호가 뭔가 진지하게 묻고 정보를 요구한다는 것 그것은 뭔가 힌트를 얻었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0.2초 정도다.”
건호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트라에게 다시 말했다.
“이번에도 틀리다면 아마 지게 될 거야.
건호는 시선을 돌려 모니터로 고정시켰다.
아마트라는 그 말에 어떤 동요도 하지 않았지만 아나이스는 뭔가 불안해졌다.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기에 건호는 0.2초를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같은 시간 건호는 속으로 생각했다.
‘기회는 그 0.2초 안에 있다.’
건호는 아나이스가 내민 음료수는 거들떠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맵을 검토하고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다.
아나이스는 조금 화가 났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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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경기 맵은 블리츠
임건호 11시 테란 리플렉션 1시 테란
일반적으로 완벽한 좌우대칭 2인용맵이라고 할지라도 일꾼이 나오는 위치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미네랄 배치로도 자원량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또한 게임이 시작했을 때 일꾼이 배치된 미묘한 위치도 역시 자원채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맵에서는 그런 자원적 유불리는 없다.
맵제작자인 상급악마 라데온이 모든 공식맵에 마법을 걸어 맵의 유불리를 모두 없애버린 것이다.
또한 게임 자체에 존재하는 시야 사거리의 유불리에도 신경을 썼다.
건호는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전에 사용하던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건호는 마차 1째 판과 같이 노배럭 트리플 커맨드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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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0 채우기인가?’
아나이스는 건호의 시도가 왠지 첫 번째 파이선에서의 게임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건호는 노배럭 트리플 커맨드 후
또다시 커맨드를 추가하여 블리츠에서 한쪽이 가져갈 수 있는 대부분의 자원을 가져갔다.
그리고 건호는 그 자원을 통해서 계속해서 똑같은 건물만 짓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서플라이 디팟이었다. 건호는 계속해서 맵에 서플라이 디팟을 여기저기에 짓기 시작했다.
<미러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는 리플렉션 역시 똑같았다.
따라서 맵에는 총 8개의 커맨드 센터와 계속해서 늘어나는 서플라이만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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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비기기 작전인가?’
리플렉션은 이번에야 말로 정말 건호의 전략을 알 수 없었다.
커맨드가 4개이므로 서플라이의 숫자는 20개만 짓는다면 200을 채우는 것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서플라이는 30개를 넘고 있었다.
그리고 서플라이를 짓는 모습에도 별다른 심시티의 고민도 없이 그냥 손가는대로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진심으로 리플렉션은 Pause를 누르고 대회 운영진을 호출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대회 우승자 ‘히로스’의 조언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포기한 사람의 게임치고는 너무나 열심히 서플라이를 이곳저곳에 꼼꼼하게 깔고 있었다.
리플렉션은 자신의 스킬로서 상대를 누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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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는 정찰을 통해서 리플렉션이 <미러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따라서 양쪽의 일꾼은 맵의 대부분의 자리에 서플라이를 지었음을 확인했다.
이제 승부를 걸 때라고 생각했다. 건호는 드디어 본진에서 배럭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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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
건호가 배럭스를 올리자. 옵저버룸에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오랫동안 지속된 서플라이 늘리기가 이제 끝났다는 증거였다.
옵저버룸에는 어느덧 아나이스와 아마트라 외에도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먼저 게임을 끝낸 사람들. 그리고 다른 조직의 조직원들... 이미 본선을 돌파한 사람들. 등등... 그들은 이 경기를 주목하고 있었다.
건호는 배럭스를 완성하자. 그것을 띄워 리플렉션의 본진으로 날렸다.
‘배럭 날리기는 의미 없는데’
아마트라는 생각했다. 리플렉션의 배럭도 정확한 타이밍에 떠올랐고 날아갔다.
각각의 배럭스는 서로의 본진을 향해 날아갔다.
건호는 배럭스가 제대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배럭스를 지은 자리에서 조금 이동하여 팩토리를 짓기 시작했다.
건호와 리플렉션의 배럭스는 맵의 중앙인 섬에서 한 개의 배럭스처럼 교차하더니 상대의 본진 위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날아간 배럭스는 상대의 본진 위에 그냥 떠 있을 뿐이었다. 배럭스는 침묵을 지키며 내릴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건호는 잠시 후 팩토리를 완성하자. 이번에도 아무런 유닛 생산 없이 팩토리를 띄웠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본진으로 날렸다.
건호는 팩토리가 날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엔 스타포트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진에서 남은 부분을 서플라이 디팟으로 모두 메우기 시작했다.
‘뭘 위한 건물 날리기야?’
아나이스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배럭 팩토리 짓고 띄워서 날렸다.
그렇다면 이번엔 스타포트도 짓고 띄워서 날릴 것인가?
‘기이이잉’
아나이스의 예상대로 건호는 스타포트를 띄워서 날렸다. 리플렉션도 같았다.
그렇다면 대체 공격유닛 생산은 어디에서 한단 말인가?
그리고 건호는 사이언스 퍼실리티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본진의 남는 부분은 모두 서플라이로 채워졌다.
이제는 본진에도 건물을 지을 자리는 아무 곳에도 없었다.
그리고 사이언스 퍼실리티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날리지 않네?’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사이언스 퍼실리티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에드온 건물이 붙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피직스랩이었다.
‘피직스랩?! 배틀크루져?’
그런데 대체 어디서? 생산한단 말인가?
그때 화면을 살펴보던 누군가 소리쳤다.
“스... 스타포트.... 섬에!!!”
서로의 본진을 향해서 얌전히 날아가던 2개의 스타포트는 맵의 중앙인 섬에서 서로 그림처럼 교차하고 있었다.
두 개의 스타포트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 포개진 모습.
이곳은 맵의 정확한 중앙이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소리를 쳤고
그 순간 두개의 스타포트 중에서
[한 개의] 스타포트가 섬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기이이잉’
맵의 중앙 섬에 내려앉은 스타포트는 그대로 에드온을 실행하고 있었다.
“하나만 내렸다!”
그것은 건호의 스타포트였다.
“어떻게 된 거지?”
그곳은 <미러이미지>의 급소였다.
리플렉션의 <미러이미지>는 맵의 대칭점을 찾아서 작동한다.
특히 블리츠라는 2인용맵 맵은 좌우가 완전한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아닌 곳이 있다. 도저히 대칭으로 작용할 수 없는 부분...
그것은 양쪽의 대칭이 만나는 곳. 곧 맵의 중앙이다.
거울은 양쪽의 세계를 복사하지만 거울자체가 존재하는 면은 복사될 수 없다.
이곳이 그렇다. 지금 건호가 내린 곳에 맵의 중앙 섬멀티는 128X128 맵의 (64,11)에 해당하는 좌표였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고지를 선점했다.
“스킬 성립요건이 깨졌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0.2초의 시차에 의한 것이었다.
먼저 건호가 L명령을 내리고 <미러이미지>도 L의 명령을 실행지만.
0.2초의 차이로 건호의 스타포트만
[중심]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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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럴 수가!’
리플렉션은 놀랐다. 완벽한 좌우대칭. 그러나 급소가 있었다.
마치 거울의 표면 같은 맵의 대칭이 깨지는 유일한 장소.
블리츠를 관통하는 맵의 중앙에서 센터는 건물건설 불가 타일로 덥혀 있었고 가운데 대륙은 미네랄로 막혀져 있었다.
그리하여 맵의 대칭이 깨지는 자리 중 건물이 지어지는 자리는 섬이 유일한 장소였던 것이다.
‘You can't land there.’
<미러이미지>는 에러경고를 보냈다. 리플렉션의 스타포트는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리플렉션은 당황했다.
이미 건호의 스타포트에는 에드온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건호가 이전부터 계속해서 상대의 본진으로 배럭이나 팩토리를 날릴 때부터 이 급소의 존재를 확인했어야했다.
완벽한 좌우대칭맵에서 대칭이 깨지는 유일한 곳.
그러나 이제야 리플렉션은 이 급소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시차가 거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시차.
0.2초의 긴 시차라면 분명히 먼저 한쪽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말 깔끔한 단한번의 클릭. 그것으로 승부가 난 것이다.
특히 맵의 대부분을 서플라이 디팟으로 꼼꼼하게 채워버린 지금 생산건물을 지을 곳도 많지 않았으므로
지금 건호에게 뺏긴 섬은 그만큼 중요한 곳이었다.
하지만 리플렉션은 가까운 곳에 스타포트가 내릴 수 있는 위치를 찾았다.
‘섬의 중앙 미네랄 한 칸 아래에도 자리가 있다!’
건호가 내린 것은 날림방지용 미네랄의 윗부분이었고 그 아랫부분에도 자리가 있었다.
거기에 자리를 잡는다면 자신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것을 의미했다.
바로 <미러이미지>의 해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아...’
리플렉션은 스스로 L명령을 내렸고. 그로서 <미러이미지>는 해제되었다.
잠시 후 건호의 배틀이 먼저 1기가 생산되었고 이어 잠시 후 리플렉션의 배틀도 1기가 나왔지만.
건호의 배틀이 야마토포를 사용하여 리플렉션의 배틀을 잡아 버렸다.
이윽고 건호는 리플렉션의 스타포트를 부수면서 동시에 본진의 커맨드 센터를 들고
추가 건설된 스타포트에서도 배틀을 확보. 리플렉션의 진영으로 공격을 했다.
리플렉션은 나름대로 반항을 했지만,
그야말로 역부족이었다.
Reflection :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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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예선 게임은 끝났다. 32강전은 나중에 한꺼번에 치러진다.
건호 일행은 오늘의 힘겨운 싸움을 끝내고 휴게실에 앉았다.
중간중간 우여곡절도 많았고 특히 마지막엔 팀웍도 깨질 위험이 있었다.
지친 건호와 역시 함께 신경을 집중하느라 녹초가 된 아마트라 아나이스 일행도 한동안 말없이 음료수를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여유가 생기자. 아마트라가 멋쩍게 말을 먼저 걸었다.
“모두들 너를 칭찬했다. 주목받기 시작했다.”
건호는 무덤덤한 표정에서 약간 누르러진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가?”
그리고 다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번엔 아나이스가 말문을 열었다.
“근데 건호야. 왜 그렇게 서플라이를 많이 지은거야?”
아까보다 좀 더 누그러진 얼굴로 건호가 대답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
건호는 차분히 설명했다. 일단 상대의 주위를 돌리고 전략이 무엇인지 헛갈리게 하고 싶었다는 점.
비기기 전략이라고 의심될 정도로 상대를 지루하게 한다는 점.
그리고 맵에 건물을 많이 지어서 생산건물을 지을 곳의 숫자를 줄이고 변수를 줄이고자 한 점.
그리고 시차가 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시차가 늘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차를 늘이고자 한 점. 등이었다.
그리고 아마트라가 부연했다.
“그러나 상대가 네 전략을 발견해도 미러이미지를 해제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어.”
하지만 건호가 역시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도 역시 운이 좋았어.”
맵에 따라서는 블리츠와 같이 섬멀티가 존재하지도 않고
좌우대칭이 되는 기준점에 아예 건물이 건설되지 않는 맵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블루스톰>과 같은 맵이 그러하다.
따라서 건호가 승리할 수 있는 것에는 블리츠란 맵도 일익을 담당한 것이었다.
“정말 강력한 상대였어.”
건호가 그렇게 말하고 음료수를 다시 마시려는데, 그때 리플렉션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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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렉션은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먼지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기본 이해도 없이 자신의 기술을 코딩했다는 점.
그리고 그 기술을 믿고 방심했다는 점. 그는 잔심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깨우치고 말았다.
자신은 보여주기 위한 허영심이 너무 강했고 그것이 그의 약한 점이었다.
보다 더 승부에 진지하게 임하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건호를 찾아왔다.
“임건호라고 했나?”
“응”
리플렉션은 물었다. 건호가 대답했다. 그리고 리플렉션은 다른 것을 질문했다.
“그토록 소원을 이루고 싶니?”
“응”
리플렉션은 존경심이 느껴지는 소년의 바램과 열정에 놀랐다.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우승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공중도시 카르마에 닿을 수 있다.
악마들에게 그런 것은 그저 보너스 같은 것이지만, 인간에겐 다르다.
인간은 소원을 이루고 싶어하며 이 지옥이라는 곳에서 그 소원은 더더욱 각별하다.
하지만 리플렉션은 악마답지 않게 이 대목에서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리플렉션은 진심으로 말했다.
“네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아.”
다소 무심한 얼굴로 음료수를 마시던 건호는 약간태도를 바꾸었다. 아내 정색하고 되물었다.
“내 소원이 뭔지 아는 거야?”
“모른다.”
“그런데 왜 내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지?”
“그건 네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리플렉션은 거짓말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며,
지금도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말해야한다.
더 이상 얘기할 자신이 없었다. 리플렉션은 진심으로 임건호라는 소년에게 측은함을 느끼게 되었다.
언젠가 이 작은 인간이 소원 앞에서 파멸할 모습이 상상되었다.
리플렉션은 돌아섰다.
그때 아나이스가 리플렉션을 제지했다.
“이봐, 나 아까 말한 수수께끼의 답을 알아.”
리플렉션은 놀랐다.
자신도 답을 모르는 자신의 문제에 답을 가져온 이가 있었다니?
리플렉션은 고개를 돌렸다.
“내가 생각하는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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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호 일행은 헬스테이션을 나왔다. 언제나 밤만 지속되는 헬게이트 시티의 하늘이건만,
정말 밤처럼 느껴지는 숙연함이 있었다. 하루가 너무 길었다.
그리고 아나이스는 투덜거렸다.
“아니 너희들은 왜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거야? 리플렉션도 인정했어.”
아마트라는 그런 아나이스의 투덜거림에 더 피곤해졌다. 쏘아 붙이듯 말했다.
“내가 보기엔 그 녀석도 정신이 나갔어.”
아나이스는 따져 물었다.
“인간이 거울을 보고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 이유....
그건 지금부터 화장을 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야!...
니가 인간 여자의 마음을 알아?!... 난 알아! 기억이 났다고.”
건호마저도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호는 리플렉션이 진심으로 원망스러웠다.
리플렉션도 거울에 비친 자신의 피부트러블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공포를 느꼈다’고 말하며
아나이스의 말에 맞장구를 쳤던 것이다.
정말 아나이스는 여자답다.
그런데 건호는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아나이스.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이 돌아왔다고?
기억을 포기하면서 악마가 되었다고 하지 않았어?”
건호의 느닷없는 질문을 받은 아나이스는 당황했다.
“아니 그러고 보니 기억이 확실히 난 건 아니고... 모르겠네.”
아나이스의 또다시 특유의 백치스러운 표정을 선보였다.
그러면 거기서 뭔가 논리적인 상황은 종료된 것이었다.
아무튼 건호는 그 얘기를 길게 하고 싶지는 않았고.
“아무튼 아까. 음료수 갖다 준거 고마워. 그리고 고맙다고 말도 못해서 미안.”
“어 알고 있었어?”
건호는 웃었다. 순간적으로 아나이스는 그런 건호가 매우 고맙게 느껴졌다.
악마인 아나이스가 분명히 등쳐먹기 위해서 인간 건호에게 들러붙어 있는 거지만,
이럴 때는 아나이스 자신도 그런 관계를 잊고 있었다.
그렇게 지옥의 도시인 헬게이트 시티는 하루가 저물었다.
내일도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가 계속될 것이다.
귀생을 통해서 이 세상에서 단 명의 친구를 얻고자하는
그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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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게이머 본편 예고
지옥에서 소원을 이루려는 소년
임건호
그가 지옥에 오게 된 사연은 무엇인가?
그의 소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상상하기도 힘든
수많은 악마의 스킬이 건호를 괴롭힌다.
사기스킬 <미러이미지>는 추후 재등장하며
위의 파해법이
모두 부정되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파해법을 만들어가야 한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5-08 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