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권 강호들이 1차전에서 저조한 경기력과 결과를 보이고, 아시아권 팀들의 분전에 타 지역권 팀들이 우왕좌왕할 때에만 하더라도, 20년 만에 16강에 다수의 아시아 팀들이 진출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보는 시선이 많았었고 저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차전을 거치어 각 조의 최종전인 3차전이 차차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결국 (2002년을 제외한) 여태까지의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올라갈 지역의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지역의 팀은 내려가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A조에선 수준 낮은 경기력을 보여주던 네덜란드가 결국 대회 직전의 예상대로 조 1위로 통과하게 되었고 C조에선 사우디아라비아에게 패하였던 아르헨티나가 나머지 두 경기에서 모두 승점 3점씩을 따내며 폴란드와 함께 16강에 진출하였습니다.
프랑스는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는 튀니지에게 패하는 이변의 당사자가 되었지만 로테이션을 돌렸음을 감안하였을 때 크게 이상한 결과는 아니었다고 보며, 어쨌거나 좋은 득실차를 앞세워 조 1위로 진출하게 되었지요.
이 과정에서, '진정한 홈팀' 또는 '사실상 개최국' 소리를 듣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좋은 경기력과 수비력을 보여주었음에도 폴란드전에서 좋은 찬스들을 마무리 짓는 데에 실패하여 패배하였던 게 발목을 잡아 결국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번의 월드컵 중 가장 좋은 조에 배정 받은 이란은 국내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며 탈락했고요.

남은 경기들에서도 아시아권 팀들이 놓인 상황은 영 좋지가 않습니다. 일본은 스페인, 한국은 포르투갈이라는, 각각 조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우면서도 우승 후보로도 꼽히는 팀들과의 경기가 남아 있습니다. 물론 일본은 1승이 있는 상황이라 한국보다는 진출 가능성이 높은 편이지만 스페인전에서 어느 정도 스쿼드와 전술이 다듬어진 모습을 보였던 독일이 코스타리카를 잡을 확률이 높은 탓에 마냥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득실차가 괜찮아서 3차전에서 무승부만 해낸다면 16강에 진출할 확률이 많이 높아질 것이고 저도 일본이라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제 생각에 대회 초반에 유럽권 팀들과 아시아권 팀들이 전력에 맞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던 건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였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마무리 지을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가 있기는 한 유럽권 팀들이 저조한 경기력에서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수의 찬스들을 그대로 골로 연결시켰다는 점이 결국 이러한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한국이 포르투갈을 잡아낼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이제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하는 것 외의 경우의 수는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황의조와 달리 유효 슈팅과 득점을 만들어 낼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 조규성과, 그 유효슛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사실상 혼자서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강인의 장점들이 가나전을 통해 충분히 돋보였기에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