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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1/19 19:39:19
Name 아케미
Subject 타임머신에 오를 수 있다면.
타임머신에 오를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겠어요?
저는 2000년, 초등학교 4학년 꼬마였던 저에게로 돌아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당장 TV를 켜라고, 그들의 모습을 보라고. 무언가를 느낄 때까지 한번 지켜보라고.
…나중에, 이렇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PgR 첫 글입니다. 강민 선수 홈페이지에는 글을 몇 남겼지만요.
원래 오늘 메가웹에 처음 다녀온 후기를 쓰려고 했지만, 재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해서 그건 그냥 묻어놓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처음 올리려고 벼른 글은 이거니까요^^
예, 위에서 짐작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늦깎이 팬입니다. 99년 PKO는 흥미로워서 보았었지만, 웬일인지 그 뒤로는 재미가 없더군요. 아무리 연습을 해봐도 늘지 않는 스타크 실력에(치트키를 썼으니 당연한 일이지만-_-), 이 게임을 '신포도'처럼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후 '임요환'이라는 이름이 계속 들려오고 게임리그가 발전해오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가끔 정말 볼 프로그램이 없다 싶으면 온게임넷을 틀어 보곤 했지만, 제 동생은 번번이 더 나은 채널;을 찾아내더군요.
그 당시 제 일기를 보시면(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어떻게 일기를 매일 쓸 수 있었는지) 어느 수준이었는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

1999. 11. 28. 일. <스타크래프트>
교회에 다녀와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했다.
얼마 전에 창우(동생;)한테 배운 이 스타크래프트는 테란, 포르토스(-_-;;), 저그가 있는데, 난 테란이 가장 좋다.
컴퓨터를 켜고 한참 게임에 빠져 있었다. 미네랄도 캐고, 가스도 나르고, 적이 오면 싸우고, 건물을 짓고, 병사도 만들고…….
그러다가 창우에게 넘겨주었다. 계속 하고 싶었는데…….

1999. 12. 10. 금. <텔레비전>
방금 '스타크래프트 최강전'이 끝났다.
케이블 TV인 38번 투니버스에서 주최하는 게임 최강전인데, 보통 스타크래프트가 많이 된다.
오늘은 8강을 했다. 두 번이나 했는데 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요즈음엔 게임만 잘해도 유명해진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정말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렇게 게임을 잘하면 최강전에 나오고 그걸 중계 방송하니까 말이다.
아빠께선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시지만 나와 창우는 너무 구별이 잘 된다.
그렇지만 게임만 하지 않고 공부와 피아노도 열심히 해야겠다.

네, 저랬었죠-_-;; 아무튼 프로게이머에 대한 생각은 아주 긍정적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하지만 천성이 게임치인지라, 결국 저의 스타크 생활은 1년도 안 돼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요.
2003년 여름, 그들이 갑자기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승부가 없는 치열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러면서도 왜인지 순수해 보이는 그들에 갑자기 빠져들었습니다.
…어느새, '팬'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정말 좋아한다고 자부심 가졌습니다.
그런데 어찌어찌해서 PgR21을 알게 되고 수많은 글을 읽으니, 전 많이 부족하더군요….
스타크에 대해서 이제 제대로 알아가는 참인데다, 선수들의 과거경력은 거의 모르고. 몇 년 전의 희미한 기억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
물론 늦깎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좋다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선수들의 '현재'를 직시할 수 있다는 거죠;; (근데 정말 장점일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더 일찍 이 세계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저만 이런 생각하는 건 아닐 테지요.
그래서 가끔은 존재할 수 없다는 타임머신을 꿈꾸어봅니다. 2000년으로 돌아가서 말해주고 싶습니다. 넌 분명히 스타크를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TV를 켜라고!
…그래도 지금 이렇게 푹 빠졌으면, 마음자리 반을 내주었으면, '팬'이라고 말해도 될까요? ^^

첫 글부터 너무 길고 두서도 없었네요. 죄송합니다.
스타크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늦깎이 팬들에게 파이팅을 외칩니다! (←뜬금없이)
그리고 PgR 여러분 모두 즐거운 저녁, 유쾌한 나날 보내시길 :)

덧/ Forever B… B…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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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노을
04/01/19 20:05
수정 아이콘
타임머신이라. 일단 고대 그리스로 가서 피타고라스와 아르키메데스를 비롯한 '아테네 학원' 학자들을 몰살시킬 겁니다-_-; 수학을 추방해야합니다ㅡㅡ 수학 없는 세상이라면, 문명도 포기할 수 있다는 심정;;
삐직스
04/01/19 20:08
수정 아이콘
우선 '덧'에 올인을 먼저 하구요..ㅠㅠ; 저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군요.
요즘따라 교복입은 모습이 어찌나 이뻐보이던지..
04/01/19 20:21
수정 아이콘
뭐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님께서 과거 게이머들의 발자취나 전적등을 알아보면 현 E-Sports의 성장과정의 중심에 서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아케미님은 어린 나이에 비해 글을 꽤 조리있게 쓰시네요^^ 마치 옛날의 저를 보는것 같다는...(-_-; ) (후다닥!!)
물빛노을
04/01/19 20:38
수정 아이콘
아케미라 하면, "최종병기 그녀"의 아케미입니까?^^;
아케미
04/01/19 21:33
수정 아이콘
물빛노을님//명탐정 코난의 미야노 아케미입니다^^;; 캐릭터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어감이 좋아서요.
MoreThanWords
04/01/19 22:40
수정 아이콘
저는 결승전에 선수들이 타는 그 타임머신을 말하는줄 알았다는-_-
안전제일
04/01/20 00:10
수정 아이콘
수학자들을 다 없애겠다라는 원대한 꿈보다는 피타고라스 한명이라도..ㅠ.ㅠ
뭐...좀더 원대한 꿈이 있다면 제 부모님을 결혼 못하게 하는 것정도..일듯 하군요.^^;
Zard가젤좋아
04/01/20 02:50
수정 아이콘
음 저의 원대한꿈은 지금의 테란실력을 고스란~히 갖고 중1때로 돌아가 스타 학교짱이 되는.. 그런꿈을.. 쿨럭;; 그때는 지금처럼 그렇게 스타를 못했죠 -_-;;
04/01/20 03:23
수정 아이콘
피타고라스와 아르키메데스가 없었더라도 누군가 수학을 "발명"했을겁니다. 다만 그랬다면 지금쯤 왕과 귀족을을 섬기면서 소끌고 농사짓고 있겠죠..^^;;
약골테란;;
04/01/26 15:16
수정 아이콘
저도 결승전의 타임머신인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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