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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4 22:22:32
Name The xian
Subject 기록이란 거. 남아 있기나 할까요.
세월이 흘러가면 남는 것은 '기록' 뿐이라고들 합니다.
기세는 쇠하기 마련이고, 인기는 있다가도 없으며, 시끄러움은 언젠가는 잦아들고, 끓었던 것은 언젠가는 식기 때문에. 그런 이유들로요.

'기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전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오더군요.

기록(記錄)
-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
- 운동 경기 따위에서 세운 성적이나 결과를 수치로 나타냄.

뭐 이런 뜻이 있습니다만 기록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단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바로 그것이지요. 이미 일어난 경기의 결과라든지 하는 것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절대 수정되거나 삭제되지 않고, 뒤집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기록'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여러 일들을 보며 과연 그 기록이라는 것이 이 판에서 제대로 남아 있기는 할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무슨 소리냐고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e스포츠의 태동기 시절처럼 기록이 소실되는 일은 엄연히 KeSPA가 기록을 정리하고 PGR의 몇몇 능력자분들도 기록을 남기고 있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e스포츠 자체의 정당성 확보 때문이건 소중한 기억들을 남기기 위해서이건 그렇게 다들 기록들을 보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을 왜 걱정하느냐고요.

그렇습니다. 문서화된 기록이야 없어질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과연 그런 게 남아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수 주 전부터 점점 과열되어 가는 게시판의 글들을 보면서 '기록'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에게 남겨진,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 업적과 위업, 그리고 사실들. 그게 과연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있기는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죠.


자신의 분풀이를 위해,
자신이 높이고자 하는 누구를 위해,
어쨌든 예전에 누구보다는, 지금의 경쟁자보다는 잘나 보여야 하겠기에.
자신이 깎아내리고자 하는 누가 잘 되는 모습을 보기가 싫어서,
지금은 그때보다 다들 잘하는 환경이라 예전 기록은 별 것 아니니까.

그런 이유들로.

'기록'이라는, 주관적 해석이 아무리 들어간다 한들 지워지지 않는 사실조차 자신이 편한 대로 훼손하고, 어떻게든 '약한 부분'을 찾아 물고 뜯고 찢어발겨 자신이 옹호하는 누군가가 아니라면 다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찍어 눌러야 직성이 풀리는 마음들로 눈이 벌개져 있는 이런 움직임.


사실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과거와 지금의 그것이 다르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과거에 기록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비틀고 물고 늘어졌던 작태에 비해 지금 이 상황이 뭐가 변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마음 속에 켜켜이 쌓였던 상처가 아물고 터지고 하다 보니 무뎌졌고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니 무덤덤해졌을 뿐 이런 일은 일년이 지나도. 이년이 지나도. 오년이 지나도. 거의 십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기록'이라는 것과 함께 그런 악랄한 마음들로 만들어 낸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왜곡되고 뒤틀린 조각들도 후대의 다른 이들에게 전해집니다. (어떤 것들은 기록을 가장하기도 하고요.)


세월이 지나 기록만이 남는 시기가 되었다 해도 그런 악랄한 것들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같은 기록이라 해도 최근의 기록들이 더욱 와닿고 기억에 남기 쉽다는 이유로, 최근의 것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는 이유로, 그런 다분히 주관적인 이유로 과거의 기억은 그저 시대를 착오한 향수가 되고 과거의 기록은 경시됩니다. 최근에 수없이 게시판을 시끄럽게 만든 어떤 움직임들처럼 말이죠.

어떤 이들은 그런 것을 경쟁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런 것을 시대나 패러다임이 전대에서 후대로 계승되고 넘어가는 과정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기록'이라는 최소한의 것조차 인정하지 않는 경쟁과 시대의 계승이라는 것이, 그런 게 있기나 한지 의문이고, 설령 있다 한들 그게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 대단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이란 거. 남아 있기나 할까요. '있는 그대로' 기록을 인정하는 것조차 죽기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이 환경과 이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죠.
그리고 그런 환경과 그런 사람들 속에서 기록을 말하고, 인정해 달라고 이야기한들 과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판에 대한 저의 관심이 저를 위해 필요한 것이고, 그럴 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유지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미련이라면 접어야겠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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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24 22:35
수정 아이콘
제가 응원하는 선수의 기록을
누군가가 훼손시키며 폄하한다고 해도

그 기록이 사라지는건 아니니깐.
그리고 그 기록을 세우던 모습, 그 모습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동이 아직 제 마음속에 흔들림없이 굳게 남아있으니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누가 뭐라한들, 훼손을 시킨들, 폄하를 하든, 물어뜯든 상관없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일뿐이니깐요.
10/01/24 22:37
수정 아이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겪을 수밖에 없는 수순인 거 같습니다.

그 시대를 몸소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껏해야 텍스트로 남아있는 기록에서 느껴지는 것 밖엔 알 수 없을 것이고,
해당 방면의 여러 고수 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바로잡히는 면도 있겠고, 아니면 후발세력(?)에 의해 입맛대로 바뀌는 수도 있겠지요.

스타판은 그나마 그 간극이 적어서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아직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형머스마현
10/01/24 22:57
수정 아이콘
저도 아쉽습니다 ... 항상 우승이 가장 적은 본좌로 기록되는 임선수 ...

많은 대회에서의 우승이 있었을 텐데 ... 방송사의 농간인지는 몰라도 ... 이제는 메이저로 인정 받는 대회는 2개 뿐이고 나머지는

메이저가 아니라는 주장에 ... 우승 3회 ... 준우승 4회의 기록 밖에 존재 하질 않네요 ...
王天君
10/01/24 23:23
수정 아이콘
왜 이 좋은 글에 추천이 없는지 의아합니다...
루크레티아
10/01/25 01:03
수정 아이콘
프로인 이상 커리어는 그 선수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확실히 포스를 커리어의 위에 놓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을 보면 이 판이 아직 프로화로 완벽하게 정착된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비형머스마현님// 임요환 선수는 정말 유일하게 모든 커리어의 위에 위치하는 선수라고 할 수 있겠죠. 야구로 따지자면 메이저 리그의 새첼 페이지 정도겠네요.
영웅의물량
10/01/25 07:53
수정 아이콘
당시에 메이져급으로 권위를 인정받던 대회들도
이제와서는 싸그리 무시하고 양방송사만 따지죠-_-

어젠 보니까 마재윤 선수 패배 후에 mbc게임 우승경력을 무시하고
역시 로열로더 & 1회 우승자의 한계라며 조롱하는 댓글도 봤고요.

임요환 선수의 게임큐나 이윤열의 겜티비,프리미어리그
박성준의 프리미어리그, iTV랭킹전 등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도
무시당한 기록을 더 갖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록이 영원하다고 하나 시간이 갈수록 팬들이 발벗고 나서서 이런저런 기준을 마련하고
기록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스포츠(?)는 e스포츠 판이 유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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