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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20 01:49
비교적 소형의 흑곰에게 사냥당하는 사슴이군요. 이번엔 초식동물들의 반항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흔히 처음 동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는 역시 누가누가 제일 세나겠지요. 거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끼실 겁니다. 코끼리, 하마, 코뿔소.. 그 뒤에야 백수의 제왕이라느니 하면서 사자 호랑이 등 육식동물이 줄지어 나오지요. 어라? 상위 빅 3를 모두 차지한 게 초식동물 아니야? 라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실 때도 있었겠지요. 뭐 호랑이를 밟아죽이고 지나가는 지상 최강의 들소 사라당이라던가, 표범을 찢어죽이는 실버백 마운틴고릴라들을 포함해서 수없는 강자들이 있지만, 사진이 사진이니만큼 , 오늘은 곰 vs 사슴으로 한정지어볼까요. 지상 최대의 곰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북극곰 혹은 알래스카 갈색곰을 꼽습니다. 둘 다 600킬로그램 이상을 자랑하는 덩치들이죠. 이 녀석들 중 일단 툰드라의 강자 북극곰은 제외해 봅시다. 이 녀석이 만나는 사슴이야 캐리부 떼들인데, 무리이동하는 캐리부들을 상대로 1대 1 교전기록을 찾기란 힘들기 때문이죠. 사실 체구에서도 알래스카 갈색곰에게 아주 약간 밀립니다. 그렇다면 8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지상 최대의 곰, 알래스카 갈색곰은 어떨까요. 공교롭게도 알래스카 갈색곰의 주무대인 타이가에는 마침 사슴의 제왕, 무스가 서식합니다. 말코손바닥어쩌고 하는 긴 이름으로 불리우는데, 갈라진 주걱 모양의 거대한 뿔을 가진 녀석이죠. 어깨높이 2-3미터, 최대 800킬로그램까지 성장하는 지상 최강의 사슴입니다. 서식지역이 겹치는 이 둘이 사이가 좋을 리는 없겠지요? 갈색곰과 무스의 대결은 종종 일어납니다. 물론 완전히 성장한 수컷 곰이 아니라면 무스를 건드리려 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보다 훨씬 크니까요. 젊고 경험없는 곰들은 무스를 사냥하려다 되려 호되게 당하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지요. 성장한 수컷 곰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둘의 대결에서 곰은 근소한 차로 우위에 서고 있지만, 그것은 병들고 늙거나 어린 무스들을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성장한 무스가 곰에게 사냥당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싸울까요? 잠시 본문의 사진을 보시면, 사슴이 뒷발로 일어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와피치 류의 특징적인 공격자세입니다. 800킬로그램의 무게가 실린 앞발을 쳐들어 내리찍죠. 어떤 맹수의 두개골이건 한방에 박살내 버리는 무서운 일격입니다. 기린 역시 이런 내리찍기 공격을 매우 애용하지요. 실제로 대부분의 영상들에서 오히려 뿔보다는 이런 체중을 실은 내리찍기 공격이 자주 보이며, 이런 공격을 맞아 두개골이 깨져 즉사하거나, 어깨뼈가 으스러져 도망치다 다른 곰에게 잡아먹힌 곰의 기록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북미 전역에 서식하는 곰과 무스의 대결은 자주 일어나고, 대부분 먹이가 된 무스의 모습이 보이기에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사슴은 곰의 먹이 정도로 전락해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싸움에서 무스들이 승리를 거두고, 곰이 포기하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대부분의 대형 초식동물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기껏 이긴다 해도 부상을 입을 경우 야생에서의 부상은 곧 다른 포식자들에 의한 도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육식동물은 젊고 건강한 대형 초식동물을 섣불리 공격하지 않지요. 뭐 배가 불러도 살육 자체를 즐기는 오셀롯 같은 특이 케이스도 있습니다만...
09/01/20 04:36
사슴이 아니라 무스군요.
무스라고 하니깐 저번에 누나와 산책을 하다가 무스를 만난 소년이 도발 스킬을 이용해 무스의 어그로를 먹은 후 누나가 도망간 걸 확인한 후 죽척을 사용해 살아났다는 뉴스가 생각나네요.
09/01/20 08:46
판님의 글은 해박한 지식도 지식이지만 읽는 재미가 있어 더 인기가 좋은 것 같네요.
마치 네이버의 강태공글을 보는 느낌?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09/01/20 08:50
앗 !! 캥거루가 아니고 사슴이었군요 !!!
판님 울집 규선이는 제가 퇴근하고 집에오면 머리를 막 쿵쿵소리가 나게 모서리 같은데다가 박는데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반가워서 그런것 같기는 한데, 고양이들은 원래 그러건가요 ?
09/01/20 10:54
저 어릴 적 미국 옐로스톤 갔을 때 무스는 아니고 버팔로(들소)근처에서 찍은 사진이 아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꽤나 위험하고 몰상식한 행동이었다고 하더라구요 -_-; 사람을 아무나 막 공격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렇게 가까이가서 사진을 찍는건 위험한 행동이었다고 후에 사람들이 그러던데요. 그나저나 판님의 해박한 지식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정말 무슨 나레이션이 들리는 거 같아요.
09/01/20 11:10
앗 밤새 많은 댓글들을 달아주셨군요! 유게 댓글을 자꾸 산으로 보내 죄송합니다 ㅠㅠ
일단 저는 그저 디스커버리 채널과 수렵서적을 사랑하는 비전공자에 불과한지라...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토막토막 풀어내기에 적합한 댓글을 선호하게 되는군요. 언젠가 재미있는 주제가 떠오르면 자게에 써보려는 마음은 항상 먹고 있습니다. 사실 유치원 졸업선물로 받은(저는 유치원을 2년 다녔습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버려졌다고나 할까...ㅡㅜ) 파브르 곤충기와 시튼 동물기를 읽고 나서부터 EBS다큐멘터리 - 방송 3사 특집 다큐 -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 내셔널 지오그래픽 - 케이블 개국후 디스커버리 코스를 거쳐온 평범한 동호인이죠. 그마저도 TV를 없앤 이후부터는 삽도 서적들로 때우게 되더군요. 대학교의 도서관에 미디어 라이브러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랄까...(학부생 분들은 도서관을 애용해 보세요. 아무도 빌려가지 않는 동물생태학 섹터의 책들 중에 의외로 다양한 정보가 숨어 있답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컬러삽도로 도배된 책일수록 알맹이는 적다는 거~ 활자 빽빽한 책들이나 사진이 부실한 수렵서적들이 오히려 행동양태를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결국은 비전공자로서의 얕은 지식일 뿐입니다. 사실 분류학이나 동물행동학을 전공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지식들은 몇몇 특정 인기동물들에게 집중되어 있기 마련이고, 그나마 기록이 풍부한 수렵방식, 먹이의 종류, 출산 및 공동생활의 형태 정도에 그치지요. 다큐멘터리 팀들이 가져온 자료들도 사실 제작비 빵빵한 특수상황이 아닌 경우 대부분 현지 가이드들이 이미 개척해놓은 코스를 따라 도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란 일반인 입장에서 쉽지 않더군요. 대학원 도서관을 검색해 보아도 마찬가집니다. 사실 실용학문으로서의 연구가치가 크지 않거나 연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지, 분자생물학 논문이 다수이고 순수 생태학적 논문은 찾아보기 힘들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댓글란을 채우려 노력해볼 테니, 동물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_+ 동물원들 돈 좀 벌어서 희귀동물들 팍팍 사오게 말입니다. 하하.(개인적으로 자이언트판다를 못 보게 된 게 너무나 아쉬운 사람으로서 ㅠㅠ 물론 이건 정치적 이유가 더 크지만요) 밀로비님//아닙니다 ㅠㅠ 하지만 역시 짝짓기와 혼인제도야말로 행동생태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이긴 하죠. 인간 역시 동물인지라 같은 맥락에서 분석하는 책들도 많구요. 원시민족일수록 성교 시간이 짧은 이유라던가, 그 부족이 먹는 고기의 양과 여성의 지위는 반비례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들 말이지요. RedOrangeYellowGreen님// 케이프 버팔로(아프리카 물소)였다면 정말 목숨을 건 행동이셨을 수도 덜덜덜... 물론 미국의 들소들은 온순한 편이죠. 물소들이야말로 최악의 맹수 중 하나입니다. 무스 역시 순한 사슴만은 아닙니다. 국내에도 엘크사슴 농장이 몇 개 있는 걸로 아는데, 발정기의 엘크에 받혀 사람이 사망한 케이스도 기사화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사진 찍는 건 어떤 동물 옆에서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익히 아시는 바대로, 대부분의 야생동물들은 금속음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총의 안전장치를 푸는 소리, 사진기의 찰칵찰칵 소리 같은 것들 말이지요. 그리고 이런 음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동물 중 대표적인 녀석이 바로 물소나 코뿔소죠. 소리가 난 곳으로 무턱대고 풀스피드 돌진합니다.
09/01/20 11:17
판님//
그렇군요~ 지금도 어리지만 그 땐 더 어릴 때라 뭣도 몰랐죠 뭐 ^^; (나중에 들어보니 무스나 버팔로가 있을 땐 차에서 내리지 않는게 좋다고 하던데. -_-;) 그 사진 아직도 앨범에 있는데 이따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판님은 스스로 비전공자의 얕은 지식이라고 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너무 재밌는 다큐멘터리를 댓글로 보는거 같습니다.
09/01/20 11:41
판님// 왠만한 전공자도 판님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겁니다 -_-)a 제 친구녀석은 이제 수의대 본과 3학년인데...판님 따라가려면 멀었죠
kama님// 그나저나...역시 키퍼는 유닛인듯. 유닛주제에 알타에서 나오고 인벤도 여섯개나 가지고 있는...
09/01/20 11:41
요샌 생물학도
행동,생태학적으로 가는 것보단 분자생물학, 생명공학쪽으로 가기때문에 판님의 해박한 지식은 정말 놀랍습니다.
09/01/20 14:31
판님// 고릴라와 피터지게 싸우면서 서로 죽이는것은 운표아닌가요? 얼마전까진 표범으로 알고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표범보다 작은듯해서요
09/01/20 14:44
yellinoe님// 고릴라는 아프리카에서 표범과 피터지는 싸움을 벌입니다. 표범은 어린 고릴라나 병든 고릴라를 기습하여 단숨에 물어죽이고,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는 표범을 잡아서 바위에 던져 죽이거나, 강인한 두 팔로 찢어서 죽이곤 하지요. 운표는 고양이과의 동물이긴 합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표범의 아종으로 보긴 힘든 독립적인 종입니다. 이 녀석들은 워낙 희귀동물이고 동남아시아 지역에 서식하기 때문에 고릴라와는 마주칠 일이 없지요. 운표는 설표만큼 아름답지는 않지만(저도 이 두 녀석이 항상 헷갈리곤 합니다. 이름이 비슷한 뉘앙스라) 고양이과 동물의 시조 중 검치호 계열이 멸종되지 않았다는 가장 유력한 증거로 손꼽히는 녀석이죠. 몸에 비해 엄청나게 긴 송곳니와 자신이 사냥하지 않은 먹이를 먹지 않는 습관 등이 녀석을 신비로운 검치호의 직계후손으로 추정하게 만드는 요인이겠지요. 물론 아이러니컬하게도 거대한 사벨 타이거와 달리 현생의 운표는 20-30킬로그램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09/01/20 16:22
덕분에 검색까지 하게 해주시네요. 재미있게 이야기 해주셔서..
설표 운표 검색하다가 재규어와 표범 무늬가 비슷하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저는 쇼트 페이스 불곰, 스밀로돈, 아메리카 사자, 글립토돈 같은 멸종된 동물에 관심이 가네요..
09/01/20 21:17
동물상식이 늘 주렁주렁 많이 달려서 보는재미 감사합니다.
ruin님// 재규어와 표범은 무늬가 다르지 않나요? 하나는 둥그런 무늬 안에 점이 있고, 하나는 없고... 거기에 점박이 치타까지 껴서 구분 가능한걸로 알고 있는데..
09/01/20 21:18
예전 미겔의 상어박사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물론 판님은 그사람만큼 억지를 부리지 않는 다는 점에서 좋아합니다
알래스카 갈색곰이 코디악베어를 말하는거죠 그런데 말코손바닥사슴( 왜? 이런 이름이..)이 그렇게 거대할줄이야 실제로 한번 보고 싶네요 사라당? 왠만한 동물 포유류는 이름은 알고 이미지까지 매치되나 사라당? 얘는 처음이네요 검색해봐야죠 암튼 감사
09/01/21 01:51
음 페이지가 넘어갔으니 부담없이 댓글을 더 달아볼까요. 얍.
Minkypapa님// 맞습니다. 크기만으로 구별하기 힘들 때는 무늬를 보시는 게 빠르지요. 정리해주신 대로 재규어는 좀 크고 화려한 꽃무늬 가운데에 검은 점이 있고, 표범은 소박한 매화무늬에 가운데가 비어 있지요. 치타는 그냥 땡땡이무늬~ 덤으로 운표는 그물무늬에 가까운 아주 커다란 꽃무늬..입니다면 사실 운표는 몸길이만한 긴 꼬리로, 설표는 하얗고 조그만 아름다운 표범무늬 고양이. 로 구별하시면 편합니다. 재수니님// 말코손바닥사슴이라고 불리우는 이유는 그 거대하고 늘어진 코와, 손바닥 내지 주걱 모양으로 갈라진 거대한 뿔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겁니다. 엘크라고도 불리우죠. 엘크사슴은 국내에 농장을 차린 분도 있다고 들었으니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사라당은 인도의 가우르 들소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일족인 반탱이나 가우르 특유의 흰 양말무늬가 좀 다르지요. 유일하게 축화를 거부한 야생 들소 중에서도 최대 최강의 맹수지요. 동남아 산림지대의 폭군입니다. 모십사님// 사실 말 그대로 댓글인지라 원문과 떼어놓으면 맥락도 오락가락하고 의미가 산만한 글이 되어버릴 겁니다. 언젠가 주제를 잡아 자게에 글을 투척해 보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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