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07/10 23:19:51
Name becker
Subject 스타리그, 낭만을 증명하다.
분명히 그랬다. 허영무의 다크템플러 견제를 전에도 확실히 본적이 있었다. 근데 그것은 김택용이 마재윤을 리버스 템플에서 찢어버리던 모습은 아니였다. 오영종이 알포인트에서 홍진호를 썰고 다닐때도, 그리고 수 많았던 프로리그의 경기에서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수많은 다크템플러로 전세를 역전하는 경기를 지켜봤지만서도(심지어 허영무 본인이 그런 적이 있었을지라도), 내가 본 허영무의 다크 견제는 그들의 느낌과는 약간은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허영무의 다크에 익숙함을 느낀, 그 묘한 느낌의 근원을 찾는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허영무의 견제를 어떤 확실한 데자뷰라고 느끼는것은, 12년전 기욤패트리가 최초의 온게임넷 왕중왕전에서 국기봉의 드론을 썰때의 느낌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2000년, 세기의 첫장에서 국기봉의 드론을 모두 전멸시키던 기욤의 다크템플러는 12년 뒤 허영무의 다크템플러가 되어 또 다시 믿기 힘든 승리를 안겨준 느낌이였다. 비단 그 다크뿐만이 아니였다. 4차전의 한방은 박정석의 머큐리혈투를, 이 5전제는 2002 SKY배의 4강을.... 단 하루의 다섯경기가 지난 12년간 가지고 있던 수많았던 기억을 휘젓고 다녔다.






김태형은 울었다. 글의 제목 그대로 이 형은 오락을 보다가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엉엉 울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옛날을 추억하면서 우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것이다. 오락을 보면서, 세상에 스타크래프트를 보면서 사람들이 운다.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임요환도 울었고, 홍진호도 울었고, 이윤열도, 서지훈도, 김정민도, 송병구, 신대근, 김윤중, 그리고... 생각해보니 참 많이도 울었다. 아니 그깟 오락질이 뭐라고 우리는 그렇게 감정이 이입됐을까. 아버지한테 이런 얘기를 한다면, 아버지는 공감할수 있을까? 여자친구는 같이 울어줄까?






오랫동안 해온 생각이 있었다. 이 게임은 선수가 있고, 리그가 있고, 해설자와 자본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세계를 사랑하는 팬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스타2가 출시되도, 스타3가, 4가, 아니 더 나아가 어떠한 완벽한 게임을 나오더라도 스타크래프트:브루드 워를 기반으로 한 E-Sports는 무너지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타리그는 꽤나 훌륭했고, 그 뿌리는 튼튼해보였고, 나와 많은 우리는 그것을 취미, 때로는 그 이상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이 건장한 세계가 앞으로 계속해서 써갈 이야기와 사연들을 기쁘게 받아드릴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었다. 비록 지금은 현실에 수긍하여 떠나 보내주려하지만서도.







낭만.

오랜 세월의 스타리그를 이 단어보다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정의할수 있는 단어가 있을까? 스타리그는 그 긴 세월동안 극적이였고, 각본이 없는 드라마였고, 스포츠였고, 경연장이였고, 놀이터였으며, 우리를 웃기고 때로는 울리고... 어쩌면 그러한 스타리그의 말도 안되는 사연들 때문에 나는 그렇게 이 바닥이 영원할것이라고 믿었는지 모르겠다. 글쎄, 내 생각은 틀렸고, 스타리그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다. 더 이상 예전만큼의 애정은 없고, 그래서 스타리그를 바라보는 기분은 마치 헤어진 여자친구를 보는 마냥 예전같지 않았다. 김명운과 허영무의 저그 대 프로토스전은 브루드워 최후의 저플전이였고, 스타리그는 끝난다. 그런 덤덤함 속에서도 허영무는 다크를 썰며 과거를 회상시키고, 경기는 멋졌고, 김태형은 울고, 그 덤덤함은 마지막엔 어느새 감동이 되어, 감성에 젖은채 그 스타리그의 끝자락을 지켜보며...






허영무가, 김명운이, 엄전김이, 온게임넷이, 팬들이, 그리고 스타리그가...

또 다시 한 번, 낭만을 증명했다.










2012년 7월 10일

tving 스타리그 4강 A조

허영무 승리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7-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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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2/07/10 23:21
수정 아이콘
베커님에게 글쓰게 만든 경기
고마울뿐
이것봐라
12/07/10 23:22
수정 아이콘
'낭만을 증명했다...'


여운이 오래남을 것 같은 한마디네요.
피피타
12/07/10 23:23
수정 아이콘
정말 스타리그에는 낭만이 있어요..흑흑
권유리
12/07/10 23:24
수정 아이콘
좋은글입니다 .
오늘 경기도 최고였구요..
예전에 많은 경기들이 생각나는 경기였습니다.

다만 마xx는 지워주시거나 xx처리해주셨으면 ..
글의 퀄리티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합니다.
사티레브
12/07/10 23:26
수정 아이콘
공감을 못하겠네요
절름발이이리
12/07/10 23:27
수정 아이콘
퀄리티의 질이라는 의미의 뜻이 궁금해집니다.
권유리
12/07/10 23:30
수정 아이콘
이판을 몰락화 시킨 장본인이 있다는게 불쾌할뿐입니다.
12/07/10 23:32
수정 아이콘
잠깐 내용과 관련없는 내용이지만

글의 퀄리티의 질이라는 표현이 어색한것 같지 않으신가요?

퀄리티=질이라는 뜻인데 한가지 단어만 선택하셔야 할듯 합니다.
권유리
12/07/10 23:33
수정 아이콘
아 그렇네요 .
정신없이 집에 오는길이라 두서없이 적었네요.
새강이
12/07/10 23:30
수정 아이콘
마재윤이 나쁜 인간이기는 해도 역사는 역사니 저정도로 언급되는건 괜찮지 않나요..볼드모트도 아니고 흐흐
국산꿀
12/07/10 23:26
수정 아이콘
진짜 낭만이네요..
스팀팩 맞은 시
12/07/10 23:28
수정 아이콘
저도 다섯 게임 보면서 십년 넘는 시간들이 생각이 나네요
airnoids
12/07/10 23:29
수정 아이콘
13년 동안 우리가 즐겁게 들었던 낭만의 노래였네요.
폴라리스 랩소디에서 휘리가 하던 말이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아무리 긴 노래라도 시작과 끝은 짧고, 시작과 끝이야말로 놀라운 기적. 중간이라는 건 시시할 뿐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시시했던 때는 별로 생각나질 않네요.
눈물도 나지만, 그래도 웃으며 즐겨야죠.
흑백수
12/07/10 23:30
수정 아이콘
낭만의 시대는 끝났다고 한 적이 있었는 데, 스타리그의 마지막에 다시 낭만이 흐르네요.
몽키.D.루피
12/07/11 05:48
수정 아이콘
알고보니 스1의 역사 전체가 낭만의 시대였던 거죠..
12/07/10 23:34
수정 아이콘
김캐리 울떄는 정말... 하아..
은하관제
12/07/10 23:35
수정 아이콘
정말... 낭만이란 말이 가슴에 확 와닿네요.
DarkSide
12/07/10 23:48
수정 아이콘
낭만을 증명한 스타리그와 허영무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고마워 허영무. 다시금 그 감동과 낭만을 느끼게 해줘서 ...
지나가다...
12/07/10 23:55
수정 아이콘
이제 곧 모든 전투가 끝나고 중간계의 마지막 배가 떠나는 날이 오겠지요.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 시대의 시작임은 알지만, 그래도 옛 시대의 낭만을 잊지는 못할 겁니다.
바다밑
12/07/10 23:55
수정 아이콘
글좋네요 잘읽었습니다
Abrasax_ :D
12/07/11 00:03
수정 아이콘
슬프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끝이니 마지막이니 말하면 화 내고 그랬는데.
정말로 끝이니까요... 참,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너무 많은 시간을 스타와 함께 보내와서요.

허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겠지요.
과도기에 있는 스타 2로의 전환이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12/07/11 00:16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는 낭만이라는 말, 정말 공감이 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영웅과몽상가
12/07/11 02:03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의 낭만이 여기서 끝이라니 너무 아쉽습니다.
몽키.D.루피
12/07/11 06:11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는 이스포츠의 클래식이라고 자부합니다.
lupin188
12/07/11 12:11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의 낭만이 끝나듯이 저의 청춘도 지나가는군요....
이노리노
12/07/14 21:00
수정 아이콘
낭만...
되돌릴 수 없기에 아련하고 소중한 느낌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2/07/15 01:16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누구 글인지 알 거 같아서 확인차 클릭했습니다...
광개토태왕
12/07/15 13:55
수정 아이콘
옛날 90년대 쯤에는 대학생활을 하는게 진정한 낭만이었다면
현재 적어도 저에게는 스타리그, 프로리그를 관전하고 옛 역사들을 추억하는게 낭만인거 같습니다.
지금 대학을 다니고는 있지만 대학생활 안에서는 솔직히 낭만을 못느끼겠네요..
이것이 있음으로써 학교를 다니고 있는 버팀목이 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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