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07/08 14:14:01
Name azurespace
Subject [T vs Z] 해병 올인 러시
안녕하세요. 나라의 부르심을 받고 1년째 입스타중인 육군 상병입니다. 휴가 나가서 게임을 해보니 테란 입장에서는 대참사가 벌어졌더군요. 패치내용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요즘 테란 플레이어들은 스타2 클로즈 베타 시절 이후로 가장 암울함을 느끼면서 게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기기는 어려운데, 지기는 너무나 쉽고 또 지고 나서 경기를 복기해봐도 대체 자신이 뭘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아요. 심지어는 테란은 승부수를 던졌고, 상대는 결정적인 판단착오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초중반에 자원적으로 너무나 앞서간 저그가 그냥 단순히 저글링 물량만으로 승리를 거두는 경우도 있죠. 패치 전에는 비등비등했을 상대와 맞붙으면 돌아오는 건 맵의 절반을 뒤덮은 점막과 징글징글한 무리군주 떼이니 이건 뭐 게임을 접어야 되는지 한숨만 나오잖아요?

요즘 저그들은 뭐 아예 산란못도 생략하고 3번째 부화장을 올리질 않나, 바퀴소굴 맹독충 다 생략하고 여왕만 6기까지 뽑으면서 가시촉수 하나랑 여왕만으로 화염차도 막고 밴시도 방어하면서 멀티를 가져가버리죠. 그런데 분통이 터지게도 저그가 어이없는 컨트롤 미스를 하지 않으면 그걸 또 보고만 있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게 다 여왕의 사거리가 5가 되면서 벌어진 일이죠. 그런데 심각한 건, 여왕을 많이 뽑으면서 더불어서 점막종양의 숫자까지 늘어났다는 겁니다.

화염차 이후 더블 내지는 트리플을 가져가는 빌드가 가능했던 이유는 화염차를 공격적으로 운영하면서 저그에게 바퀴나 가시촉수 등의 투자를 강요하고, 저그의 점막종양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퍼져나가지 못하게끔 저지함으로써 저그의 두번째 멀티를 방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대전제가 성립될 수 없다면 저그의 일꾼 충원력은 테란의 그것보다 훨씬 앞서있으므로 뒤쳐졌다는 불안함을 가지고 운영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저그가 너무 강해졌다는 불평을 하기 전에, 대체 왜 블리자드 밸런스팀이 이런 패치를 한 것인지 생각해봅시다. 사실 많은 테란들이 데이비드 킴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있긴 하지만, 그리고 그의 패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래도 한가지 사실은 확실합니다. 그는 뭔가 종족 밸런스에 문제가 될만한 요소가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으면 패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최근의 패치같은 경우 그 파장효과가 너무나 커서 밸런스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 것 같기는 하지만...


뭐 테란의 너프, 그리고 타 종족의 버프 역사는 너무나 길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적을 수는 없지만 몇가지 큰 변화를 가져왔던 패치 내용을 써 볼까요?

반응로 건설시간 25->50
병영 요구조건 보급고
해병 생산시간 20->25
전투자극제 개발시간 170초
병영 건설시간 5초 증가

여기에 테란의 변화는 아니지만 근래 있었던

바퀴 사거리 3->4
여왕 사거리 3->5
대군주 속도 변화


뭔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테란의 초반 러시, 특히 해병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패치가 진행되었습니다. 블리자드에서는 테란의 초반 올인공격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뭔가 손을 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누가 스타 2에서 테란의 역사는 날빌의 역사라고 하더군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테란이 강력했던 시기는 다양한 올인들이 한방씩 튀어나와서 상대종족이 맘놓고 배를 째지 못하게 했던 때입니다. 테란이 무난하게 운영을 갈 것인지, 올인을 할 것인지, 올인을 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 어떤 유닛조합으로 할 것인지를 알기가 어려워서 이것도 저것도 다 대비하느라 이도저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이죠. 뭐 여기에 대해서는 차후에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이니 제끼겠습니다. 밸런스팀 감싸줄 생각은 추호도 없고 솔직히 욕이나 한바가지 퍼주고 싶거든요.


어쨌건 저그들이 요즘처럼 여왕만 뽑으면서 미친듯이 배를 째는 걸 막으려면 테란이 기회가 될 때마다 올인을 자주 써줘야 합니다. 프로게이머들이야 어떤 올인을 쓰든 눈치채고 손쉽게 막는다지만 그들은 어차피 하늘 위의 존재들이고 우리 같은 일반적인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무래도 올인도 잘 먹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테란이 저그 상대로 써볼만한 올인 러시들을 좀 모아볼까 합니다.


1) 12 14 병영
이건 사실 올인용 빌드라기는 좀 애매합니다. 일꾼도 전혀 쉬지 않으면서 압박하면서 멀티를 가져가겠다는 식의 약간은 물렁한 빌드입니다. 저그들이 워낙 많이 당해봤고 또 손쉽게 막는 경우가 허다하니 자신의 해병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유저가 아니라면 자제하는 게 좋겠군요.

2) 11 11 병영(또는 12 12, 12 13등)
인구수 11 또는 12에서 일꾼 생산을 멈추고 두개의 병영을 짓는 빌드입니다. 본진 거리가 가깝다면 12 14보다는 이쪽이 운영하기에도 올인하기에도 더 낫습니다. 병영이 완성되면 병영을 지은 두 기의 건설로봇과 함께 해병이 가서 가시촉수 건설을 방해하고 상대 일꾼을 끊어주는 식의 게릴라를 펼쳐야 합니다.

아예 일꾼을 다수 데리고 가서 치즈러시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치즈러시의 경우도 요즘 저그들은 워낙 내성이 생겨서 컨트롤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허무하게 일꾼 다 잃고 지지를 치고 싶지 않으면요.

또 이렇게 압박하면서 자원이 400 정도가 되면 멀티를 먹으면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만, 해병으로 정말 많은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많이 불리하게 시작합니다. 나도 초반에 해병을 다수 뽑았기 때문에, 일꾼을 끊어주지 못했다면 상대가 수비에 웬만큼 자원을 투자한 정도로는 멀티가 빠른 저그에 비해서 썩 기분좋은 출발이라 할 수가 없죠. 더군다나 이렇게 되면 일단 선택권이 저그한테 넘어가버립니다. 저그가 멀티를 하나 더 펼치고 드론을 엄청나게 째버릴지, 아니면 링링이나 바링으로 한번 뽕뽑기를 감행할 것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어느쪽이든지 테란의 테크는 1병영 더블이었을 때보다 느리므로 먼눈으로 손쉽게 막기란 어렵습니다. 정찰을 통해 정확히 판단하고 대처해야죠. 물론 멀티 가져가는걸 정찰을 통해 확인한다면 기분좋게 모인 해병으로 러시를 갈 수 있겠습니다만...

또 다른 선택법으로, 자원이 400 모였을때 멀티를 가는 대신 병영을 3개 늘리고, 나중에 하나 더 지어서 6병영까지 늘리는 겁니다. 20기의 건설로봇에다 지속적으로 지게로봇을 투하하면 6병영에서 해병만 찍는다면 그 자원을 감당할 수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처음에 2병영에서 뽑은 해병을 절대 허무하게 잃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테란이 멀티를 포기했다는 걸 저그가 알아버리면 안되니 해병을 살려서 저그의 눈을 가리는데 써야죠. 6병영에서 나오는 해병의 위력은 그야말로 절륜입니다. 절륜. 아무리 여왕이 상향됐다 한들 해병의 충원력이 워낙 뛰어나서 여왕 저글링만으로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영리하게 바퀴나 맹독충 테크를 탔다 하더라도 테란이 컨트롤에 집중하면 어떻게든 길이 열리니, 저는 어지간하면 이 선택을 추천하겠습니다.

3) 다수 병영류
일꾼 계속 찍으면서 하는 12-14-16 병영이 있는데, 이건 예전에 피지알에 스타2게시판이 있었던 때에 제가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지게로봇 대신 첫 보급고에 추가 보급고를 투하하죠. 2병영에서 나온 해병이겠거니 하고 딱 최소한의 투자만으로 막으려던 저그의 뒤통수를 때리기에 꽤 좋은 수단입니다. 한번 잘못 부딪쳐서 저글링 많이 잡히는 순간 이미 저그는 모든 애벌레를 저글링에 투자하면서 가시촉수를 짓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체로 불리해지죠. 물론 저글링 들이받지 않고 3병영인걸 파악해낸다면 그땐 뚫으면 이기고 막히면 지는 외줄타기처럼 됩니다만...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추가 보급고를 쓴다는것 자체가 이후 광물에 여유가 없이 빡빡하게 생산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빌드 제안할 당시엔 몰랐던 건데 추가 보급고는 보급고가 이미 막힌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지게로봇에 비해 경제적으로 손해라더군요. 그래서 바뀐 빌드가 뭔가 하면...

12-14-15병영-15궤도를 가는데 첫해병을 궤도사령부 먼저 짓고나서 찍는 겁니다. 첫 병영 완성되고 한 10초 정도 늦어지죠. 궤도 완성되면 일꾼을 쉽니다. 인구수 17에 보급고를 지어주고, 다시 17에 네번째 병영을 올려줍니다(!)

그리고 딱 20번째 인구수부터 건설로봇을 다시 찍어줍니다. 일꾼을 잠시 쉬긴 하지만 어차피 올인이고 추가 보급고 대신에 지게로봇을 쓸 수 있으니 오히려 위 빌드보다 낫습니다. 4병영 확보 타이밍이 미친듯이 빨라요. 어쩌면 저그가 느끼는 초반 압박은 위에 설명한 2병영 후 4병영 추가 빌드보다 강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3병영 이상이란 걸 저그한테 들키면 소용이 없겠죠? 그러니 입구 아래쪽을 병영-보급고로 막아버립시다. 어차피 우린 프로게이머가 아니고 래더에서 하니 중립보급고 같은 게 없어요. 중립보급고가 있는 맵이라면 2병영인척 병영 보급고 병영으로 막고 안쪽에 추가 병영을 지어줍시다.


4) 1병영 더블 후 해병 찌르기
이 빌드들은 평범하게 운영을 갈 것처럼 해놓고 배째는 저그의 배를 정말로 째버리는 게 목적이죠.

크게 두가지 베리에이션이 있는데 기본적인 것은..  두번째 보급고 반쯤 지어졌을 때쯤 일꾼 다시 들여보내서 가스유무를 확인합니다. 이때 저그가 가스가 없다면 이건 여왕하고 일벌레만 뽑으면서 배를 째는 이른바 스패니시와식 저그를 하고 있는 겁니다. 가스 없는걸 보자마자 4병영을 지어주고 해병 두줄 정도 모였을 때에 건설로봇 5기 이하로 데리고 저그의 두번째 멀티 지역으로 단속을 나가줍니다. 이때 나가면서 추가 사령부를 지어주셔야겠죠. 여왕만으로는 막을 수가 없으니 취소하든 부수든 할텐데 어느쪽이든 이득입니다. 앞마당 스캔 써보고 가시촉수 없이 여왕만으로 방어하고 있다면 그대로 병력 이끌고 가서 끝장을 내주시고, 아니면 돌아와서 저그의 발끈러시에만 대비해줍시다. 변형요? 병영 늘리기 전에 가스짓고 방패업을 누르는 거죠. 이때는 해병 숫자가 조금 더 적을 때 나가도 됩니다. 멀티 깨고 돌아왔으면 추가해둔 사령부 앉혀주면서 테크를 타든지 2공학소 올려서 업그레이드 위주로 가든지 상관이 없습니다.

단, 반드시 상대가 노가스일 때만 해야 합니다. 이 더블 후 해병 찌르기 빌드들은 저그의 2가스를 사용한 러시를 막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빌드는 어디까지나 여왕류 저그에 대한 카운터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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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12/07/10 20:35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순수 해병은 해보질 않았네요. 해도 화염차/해병 정도만 했지.

뭘 하건 여왕은 거의 저그 버전 집정관처럼 보여요. 경장갑/중장갑 둘다 없으니 너무 안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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