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8/03/06 14:24:44
Name 항즐이
Subject 임의 수정된 생명에 대한 친권
일단, 사상 최강의 논쟁거리를 늘 찾아다니는 사람으로서, 이야기하고 싶은 다른 주제도 많지만 비슷한 주제들이 나타났을 때 소모적인 상황으로 빠져버리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고르고 고른 주제라고 말씀드립니다.

토론의 의의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해답이 잘 나오지 않는 모호한 상황에 대해 다양한 근거와 논리를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비타협적인 "믿음"이나 유사한 가치관, 혹은 논리적 구조와 동떨어진 개인적 선호도는 토론에서 제외되기를 강력히 바랍니다.

더불어, 토게의 목적을 십분 충족시키기 위하여 주제와 어긋나거나, 서로의 감정을 해치는 일에 대해서도 최대한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토론의 소재인 상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이하 내용은 19세 이상만 보시고 참여하기를 권장합니다. 19세 미만이더라도 참여가 가능하지만, 깊이 생각하신 후 스스로가 이런 논의에 대해 준비되었는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미국 드라마 Boston Legal의 4시즌에 나오는 상황입니다.

한 백인 여성이, 한 흑인 남성을 사랑합니다. 그녀는 그와의 결합을 통해 흑인 아이를 갖기를 원합니다.

그 역시 그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단순한 끌림이기 때문에 그녀의 의도를 전해듣고는 자신은 아이를 가질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합니다.

그러자 그녀는 알았다고 한 후, 그를 유혹하여 임신과 관계없는 오럴섹스를 유도합니다.
사정 후, 그녀는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며 준비된 시험관을 이용해 그의 정자를 보관하고, 인공수정에 성공합니다.

법적인 절차대로, 그녀는 임신이 성공된 후에 그에게 임신 사실을 알립니다.
그녀는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일체의 양육비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아버지로서 어떤 의무를 행하지는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는 만약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면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는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행해야 한다고 믿으며, 동시에 그러한 의무를 행할 의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RU-486 (임신 직후 복용하면 착상이 되지 않게 막아주는 경구피임약. FDA 승인이 되었으며, 강간 등의 피해자들이 복용할 수 있음. 안전도는 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짐.)를 복용하라고 말합니다.

결국 남성은 여성에게 소송을 제기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미국의 경우, "로 대 웨이드"라는 판례로부터 임신/중절/분만에 있어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은 철저히 여성 본인이 갖는 것으로 합의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확대하여, 미성년 임신의 경우에도 본인의 의사를 우선시해야 하느냐를 놓고 주법원의 성향에 따라 판결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무대는 Blue state(민주당 지지주, 다소 진보적)인 메사추세스의 보스턴, 당연히 판사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근거로 여성의 승소 판결을 내립니다.

처음부터 거의 승산이 없을 것임을 알고도 재판에 응한 주인공 앨런 쇼어는 최후 변론과 판결 후 법정을 향한 쓴소리에서 이와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점차적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법들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반대하건 지지하건, 언제부턴가 그 모든 이야기에서 남자들은 제외되어 버렸습니다. 남자로서 우리들은, 우리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판사 역시 판결을 내릴 때 "쇼어 변호사 역시 여기에서 주장을 펼침으로서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봅니다. 저 여성은 제가 봐도 괘씸하지만, 법은 그녀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죠.

또한 앨런 쇼어가 일하고 있는 로펌에서도, 남성 이사는 앨런 쇼어를 이해하는 반면, 여성 이사들과 변호사들은 얼토당토 않은 소송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판결에 따라 여성은 아이를 낳을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여성은 다시 한 번 그에게 가족이 되어줄 것을 요청하지만, 그는 거절합니다.
"아버지로서의 의무는 다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는 아니에요."

드라마 상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마 이후 양육권 문제 역시 다시 다투어야 할 상황인 듯 싶습니다.




제가 논의해 보고 싶은 상황은 이와 같은 경우, 과연 남성에게 중절의 선택권은 없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반대로, 남성이 여성을 속여 임신을 시켰다고 가정하는 경우 (피임기구에 조작을 가한다던가), 여성은 당연히 중절의 권리를 가집니다. RU-486이 아니라, 수 주 후에도 수술에 의한 중절이 합법적으로 가능합니다.

저는 남성이지만, 중절 수술의 위험성 때문에 여성에게 그것을 강요할 권리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생명을 태어나게 할 지에 대한 선택 권리는 남성에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일반 연인들의 성관계에서도 처방 후 쓰일 수 있는 RU-486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장치에 의존한 선택은 열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모든 약물에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말하자면, 임신과 출산 역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문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빼앗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앨런 쇼어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생명은 물론 여성의 몸에서 태어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여성만의" 일방적인 권리가 집행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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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토스
08/03/06 14:36
수정 아이콘
다른 경우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글에서 명시된 사례(혹은 이와 비슷한 사례)에서 만큼은 남성의 권리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이 당연히 말이죠.

생각해 볼 만한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08/03/06 14:46
수정 아이콘
단순히 임신만 놓고 보면 저 판결에 공감합니다만
`정자의 무단 사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 이의가 없었나 보네요...
항즐이
08/03/06 14:48
수정 아이콘
shovel님//
다시 읽어 주십시오.
무단 사용한 후에 알린 거죠. 그 이전에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중절을 요구한 겁니다.
사용 이전에 알렸다면 당연히 남성이 저지했겠죠.
Eternity
08/03/06 14:52
수정 아이콘
음... 법적인 맥락에서의 토론을 원하시는 것인지 어떤건지 모르겠군요. 일단 대한민국 법상으로 낙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 근친간의 임신이라든가.. 강간에 의한 임신 등등 - 에 한하여 인정이 되고, 그 외의 경우의 낙태는 엄연히 불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불법적인 낙태는 만연한 상태입니다만...) 따라서.. 대한민국 법 체계상으로는 어차피 의미가 없는 토론이네요. (어차피 낙태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아이의 아버지(?)가 손배청구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채무불이행은 아니고.. 불법행위에 의한 손배청구도 석연치 않아 보이는군요.)

친권은 대한민국 법제 하에서는 부부의 경우 동등한 지위를 가집니다만, 이 경우에는 남녀가 부부사이도 아니고.. 부에 의한 인지 - 남성이 이 아이가 '내 자식이다'를 인정하는 것을 '인지'라고 합니다. - 가 이루어져야만 친권이 인정될테지만, 이 경우에는 남성이 인지할 것으로 추정이 되네요. 그렇다면 친권은 남녀가 동등한 지위를 가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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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문제를 제외하고 본다고 하더라도 남성이 중절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봅니다. 태아에게 인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가정이라 면 두말할 여지가 없이 불가능하겠지요. 설령 태아는 인격이 없는 존재라 할 지라도, 어디까지나 모체의 일부분이므로 어떻게 처리할지는 전적으로 여성에게 달려 있지요.

물론 남성이 주장할 여지가 '아예 없다' 라고 하는 것은 역시 남성인 제 입장에서도 조금 껄끄럽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군요.
08/03/06 14:58
수정 아이콘
남성이 중절의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 더 두려운 상황이 될 겁니다.

여 : 저 임신했어요.

남 : 원하지 않는다. 떼라.

여: 싫어요

남 : 내 권리다.

단. 불법행위에 의한 손배청구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적어도 남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은 있어보이니까요. 단 액수는 정말 작을 겁니다.
항즐이
08/03/06 14:59
수정 아이콘
Eternity님//

상황은 미국의 법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을 가정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임신/중절에 관한 여성 자기결정권은 아직 많이 부족하죠. )
아시다시피, 이 정도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라면 미국은 헌법까지 올라가게 되죠. 판사는 다른 모든 것 보다 헌법의 상식적인 해석에 중점을 두게 됩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개념이 나왔군요
보통 "태아는 모체의 일부분이다." 라는 개념이 여성의 완전한 자기 결정권의 근거가 됩니다.

그러나 엄밀히 생각하면, 태아는 개념 상으로는 여성과 남성의 공유물에 가깝습니다.
다만 여성이 그 태아의 발육에 관한 전적인 부담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관하여 어떠한 "원치 않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하여 태아에 대한 결정권을 여성에게 부여한 것이죠.

따라서 저는 그 결정권은 "의도치 않은 피해로부터 여성 본인을 보호하는 것"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경우, 임신 혹은 가능한 유산의 피해는 여성이 전적으로 의도한 것이고, 임신 유지에 비해 경구용 사후 피임약(RU-486)의 복용이 현저히 위험하다고 볼 근거가 없습니다.
08/03/06 15:00
수정 아이콘
Eternity님 //
토론과는 별 상관없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임신 지속이 모체의 건강에 해로울 경우의 의사의 판단이 있습니다.
항즐이
08/03/06 15:03
수정 아이콘
zigzo님//

그 경우와도 다릅니다.
"임신이 가능한 관계"를 인지한 연인이 아니죠.
심지어 피임약이나 피임기구의 사용 역시 100%의 피임 확률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성기 삽입에 의한 성관계는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책임을 의미합니다.

남성은 분명히 임신 가능성 때문에라도 삽입성행위를 원치 않음을 밝혔고,
그 때문에 여성은 오럴 섹스로 남성을 유혹했습니다.
여성이 자신의 정자를 이런 식으로 이용할 것 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것 같군요.
(미래의 과학이 더 발전한다면, 남성의 일부 세포를 이용해서라도 이러한 일종의 DNA강탈은 가능해집니다.)

피해보상은 가능하겠지만,
남성의 문제는 "자신의 유전자를 얻은 생명의 탄생"이라는 문제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문제에 관해 금전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면, 액수는 엄청나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08/03/06 15:10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태아는 개념상으로 여성과 남성의 공유물이 아닙니다.
여성의 이른바 낙태에 관한 권리는 여성의 고유적인 헌법상의 권리에 기인하는 겁니다. 태아에 대한 전적인 부담때문에 인정된 권리가 아닙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얻은 생명의 탄생'의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남자가 자신의 손해를 증명해야 하는데, 그 증명이 될리가 없습니다.
항즐이
08/03/06 15:16
수정 아이콘
zigzo님//

헌법상에 여성의 고유권리를 따로 명시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자기가 결정할 권리 - 인 자기결정권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로 그 자기결정권을 침해합니다. 국가가 간섭하기도 하고, 타인이 일정 부분의 자기 결정권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 상황과 관련해서는 그 자기결정권이 "자신의 피해를 막기 위한 수단"이상으로 쓰여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자기결정권이 설명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태아가 공유물이 아니라면, 남성은 태아에 대한 "의무"만 존재하고 "권리"는 전혀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 또한 옳지 않다고 봅니다.
그 권리의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대한 논의는 있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얻은 <원치 않는>생명의 탄생"이라는 측면이 이혼/사별 이상으로 정신적인 부담감과 스트레스, 충격을 야기한다는 것을 논거하기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Eternity
08/03/06 15:18
수정 아이콘
zigzo님// 불법행위에 의한 손배책임은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행위'를 해야만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 법제 하에서는요.) 제가 석연치 않다고 한 것은 과연 그 여성의 행위가 위법한지를 판단하는 부분이 석연치 않다는 겁니다.

항즐이님// 태아에게 인권이 있는지 없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계시는군요. 일단 항즐이님의 토론이 이루어지려면 태아에게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부터 명확히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태아에게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논지를 전개해나간다고 하더라도, 과연 태아에 대한 권리가 '여성과 남성의 공유물'인지의 부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 태아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기여(?)부분도 있어야만 생성이 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이 태아에 대한 '절반의 권리'를 가진다는 식으로 곧바로 연결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하기에 항즐이님도 '공유물에 가깝다'라고 말씀하신 것이겠지만요.) 더구나, 공유는 분할가능한 대상을 상대로 하는 개념이므로, 굳이 따지자면 합유 - 나눌 수 없는 권리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합유'라고 합니다. - 에 더 가까울 듯 하군요.

굳이 태아를 법적인 의미에서의 '물건'으로 보고 생각을 한다 하여도, 남성은 어디까지나 물건의 생성에 중요한 부분을 '기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것이 물건에 대한 절반의 권리를 인정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태아를 구성하는 기본 베이스는 모체의 난자이고, 남성의 정자는 유전정보의 집합에 불과하지요. 따라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하고, 여성이 더 우월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결국 법리적인 귀결로는 여성의 손을 들 수 밖에 없을 듯 하군요.


참고. 법적인 의미에서는 동물등의 인간을 제외한 생물은 모두 '물건'입니다. 제가 태아를 물건으로 지칭한다고 해서 태아를 생명이 아닌 짐짝취급한다 오해하시는 분들이 혹시 있을까 싶어 첨언해둡니다.
08/03/06 15:20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남성은 태아에 대한 의무가 없습니다. 도덕적인 의무나 종교적인 의무 정도만이 있을 뿐이죠. 법적인 의무가 있지 않습니다.

남성이 중절에 대한 권리를 1%라도 가지는 상황이 되면, 1%가 아니라 100%를 가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중절의 결과로 사라질 생명의 1%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죽느냐, 사느냐의 선택만이 있는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중절에 대한 권리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Eternity
08/03/06 15:23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아. 그리고 뒤늦게 리플을 보고 첨언합니다만, 실제로 남성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습니다.
(물론, 현재 여성의 경우에도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권리'가 주에 따라 주어지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들어간다면.. 그리고 태아에게 '인간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논리적으로 모체의 자기결정권이 우선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 자기결정권이 제약을 받는 경우야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케이스에는 해당이 되지 않을 듯 하군요. 두 존재(케이스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면, 법리적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08/03/06 15:24
수정 아이콘
Eternity님// 찾는다면 shovel님이 거론한 '정자의 무단사용'에서 근거를 찾아야 겠죠. 정자는 자신의 똘똘이로부터 뛰쳐나온 순간 남자의 물건이기 때문이죠.
항즐이
08/03/06 15:25
수정 아이콘
Eternity님//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일정 기간 이하의 태아를 인간이 아니라고 보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편입니다.
그래야만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무리 없이 존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에 그것이 생명이나 아기를 경시하는 것이 아님을 함께 말씀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오히려, "아직"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더욱 소중한 사랑이 아닐까요.

제 주장은 대다수의 경우에, 여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인간의 성관계후, 남성이 원치 않더라도 여성은 아이를 낳거나 중절할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와 같이 "최소한의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유전자를 도용하여 이루어진 수정에 대해서는,
"작게나마 존재하는" 남성의 권리가 발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권리의 발현은 사후경구피임약(RU-486)이며 그 권리 이행이 가해자인 여성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라고 해석된다면,
남성의 권리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 제 논거입니다.
항즐이
08/03/06 15:30
수정 아이콘
zigzo님//

남성이 1%라도 중절의 권리를 가지면 안된다는 것은 비약일 듯 합니다.
저는 "최소한의 의도도 없는, 반대 의사와 그에 준하는 행동을 한" 남성의 경우를 제한한 것입니다.

그 외 거의 모든 경우에 대해서 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또한, 태아가 생명이기 때문에 1%, 일부, 라는 의미가 없어진다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의한 중절 역시 생명의 파괴 행위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태아는 "생명이 되어가는 연속적인 과정"에 있다고 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자기결정권이 존재한다고 봅니다.



의무에 관해서는 Eternity님 말씀대로, 현재의 한/미 법 체계에서는 거의 의무만 존재합니다.
(의무는 존재합니다. 그 태아 및 산모의 건강에 대한 지원을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의무의 존재와는 별도로, 일정 상황 하에서의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이 논의의 전제는 주어진 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입니다.)
남성 권리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ternity
08/03/06 15:38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위에서 zigzo님이 이미 지적하셨습니다만, 이 경우 남성에게 1%의 권리라도 인정하는 순간, 여성의 99%의 권리는 물거품으로 돌아가버리고 맙니다. 물론 하나의 생명을 두고 지분을 논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쓰면서도 난감하군요.) 논리적으로는 99%의 손을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남성의 1%는 이른바 '반사적인 손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zigzo님// 음... 일단 남성의 정액을 '무단사용'한 것이 위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여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남의 물건 함부로 쓰는 것이 불법행위이기는 합니다만, 정자의 무단사용이 위법행위가 될 수 있는지는... 단순히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08/03/06 15:55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법정에서 `무단 사용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한 여자가 정자은행에 무단으로 침투해서 (다른 기물은 파손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정자만 훔친 후에
다른 병원으로 가서 그 정자를 가지고 수정을 시킨 후 그 은행에 통보했다고 치면
무단 침입죄야 받을거고, 그 때도 낙태를 해라...고 하긴 어렵겠습니다만 (<ㅡ 저 판결에 동의하는 입장)
암튼 정자은행의 재산을 어떻게든 훔친 것 아닌가요...? 그 부분은 아무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인가;;; 하는 겁니다;

제가 든 예도 극단적이긴 하지만 의미 전달에는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법 쪽으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면 지적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08/03/06 15:57
수정 아이콘
DNA도 함부로 채취하면 논란이 생기는 시대인데, 저 부분은 그냥 넘어가는 듯 싶어서 한 자 적어 봤습니다.
적고 보니까 이 주제와는 별로 상관이 없을 것 같기도 하네요 (;;;;;;)
Timeless
08/03/06 17:10
수정 아이콘
'임신 중절'은 전적으로 여성 본인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안전한 낙태 방법이라고 해도 합병증이 없다 할 수 없고, 본인의 의지가 뒷받침 되지 않은 이상은 정신 건강 상으로도 큰 타격이 있을 것입니다.

억울하지만 남자는 '정신적 피해보상'나 '일종의 사기에 대한 처벌' 등 임신한 여성의 건강권과 태아의 생존권과는 별개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도가 최선일 것 같습니다.
율리우스 카이
08/03/06 17:32
수정 아이콘
남자의 정액을 무단탈취한 것에 대해서는 따로 소송을 진행해야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제가 다른사람의 음식을 훔쳐서 제 아들을 키웠다고 해서 그 다른사람이 제아들에 대한 권리를 갖지는 못하잖아요. 그 음식들은 제 아들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가 분명히 되어있겠지만 말이죠. 비약이라고 보실수도 있겠지만, 논리적으로 크게 다른점을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녀는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일체의 양육비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아버지로서 어떤 의무를 행하지는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적어도 제 관점에서는) 게임셋처럼 보입니다.
윗분들 말씀대로 그 아이로 인해 그 흑인남자는 어떤 피해를 입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증명하기가 어려워보입니다. 한가지가 있다면 정신적피해 정도겠죠. 권리침해의 부분에서도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사람이 존재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는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권리침해가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것같습니다.

실증적 측면에서도, 법은 한건한건에서의 정의를 따지는것도 중요하지만, 법은 꼭 재판장에서만 집행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태아의 권리를 1%라도 남자쪽에서 가지게 된다면, 100-1=0인 것처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사회전반적으로 심각하게 침해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판례법체계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그 여파가 더 클것으로 보입니다.

요약하자면 민사재판이므로, 일단 실질적인 남성의 피해를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성의 손을 들어줄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형사로 가더라도 여성의 정자를 탈취한 행위가 문제가 될것이지 그 아이에 대해서는 영향이 없을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아이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다거나, 아이의 양육권을 주장하고 싶어진다거나, 아이가 커서 아버지를 찾을 경우, 혹은 아이의 존재때문에 남성이 다른 결혼이나 생활에서 장애가 생긴다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건 그때 다시 민사소송을 해야할 것같습니다.

-- 전 대학시절 교양으로 법강의 2번 들은게 다......
항즐이
08/03/06 17:41
수정 아이콘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사람이 존재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것도 소극적이나마 "자기결정권"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유전자는 저의 일부이지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인공수정의 경우에도 반드시 친부의 확인이 필요하지요.

경구피임약에 대한 법적 조치의 권리는 차치하고,
남성이 "피해"가 없다고 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유전정보의 특수성을 음식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 조금 비약인 듯 합니다.
논리적으로 유전관계 및 혈연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혈연관계의 특수성은 친권/양육권/상속권 등의 소송에서 드러나는 분명한 특수관계입니다.

태아의 권리를 1%라도 가지면 안된다 라는 형이상학적이고 이념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조금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 보호에는 어떠한 예외도 있어서는 안된다" 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목적은, 자기 결정권의 침해 가능성을 막는 것이라고 이해하겠습니다.

문제는 임의적 침해가 될 것인데,
기본적으로 자기결정권의 전적인 보장과 더불어, 법적으로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 대해서만 법원의 동의하에 결정권 침해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과연 자기결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전적으로 모든 경우에 보장되는 권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분명히 의사를 밝혔고, 그 의사에 적합한 행동을 했음에도 나타난 결과에 대해서,
가해자의 권리 때문에 나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는 논리적 전개가 마뜩치 못합니다.
진리탐구자
08/03/06 17:50
수정 아이콘
법적 지식은 10쪽 짜리 법철학 강의록을 한 번 읽은 게 전부일 정도로 전무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되는 논리는 철저하게 제 개인의 내적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1. 일반적으로는 태아에 대한 결정은 생물학적 모/부가 합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수정을 하는 데 있어 '양자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전제) 단, 여성의 신체의 유지나 생존권과 같은 기본권적인 요소에 긴밀히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합의가 필요치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그러나 저 사안에서, 수정은 '양자의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러한 수정으로 인해 발생한 태아는 생물학적 아버지의 책임과는 무관합니다. 태아는 이로써 생물학적 부와 책임과 권리의 측면에서 분리되었습니다. 생물학적 부는 아이를 책임질 필요도 없으며, 논리적 결과로 아이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3. 따라서 태아의 처분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모의 판단이 최우선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물학적 부는 태아 및 생물학적 모에게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4. 이와는 별도로, 생물학적 부는 생물학적 모에게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정자를 채취하여 독단적으로 인공수정을 한 것'에 대해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성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아야 할 부분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이에 대한 합당한 처분 및 배상이 어떤 것이 되어야할지에 대해서는 더 논의가 필요하리라 여겨집니다.(제 판단 밖이라는 것입니다.)
낭만토스
08/03/06 18:03
수정 아이콘
'그녀는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일체의 양육비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아버지로서 어떤 의무를 행하지는 않아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씨가 들어간 태아가 태어나는 것인데 저런 돈으로 보상이 될까요?

그런 것으로 설명되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여성의 권리라는건 동의하나 이런 '특수한'(정말 특수한) 상황에서는 남성의 권리또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마술사
08/03/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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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ity님// 대한민국에서 낙태가 (강간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불법이라고요?? 이거 정말인가요?
진리탐구자
08/03/06 18:08
수정 아이콘
마술사님// 낙태는 기본적으로 불법이며, 허용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성폭행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2. 생물학적 모가 임신으로 인해 심각한 신체적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을 때.
3. 생물학적 부/모가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관계일 때.
4. 생물학적 부/모에게 장애가 있을 때.
5. 생물학적 부/모가 전염병에 걸렸을 때.
마술사
08/03/0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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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탐구자님// 허허 그렇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좋은 지식 얻어갑니다.
스톰 샤~워
08/03/0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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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주제네요. 저 역시 법적 지식은 없지만 제 생각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치않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 권리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 문제이겠네요. 만약 이 정자가 아직 임신되기 전의 상태로 존재한다면 이에 대해 이를 회수하거나 폐기하게 할 수는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미 임신이 된 이후에는 정자는 존재하지 않고 태아를 만드는데 쓰여버렸습니다. 그렇다면 그 태아의 형성에 있어 정자의 역할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 권리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보는데 간단히 반반이라고 해도 중절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미 여성의 몸에 자리잡고 있다는 측면에서죠. 거기다가 이미 수정되어서 자라고 있다면 기간이 지날수록 정자의 권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결국 안타깝지만 태아의 처리 자체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의 권리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예가 좀 이상하지만 이렇게 비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건축업자가 건물을 짓다가 시멘트가 모자라서 A상의 창고에 들어가서 시멘트 한트럭을 훔쳐서 건물을 완성했습니다. 이에 대해 A사가 그 건물을 허물어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단지 절도행위에 대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겠죠.
율리우스 카이
08/03/06 18:30
수정 아이콘
항즐이님//
논리적으로

1. 태아가 사람이 아닐경우 : 이경우 태아는 여자의 신체의 일부분이므로 남성에게 권리가 없고,
2. 태아가 사람일 경우 :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사람이 존재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므로, 또 권리가 없죠. 만약 그런 권리가 있다면 자기자식이라고 부모가 죽일수 있다는 얘기랑 똑같겠죠.

부친에게 이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조금이라도 강요하지 않는다면 남성쪽에서는 할말이 없을 것같습니다. 이아이가 존재함으로서 혹시 생길 수 있는 피해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일어난 후에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다만 자기자식이 이세상에 생기게 된다는 것 자체에 대한 , 뭐랄까 께름칙함인가요? 이런 피해는 측량할수도 없는 것아닌가요?

저 판사말대로 저여자는 괘씸하지만 아기를 낙태하게는 할 수 없을 것같습니다.

..

더불어 항즐이님, 1%의 권리라도 인정해야 하지 않나 했는데, 글쎄요. 이경우에는 100% = 1%아닌가요? 아이를 지우면 100%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고 여성의 권리는 묵살되는 거죠. 다시 말해, 둘 사이의 권리다툼이 51:49라도 여성이 애를 낳을 수 있는 100:0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고, 이건 어쩔수 없는거 아닐까요? .. 흠.

반대로, 이 사건에서 흑인남성이 자신이 아버지라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죠. 전 이정도 권리면 1%는 넘는다고 봅니다.
완전연소
08/03/06 22:06
수정 아이콘
법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흥미롭게 본문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제에 비추어 제 나름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1. 아이를 가질 권리는 일단 모 뿐만 아니라 부도 가지는 권리입니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로 Reproduction의 권리라고 합니다. 보통은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같은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에서 근거를 구하고 있는 권리로 이를 인정하는데 별다른 견해의 대립이 없습니다. 문제는 임신중절을 할 권리를 모 뿐만 아니라 부도 가지는가인데..

전 Timeless님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모 뿐 아니라 부도 이러한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에 의하면 의사에 의한 낙태시술이 법령에 의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모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낙태에 관한 전적인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고 봅니다.(예외적으로 부를 알 수 없는 경우 등에는 가능하겠지만요)

그러므로 사안에서 부가 낙태를 권유한 것은 일단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그렇다면 모가 여기에 응해야만 할까요?


2. 모는 여기에 부의 낙태권유에 응할 의무는 없다고 봅니다.

사안과 같은 경우에는 부의 자기결정권과 모의 자기결정권 + 태아?의 생명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른바 규범조화적인 해석이 불가능한 경우이죠..
따라서 대립하는 두 가지 이익을 형량하여 더 우선되는 것을 택해야 합니다. 정자제공자인 부에 비하여 태아를 모체 내에서 10달이나 기르는 모의 자기결정권이 더 우위에 있다고 보는게 일반적이고 저도 이 점에 동의합니다.

게다가 비록 착상 전에는 태아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의학적인 통설이지만, 임부의 모체에서 수정된 수정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태아로 발전할 것이고 사람이 될 개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과 동등한 정도의 법적 보호는 받을 수 없지만 그에 준하는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태아로 발전될 수 있는 생명을 존중하는 입장에서도 그렇습니다.

결국 부는 낙태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고 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요?


3. 부의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위에서 많은 분들이 임신자체가 손해가 아니라거나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부정하고 계시지만 이는 재산상 손해배상청구에 한정된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독일판례가 있어서 소개드립니다.
독일연방대법원의 1993년 11월 9일 판결(BGHZ1 124.52)로 사실관계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31세인 원고가 방광암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이 수술로 생식능력이 소멸될 예정에 있게 되자 원고는 피고의 병원에 자신의 정액을 냉동보관시켰습니다.
그로부터 2년후 피고병원은 정액보관설비가 협소함으로 이유로 4주내에 반대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원고의 정액을 폐기하겠다고 원고에게 통지했습니다.
이 통지를 받은 원고가 피고병원에 대해 계속 보관을 부탁하는 등기우편을 보냈으나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원고의 우편이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5개월 후 피고병원은 원고의 정액을 폐기했고 이후 자신의 처와의 사이에서 자신의 정액으로 아이를 갖고자 한 원고가 피고병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위 사실관계는 정액이 폐기된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 독일연방재판소는 원고의 일반적 인격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승소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안의 경우에도 원고의 Reproduction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이에 따라 부는 모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4. 결론을 내려보자면 임신과 출산에 관하여 정액제공자인 부에게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부의 권리는 모의 자기결정권이나 태아의 생명권에 의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으므로 (위자료청구가 가능한 점은 별론으로 하고) 임신중절을 법적으로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볼 것입니다.

ps) 위 판례가 흥미롭게 느껴지시는 분들은 양창수 교수님의 민법연구 제9권(박영사 2007년)에 관련 논문이 있으니깐 찾아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
08/03/07 00:35
수정 아이콘
Timeless님의 생각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1. 모의 Reproduction의 권리는 낙태의 권리까지 포함될 수 있으나(미국의 입장에 의하면), 과연 부의 Reproduction의 권리는 낙태의 권리를 포함할 수 있는가는 생각해 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논리에 따라서는 부의 경우에는 자식의 생산에 관하여 권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협소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죠.

2. 이익형량 해석이 가능한 것인가의 문제
예를 들어서 흡연권의 경우에는 혐연권을 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존중되는 권리라는 해석이 가능할 지라도(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의 입장이죠.), 인공자궁이라도 생기지 않는 이상, 모의 자기결정권의 배재하는 범위에서 부의 자기결정권이 성립할 수 가 있을 지가 의문입니다. 어느 경우라도 모의 자기결정권은 부의 자기결정권에 우선하는 것이죠.
기본권간의 충돌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 유사충돌로 볼 여지도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합니다.

3. 부의 reproduction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시기는 수정란이 모체에 착상되기 이전까지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안의 경우에는 부의 reproduction의 권리가 인정되는지가 의문이고 권리가 설사 인정되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4. 모자보건법에 대한 해석은 어렵군요. 배우자의 동의를 받는 근거가 부의 자기결정권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가는 좀 확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자기결정권에 근거한다고 보더라도 그 내용이 법률에 정한 요건에 의하여 행사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결정권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태아의 유전학적 부가 아니더라도 현재 법률상의 배우자이면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순수한 의미의 reproduction의 권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성야무인
08/03/07 07:32
수정 아이콘
어디까지 생명으로 보느냐에 대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정자혹은 난자가 본인의 동의에 의해서 사고 팔수 있는 거래에 수단이 되냐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네라고 대답하겠죠. 그럼 정자가 물건으로 취급되냐 아니냐라는 질문은 어떻게 대답할것인가요.. 참 애매한 문제이긴 합니다. 몇몇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선 (여기서 보수주의자란 한국의 보수주의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난자 자체만으로도 생명의 일부분으로 취급합니다. 그에 의거해서 난자에 대한 실험자체를 불허하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거기에 따른 이유 하나가, 난자자체만으로도 정자없이 즉 처녀생식만으로도 한개체를 발현될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정자는 그 자체만으로는 도저히 개체로 성장할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생명의 발현될수 있는 우선권을 따지자면, 난자를 가진 여성에게 당연히 낙태에 대한 권리를 가질수밖에 없다고 봅니다.즉 생명의 발현만으로 따졌을때 태아가 자궁에서 성장하는 원동력의 90% 이상이 난자의 의해서니까요. 따라서 단순히 생물학적 원리에 입각한다면야 여성이 우선이겠죠. 다만 위의 예가 발생한 경우 정자를 당사자의 허락없이 쓰였기 떄문에, 자식 소유에 대한 권리와 함께 그에 따른 여성이 아이를 가짐으로써의 정신적충격에 대한 위자료를 요구할 근거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08/03/07 10:55
수정 아이콘
좀 딴소리일수도 있겠지만..
인공수정 시술을 한 병원이나, 인공수정에 대한 정부의 관리 시스템에 대한 고찰부분이 많이 없는게 좀 아쉽군요.
정자의 무단사용에 대한 방지 시스템으로, 최소한 남자측 확인 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요..?
막말로, 엄한 쓰래기통에서 쓰고버린 콘돔하나 꺼내서, 그 정자를 무단 사용하여, 인공수정 할수도 있는거니까요.

본문내용의 건에서 문제시 돼야할건, 제가보긴, 낙태냐... 권리냐가 아닌, 허술한 관리 시스템이 아닐까 하는데요..

그리고, 나머지 사안에 대한건 완전연소님이 아주 잘 말씀해주셨고.. 그에 동의합니다.
또한, 시스템 부제에 대한, 대정부 소송도 가능하리라 보는데 말이죠..
현상수배
08/03/07 15:18
수정 아이콘
주재와는 동떨어지고 많은 분들이 아니시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남성들의 피임에 대한 의식 수준은 너무 낮습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2008년 대한민국에 피임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는 일부 남자들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몇천 아니 몇만의 새생명이 쓰레기통에 쳐박힙니다.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만이라도 피임에 대해서 공부를 하시기 바랍니다.
생명은 축복받으면서 태어나야할 존재지 가위에 찟겨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하는것은 아닙니다.
항즐이
08/03/07 17:09
수정 아이콘
현상수배님//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은 자제해 주십시오.
완전연소
08/03/08 00:00
수정 아이콘
zigzo님// 모자보건법의 부는 사실상의 부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의 취지는 법률상 부가 누가냐를 중요한 문제로

보는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이의 부가 누구냐를 문제로 하는 것이므로 부의 자기결정권과 관련이 있는 규정이라고 할 수 있을껍니다.

그리고 전 이 문제를 기본권충돌의 문제로 보려는게 아닙니다.

(이 사건의 현실적인 해결을 위해 헌법재판적인 논의는 불필요한거 같습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저도 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수준으로 부의 자기결정권이 인정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부에게 이러한 권리가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면 다른 분들의 의견처럼 부에게는 아무런 구제수단이 인정되지 않을껍니다.

원치 않는 아이라고 해서 생명인 "아이" 자체를 손해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러한 일이 생겼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고통을 인정하기 위한 권리로써 자기결정권(내지 인격권)을 사용한 겁니다.
TheOthers
08/03/08 05:08
수정 아이콘
어차피 헌법의 조항이야 법률의 조항으로써 간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써 사인간에 적용 될 수 있는 법은 아니니

논외로 치고,

친상법을 슬쩍 둘러봤는데 한국에는 답이 없는 듯하네요.
08/03/08 14:59
수정 아이콘
완전연소님// 답변 감사합니다. 그리고 완전연소님이 쓰신 밑의 독일 판례는 찾아보지 못해서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계약이 종료된 것은 인정되지만, 헌법상의 기본권을 근거로하여 위자료를 인정한 것으로 봐도 무방한가요?

TheOthers님// 완전연소님이 쓰신 독일판례의 경우라면 헌법상 기본권을 근거로 위자료의 청구는 가능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독일의 판례가 인정하였고, 학계의 저명한 교수이신 양창수 교수님이 거론한 판례라면은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완전연소
08/03/09 20:54
수정 아이콘
zigzo님// 우선 답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제 pgr에 들렸는데 답글이 달렸는지 미쳐 확인을 못했습니다;

병원에 대한 계약상 책임이 문제되지 않은 점에서 일단 위 사건에서 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된 것으로 본 듯합니다.
(변론주의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독일민법은 우리법과 달리 불법행위에 관하여 하나의 일반조항을 두고 있지 않고 과실만으로 성립하는 권리침해(독민 제823조 1항),

보호법규의 위반(동조 2항), 양속위반의 고의적 가해(같은 법 제826조)라는 세 개의 기본요건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823조 1항은 "생명, 신체, 건강, 자유, 소유권 또는 기타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의 기타의 권리는 모든 권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절대권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독일연방대법원은 일반적 인격권을 위 기타의 권리에 포함되는 권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좀 더 판례사안에 대하여 부연하면 위 사건에서 법원은 인격권침해를 이유로 한 위자료 청구뿐만 아니라 인공수정을 위해 신체로 부터

분리된 정액도 신체의 일부와 유사하게 취급된다는 이유에서 신체침해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위자료 청구에만 논의를 한정한 것은 첫째로, 위 판례의 태도처럼 신체로 부터 분리된 정액을 신체와 같이 취급하는 점에

대해서는 이를 차라리 소유권침해로 구성해야 된다는 학설의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고 둘째로, 항즐이님이 제시하신 본문의 사안은

인공수정을 위해 정액을 추출한 경우가 아니라 임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정액을 제공한 점에서 판례와 같은 이론 적용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sad_tears
10/05/28 06:01
수정 아이콘
2년만에 처음 이글을 만났네요.

주제도 재미있고 리플도 쭈욱 쭉까지 다 보게 되었어요.

얼마전 케이블방송에 롤러코스터에서 『여자는 이해하고 협동하려고 하고 남자는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한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습니다.

항즐이님이 처음 글을 썼을때 법적책임과 권리,의무 이행에 대한 의도만은 아니었을거라고 인지합니다. 리플이 지나고 지나면서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회귀보다는 법적인 단위에서 흑백구분을 나타낼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 듯하네요.

처음 항즐이님이 글을 쓸때 남겼던...
비타협적인 "믿음"이나 유사한 가치관, 혹은 논리적 구조와 동떨어진 개인적 선호도는 토론에서 제외되기를 강력히 바랍니다.

이 내용이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의식하고 썼던 문구일까요?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남기자면...

조금 다른 관점에서 남자의 입장을 사회,도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중절을 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서...

자신의 생명이 태어나게 되고 남자입장에서 자금의 여유가 된다면 양육비를 어느정도 담당하고 싶어질것 같네요.

원치않은 루트로 자식이 생겨나버려 마음에 드는 다른이성과 제대로 된 결혼은 할 수있을지도 의문이고요.

어떻게 보면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아이의 엄마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게 어떨까 하는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일수도 있겠네요.

'제 관점에서 본다면 외모나 성격에 결격사유가 없다면 아이엄마와 결혼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 이런 우유부단한 개인적인 영역을 첨부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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