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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4/18 10:29:52
Name 세인트
Subject [일반] 문득 든 대통령 선거제에 대한 생각.


집에와서 아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지난주까지 엄청 바빴다가 지난주 중순 즈음부터 조금 여유가 생겨서 밀린 글들도 뉴스도 읽고 눈팅도 하고 하면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뭐 요새야 워낙 공격받을 짓도 많이 하고 까이고 하면서 '원래 그런 사람' 이라던가 '밑천 드러난 거다' 뭐 이런 이야기도 많긴 하지만,

원래 제가 지지하는 안희정 지사님 말씀대로

저는 그래도 근본적으로 대통령 되려는 이들 중에 상당수는 '선의'로 그런 일들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봐요, 이제 경선도 끝났는데 저 두글자만 보고 믿고 거른다 하지 마시고 좀 읽어봐 주세요 ㅠㅠ)

그러니까, 그게 실제로 옳고 그르냐랑 상관없이 자기 자신은 옳은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일을 한다는 거지요.

다만 그게 제대로 된 고찰과 고민이 담겼는가, 여러 전문가, 참모들과의 숙의를 거친 것인가,

법과 절차에 맞게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 적법하게 이루어졌는가 뭐 이런 여러 가지 과정들을 무시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좋은 의도니까 괜찮아!!' 이러니 문제가 되는 거지

대부분이 정말로 자기 사리 사욕만을 위해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만큼 올바르고 정의로운 법과 제도가 있고 그것을 준수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저는 역대 대통령들이나 지금 대선 후보들도 정말 사악한 마음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군부정권은 모르겠고 민주정 기준으로 입니다. 근데 써놓고 보니 이명박은 그래도 제외 걔는 아무리봐도 자기 배 채우려고 한 놈 맞고)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지만요.





아무튼, 그리고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전 보면서 좀 안타깝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생각이 좀 있습니다.

이미 불출마 선언하고 머얼리 가버린 반기문 전 총장 보면서도 좀 그렇고...

사실 밑천이 어떻든 원래 인품이 어떻든 저떻든간에 사실 저정도로 망가지고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총선 직전 ~ 본격적으로 대선 모드 들어가기 전까지는 저도 꽤나 괜찮게 보았구요.

근데 이놈의 대선만 가면 저렇게 목숨걸고 바닥까지 다 드러납니다.

혹자는 그게 좋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게 좀 안타까워요.

제 개인적인 의견과 별개로,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할 때도 보면, 세 후보님과 세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서로간에 상처도 좀 크게 입고 서로 막말도 하고 멘붕해서 해서는 안 될 말도 하기도 하고...

이것도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게 왜 맨날 이렇게 되냐면,

다른 선거랑 다르게 대선은 '차기'나 '차차기' 라는 말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라서 그래요.

역대 대선 직후 차기 1위 달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 다음 대선에서 어땠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이 판이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2등이든 대폭망이든 그냥 똑같은 대폭망이기도 하구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이번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앞으로는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P.S. : 뭐 이걸 가지고 개헌 프레임으로 까면 할 말이 없는데;;
무슨 내각제 개헌하자 이런 걸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ㅠㅠ
요새는 대통령제에 대해서 조금만 안좋다고 이야기해도 그러면 저 박지원 김무성 같은 놈이 권력 잡는 의원내각제 하자는 소리냐? 이런 프레임에 딱 가둬버리고 무슨 논의도 안되고 무조건 까이는 분위기라 ㅠㅠ

저는 솔직하게 탁 까놓고 말하자면 이번 대선은 어차피 문 후보가 당선된다고 보는 입장이라
진짜 이번 정권 아니면 이런 이야기가 참 어렵겠다 싶어서 꺼내보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전 선거에서 2등 했던 정치인이 이렇게 꾸준하게 활동하면서 차기 1위 되는게 진짜 없어요.
87의 2위 김영삼은 '단일화 했으면 1위' 소리 듣던 사람이었고 그런데도 3당합당까지 해서 간신히 됬고
92의 2위 김대중은 정계은퇴 쇼까지 하면서 잠수타다 분위기 보고 스리슬쩍 왔고
그 외에는 2위한 후보가 그 다음 대선에서 당선된 사례가 없구요.

모든 것을 걸었다고 봐도 되는 대선에서 2등을 했는데 (심지어 2012는 군소후보 제외하면 정말 양자구도였죠)
거기다 집권 대통령이 무려 '박근혜'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살아서 돌아온 거에요.
물론 적폐는 청산해야 되겠지만, 2등한 후보든 2등한 당이든 정말 대숙청 뭐 이런 거 없이 잘 하는 사람들은 등용도 하고 의견도 듣고 그렇게 해서 숨은 쉴 공간 정도는 마련해 줘서, 물론 문제가 많고 구태적인 모습들도 보이지만, 제가 보기엔 그래도 차악은 된다고 생각하는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 정도는 바로 설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이랑 뭐더라 암튼듣보잡새누리당인가 개네들은 진짜 좀 그래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고 저는 아직도 안 지사님을 정말 좋아하고 지지하는 입장이라, 정말로 서로 지저분하게 싸우지 않고 상호 협력과 대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차기 정부를 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쟤네들이 사사건건 태클을 걸든 시비를 걸든 그건 나중 문제고, 원래 승자가 먼저 손 내미는 게 맞다고 보니까요. 논란이 될 수도 있는 글이지만, 많이 부족하고 횡설수설하는 글이지만, 부디 '선의'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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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18 10:31
수정 아이콘
밑바닥 드러나는걸 안타까워 하실일은 아닐거 같습니다. 그정도의 검증도 못견디고 중도에 사퇴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할 정도면 대통령을 안하는게 맞죠;
세인트
17/04/18 10:37
수정 아이콘
그건 그렇긴 한데, 애초에 털고 털어도 처마 길이 정도밖에 안 나오는 문 후보님이 좀 괴랄할 정도로 예외적인 케이스인지라...
그리고 저는 검증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All or Nothing 인 분위기이다보니 저렇게 바닥까지 드러내면서 상대 후보 욕하고 헐뜯고 이런 게 좀 그래서요... 서로 저렇게 척을 지고 바닥까지 가는 게 바로 그 All or Nothing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선거란게 원래 그렇다지만, 오히려 All or Nothing이 아닌 선거에서는 저정도까지 안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거티브 별로 안나오고 정책공방만 미친듯이 했던 바른정당 경선 같은 그런 선거구도를 보고 싶기도 하구요 ㅠㅠ)
답이머얌
17/04/18 18:34
수정 아이콘
바른 정당이 그랬던건 그랬다가는 다들 경선 중에 또는 후에 아마 검찰 또는 경찰 소환 받아야 할 수준의 바닥이라 그럴껄요?

게다가 어차피 이긴다고 해도 대통령 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하니 서로 상처입혀봐야 아무도 과실을 얻을수 없으니까 그랬겠죠.

까놓고 얘기해서 대통령될 확률이 거의 1에 수렴했던 이명박-박근혜 경선은 갈때까지 다 간 막장을 보여줬죠.

갸들이 뭐 특별히 개과천선해서 멋진 모습 보여주려한게 아니라 그냥 좋은게 좋은거로 그래서 그런거죠.

다른 예를 들면 정의당이 성소수자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역시 그러해요.

갸들은 어차피 그 정책 땜에 표 안줄 사람도 없고 표 줄 사람도 없으니 부담없이 지를수 있죠.

다른 정당이 그러하지 않은건 그랬다가는 표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가만히 있으면 중간만 가니까 그런거구요.

그런 태도 하나로 정의당이 훌륭하거나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해요.

만약 자한당이나 바른당, 하다못해 국민의 당에서 그런 소리 나온다면 정말 칭찬해줄만 하죠. 물론 선거에는 지고 진 이유 중의 하나가 성소수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라는 분석도 나오겠지만요.
17/04/18 10:34
수정 아이콘
안타깝기는 합니다. 한때 강연도 열심히 따라간적도 있고 v3시절부터 존경하던 기업가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분명히 상식적인 말을 부드럽게 해주던 청춘들을 위로하던 사람이었죠. 지금도 정치만 안하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지만 크크
17/04/18 10:35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가 나은겁니다. 검증이 되니까요. 우리가 대선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그들의 민낯을 볼수 있었을까요?
직선제가 아닌 의원내각제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가능성이 크기때문에 사람들이 반대를 외치는거구요.
뜨와에므와
17/04/18 10:37
수정 아이콘
87김영삼 같은 경우야 뭐...어차피 87때 단일화 됐으면 YS나 DJ나 다 승리 가능했을거라고 보면

92때도 박빙이 될수밖에 없었겠죠.
세인트
17/04/18 10:39
수정 아이콘
근데 막상 87때 앞섰던 YS가 3당합당을 하고서도 낙승이 아니었다보니...
뜨와에므와
17/04/18 10:40
수정 아이콘
당시 기준으로 정주영, 박찬종후보는 상당히 강력한 편이었기 때문에

그정도면 충분히 낙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0%넘기는 게 쉬운 구도가 아니었음...
세인트
17/04/18 10:43
수정 아이콘
흠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저는 3당합당을 한 순간 결국 민정당/민자당 계열 전체를 하나로 놓고 본다 봤을 때
결국 정주영/박찬종 쪽도 야권 표라고 생각했던지라 오히려 민주당계 표를 갉아먹는다고 봤던지라...
세인트
17/04/18 10:38
수정 아이콘
첫 리리플을 달면서도 어라 싶었는데 역시 뭔가 다들 검증 이야기로 가서... ㅠㅠ

검증이 나쁘다거나 하는 의도로 쓴 글이 아닙니다 ㅠㅠ
서로 사생결단으로 하다보니 인신공격하고 맨날 문모닝 해대고 저런 거 보기 싫고 안타까워서 한 이야기였어유...
17/04/18 10:38
수정 아이콘
근데 사실 저는 목숨걸고 바닥까지 드러내니까 차기나 차차기에서 안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위원장
17/04/18 10:38
수정 아이콘
박근혜 문재인 두명만봐도 차기는 의미가 있죠.
세인트
17/04/18 10:41
수정 아이콘
제 기억에 이명박 당선 직후였나 당선때였나 조사에서 차기는 문국현 후보가 1위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제 기억이 잘못된걸지도요.
뭐 아무튼 그양반은 아주 잠깐 1위 찍고 바로 훅 가셔서...

사실 그리고 92 대선 직후에도 차기 지지도 1위는 DJ가 아니라 박찬종씨였...;
iAndroid
17/04/18 10:42
수정 아이콘
13대 대선 : 1위 노태우 - 2위 김영삼
14대 대선 : 1위 김영삼 - 2위 김대중
15대 대선 : 1위 김대중 - 2위 이회창
16대 대선 : 1위 노무현 - 2위 이회창
17대 대선 : 1위 이명박 - 2위 정동영
18대 대선 : 1위 박근혜 - 2위 문재인

지금까지의 대선 성적표입니다. 13대 대선 이전은 완전 직선제라고 하기에는 거시기해서 뺐구요.
대선에서 2위를 거둔 사람이 김영삼, 김대중, 이회창, 정동영, 문재인 5명입니다. 근데 5명 중에서 2명이 대통령을 했어요.
확률로 따지면 40%인데 이게 적은 확률이라고 단정짓기에는 그런 것 같습니다.
덧붙여, 만일 현 추세대로 문재인이 당선되고 안철수가 2등을 한다면 6명 중에서 3명이 대통령을 하는 것이고, 2등한 사람 중 50%는 대통령이 된 겁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죠.
세인트
17/04/18 10:45
수정 아이콘
다른 리플에도 말씀드렸듯이 전 대선에서 2위만 한 게 아니라 대선 직후 조사에서 차기 1위 했던 경우 까지 같이 쓴다고 해야 되는데 일하면서 몰래몰래 알트탭 하면서 쓰느라 글이 엉망이 됬네요 ㅠㅠ 13대는 제가 학생때라 기억이 잘 안나고 14대 직후 차기 지지도 1위는 박찬종, 15대 차기 1위는 이인제, 16대 때 차기 1위는 정몽준 뭐 이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튼 그렇다고 쳐도 제 기억에 많이 오류가 있고 결론은 망글 ㅠㅠ
닭장군
17/04/18 11:02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저 사람들 면면을 보면, 순전히 본인이 부족해서 안된거죠 흐흐. 차기 쿨타임때까지 그 지지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는 능력 또는 노력이 없었던 거니깐요.
하늘건
17/04/18 11:15
수정 아이콘
"대선 직후 여론조사"는 가장 의미 없는 조사라고 생각해요. 대선 2위 후보는 패배를 추스리며 자숙 중일 테고 유권자들도 차기 대선에 관심도 없고 새인물론이 강하게 등장할 때기도 하죠. 그저 허상일 뿐인...
다른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실제 결과는 "실질적"2위 후보가 모두 재도전해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유일한 예외가 이회창. 저는 문재인이 당선된다면 차기에도 "실질적"2위 후보인 안철수, 안희정 두 분이 가장 유력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뜨와에므와
17/04/18 10:47
수정 아이콘
이회창의 2회 콩라인, 솔직히 존재감 없는 후보였던 정동영을 고려하면 대선 2위가 절대 불리하다는 얘기는 할 수 없죠.
위원장
17/04/18 10:53
수정 아이콘
17대도 따지고 보면 실제 2위는 한나라당 경선 2위인 박근혜로 봐야하니... 이회창 빼고는 다 당선인거죠.
17/04/18 11:40
수정 아이콘
17대에 대한 평가 공감됩니다. 이건 노무현의 위엄이네요.
17/04/18 11:4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박근혜는 정말 선의라 생각하고 국정을 한 것은 맞다고 봅니다.(흔히 말하는 유체이탈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평가할 땐 도저히 납득이 안가고 용서가 안되는 불법과 악의로 점철되어있어서 그렇지.. 안타깝기보다는 그저 비웃음이 나와요.
그런데 이명박은 정말 악의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가 본 보스정치, 악당 끝판왕 중 하나였어요.
세인트
17/04/18 13:15
수정 아이콘
저랑 정확히 같은 생각이시네요.
17/04/18 11:57
수정 아이콘
그동안 대선 2위가 대통령 못된거는 이회창밖에 없었어요. 박근혜도 실질적 2위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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