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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19 22:58:20
Name 지금뭐하고있니
Subject [일반]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웃기고, 분노케하고, 사랑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울렸던 백 여일의 짧지 않은 여정이 오늘로써 그 막을 내립니다. 내가 응원하던 후보가 되지 않은 것이 참으로 안타깝지만, 이번 대선의 시발점이 되었던 사건에서 보듯이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無’가 아니기에, 존재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의미를 주었다고 믿습니다.

웃으면서 우리의 미래를 꿈꾸었고,
분노하면서 지난 과거를 다시 새겼습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동행할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백 여일의 시간들의 회한을 눈물 한 움큼으로 맺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 선거에서 우리는 우리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못 했으나, 결코 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단합된 목소리로 시대정신을 확인시켰고,
우리의 열정적인 태도는 상대편조차도 시대정신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으며,
여느 때보다 더 뜨거웠던 참여는 우리 국민들이 나라의 주권자임을 확인시켰습니다.
새로운 미래가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변화는 아닐지라도, 우리의 의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이며, 간곡한 부탁이 전해졌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끝은 또 다시 하나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우려를 딛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것입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가 독재자의 딸이 민주화 사회의 지도자가 된 것을 더욱 눈여겨 볼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기에 우리가 갖는 우려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냉철하고, 분별력 있는 리더가 되어 주기를 박근혜 후보에게 기대합니다.

과거에 얽매여서 어떻게 미래를 개척하겠냐고 했던 그 스스로의 말처럼, 이제까지 있었던 자신에 대한 숫한 비판과 질타의 목소리는 과거로써 흘려보내고, 그 모든 비판과 함께 미래를 일궈나가는 자세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모토처럼, 지금과 다른 ‘새로움’을 이끄는 ‘여성(如性)’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5년은 지금까지보다 더 험난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장점으로 평했던 위기 대처 리더십을 잘 발휘하여 우리나라의 미래 5년을 잘 책임져주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오늘 열심히 투표장에 나가서 자신의 지지 후보에게 표를 던진 박근혜 후보와 그 외 다른 후보 지지자들께 참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리와 뜻을 같이 했든 아니든 직접 투표를 함으로써 스스로 주인됨을 느끼는 그 순간이 갖는 의미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믿습니다. 과거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그 소중한 한 표의 가치를 더 많은 분들이 체험한 것으로 충분히 좋은 경험이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믿습니다.

생전 정치는 하지 않겠다던 분이, 어려운 길에 선뜻 나서서 적지 않은 시간 즐거운 꿈을 꾸게 해주었습니다. 당신의 모든 것에 찬성하지는 않았지만, 당신이 보여준 인품과 그릇은 참 많은 것을 깨우쳐주었습니다.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문재인 후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당신이 외쳤던 말들이 여전히 제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그만큼 절실했고, 그만큼 공감했으며, 그만큼 감동했기 때문일 겁니다.
당신이 외치고, 우리가 마음 속에 새겼던 이 말들이 반드시 세상에 꽃피우리라 믿습니다.
오랜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문재인 후보님, 감사합니다.


ps. 백 여일 동안 함께 논쟁하고, 함께 불타오르며, 함께 웃고, 화내고, 즐기고 울었던 모든 PGRer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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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Side
12/12/19 22:59
수정 아이콘
뭐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가 있겠습니까,

이제 다섯 번 찍었으니, 여섯 번째를 준비하면 되죠.


언젠가는 나무가 넘어가겠죠. 언젠가는 ....


문재인 후보님께서는 나중에 다시 대선 나오시더라도 다시 투표해드리고 싶어요. 힘내세요.
하늘연데보라
12/12/19 23:01
수정 아이콘
저도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또 다른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하구요!
앞으로 더 나아지고, 희망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2/12/19 23:03
수정 아이콘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제 멘탈이 강하구나...를 느끼고 있네요. 즐거웠고 앞으로 더.. 정신차려 살고 싶네요. 사실...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지 않고 있기도 하구요. ^^;;;
Achievement
12/12/19 23:08
수정 아이콘
선거는 졌지만 참된 정치인으로써 오랫도록 남았으면 합니다
문제인후보 수고하셨습니다
12/12/19 23:15
수정 아이콘
괜히 눈물나네요.
불량품
12/12/19 23:15
수정 아이콘
문재인이란 후보의 강직한 모습에 반해서 여지껏 지지했습니다 물론 대북정책등과 관련해선 불만이 많았지만...

첫술에 배부를수 있겠습니까 비록 이번엔 패퇴했지만 이대로 소멸하지 않고 다음 전투에서 승리하는 승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12/12/19 23:18
수정 아이콘
사람답게 살며 소통하는 사회는 아직 멀었나봅니다........
슬픕니다.
뜨거운형제들
12/12/19 23:36
수정 아이콘
후보님의 노력, 그 누가 알아주겠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근데..페북 트위터 보면 정말 가관이 아니네요.
투표 결과를 보면서, 20대들은 투표를 안하고 뭐했냐고... 유신시대가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다고.. 이제 이민갈 일만 남았다고...
저는 정말 이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상대후보 비방을 넘어서서 상대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마저 죄인을 만들어버리더군요.

저도 물론 아쉬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지금 투표가 확정으로 이어진다면, 이 또한 국민들 선택입니다. 유신시대와 지금이 다른 점은 아니, 틀린 점은 모든 국민이 민주주의를 통해서 투표로 이러한 결과를 나타낸 점입니다. 왜 상대방을 지지한 국민들까지 패배자, 죄인으로 만들어버리고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물론, 피지알러 분들은 지금의 투표 결과를 수용하면서 5년 후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습니다.

글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댓글같지만, 제가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하소연 할 곳은 여기밖에 없네요. 모두들 투표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지켜보죠. 그리고 결과가 나오면 이제는 5년 후를 바라보면서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뭐하고있니
12/12/19 23:41
수정 아이콘
제가 다른 곳에 달았던 건데,
--------------
세상에서 제일 쪽팔리는 게 지고 나서 탓하는 겁니다.
지고 나서 만약에 따지고, 지고 나서 이 탓, 저 탓 하고, 얼마나 찌질합니까.
다 함께 가자던 후보를 지지하고선 졌으니까 다 배척하자고 하는 게 얼마나 찌질합니까.
이긴 사람한테 축하해주는 쿨한 모습은 어렵다 해도 지지자들에게 무조건 돌부터 던지지는 맙시다.

후보는 졌을지 몰라도
지지자는 지지 맙시다.
아니 지더라도 좀 멋지게 집시다, 제발.
------------
멋지게 지고 싶네요.
프리템포
12/12/19 23:52
수정 아이콘
잠시 쉬시다가 다시 정계복귀하시면 좋겠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세번째선거에서 지고 정계은퇴했다가 야당의 요청에 복귀해서 대선도 이겼습니다. 당장 정치활동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단빵~♡
12/12/20 02:10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진보정치인이 아닌분중에서 진심으로 좋아하게된 정치인이 문재인 의원입니다. 꼭 정치 계속하셔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 결과가 정의로운 세상 이루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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