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를 이끈 세대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사회를 꿈꾸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삶의 근원에는 가정의 온전한 유지와 책임감(어느 정도는 가부장적인)이 깃들어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삶에서 자식들 공부 잘 시켜서 나처럼 힘들게 살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 또한 존재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들은 어쨌든 최선을 다해 노력함으로써 그들의 뜻을 이루어냈습니다. 자식들은 굶지도 않고, 학교에서 배워가며 자랑스럽게 자랍니다.

세월은 흐릅니다. 민주화 운동으로 전두환은 물러났습니다. 시간이 또 흐르면서 분식회계를 했던 대우는 망했습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산업화 세대들의 열매를 따먹은 세대들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시대 상황이 변했습니다. 이전처럼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나간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취업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기껏 들어간 일자리도 비정규직에 불과합니다. 돈이 없고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고, 혹은 자식 낳기를 포기합니다. 즉, 내가 열심히 해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봅니다. 정규직 취업을 했는데 사용했다는 누군가의 빽, 거액을 탈세해도 곧 다시 복귀하는 재벌들, 권력에 영합하여 쉽게 변절하는 판검사들까지...이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정의를 생각하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내가 사는 이 사회에 정의란 존재하는가.

한편 산업화를 이끈 세대들은 자식 세대를 봅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자식들이 책임감도 부족하고 유약하며, 세상에 대한 불평만 갖고 있습니다. 실컷 돈들여 공부를 시켜놔도 공부도 제대로 하지도 않고 날마다 놀기만 한다고 혀를 찹니다. 나같으면 공사판에서 노가다라도 뛰고 있다면서 호통을 칩니다. 가끔 아는 누구네 자식이 잘 되서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통해 자식이 자극을 받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젊은 세대들은 말합니다. 공사판에서 노가다를 해서 집 한 채나 온전히 살 돈을 벌 수 있냐고. 지금은 부모님 세대처럼 대학 졸업하면 바로 취업되는 그런 쉬운 시절이 아니라고. 어차피 저 비리를 저지르는 무리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 아니냐고. 이 사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얻지못한 불안한 신세로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나이먹은 사람들은 옛날 얘기만하고 지금 현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대들기도 합니다.(이 경우에는 대화가 결국 차단됩니다.)

산업화를 이끈 세대들은 말합니다. 지금 현재의 시스템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고.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니 답답한 것이 아니냐고. 또한 저정도 비리 정도야 사업하면서 안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그 당시에는 다 그랬다면서, 가끔 세상도 제대로 살아보지 않은 어린 놈이 인생을 뭘 안다고 큰 소리냐고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대화가 결국 차단됩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이는 세대 갈등 속에서 나름의 정의관을 젊은 세대 일부가 키워갑니다. 능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공정한 기회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역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사회를 바꿔야한다는 사람들은 야권 지지자가 되어갑니다. 반대의 사람들은 여권 지지자가 되었겠죠. 자신의 생각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부동층이 되었겠고요. 하지만 어쨌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단, 현재 젊은 사람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는 나이대는 50대고, 그들과의 소통은 지금도 거의 단절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모순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야권지지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정의가 무너지는 상황을 맛봤고 크든 작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미 대화창구는 닫혀있습니다. 현재의 사회가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한 사회인가 아니면 문제가 있는 현재 사회를 변혁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현재의 사회가 대체적인 정의로운 사회인가 아니면 부패한 부분을 도려내지 않으면 안 될 사회인가에 대한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상대편에게서 대화를 들을 용의가 있는가 하는 점에서 솔직히 저는 지금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부정적입니다. 지금까지 pgr만 봐도 두 입장은 결국 평행선입니다. 여권지지자분들이 야권지지자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야권지지자가 분노하는 원인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다른 입장에 서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정말 힘든 길을 가야될 것입니다. 그 무게만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 솔직히 걱정됩니다. 지금의 보혁갈등을 노무현이 만든 분열상이라고 또 떠넘기기만 한다면, 결국 영원히 48%는 버리고 52%만의 정부를 이끌어갈 수 밖에 없겠죠. 100% 대한민국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할겁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52%가 지지하는 공만을 인정하고, 48%가 거부하는 과는 인정하지 않았으니까요. 분노 또한 지금까지 막혔던 의사소통의 다른 표현입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촛불이 일어난 이후에는 분노의 원인을 찾지않고 억압만을 해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분노의 원인을 제대로 찾게하지 않는다면 또다른 폭발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덧. 굽시니스트는 정말 뛰어난 혜안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갈등은 지난 30년간 지속된 기표와 새로운 기표의 싸움입니다. 정말 굽시니스트의 말대로 앞으로 30년을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갈등의 겨우 초입에 서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덧2. 며칠 전 친구와 가볍게 한 잔 했는데, 옆 자리에서 취한 50대 아저씨 둘이랑 젊은 남자 하나가 싸웠습니다. 그 젊은 남자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는 이유로요. 이런 일이 생길까봐 인터넷에서나 표출하는 저같은 찌질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세요. 지금 사는 곳은 제 고향이고 쭉 살아왔던 곳이지만 여기서는 정말 친한 사람 아니고서야 제 의견을 표현하면 너무 많은 사람을 적으로 돌려야 해요. 이런 경우도 있다고 신세한탄을 잠깐 해봅니다. 뭐 반대편도 마찬가지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