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2/09 23:35:40
Name 가루비
Subject 팬이라는 사람들...
제 자신을 보면서 가장 절실히 느끼는 거지만.
참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팬이 아닌가 합니다.

... 저를 비추어서 보게 될때 그리 크게 사랑하고 있지도 그들의 경기를
전문적으로 보고 꼬집어 내어서 아껴줄만큼의 그리 게임보는 눈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게이머가 지기라도 하는 날엔 ' 아, 왜!!! ' 이러면서
혼자 중얼거리기를 수십번도 더 하곤 합니다.

가장 속이 타는건, 아마도 제가 아니라 그 선수 일테고
아마 상심을 해도 저보다 승부욕이 몇배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않을
그 선수일텐데 말입니다.


예전에 임요환선수가 그런적이 있었습니다.
물량으로 돌아가는 대세에 참여해 보려고 정말 지지부지하게 뭐라고 할까요.
이도 저도 아니고 정말 뭔지모를 플레이를 해대며 자신의 스타일도 아니고
완벽한 물량형으로 거듭나지도 않았던 시절 말이죠,

자신 스스로 '나만큼 미쳐봐'에서 밝혔듯, 놀고 싶었으나 제대로 놀줄도 모르고
놀수도 없던 시간, 안나오는 성적에 이것도 저것도 안되던 팬들을 등돌리고
앉았다 이야기 하던 그런 날 말입니다.

그때 임요환선수의 성적이란...


그 당시. 팬카페인 요환동에서 조차도 ' 후반 물량부족 ' 에 대한 질책에서 시작해
물량형으로 바꾸려다 잘 되지 않는모습, 나오지 않던 성적엔 또 괜히 '스타일이 없다.'
'그냥하던거 해라.' 등의 글이 참 많이도 격론을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어떤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우리의 이런 논란이 우리의 이런이야기가 임요환선수를 붙잡고 이길도 저길도
가지 못하게 흔들고 있는 거 아니냐고.

물론 그 뒤, 임요환선수는 자신의 스타일을 잘 살려가면서 한단계
더 진화 했다고 생각합니다. 팬들을 향해 다시 돌아봐 주었고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은채 아직도 가끔은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멋진 게이머로 말입니다.

전 ' 스페셜리스트 ' 보다는 ' 스타일리스트 ' 를 좀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안정감 있게, 도저히 지지 않을 것 같은 선수들 보다는
색깔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 임요환선수 멀티 먹어야 되요!! ' 할때 멀티 안먹고 병력
모으다 진적도 참 많은 임요환선수.
일종의 히+럴 체제에 어떻게 보면 고집입니다만, 그걸 자신의 스타일이고
자신은 그게 좋다 이야기 하던 삼성의 박성준 선수.
요즘은 좀 덜하다 해도 역시 ' 뭐죠? ' 하게 만드는 경기로 사람 설레게 하는
재미가 있는 강민선수.

... 스타일리스트들의 경기는 불안하지만 그 끝의 승리는 참 많이도 짜릿하잖아요.


그런 스타일리스트들의 경기가 유난히 그립고 좋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오늘 경기 중에서 4경기가 제일 재밌었습니다.

[ 생각해보니 개인적으로 박서의 바카닉 본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납니다.... ]


제가 좋아하는 타리그 선수의 팬카페에서 그 선수는 자신의 팬들에게
' 영원한 스폰서 ' 라는 이야기를 하며 감사를 참 잘 건넵니다.

많은 선수들 중에, 어느 선수에겐가 영원한 스폰서가 되길 자처한 분들이
이곳에도 많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 스폰서 ' 여러분.
조금만... 선수들을 흔들지 않으면 어떨까요?
획일화된 전략의 성토가 나오는 데에는 그들의 스타일리쉬함보단
스페셜한 당연한 승리를 바라는 맘. 그게 너무 컸던 팬들의 잘못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길을 가게 놓아둬 보자구요.
조금은 불안하고 그 길이 안전한지 아닌지 우리도 선수도 모르지만.
우리가 자처해서 스폰서 해주기로 한 그 사람이 그 길을 가겠다 하면
스폰서는 밀어줘야 하잖아요. ^^

그리고 하나만 더.
내가 영원한 스폰서가 되기로 자처한 선수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말할필요도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 소중한 맘 만큼.
다른 선수도 그렇게 누군가에겐 소중한 맘으로 바라보는 선수라는것.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스폰서는 바로 이곳에서 혹은 그 어디에서든.
자신들의 경기를 바라봐 주는 팬들이기에. 그들은 우리의 생각 보다 더 많이
우리의 말을 듣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조금만, 그들을 지켜봐 주었으면, 그들의 스타일가득한
각각 다른 색채가 너무 멋있는 '프로'들의 경기를 팬들이 함께 즐길
스타리그를 바래봅니다.

가슴아프게 소중한 그 선수들이, 너무 많이 흔들리거나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5/12/09 23:3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요.. 게임실력이 아무리 출중하여도.. 프로게이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드는군요.. 뭐.. 프로게이머가 아닌 연예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밀가리
05/12/09 23:39
수정 아이콘
하루가 멀다하고 완성형으로 가는 프로게임계에서 스타일리스트들은 점점 입지가 좁아져 가는게 안타깝군요.
05/12/09 23: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선수가 최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뿌니사과
05/12/10 01:39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사실은 -_-;;; 예전보다 그 등골 쫘~악 타고 올라오는 짜릿한 느낌이 줄어드는게.. 점점더 단단해지고 점점더 완벽해지는 경기라서 그런게 아닌가 합니다. 분명히 게임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enthausism 이랄까요.. 그거요.^^;
Reaction
05/12/10 02:41
수정 아이콘
가끔씩 박서의 예전 스타일의 경기가 그리워집니다.
그럴때면 옛날 경기들을 연달아 쭈~욱 곰플레이이어에 걸어놓고
제 일을 할때가 있죠.^^ 다시봐도 전율...
세이시로
05/12/10 03:46
수정 아이콘
요즘은 리플수 많은 글보다 적은 글을 보는게 오히려 더 좋을 때가 점점 많아지네요.
요즘의 '팬'들이 봤으면 하는 좋은 글입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9045 주간 PGR 리뷰 - 2005/12/03 ~ 2005/12/09 [5] 아케미5246 05/12/10 5246 0
19044 2006 독일 월드컵 조편성 이모저모... [32] 최종현-_-4029 05/12/10 4029 0
19041 2006년 독일월드컵 각조편성..(우리나라 경기일정 추가) [109] estrolls5235 05/12/10 5235 0
19039 요즘의 김성제..그리고 박태민.. [10] 김호철4122 05/12/10 4122 0
19037 [4] So Far... So Good... So What...? [9] Saviour of our life4139 05/12/10 4139 0
19036 역사에 남기 위한 첫 발걸음.. 박성준의 시원한 히드라 럴커~^^ [22] Dizzy4575 05/12/10 4575 0
19034 기대되는 어떤 게임의 예고편 [2] 포르티3633 05/12/10 3633 0
19033 자, 잘된점을 한번 이야기해 봅시다! [8] The Drizzle3790 05/12/10 3790 0
19030 너는 왜 살아? [23] Timeless3771 05/12/09 3771 0
19029 팬이라는 사람들... [6] 가루비3705 05/12/09 3705 0
19028 메이저리그팀과 프로게임단의 닮은꼴 찾기 (1) [7] 로망테란4062 05/12/09 4062 0
19027 이번주 주말에 관심 한 번 가져볼 만한 리그의 마지막을 즐겨보실래요? [5] 워크초짜5815 05/12/09 5815 0
19026 과연 박성준선수(삼성)의 고집이었을까? [58] 낭만토스4218 05/12/09 4218 0
19025 프로 = 승리? [5] Winjun3719 05/12/09 3719 0
19024 저는 게임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습니다. [33] legend3868 05/12/09 3868 0
19023 신한은행 스타리그 16강 1주차 시합 [22] kama4132 05/12/09 4132 0
19022 도대체 프로게이머란 어떤 존재란 말입니까? [211] legend5261 05/12/09 5261 0
19020 완전소중 견제양. -_-; (경기 내용 스포일러) [97] [couple]-bada4806 05/12/09 4806 0
19019 프로토스의 정신력vs저그의 근성 [23] jyl9kr3760 05/12/09 3760 0
19018 최연성 선수의 인터뷰를 읽어보고 난 뒤... [104] 케이5768 05/12/09 5768 0
19017 [Zealot] 다른 방면으로 이 세상을 본다면 [9] Zealot3648 05/12/09 3648 0
19016 싸이언 MSL 승자4강 마재윤선수vs최연성선수 경기를 보고생각한 분석 [5] 나르크4283 05/12/09 4283 0
19015 그가 다시 한번 거듭나다 (스타리그 2경기 스포일러) [28] 진공두뇌3490 05/12/09 349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