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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2/22 13:53:07
Name The Siria
Subject 개인적으로 꼽은 2005 E-Sports 10대 사건(2)
2. 게이머의 계약과 윤리.

시작하면서, 부탁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의 목적은 지난 일 다시 끄집어 내서, 생채기를 내자는 것이 아니다. 올 한 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 번 되짚어 보고, 그 사건에서 과연 어떤 것을 얻었는지 생각하자는 뜻이다. 부디, 이 글에서 지난 일로 다시금 무의미한 말꼬리잡는 싸움은 없기를 바라면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적어도 2001년보다, 더욱 대중화가 되었고, 어느 정도 대중의 우상으로 자리잡은데 성공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절대적인 수치에서는 아직도 많은 수를 자랑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충성도와 열성적인 활동의 부분에서는 이제 어느 종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네이버에서는 E-Sports를 하나의 종목으로 인정하기 시작을 했고, 과거처럼 무지한 반응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필자는 프로게이머가 공인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연예인과 운동선수에게 공인이라는 족쇄를 채우는 것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유독 정치인과 관료에게 요구되어야 하는 윤리를 지나치게 그들에게 투영하는 경우가 많다. (음주운전이나, 마약 같은 경우는 누구나 다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니, 이 점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프로게이머가 항상 대중에게 좋은 소리만 해야하고,(물론 대놓고 욕을 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일 수 있지만..) 사람으로서의 욕구와 사생활까지 포기할 정도로 족쇄를 채우는 것은 반대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있다. 일종의 예의라고 해야 할까..? 예의의 문제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한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아도, 그래도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에 대한 일종의 예의라는 것이 있다. 즉, 본인들도 사람으로서의 욕구가 분명 존재하기에, 이 점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예의의 범주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깐,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 예의의 범주는 도대체 어디까지 인정이 되는 것일까? 무엇이 예의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리라는 것은 예의의 범주에 속할까? 이 점에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며, 특히 계약의 부분은 더욱 그렇다. 최연성, 이병민, 나도현, 이 세명의 선수가 겪은 일은 예의와 계약, 그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4월에 파문을 일으킨 최연성 선수의 이중계약 파문이나, 10월달 이적 과정에서 벌어진 이병민 선수의 잡음, WCG2005 참가에서 벌어진 나도현 선수의 잡음은 모두 이 범주에 속하는 일이다. 이중계약 파문이나, 이병민 선수의 이적 과정에서의 잡음은 결국 명확한 규정의 미미함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시점에서 계약이 종료가 되는 것인가? 에이전트의 존재는 그들에게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현재의 E-Sports 시장에서 타 스포츠와 비교할 수 있는 감독의 존재는 삼성칸의 김가을 감독과 KTF의 정수영 감독 정도라고 해야할까? 나머지는 에이전트와 감독의 경계가 솔직히 불분명하다. 이 상황에서 에이전트와 감독의 역할에서 갈등하게 될 경우의 모습은? 혹은 계약 과정에서 누가 정확한 에이전트고, 누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성은?
두 건의 계약에서 아직도 계약의 문제는 정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중간에 낀 것은 선수일 뿐이다. 4월의 이중계약 파문에서 최연성 선수의 처신이 옳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난의 강도가 조금은 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에 대해 손 싸매고 있다고 뒤늦게 징계에 나선 협회 측도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하며, 이 당시에 계약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했다면, 이병민 선수의 건이 있었을까 싶다. 계약 만료가 타 팀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것이 아닌지에 대한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아직, 스폰이 없는 스타크 팀은 다섯팀이나 된다.
나도현 선수의 건은 철저한 예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행한 일은 분명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어찌 되었건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그렇게 허술하게 다룰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니까. 그가 설사 자신은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것은 분명 국가대표로 응원을 보낸 사람에 대한 예의의 문제이므로.

정리를 할까. 결국 아직 예의와 계약의 문제는 명확하게 정립이 된 것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이 둘은 모호한 상황이다. 타 팀으로 이적할 때, 어느 정도의 이적료가 있어야 하는가, 혹은 계약 만료이기 때문에 이적료는 필요가 없는가? 선수의 이적에 있어서 에이전트는 과연 누구인가? 따지고 보면, 이 것은 예전 이윤열 선수도 곤란을 겪었던 문제다. 그 때 해결을 하였다면... 아니, 이 번 최연성 선수의 건만이라도 제대로 계약과 관련한 규정을 정립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또 하나, 게이머들에 대한 명확한 윤리 규정은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게이머들이 눈을 많이 의식하고, 그렇기에 사생활이 좀 침해되는 느낌이 많다. 싸이에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면, 그것은 엄청난 문제가 되니까. 어쩌면, 이 것은 개인의 윤리에 우선 맡겨 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대표 정도의 자리라면,혹은 중요한 리그의 예선이라면, 이에 대한 윤리 규정은 하나쯤 만들어도 나쁠 것은 없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리그의 체계와 중요한 상황에서만 적용되어야 한다. 엄한 사생활에 관한 것까지 규정해 어길 시에는 규정 필사하는 따위의 규제라면, 차라리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게 낫겠다.

아직, E-Sports의 규정은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계약과 윤리에 관한 규정도 그렇다. 스타만 예로 들었지만, 계약의 문제에서 카트라이더 팀들이 겪는 곤란은 이 일이 전체의 일임을 말해준다. 워3 MWL2에서 한창 시끄럽던 어뷰즈 논란은 윤리에 대한 규정의 필요성을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체계이다. 개인을 규제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구성하는 판을 규제하는 그런 체계는 필요하다. 판이 커졌는데, 언제까지 주먹구구로 할텐가. 중요한 것은 이제 프로게이머는 애들 장난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꼽은 2005 E-Sports 10대 사건(1) - 충격의 맵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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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영
05/12/22 14:01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10개 모을 것도 없이 하나하나만으로도 추게감!
05/12/22 14:01
수정 아이콘
글 잘 봤습니다. The Siria님의 말씀처럼 계약문제이든 다른 여타 문제이든 확실한 규정과 개념이 확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과도기적 혼란과 오류라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단계는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하겠지요. 다만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정수영 감독님과 김가을 감독님은 왜 감독과 에이전트의 불분명한 경계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태클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여쭙는 것이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멧돼지콩꿀
05/12/22 14:12
수정 아이콘
정말 이중계약으로 최연성선수는 이름보다 별명이 이름처럼 되어버렸죠... 최연성선수 프로게이머생활중 최고의 실수일듯,,,
05/12/22 14:38
수정 아이콘
뭐 어짜피 그선수를 싫어하는 팬들만 까는 분위기였죠. 계약문제를 인간성과 연결시켜서 비난하기도 했었죠.
05/12/22 14:52
수정 아이콘
두분은 고용직 감독이기 때문이죠.
제가 알기론 팬텍과 SKT 도 마찬가지로 고용직인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 아닌가 )
다른 감독님들은 구단주이면서 에이전트이면서 감독이면서 복잡하죠.
05/12/22 14:58
수정 아이콘
homy님//으흠...... 팬택과 T1은 지금은 고용직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은 기존에 만들었던 팀을 스폰서로 연결시킨 느낌이 강하니 확실이 정감독님과 김감독님과는 다른 케이스이긴 합니다, 다만 전 그런 것 보다 아무래도 The Siria님께서는 팀내의 역활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런 면에서는 아직 정감독님이나 김감독님도 여타 팀의 감독님들과 아직은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는 하는데 뭐 The Siria님께서 더 자세하게 설명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 ^
The Siria
05/12/22 15:05
수정 아이콘
homy님이 잘 설명해 주시는 것 같네요.
김가을 감독은, 변은종, 최수범, 이런 선수들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죠. 직접 키운 것도 아니고, 이 선수들의 이적 과정에서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구요.
정수영 감독도 그렇습니다. 박정석, 변길섭, 조용호 선수들하고 아주 큰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보면, 정수영 감독은 삼성 칸 감독도 한 것으로 알고 있구요.

주훈 감독과 송호창 감독의 경우... 성적이 부진하다고 이 두 감독을 짜르고 자시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긴, 위의 두 감독도 그렇기는 하겠군요.) 이 두 분은 분명, 지금의 팀은 많이 달라졌지만, 엄연히 자신의 휘하에 있던 선수들을 스폰을 받아서 만들기는 했죠. 조규남 감독이나 하태기 감독, 조정웅 감독 같은 분이 스폰을 받아도, 결국은 비슷한 위치일 것 같습니다. 감독과 에이전트가 불분명한...

상대적으로 김가을 감독과 정수영 감독의 경우, 두 분은 에이전트 적인 성격은 덜하니까요. 요컨대, 진짜 성적 가지고 시비 걸면서 짤릴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감독님들이라고 할까요...
05/12/22 15:11
수정 아이콘
The Siria님//그렇군요. 기업팀들 혹은 게이머와의 관계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확실히 그런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수 이적과 계약에 대한 관여도를 볼 때 이 두분도 에이전트적인 면을 타 감독들 처럼 아직은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긴 그것도 상대적이라는 측면에서 다시 생각한다면 확실히 차이가 있긴 있겠네요. 설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
유신영
05/12/22 15:12
수정 아이콘
훈훈한 리플들이군요 ^^
sway with me
05/12/22 17:1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0대 사건에 기분 좋았던 사건도 아마 있겠죠?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의 흥행에 대한 얘기라든지... 관중수 얘기가 나오면 또 논란이 생길라나?^^;;
자스민
05/12/22 18:3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확실히 E-sports 전반에 걸쳐서 명문화된 규정집이 필요하긴 필요한데 - 특히 계약 및 계약금 등 선수생명이 걸린 중대사안에 대한건 말할 것도 없구요- , 뭔가 사건이 터져야만 규정 운운하는 현실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질 않는군요. 내년에는, 좀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며... ^^
아케미
05/12/22 18:57
수정 아이콘
상처입지 않으려면 하나하나 고쳐야 할 텐데 말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5/12/24 02:52
수정 아이콘
체제가 아직 확실히 자리잡히지 않아서 그런 감이 없지 않아 있었죠~
Gold Digger
06/08/20 14:57
수정 아이콘
너무 최근에 일만 거론이 됐는데...제 생각엔 IS 시절 김성제 선수의 퇴출 파문같은 일도 거론이 됐으면 좋겠네요.그 당시에는 정식계약제도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구단 혹은 매니져의 파워에 눌려서 제 목소리를 못내고 냈다가는 퇴출되어 다신 스타계에 돌아오지 못한 선수들이 꽤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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