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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3/04 16:41:53
Name A1B2C3
Subject 흡사.. 삼국지의 하이라이트를 본 듯한 어제의 경기.
개인적으로, 삼국지를 대단히 좋아합니다.

연의다 정사다 삼국지 관련 서적을 20권은 더 넘게 읽어본 듯 할 정도고, 게임도 삼국지 시리즈나 삼국무쌍 같은 걸 제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어제는 자꾸 삼국지연의의 하이라이트 적벽대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류라는 조그만 땅에서 일어나 여포, 원술, 서주 시절의 유비 등의 수많은 군웅들을 대파하고, 7만의 군사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10배가 넘는 70만 원소군을 관도에서 완파, 얼마 안 있어 하북 일대를 장악하고 이윽고 형주를 날로 먹어버리면서 사실상 중국의 통일을 눈앞에 둔 이 "조조"라는 희대의 영웅의 100만 군대가 적벽 강가에서 주유의 동오 수군에게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해, 이 일격으로 사실상 조조는 천하통일의 꿈을 한동안 접을 수 밖에 없게 되었죠.

사실 세밀히 따지고보면 이번 결승전과는 상황이 꽤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수 삼국지 팬이라서 자꾸 조조가 마재윤 선수로, 주유가 김택용 선수로 보이더군요. (저는 삼국지연의에서의 적벽대전의 영웅을 주유라고 생각하지 제갈량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사람이거든요. 제갈량이 동남풍을 부르고, 방통이 연환계를 써서 배를 묶었다한들, 군대를 지휘해서 끝내 조조군을 대파한 건 주유지 제갈량이나 방통이 아니였잖습니까.)

  아아. 솔직히 적벽대전은 위나라 팬인 제 입장에서는 제일 읽기 괴로운 대목이였습니다.
어제 경기도 마재윤 선수의 팬인 제 입장에서는 참 보기 괴로운 경기였구요.
주유를 미워했던 그 마음이 왠지 이제는 김택용 선수에게 그대로 나타날 것만 같아서..

역사로 보든 소설로 보든 결국 조조와 주유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마재윤 선수와 김택용 선수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조와 주유의 그 화려한 업적은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끝내는 그들과는 달리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뱀다리 1 = 그런데.. 정말 어제 경기. 마재윤 선수가 어떻게 했으면 이길 수 있었을까요? 물론 마재윤 선수가 어제는 좀 마재윤 선수 답지 못했다는 느낌도 들었고, 패턴도 너무 비슷해서 자꾸만 신한은행 시즌3 스타리그 결승전의 이윤열 선수가 오버랩되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만 마재윤 선수가 잘한 것 처럼 김택용 선수가 너무 잘했습니다 ;;

뱀다리 2 = 여기서, 이런 뭔가 가벼운 느낌의 글을 써도 좋은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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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主NISSI
07/03/04 16:46
수정 아이콘
분위기 자체가 왠만하면 마재윤선수가 이기는 분위기였고, 마재윤선수도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이죠. 어쩌면 마재윤선수는 '내가 토스에겐 재앙이다'라는 기분을 강하게 심어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나한텐 이길 방법이 없어. 너네가 어떻게 하든지 말야... 이렇게 말이죠.

김택용선수가 마재윤선수의 전략을 잘 파악했고, 초반정찰이 워낙에 좋았던 것이 컸으니 이제 하늘이 돕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구요. 어제의 마재윤선수의 플레이는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 문제가 됐던 거죠. 토스가 정찰을 성공하면(운이 좋든 어쩠든) 마재윤선수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니까요.
07/03/04 16:47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면... 도대체 마재윤 선수는 그 프로브를 왜 못 잡았을까요(...) 김택용 선수가 컨트롤을 너무 잘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드론 욕심을 너무 부렸던 걸까요?
07/03/04 16:51
수정 아이콘
발업 안된 저글링이 프로브 잡기는 너무 힘들죠... 그나저나 어제 김택용 선수 빌드는 정말 완벽한거 같더군요... 저그가 무슨 빌드를 써야 잡을지...
07/03/04 16:53
수정 아이콘
프로브 컨트롤을 정교하게 해주면 발업도 안된 저글링 고작 몇 마리로 잡기는 힘들죠. 그렇다고는 해도 어제의 마재윤 선수는.. 평소와 너무 달라보이더군요. 물론 김택용 선수가 완벽에 가깝게 플레이를 한 점도 있지만, 전 마재윤 선수 표정도 그렇고 어디 아픈건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그냥 수동적으로 이끌려만 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질 때 지더라도 그렇게 질수가 있는건지.. 그 마재윤 선수가.. 여러모로 충격이었습니다
07/03/04 16:56
수정 아이콘
근데 김택용선수 거의 뮤탈에 프로브 한기도 안잡힐정도로 완벽한 캐논타이밍이더군요..
달걀요리사
07/03/04 17:35
수정 아이콘
6마리정도는 뽑아야 프로브 잡을수 있다고 봅니다.
07/03/04 17:41
수정 아이콘
도대체 저그가 어떻게 해야 이길러나요(...) 테란을 무너뜨리니까 토스가 달려드는 이 기막한 형국은 ;;
07/03/04 17:56
수정 아이콘
저그가 프로토스를 어떻게 이기냐는 말이 나오다니;; 마재윤 선수가 저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긴 큰가 봅니다. 마재윤 선수 오버로드 속업도 안했고, 확장도 너무 배쩨는 식으로 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자신의 수비능력을 믿었고 실제적으로 그것이 잘 이루어지기도 했죠. 심소명 선수나 박성준같은 스타일에게는 또 저런 스타일의 프로토스는 무너지기도 쉬울지 모릅니다. 저그>프로토스 상성이 브루드워 7년을 넘게 지속되었는데 그게 하루만에 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07/03/04 18:00
수정 아이콘
rakorn님//그만큼 어제 충격이 심했습니다(...) 그래도 천하의 마재윤인데 말이죠. 비책을 가지고 나왔다지만 그게 너무 잘 먹혀들어가서 놀랐습니다.
그러고보니, 스갤에서는 심소명 선수나 박성준 선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의견이 종종 올라오곤 하더군요.
07/03/04 18:24
수정 아이콘
참고로 얼마전 팀 단합을 위해 한 이벤트인 히어로 팀배틀에서는 블리츠 X 김택용 대 박성준 선수 경기에서 박성준 선수가 압도적으로 승리했습니다.
S&S FELIX
07/03/04 18:49
수정 아이콘
어제경기는 마재윤 선수가 같은 빌드로 했다기 보다는 김택용 선수의
프로브가 마재윤 선수에게 같은 빌드를 강제했습니다. 그래서 김택용
선수가 대단한 것이겠죠.

사실 적벽대전은 역사책에서는 주유만의 활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07/03/04 19:00
수정 아이콘
S&S FELIX님// 역사책으로 치면 주유와 황개의 대활약이였죠. 무제기에야 조조가 역병으로 돌아갔다고 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화공으로 패배(..)
S&S FELIX
07/03/04 19:0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우리의 황개를 잊고 있었네요.
07/03/04 19:15
수정 아이콘
김택용 선수 인터뷰를 보면 연습하면서 저그에게 좋은 빌드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언제나 무적인 빌드는 없는거죠.
그나마 상대하기 쉬운 빌드를 마재윤 선수가 써서 다행이었다고 했는데 제가 생각하기엔 선뮤탈이 아니라
땡히드라 러쉬나 선럴커 정도가 다수커세어와 빠른 테크를 올리는 플토에게 까다롭다는 생각이 드네요.
Bright-Nova
07/03/05 01:09
수정 아이콘
오오~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신 분이 계셨군요~^^
마재윤 선수의 완패 이후에 문득 이번 결승이 본좌임이 공인된 상태에서 마지막 저항세력을 부수기위한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적벽대전과 겹쳐 생각나더군요.
같은 의미에서 마재윤 vs 이윤열 의 온게임넷 결승은 관도대전에 비유할 수 있겠더군요. (마재윤=조조, 이윤열=원소) 여기서 우승하고 마재윤 선수도 조조처럼 누구도 본좌임을 반박하기 힘든 위치로 올라서죠.
dkTkfkqldy
07/03/05 01:18
수정 아이콘
아...여담이지만 예전에 삼국지 밤새가며 읽었던 기억이 아른거리네요~
변성수
07/03/05 04:20
수정 아이콘
커세어 많이 뽑고 템테크가는거 어떻게 이기는지 보려면 블리츠(오리지널)에서 윤용태 vs 이제동 보시면 됩니다.
파에톤
07/03/05 04:52
수정 아이콘
애당초 3해처리 레어완성될때까지 발업도 안된 2저글링만 뽑았다는거 자체가. "나 정찰 좀 해주세요." 라는 말이었죠.
그리고 김택용선수 인터뷰로는 연습중 저그에 좋은 빌드를 찾아냈다고 했는데. 마재윤 선수는 그것을 찾지 못하고 늘 하던대로 한게 패인이죠
07/03/05 13:44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온겜결승 - 중원을 차지한 관도대전..
엠겜결승 - 관도대전 직후 천하통일을 목표로 진격,당연히 이길줄 알았지만 대패한 적벽대전...

하지만 이 비유도 마재윤이 여전히 1인자포스를 내뿜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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