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8/02/02 19:33:33
Name ls
Subject [스타구경] 온게임넷 박카스 스타리그 16강 5회차
아.. 이거, 한 주에 두 개씩 쓰려니까 시간이 꽤나 빡빡하네요. 특히 수요일 경기를 금요일 전에 쓰려니 압박감이 그냥..
늘상 늦게 써서 올리던 거, 꾸준히라도 올려보겠습니다. 편의상 경어는 생략합니다. :)




A조 5경기. 이제동 vs 도재욱 @ 악령의 숲 / 상대전적 없음

A조에서 가장 쉽게 8강에 안착할 것 같았던 이제동. 그리고 16강 탈락이 가장 유력해 보였던 도재욱. 이제동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무난하게 2승을 쌓으며 8강 진출에 가까이 다가갔고, 도재욱은 염보성에게 일격을 당했으나 새롭게 떠오르는 프로토스의 성지 카트리나에서 구본좌 마재윤을 꺾으며 자신이 녹녹치 않은 신예임을 입증했다.

이제동과 도재욱. 두 선수의 대결에서 이제동의 우세를 점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공식전 13연승. 지금 이제동의 포스는 다음 스타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날의 그것을 넘어선지 오래. 프로리그 우승을 넘어 양대 개인리그의 우승을 넘보고 있는 그의 질주를 과연 도재욱이 막아낼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승부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있었다. 전장이 악령의 숲이라는 것. 인터뷰에서 토스에게 맵이 안 좋다거나 플레이에 실수가 있었다는 둥 각종 불만을 토로하며 몇몇 사람들에게 '프징징' 내지는 '송핑계'라는 소리를 듣는 송병구마저 프로토스가 좋다고 한 마디로 잘라 말한 바로 그 맵이다. 과연 이 맵이 이제동의 패배를 불러올 만큼의 변수를 가져다 줄 것인지.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아니나 다를까, 저그 유저에게 악령의 숲의 부담감은 상당했던 모양이다. 이제동은 원 해쳐리 럴커라는 도박 수를 준비, 승부수를 띄웠다. 도재욱은 확장 대신 게이트에서 질럿을 꾸준히 누르며 리버를 생산. 이제동의 히드라가 도재욱의 본진 근처에서 럴커로 변태하는 순간까지 캐논이나 옵저버터리가 없어 이제동의 노림수가 먹혀들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도재욱은 이제동의 럴커를 보는 순간 옵저버터리를 올렸고, 눈치 빠른 이제동도 입구를 막은 질럿 무리를 밀어낸 뒤 재빨리 안으로 밀고 들어와 럴커와 저글링으로 소환 중인 옵저버터리를 일점사했다. 승부를 가른 것은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 옵저버터리는 거의 소환과 동시에 파괴되었지만, 그 1~2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은 옵저버의 생산을 가능케 했고, 결국 이는 이제동의 패배로 이어졌다.

이제동의 한 방은 충분히 걸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박이었다. 하지만 도재욱의 빌드는 빠른 럴커도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둔 것이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악령의 숲이라는 맵을 두고 벌어진 두 선수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 내지는 빌드 공방에서 이제동이 밀렸다고 볼 수 있을 듯.

이걸로 이제동, 도재욱 모두 2승 1패. 금요일 경기에서 염보성이 마재윤을 꺾으면 3자 재경기에 들어가고, 마재윤이 염보성을 잡으면 둘이 손 잡고 나란히 8강에 진출하게 된다. 그동안 개인리그와는 인연이 없었던 염보성이 이번에야말로 일을 저지를 수 있기를 바랄 뿐. 마봉자 아저씨는 어차피 탈락 확정 된 거 한 번만 더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베넷어택에서 택용이 기분도 풀어줬는데...






B조 5경기. 안기효 vs 윤종민 @ 블루스톰 / 상대전적 없음

영원한 미들카터 안기효의 아스트랄한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 경기. 다 잡은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유리하게 풀어가던 게임을 그렇게 허무하게 놓칠 줄이야. 그것 참.

문제는 하이템플러의 부재였다. 3시 멀티를 가져가고 캐논 심으면서 뮤탈 방어용으로 아칸을 만든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저그가 뮤탈로 가는지 히드라로 가는지 확실한 정보를 얻지 못했던 상황에서 질럿을 마구마구 찍어내는 건 좀.. 우선 방어에 필요한 하이템플러를 확보하는 게 우선 아닌감.

호랑이 없는 굴에는 여우가 왕이라고, 하이템플러가 없으니 땡히드라가 왕이다. 중반 가서 저그가 마음 먹고 히드라만 찍으니까 정말 끝없이 끝없이 나온다. 리버도 없고, 하이템플러도 없고,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지. 커세어로 히드라 오는 거 보고 게이트웨이에서 하이템플러 찍었어도 이 정도로 쓱싹 밀리지는 않았을 것을. 나중에 가스 남아도는 토스를 보니 내가 다 안타깝더라. 안기효도 참 대단하다. 여러가지 의미로..






C조 5경기. 김택용 vs 박찬수 @ 트로이 / 상대전적 3:2 김택용 우세

예전에 김택용이 이 맵에서 저그 상대로 어떤 경기를 할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세부적인 운영까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본 경기에서 김택용은 선포지 더블넥을 준비해왔다. 아마도 이후 운영은 커세어-리버. 김택용 특유의 커세어 활용을 통한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그 예정은 박찬수의 눈부신 전략에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공포의 5드론 저글링 러시. 얼핏 보기에 올인성 전략으로 보였던 5드론은 사실 올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대방의 빌드를 어그러뜨리고, 상대 본진 입구의 어시밀레이터를 파괴함으로서 가난한 본진 플레이를 강제하는 수단이었다. 쉽게 말해서 '난 가난하게 갈 테니까 넌 나보다 더 오랫동안 더 가난하게 가라'는 소리.

... 라고는 하지만 5드론 저글링 러시 하나만으로도 대비가 안 된 토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한 방이나 다름 없다. 특히 김택용처럼 보통 선포지 더블넥으로 시작하는 선수에게는 더더욱 그렇고. 그런데도 김택용은 5드론 저글링 러시를 막았다. 김택용의 물리적 파괴력이 여전함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늘상 그렇듯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예를 들자면 선포지 더블넥으로 거의 정형화된 김택용의 초반 빌드가 그렇다. 본진 9 게이트를 가져갔다면 이렇게 쉽게 밀려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 PGR에서는 선포지 더블넥으로 5 드론 저글링을 막을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그건 상대방이 5드론을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빠른 캐논 타이밍에 최적화를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5드론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서 프로브나 기타 건물의 생산보다 캐논 생산을 우선하기에는 저그가 5드론을 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중간에 말이 샜는데, 여튼 핵심은 김택용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비수 더블넥에서 이어지는 유려한 커세어 운영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라, 김택용이 무엇을 할지 상대방이 쉽사리 예측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변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강해도 같은 전략은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니까. 알고도 못 막는다던 마재윤의 쓰리햇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듯이.






D조 5경기. 손찬웅 vs 김동건 @ 카트리나 / 상대전적 없음

교훈 하나. 견제도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경기를 끝낼 수 없다.
교훈 둘. 테란이 마음 먹고 본격적으로 준비하면 아비터 리콜을 충분히 봉쇄할 수 있다.
교훈 셋. 왠만하면 아비터보다는 캐리어가 좋다.

그리고 보너스 하나. 토스가 아비터가고 반반 싸움하면 고맙다는 전상욱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

---

보너스 6회차 승자 예상.

A조 6경기. 마재윤 vs 염보성 @ 악령의 숲 / 상대전적 1:0 염보성 우세
B조 6경기. 이영호 vs 송병구 @ 블루스톰 / 상대전적 5:1 송병구 우세
C조 6경기. 서지훈 vs 박성준 @ 트로이 / 상대전적 6:4 박성준 우세
D조 6경기. 박명수 vs 박영민 @ 카트리나 / 상대전적 없음

5회차 예상은 다 틀리고 윤종민 하나 맞았음. 이런 저조한 성적이.. -_-
6회차 예상은 염보성 - 송병구 - 박성준 - 박영민... 이었지만, 이미 경기가 끝나버렸네요. 75% 빙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彌親男
08/02/02 20:17
수정 아이콘
5,6 스코어 연속으로 터졌습니다. 와우! 도재욱 선수 만세..

도재욱 선수와 이제동 선수의 경기는 '악령의 숲'이라는 맵이 이제동 선수의 원해처리 럴커 빌드를 강요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도재욱 선수는 SK Telecom T1이고 그 팀에는 원해처리 럴커 은근히 많이 쓰고 잘 쓰는 박태민 선수가 있었지요.

D조 경기는 손찬웅 선수의 판단미스가 너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견제도 좋고 참 좋은데 토스가 테란이랑 반땅 싸움을 할때 아비터 체제가 갖는 유리함은 남는 가스로 하템을 무지하게 찍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질 - 드 - 아비터 만으로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데 말이에요. 그렇다고 가스가 배고팠던 자원상황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08/02/02 22:30
수정 아이콘
교훈 밑에 보너스 가슴아프네요.
역시 전략은 돌고 도는것 ㅜㅜ
울트라먹는 디
08/02/04 09:10
수정 아이콘
이제동 도재욱 전을 보면서 악령의 숲이 제거된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형편없는 맵이 16강까지 쓰였다는게 한심스러울 뿐이죠.
08/02/05 11:11
수정 아이콘
彌親男님// 첫 경기는 아무래도 맵 탓이 컸죠. 그나마 원햇럴커도 악숲이라면.. 하고 예측할 수 있을 법한 전략이었고. 여튼 도재욱 선수 대처도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이제동도 13번 연속으로 이기다보면 한 번 정도 질 수도 있는 거죠. 재경기 맵이 좀 저질스럽던데 돌파 가능할런지..

SkPJi님// 전상욱 MSL 피씨방 예선 뚫었더군요. :)

울트라먹는 디파일러님// 빠진 건 좋은데, 그 자리에 몽환 2가 다시 들어간다는 게 좀 압박입니다. 차라리 다른 맵을 쓰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3842 옮긴 글) "조용호 대 마재윤 - tide was high" [32] Judas Pain10617 08/02/04 10617 45
33841 옮긴 글) "저저전 개괄" [17] Judas Pain8016 08/02/04 8016 19
33840 왕이여 일어나세요. [8] 사랑과우정5458 08/02/04 5458 2
33839 [프로리그의 발자취] (1) - KTF EVER 프로리그 [15] 彌親男4631 08/02/03 4631 0
33836 MSL식 토너먼트 vs 스타리그식 토너먼트 [25] S@iNT5679 08/02/03 5679 0
33835 신한은행 프로리그 통합챔피언전 맵이 발표되었습니다. [9] 행복한 날들5543 08/02/03 5543 0
33834 "MSL우승=최고의실력자" 라는 의미는 이제 없습니다. [70] 매콤한맛10055 08/02/03 10055 1
33833 곰 TV MSL 시즌 4, 8강전 대진표가 아주 알찹니다. [31] SKY927507 08/02/03 7507 0
33832 육감 [18] 점쟁이5415 08/02/03 5415 0
33830 내가 누구냐? [48] 종합백과8597 08/02/03 8597 11
33828 8강에서 최고의 테저전을 보겠군요. [55] SKY927817 08/02/02 7817 0
33827 [스타구경] 온게임넷 박카스 스타리그 16강 5회차 [4] ls4461 08/02/02 4461 0
33826 게이트의 극의/하이테크의 비기 -update- [41] Judas Pain9190 08/02/02 9190 34
33824 [설탕의 다른듯 닮은]염보성과 호비뉴 [14] 설탕가루인형5289 08/02/02 5289 7
33823 박영민선수? 조금은 불안한데 계속 이기는 선수? [37] Xell0ss6715 08/02/01 6715 0
33822 스타리그 16강 재경기 맵순서가 나왔네요. [27] kama5615 08/02/01 5615 0
33821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의 비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2] 프렐루드4464 08/02/01 4464 0
33820 모두가 재미없다던 팀플... 과연 트로이는 어떨까요? [18] GoThree4524 08/02/01 4524 1
33818 송병구우우우~!! [58] 종합백과6688 08/02/01 6688 0
33815 그랜드파이널 맵순서도 나왔네요. [19] SKY924597 08/02/01 4597 0
33814 스타챌린지 예선대진표 발표되었습니다.(+서바이버 예선대진표도요~) [39] SKY926703 08/02/01 6703 0
33813 2008년 2월 KesPA 랭킹이 업데이트 되어있습니다. [15] 택용스칸5779 08/02/01 5779 0
33810 훌륭합니다. 이재호선수. [66] SKY9210006 08/01/31 10006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