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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0/15 20:53:38
Name 김연우
Subject 스타크래프트의 유동성, 외줄타는 프로토스
근래의 저플전을 보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새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금융 유동성 개념을 스타크래프트의 가스 관리에도 적용시킬 수 있겠구나, 하고.



  간단히 말해 금융에서 유동성은 현금 보유량이다. 빚쟁이가 '돈 갚아!'라고 했을때 갚을 수 있으면 유동성이 좋은거고, 못 갚으면 유동성이 나쁜거다. '지금은 현금이 없어서 못 갚으니 며칠만 기다려줘'라고 하면 모라토리움(지불유예)이다. 빚쟁이가 못 기다리겠다고 말하면, 파산이다. 급하게 유동성을 늘리는 방법은 돈을 빌리는 것이다. 그러면 가지고 있는 현금이 늘어나니까. 대신 이자를 내야 하니 나중에는 손해다.



스타에는 은행이 없다. 저축한다 해서 이자가 붙는 것도 아니다. 미네랄을 빌릴 수도 없다. 그래서 당연히 빚쟁이도 없다. 돈 갚으라 윽박지르는 사람도 없다.
이러한 상식대로라면 스타에는 유동성 개념이 없다. 돈을 많이 남겼다고 해서 이득볼게 없기 때문이다. 즉, 자원이란 어떻게든 소모해주는 것이 이득이다. 남기기 않는 것이 무조건 최선이다.

그런데 빚쟁이랑 비슷하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존재가 있다. 바로 '적'이다. 빚쟁이가 돈을 요구하듯, 적은 방어 병력을 요구한다. 여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GG.
이를 적용하면, 땡히드라에 대응하는 더블넥 토스에게 유동성의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다. 프로브 정찰로 상대의 땡히드라 움직임을 보자 급하게 프로브를 취소하고 포톤을 긴급히 늘리는 모습은, 마치 빚쟁이가 상환을 요구할 것을 예측하고 급하게 돈을 빌려 현급을 확보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런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미네랄을 일부러 남기는 선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네랄이 부족해서 포톤캐논을 못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미네랄 수급 속도가 굉장히 빠른게 첫번째 이유고, 정 안되면 생산되는 유닛을 취소해서라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다. 미네랄 1이 부족해서 넥서스를 못 건설하는 399토스는 굉장히 드믄 경우이다.





문제는 가스다. 미네랄은 그렇다 쳐도 가스는 빠르게 수급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유닛 취소 등으로 급하게 회수할 수도 없는 자원이다.
그런데 가스는 프로토스의 유닛 조합을 결정한다. 질럿 외 모든 유닛은 가스는 필수다. 또한 체제 전환에도 가스가 필요하다. 가스가 부족해 유닛 조합을 못 갖추면, 진출이 안된다. 배째는 상대의 배를 찢어버릴 수 없다. 추가 멀티를 확보할 수 없다. 말그대로 프로토스는 움직이질 못한다.

그래서 가스는 저축한다. 나중에 언제 필요해 질지 모르기에, 팍팍 써버리지 못하고 알뜰하게 모은다. 가스는 프로토스의 현금보유량이다. 가스가 없어 발업질럿으로 럴커에 꼴아박는 것은 프로토스의 파산이며, 본진에 꽁공박혀 한방을 조합하는 것은 프로토스의 모라토리움이다.





이는 역상성에서 보이는 보통의 압박감이다. 저그는 테란 상대로, 테란은 프로토스 상대로 가스 유닛을 보유하기 위해 몸부림친다. 하지만 프로토스에 비해서는 상황이 훨씬 덜하다.

저그 또한 모든 유닛에 가스가 필요하며, 체제 변환에 가스를 소모한다. 하지만 조합에 있어서 유동적이다. 그것은 저글링과 스콜지, 디파일러 덕분이다. 세 유닛의 조합은 비교적 적은 가스를 소모한다. 하지만 테란의 모든 공세에 대해 저항할 수 있다. 빚쟁이에 도망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이 저그에게는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잘 끄는 김준영은 빚쟁이에 배를 내미는 배째파라 할 수 있다.

  메카닉 할때, 테란은 시즈탱크와 골리앗을 갖추는데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테란이 압박을 받는 진짜 요인은 가스의 양이 아니다. 빌드타임과 기동성이다. 가스 모자라 탱크 못뽑는 경우, 골리앗 못뽑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보다는 탱크의 빌드타임, 에드온 붙이는 빌드타임에 압박을 받는다. 또 전방의 유닛들이 캐리어에 유린당하는 동안 후방에서 어기적 거리는 탱크와 골리앗의 느린 기동성에 압박을 받는다.

압박의 강도가 프로토스와는 다르다. 저그와 테란은 방세 내놓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집주인 쯤 된다면, 프로토스는 시멘트 부우면서 돈을 요구하는 사채업자쯤 된다. 아니다, 저그도 차압 딱지 붙이고 가는 아저씨쯤은 될거 같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프로토스의 대저그전은 '외줄타기'라고 부른다. 게임 하는 내내 파산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본진에 급습한 6뮤탈에 GG를 치는 모습은 외환위기요, 6뮤탈의 두려움에 거듭 캐논만 건설하는 모습은 빚 더미 눌려 이자에 신음하는 서민이다.
말 달리자를 외치며 발업질럿을 럴커 밭에 꼴아박는 박지호의 모습에, 일순간 로또 대박을 꿈꾸는 소시민의 환희를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내 산화하는 질럿을 보며 한숨을 쉴지라도, 순간의 기대감 만큼은 용인해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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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0/15 21:01
수정 아이콘
비유가 정말 재밌네요:D
김연우
08/10/15 21:32
수정 아이콘
음, 아, 뜬구름 잡든 쓴 이야기니 요건 좀 아니다, 싶으면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중간에 저테전에 대한 언급은 그 어려움을 모르는바 아니나, 프징징으로 덮겠습니다.
08/10/15 21:37
수정 아이콘
비슷한 이야기라도 역시 연우님이 하면.. 틀리군요. 잘보고 갑니다~
먹자먹자~
08/10/15 22:00
수정 아이콘
저프전의 프로토스라고 하는게 더 적당할거 같네요. 프테전에서는 가스압박을 받는게 테란이니까요.
테란이 압박받는 이유는 가스가 아니라고 본문에 써있는데 가스에 압박을 받기 때문에 더 강력한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효율적인 빌드를 구성할 뿐인데 토스가 저그전에서 겪는 어려움과 별반 다를게 없거든요.
토스가 가스에 압박받아서 로버틱스 템플러 테크를 동시에 못올린다고 힘들다고 토로하는것과 마찬가지로 테란이 에드온수를 늘리면 화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것을 알면서도 못늘리는 이유가 가스량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정도의 차이이지 저테전 저플전 테프전 다 똑같이 가스량은 똑같이 중요한거죠.
도라지
08/10/15 22:08
수정 아이콘
먹자먹자~님// 프테전에서 테란이 받는 압박은 가스보다는 가위바위보가 더 클 것입니다.
왜냐하면 가스 모자르면 벌쳐찍으면 되기 때문이지요.
현재의 테란들은 보통 가스를 남김없이 쓰다가 바닥나면 벌쳐충원하면서 가스세이브하는 방식의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토스의 빌드...
갑작스런 닼템, 때늦은 리버, 갑자기 튀어나오는 캐리어 등등...
테란의 대 토스전은 가스압박이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테테전에서 가스가 더 필요하지요.
먹자먹자~
08/10/15 22:17
수정 아이콘
도라지님// 일단 동족전은 같은 조건이니까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요.

테란은 벌쳐 찍으면 된다라는 발언은 토스는 질럿찍으면 된다라는 발언으로 돌려줘도 될까요?

테란은 벌쳐 안찍고 탱크 찍으면 더 좋습니다. 토스가 질럿대신에 고테크 유닛 쓰고 싶다고 하는것과 본질적으로 하등 다를게 없는 문제이지요

상성종족전에서는 밀리는 이유가 전부 가스량이 중요 원인중 하나인데 기본유닛에서 밀리기 때문에 가스가 필요한 고테크 유닛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기때문에 그런 상관관계가 생기는 겁니다.
테란이 토스전에 가스압박이 크지 않다고 하는건 토스가 토스의 입장에서 생각한 입장이지요. 테란입장에서 가스가 더 있으면 지금 상태의 체제 유지하지 않습니다. 탱크 빨리 모아서 치고 나가서 정면으로 승부하지요.
王天君
08/10/15 22:30
수정 아이콘
와 재미있는 글이네요. 비유가 상당히 날카로운걸요?
스타 분석글에서마저도 우리나라의 경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좀 씁쓸합니다..
물빛은어
08/10/15 22:43
수정 아이콘
보면서 우와~~ 했습니다. 문득 도재욱 VS 이제동 전이 떠오르네요..
그 엄청난 히드라의 압박.. 드라군-리버-템플러로 대항해야하는 프로토스의 몸부림..
시멘트 들이부우며 돈 내놓으라 하는 사채업자..
너무나도 적절한 비유에 감탄합니다..(_ _)
도라지
08/10/15 23:27
수정 아이콘
먹자먹자~님// 자원은 많을수록 좋다라는건 스타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스많으면 좋은건 어느종족이나 마찬가지이죠.
당연히 테란은 탱크많으면 좋고, 토스는 캐리어, 아비터에 템플러까지 보유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좋을수는 없습니다.
물론 유닛밸런스를 맞춘다는 전제 하에서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토스전에서 테란이 어느정도의 탱크만 갖춰 놓으면 그 뒤로는 가스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어느정도의 탱크를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은 앞마당만 먹고도 가능하다는 것이구요.
블레이드
08/10/15 23:36
수정 아이콘
하하하 마지막 문장 정말 재밌네요.
08/10/15 23:39
수정 아이콘
3...399토스??!!!크크크크
천재랜덤-_-v
08/10/16 00:18
수정 아이콘
일반적인 로템기준으로 테란은 앞마당만먹어도 6팩이상에 2아모리 스타포트 다돌아갑니다
08/10/16 01:08
수정 아이콘
최연성선수가 예전에 앞마당에 가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스를 안캐다가 제2멀티(미네랄)까지 확보한 후
앞마당가스를 캐기 시작하는 토스전도 꽤 보여줬죠.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테란vs토스는 그나마 가스압박이 덜 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토스할 때도 테란전할 때는 가스압박이 크게 안느껴지더라구요.

토스로 저그전 할 때나 저그로 테란전 할 때는 가스압박에 매일 시달리지만 ㅠ_ㅠ
천재랜덤-_-v
08/10/16 02:23
수정 아이콘
Yes님// 테플전에서 그나마 가스압박이 덜한건 맞습니다만

테란보다 프로토스가 가스압박을 더 많이받습니다 질럿드라군으로 테란의 팩토리 유닛을 상대하는데는 상당히 벅차서

템플러나 아비터 거기에 업그레이드까지 할려면 테란보다 많은 가스를 필요로 하죠 위에서 말했듯이 테란은 앞마당만먹어도

6팩이상돌아가며 업그레이드에 드랍쉽플레이까지 가능합니다
08/10/16 09:05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에 대한 정말 멋진 비유였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무한낙천
08/10/16 09:54
수정 아이콘
프테전에서 테란이 제대로 가스압박을 받기 시작하는건
캐리어가 뜨면서 부터죠..
벌쳐보다 탱크가 많으면 화력이 센건 사실이지만, 그건 다른 종족도 똑같은 입장이고
캐리어를 막기위한 필수요소 골리앗 확보를 하다보면 가스부족에 시달리게 됩니다.
[AGE]MadDream
08/10/16 10:01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문장 하나하나에서 멋스러움이 .... 키야~~
08/10/16 11:48
수정 아이콘
이해가 쏙쏙 되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SoulCity~*
08/10/16 13:45
수정 아이콘
역시 김연우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 필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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