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와이프와 게임하는 걸 즐기는데, 정확히 말하면 제가 게임을 하고 와이프가 옆에서 보는 걸 좋아합니다. 출산 전에는 이런 저런 게임을 많이 했는데 아이가 나오고 나니 게임 하나 클리어 하기도 힘드네요. 육아의 힘듦을 견디게 해준 갓오브워의 여운을 뒤로하고 다음 게임을 고른 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었습니다.
신혼초, 스토리 있는 게임을 좋아하는 와이프가 어디에서 헤비레인이라는 게임을 알아왔고 그걸 같이 해보자고 하더군요. 마침 헤비레인과 비욘드 투 소울즈 합본팩이 세일을 하기에 구매하여 플레이 했습니다. 헤비레인은 어색한 조작감이 조금 힘들었지만 몰입되는 스토리로 저희를 즐겁게 했고, 같이 있던 비욘드 투 소울즈는 전작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과 언제나 용두사미가 아쉬웠던 스토리 중심의 여타 게임과 다르게 마무리조차 마음에 들어서 스토리만으론 이 게임이 최고다. 이러던 와중에 나온 신작이라 그 기대감이 무척이나 컸습니다.
그렇게 엔딩을 본 게임에 대한 간단히 평을 하자면 중반부까지는 정말 몰입도 있게 재밌게 했지만 너무나 많은 루트로 인해 스토리의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 느낌.
딱 이랬습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 와이프도 저도 '이게 끝이야???' 이랬으니까요.
초중반까지는 정말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를 해서 와이프는 아이를 업어가면서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할 정도였고, 저 역시 일하고 피곤한 몸으로도 이건 빨리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였으니까요. 단서를 찾아서 내용을 추리해 해결하는 것이나, 주인공을 3명으로 설정해 내용의 루즈함을 없애고 각기 다른 개성의 케릭터들이 나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3명이라고 하기에 스토리에 영향을 끼치는 비중이 각기 너무 달라서 카라 같은 경우는 도대체 뭘 하자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메인스토리와 너무 관련성이 적어 주인공의 느낌이 적었습니다. 게다가 앨리스의 정체는 너무 쌩뚱맞아서 게임적 몰입도를 오히려 방해하는 요소에 가까웠네요.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이었던 마커스의 경우 개인적으로 rA9이라는 안드로이드 사이의 메시아의 출현. 이런 걸 예상했는데 제작자는 그걸 의도하여 만들었는지 어떤지 몰라도 그정도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케릭터 설정 자체는 정말 좋았어요. 만족하는 삶을 사는 안드로이드로서 인간의 철학을 알고 비극적 상황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지도자. 게다가 모델조차도 남성미 넘치는 멋진 인물이라 3명의 주인공 중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한 루트였습니다. 다만, 케릭터의 매력도와 게임 연출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는 별개로 스토리적 임팩트와 특히 마무리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제가 한 루트가 그렇게 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코너의 경우 추리를 하여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 매우 흥미로웠고 스토리적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역할을 하는 인물이고, 한가지 루트밖에 선택하지 못했으나 후반부로 넘어갈 수록 마커스와의 연결점이 많아져 더 흥미진진 했네요. 그래서 동시에 카라의 역할을 기대하게 됐고 그래서 더 많은 스토리가 이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카라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스토리가 끝나서 더 맥빠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임의 스케일의 경우도 3명이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서 비욘드 투 소울즈보다 더 방대한 느낌이 들지만, 의외로 그렇게 엄청난 스케일이다. 하는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오히려 어린시절부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노숙도 하고 특수요원 임무도 하고 사막 한가운데서 지내기도 한 전작이 더 스케일이 큰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추억보정일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역시 너무나 많은 분기점이 있고 그 분기점이 실제로 엔딩에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분기점이 많기 때문에 뭘 골라도 결국 똑같은 엔딩이 나오는 게임에 비해 실제로 엔딩에 영향을 미쳐서 선택과 행동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저같은 결정장애에게 참 힘들게 하는 요소면서도 인터렉티브 장르 게임이 루즈해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아주 크게 개선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생기는 문제점이 너무 많은 루트를 가지고 있고 그에 걸맞는 많은 분기점과 엔딩을 적용시켜야 하다보니 정리해야할 스토리가 너무 방대하다는 겁니다. 그 덕분에 엔딩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고, 어떻게 플레이하냐에 따라 게임에 여운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단점이 발생하네요.
그럼에도 전작에 비해 훨씬 나아진 조작감과 수려한 그래픽, 헤비레인과 비욘드 투 소울즈의 장점을 합쳐 놓은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작이 힘든 게임이 싫고 스토리 있는 게임이 좋다. 하면 추천합니다 다만, SF를 좋아하면 조금 실망하실 거 같고, 드라마를 원하시면 좀 더 만족할만한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류의 게임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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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코너는 좀 올드한 스토리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묘사했고, 카라는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상황에 끌려다니는 주도적이지 못한 그런 케릭터지만 다른 케릭터들의 행동이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정도로 받아드릴수 있었고 카라가 예뻐서 불만이 없었는데,스토리의 핵에 있는 마커스가 상황묘사나 개연성이 문제가 있는 느낌입니다.저는 마커스는 저게 된다고??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