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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10/11 16:53:29
Name 아우어케이팝_Chris
Link #1 https://www.youtube.com/watch?v=_CPpK__AvtA
Subject [LOL] 페이커의 의외의 최고의 강점. (수정됨)
곧 조별리그를 시작합니다.

T1은 무려 DFM과의 대결로 첫 시작을 끊습니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T1은 DK, LPL 팀에 밀려 4~5위권의 기대를 받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LCK의 3번시드라는 점, 그리고 플레이인에서 시작했던 한화와 3:2의 접전을 벌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정석 기대값이라 봅니다.

하지만 t1이란 팀의 매력은 '누구도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페이커, 그리고 팀의 성과가 그간 너무나 컸기에, '큰경기에 강한 티원' '다전제에 티원'이란 말이 예외 케이스가 많이 나온 지금도 숫자 이상의 기대가 있다 봅니다.

그리고 그게 팬덤을 만들기도 하고, 악플러를 대량 양산하기도 한다 생각합니다. (성과에 비해 거품이라는 말 말입니다.)

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페이커를 응원합니다. 가장 강해서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가장 위대한 선수이기에 그를 응원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생각하는 페이커 최고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1. 두번째 산을 오르는 페이커.

저는 이번 시즌의 페이커를 보면서, 진짜 롤도사는 페이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롤을 도사처럼 잘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롤을 잘 하긴 하겠지만.) 

롤에서 단순히 승리를 열망하는, 그 이상의 경지를 유일하게 보여주는 선수라는 의미입니다.

페이커의 인터뷰는 늘 남다릅니다. 뭔가 다른 선수와 다르지요.

페이커에게는 성과보다는 '자기 자신의 기준'이 더 중요합니다.

"기록이 발전을 도와주지는 않는다. 나는 스스로 정해둔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내가 발전했음을 깨닫고, 성취감을 느낀다.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목표 달성이 더 중요하다. 프로게이머 이전에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그렇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274856&code=61162011&cp=nv

페이커에게는 특히 유독 다른 선수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자기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것 보다 더 중요해 보일 정도입니다.

"올해는 팀에 신인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 선수들에게 모범이 돼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1년을 보냈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274856&code=61162011&cp=nv

페이커 본인은 '행복하기' 위해 선수생활을 한다 말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롤을 한다 생각합니다.

페이커만은 다릅니다. 페이커는 '기쁨'을 위해 롤을 하는, 인간으로써 한 싸이클 뒤의 경지를 걷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게 꼭 롤을 더 잘한다는 건 아닙니다. 한체롤은 현 시점까지는 당연히 캐니언, 쇼메입니다. 다만 더 먼저 성공의 자리에 있고, 더 오래 유지해 자연스럽게 다른 시기로 진입했다는 뜻입니다.)

기쁨과 행복의 차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책 '두번째 산'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

-

행복은 자기 자신을 위한 승리 또는 자기 자신의 확장과 연관된다. (승진, 응원 팀의 우승, 맛있는 식사 등) (중략) 기쁨은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어떤 상태와 연관된다. (먼 길을 걷다 숲에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자연과 하나가 되었을 때, 친구들끼리 함게 어울려 정신없이 춤을 출 때 등)

자아도취자는 행복할 수는 있어도 결코 기쁨을 경험할 수는 없다. 자아도취자는 자기를 놓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아도취자는 기쁨을 머릿속에 떠올리지도 못한다.

기쁨은 행복보다 더 풍성한 감정이다. 행복은 변덕스럽고 찰나적이지만, 기쁨은 본질적이고 영속적이다.

-

개인의 커리어를 넘어, 동료를 위한 싸움, 자아를 찾는 싸움 중인 페이커. 

유독 그의 인터뷰가 '성인' 혹은 '현자' 같은 톤을 띄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라 봅니다.

2. 그의 진짜 강점.

페이커 특유의 도인 같은 멘털리티. 그게 바로 페이커의 진짜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페이커 하면 떠올려지는 수많은 강점이 있습니다. 전성기에는 역시나 메카닉이었을 테고, 이제는 다전제 경험, 게임의 지식, 리더십, 최정상급 라인전 등이 있겠죠.

하지만 저는 페이커의 가장 위대한 점은 현 시점에서는 '정신력' 더 구체적으로는 '내구력'이라 생각합니다.

2년 연속 잘하기도 어려운 시대입니다. 하물며 한번 밀려나고 돌아오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년 롤드컵 진출도 버거운 LPL 팀을 보시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엠비션의 예로 보듯, 한 번만 부활해도 레전드라 칭송받을 자격이 있다 생각합니다.)

페이커는 몇번이나 무너졌고, 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건 페이커가 성공과 행복, 즉 자기 자신의 과시와 증명에 매몰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생각합니다.

성공이나 행복이 아닌, 영속적인 '기쁨'을 추구하는 선수였기에 이렇게 오랜 선수생활이 가능한 건 아닐까요?

결승에서 자신의 실책으로 무너지고, 바로 한화와의 다전제에서 팀을 제대로 이끈 최근 두 다전제가 페이커의 경이로운 회복력의 본보기가 될 겁니다.

페이커는 현재 가장 강한 선수는 이제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다시 언제나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지금 예상치는 아니겠지요.)

다만 그는 현역 선수들 중 가장 많이 정점에서 몰락해봤고, 가장 많이 회복해본 선수입니다.

상상의 동물이라면 피닉스, 불사조인 셈입니다.

수없이 실패하고, 또 회복해본 경험을 통해, 이번에 또 실패해도 남들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그게 지금의 페이커의 진짜 강점은 아닐까요?

3. 역대 최강의 이유

역대 최고의 투자자 하면 누구나 워런 버핏을 뽑습니다. 이견이 없습니다.

버핏은 왜 최고의 투자자일까요? 투자법이 위대해서? 머리가 좋아서?

최근 베스트셀러인 '돈의 심리학'에 따르면 그가 진짜 최고의 투자자인 이유는, 그가 무려 75년간 활동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의 투자 수익률은 연 22%입니다. 매우 위대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높은 사람도 많습니다. 

짐 사이먼스 라는 사람은 88년부터 지금까지 연 66%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버핏은 짐 사이먼스보다 투자를 더 잘한게 아닙니다. 더 오래 한 거지요.

'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절에 따르면. 버핏이 예순의 나이에 은퇴하고 골프나 치며 살았다면, 그의 총 재산은 1,190만 달러였을 거라 합니다. 지금 워런 버핏 재산에 0.1%입니다.(!)

그는 60살에 멈추지 않고 90세에 가까운 지금까지 활동했고, 지금 그의 재산은 845억 달러입니다.(!!!)

워런 버핏이 역대 최고의 투자자인 이유는 75년간 수없이 많은 산업 메타 변화에서 살아남고, 실패에서 회복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순간 순간에는 사람들은 임팩트를 봅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면 결국 오랜 기간, 무너지지 않고 지속한 이의 거대한 산맥과 같은 성과에 놀라게 되지요.

마치, 매번 누가 수익률이 높나 경쟁하면서도. 누구나 역대 최고의 투자자로는 수익률로는 전설이 아닌, 워런 버핏을 꼽듯 말입니다.

초창기 페이커는 가장 임팩트 있게 강한 선수였습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죠.

지금의 페이커가 어쩌면 다시 13년 페이커처럼 재능으로 호령하는 일은 이제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또 하나, 진짜로 누구도 가보지 못한 위대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바로, 누구보다 많이 몰락에서 회복해서 누구보다 오래 정상급의 자리를 유지한 프로게이머라는 타이틀 말이죠.

이번 21년 롤드컵에서, 가능하다면 그가 무패 전승으로 우승하면 팬으로써 좋긴 할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실패도, 누구보다 빠르게 회복해서 다시 날아 오르는 페이커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듭니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기대값 4~8위 권 팀의 미드인 페이커를 응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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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쉬러브
21/10/11 17:12
수정 아이콘
페이커가 이제 최고의 선수로써 미드에서 상대방 찍어누르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기량으로 오래 오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League of Legend
21/10/11 17:17
수정 아이콘
확실한 목표가 있어야지 그 과정 속에서 자기자신을 잃지않고 나아갈 수 있다고 느꼈다는 페이커의 말이 생각나네요.
트와이스 채영
21/10/11 17:39
수정 아이콘
페이커 데뷔가 13년인데 21년에도 지금의 폼을 유지한다는게..한참 동생이지만 존경합니다
페이커도 언젠가 은퇴시점이 오겠죠
그때는 뭔가 많이 아쉬울거 같아요
심장소리
21/10/11 17:56
수정 아이콘
롤판에서 제일 꾸준히 잘했던 사람도 페이커고, 단기 임팩트가 제일 강했던 사람도 페이커죠.
Lord Be Goja
21/10/11 18:07
수정 아이콘
요즘 예전보다 못한다고는 하는데 작년에는 리그우승1회, 올해는 리그 준우승1회..
성큼걸이
21/10/11 18:20
수정 아이콘
버핏의 재산의 95% 이상이 최근 10년 사이에 늘어난 것이라고 하죠. 돈의 스노우볼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변합니다
일반인은 지수추종 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돈의 스노우볼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우어케이팝_Chris
21/10/11 19:08
수정 아이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손자병법에서 말했는데. ‘위태롭지 않기’ (즉 죽거나 망하지 않기)가 가장 중요하더군요. 사람들은 수익률 늘리고 월급 늘리는데 골몰하지만…
시노자키 아이
21/10/11 18:22
수정 아이콘
19년도 처럼 4강은 갈것 같은데 과연 결승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요? 매번 발목잡던 G2가 없어서 새로운 족쇄팀이 생길려나요?
21/10/11 18:25
수정 아이콘
그건 일단 4강에 가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21/10/11 18:33
수정 아이콘
배당률만 보면 8강딱이던데. 물론 lck 팀들중에 담원 다음으로 4강 확률이 높은 팀이지만
감자채볶음
21/10/11 18:50
수정 아이콘
페이커 파이팅..!
빠커의유머노트
21/10/11 19:36
수정 아이콘
염소선생 월즈도 힘내길~
21/10/11 19:48
수정 아이콘
Just Do It.
EpicSide
21/10/11 19:53
수정 아이콘
페이커!! 쇼크웨이브!!
21/10/11 19:59
수정 아이콘
임요환도 참 신기한 선수였는데, 페이커는 기이할 정도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진짜
사신군
21/10/11 20:03
수정 아이콘
페이커가 최고의 미드가 아니라고 하면 기량면에서 최고라고 하기 부족할 수 있겠죠.
근데 올해도 페이커를 찍어누르고 미드에서 페이커를 압도한 미드가 몇명 있었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잘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쵸비나 쇼메이커와 비교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클라스 입증 아닌가 싶습니다.
21/10/12 01:35
수정 아이콘
그 쇼쵸비도 페이커 상대로 5.5:4.5 까진 가도 그 이상은 못 넘는 느낌이라 대단한거 같습니다.
21/10/11 20:25
수정 아이콘
요즘 롤 하이라이트같은걸 보면 페이커 실력이 굉장히 많이 올라온거같습니다. 제 2의 전성기 느낌이네요. 개인적으로 페이커의 대활약 기대중입니다.
Coin_Toss
21/10/11 21:35
수정 아이콘
저는 항상 열역학 제 2법칙(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혹은 세상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움직인다)이야말로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오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최고의 순간에 도달한 어떤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것은 마치 우주의 물리 법칙과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페이커를 보면서 자신의 기량이 순간적으로 떨어지고 주변의 과도한 비판과 비난 속에서도 기어코 자기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노력과 열정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페이커가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단순히 롤 프로게이머를 넘어 인간으로서 순수한 존경심이 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롤드컵에서 페이커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에 도달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Grateful Days~
21/10/11 21:57
수정 아이콘
언제나 응원합니다. 페이커~
한국안망했으면
21/10/12 02:53
수정 아이콘
잘살것같아요
21/10/12 13:01
수정 아이콘
그 초 강인한 멘탈이 딱 선발전 한화전에 보였죠.
초비 상대로 2솔킬 당하면 그판 + 시리즈 내내
멘탈 갈려 실력을 떠나 갈갈갈 썰리는 미드가 100에 99인데..
정말 그런거 아랑곳 않고 태연히 할 거 다 하더라고요.
열씨미
21/10/12 13:24
수정 아이콘
롤을 안본지 꽤 되었습니다. 요새 롤드컵 기간인지도 몰랐어요. 마지막으로 힐끗 롤판 소식을 봤을때 페이커와 T1이 이제는 많이 무너진것으로 들었었는데 그래도 롤드컵 진출은 했나보네요.
롤판 안본지 오래되서 요새 메타는 커녕, 어느팀이 잘나가고 어느 선수가 잘하는지도 전혀 모르는데, 이 글을 보고 느끼는 점이, 이제 페이커 선수에게서 전성기 이후에도 분투하던 임의 향기가 느껴지네요. 승리를 향한 열망과 스타에 쏟는 진심, 눈빛이 언제나 진짜였던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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