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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8/14 23:54:25
Name Purple
Subject [기타] 로봇 게임의 조작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아머드코어 6이 나오는 김에 이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을 간단하게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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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조작하는 게임이라는 장르는 나온 지 꽤 오래되었지만
제가 보기에는 정말 만들기 힘든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액션 게임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조작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근데 로봇 액션 게임이 되면 이것이 좀 달라집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조작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는 있어야 하는데, 이게 '그냥' 되면 안 됩니다.
마치 심 성향의 레이싱 게임이나 플라이트 슈터(항공기) 게임에서 자동차와 항공기의 움직임에 제약을 가해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야지 유저가 기계를 조작한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이러한 요소는 단순히 페널티 적인 의미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저들은(심지어 이런 장르를 즐기는 유저라 할지라도) 불편하게 조작되는 상황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여러 번의 경험을 쌓는 중에 이러한 제한적 요소를 인지하고 극복해서 원하는 조작을 해내게 되거든요.
이때가 되면 이 제한이라는 것은 쾌감으로 바뀝니다.

아머드 코어는 제가 아는 한, 이러한 느낌을 로봇 액션에서 가장 잘 구현했던 게임 중 하나 입니다.

이 게임은 모두가 말하듯이 원하는 대로 로봇을 굴리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제작사도 이를 알고 있어서 넘버링 시리즈가 나올 때 마다
조작계통을 바꿨을 정도입니다.
조작계통은 바꿨지만 조작이 어렵다는 것은 안 바꿨습니다.

그게 이 게임의 정체성이었으니까요.

구작의 조작계는
(PS2 '넥서스'시절 부터 콘솔 FPS와 비슷한 타입 A 조작계라는 것이 등장했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기존 조작계인 B타입을 사용함)
선회와 수평 이동을 분리해서 직관적인 조작이 어려웠고

4~FA 시절부터는 일반적인 콘솔 FPS 비스무리한 조작계를 채용해준다 싶었더니 미친 듯이 날아다니게 해버렸으며
(거기에 우리가 쉽게 날아다닐까 봐 또 온갖 테크닉적인 추가요소들을 넣어서 힘들게 해 놓기도 했습니다.)

5 시리즈는 4~FA처럼 마구잡이로 날아 다니는 건 막았다 싶더니 땅에서 좀 뛰어 보려면 온갖 테크닉이 필요하게끔 해놨습니다.

사실 이렇게 말해봐야 무슨 말인지 잘 안 와 닿으실 거 같아서

게임에서 의도적인 조작의 불편함이라는 것이 나온 대중적인 예시 두 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아래의 예시들은 개발자분이 말씀하신게 아니라 플레이어인 제 뇌피셜이라 아닐 수도 있으니 재미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1) 스타크래프트의 드라군

드라군이 뇌가 없는 기술적인 이유는 훌륭하신 분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여럿 밝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주목하는 점은 왜 그렇게 만들었느냐 입니다.

이 드라군의 게임플레이를 설계하신 분은 제 생각에는 대단한 겜잘알입니다.
우선 드라군의 설정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멀쩡하게 테란이나 저그를 잘 썰던 광전사가 대충 죽기 직전까지 간 뒤 기계 몸에 들어간 보행 로봇'

이런 설정을 가진 유닛의 조작이 자연스럽고 편할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드라군의 무뇌는 못 만든 게임의 무뇌가 아니라 의도되었으며 여러 설정 및 벨런스까지 지킨 잘 만든 무뇌라고 봅니다.
덕분에 토스를 하시는 분들이 드라군으로 어택땅만 하지 않고 온갖 소수컨을 개발하여 드라군을 조종하는 쾌감을 느끼게 되었지요.
(야 이거 천만 토스유저에게 돌맞는거 아닌가 몰라)

아, 사실 제가 이 드라군이라는 유닛만 보고 일부러 조작감을 나쁘게 했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스타1에서 드라군 외에 대표적으로 '뇌가 없다'고 여겨지는 지상 유닛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같은 '보행 로봇'인 골리앗이거든요.
반면 생물 그 자체인 저그에는 이런 유닛이 없죠.
저는 골리앗을 떠올리고는 이 뇌피셜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 SD건담캡슐파이터

그 수많은 건담 로봇 액션 게임 중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입니다.
물론 이 성공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의미에서의 성공은 아니며, 객관적으로는 안 망하고 몇 년 버텼다는 정도입니다.

객관적으로도 잘 만든 게임도, 많이 하는 게임도 아니고, 이미 망한 10년 가까이 된 게임이 아직도 회자되며
어딘가에서는 프리서버까지 돌리는 이유.
물론 건담이라는 IP도 있겠습니다만...
이 게임의 독특한 조작성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액션이 어설프지만 칼이나 빔을 맞출 때 타격감이 확실히 느껴지며,
특히 근접전(칼질)을 하면 메카닉이 부스터를 쓰면서 상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이용한 근접전 테크닉이 엄청 많았는데
여기에 익숙해지면 이놈의 게임이 격겜도 아닌것이 TPS도 아닌것이... 여하튼 상당히 독특한 재미를 주게 됩니다.
(사실 이러한 테크닉들은 대부분 제작사가 의도하지 않았으며 게임내 렉을 유발하기도 하는 버그성+민폐 조작법이었으나 개발사가 고칠 의지가 없어서 스끼리가 되어버림)
참고로 이 수많은 버그성 테크닉들은 나무위키에 자세한 설명이 지금도 보존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이 게임의 전반적으로 처참한 완성도를 봤을 때 이 게임의 독특한 조작성 중 잘 만든 부분이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처음 만든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후 이 게임을 유지하던 사람들은 이 게임의 이러한 특성을 몰랐습니다.
알았으면 후속작(넥스트 에볼루션)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겠죠.

참고로 넥스트 에볼루션은 대충 한번 망한 뒤, 캡슐파이터와 유사한 시스템을 장착하고 리뉴얼되었으나 다시 망했습니다.


그래서 아머드코어 6 사도 되나?

일단 저는 흔히 말하는 소울시리즈들과 아머드코어는 상당히 다른 작품이라 생각하고,
6도 다른 작품일거라 생각합니다.
난이도 자체만 보면 저는 오히려 아머드코어가 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머드코어는 항상 만드는 사람들이 충분히 그 진입 장벽을 알고 있었으며 이를 아예 없앨 생각은 없었지만
최대한 쉽게 만들려는 시도는 자주 해 왔습니다.
특히 넘버링 시리즈의 첫 작품들은 항상 쉬웠고요 매운맛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확장팩에서 나왔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번 6도 그럴 거라고 봅니다.

다만 이 '쉽다'는 것은 아머드코어라는 게임을 죽어도 해야 하는 저 같은 인간들에게나 의미 있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게임이 설령 소울시리즈보다 쉽다 한들 굳이 제대로 조작하기도 어렵고 어셈블하기도 귀찮은 로봇 제작/조종 게임을
십수시간동안 붙잡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이전작들의 결말은 대부분 그랬습니다.

대부분의 게임 유저들이라면 아머드코어 3이나 4 정도 기준이라면 싱글 컨텐츠 엔딩 정도는 크게 어렵지 않게 깰 거라 봅니다.
하지만 거기서 재미를 느끼느냐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여러 종류의 부품을 제한 사항에 맞춰가며 로봇을 조립해서 실전에서 사용해보는 재미가 있으며,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어설픈 조작이 점점 늘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둘 중 하나라도 느낄 수 있어야 살 만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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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ClouD
23/08/15 00:18
수정 아이콘
이번작 다리 부품에 선회력이 사라져서 적어도 조작과 어셈블에서는 전작들보다는 많이 쉬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거면서폿왜함
23/08/15 00:27
수정 아이콘
PC도 지원하던데 키보드 마우스로 하면 FPS처럼 화면을 휙휙 돌릴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23/08/15 00:42
수정 아이콘
저는 실제 로봇을 조작하는 사람인데, 로봇게임 조작이란 게 어떤 건지 그리고 잘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흐흐
23/08/15 01:29
수정 아이콘
제가 처음 아머드코어를 했을때 느꼈던게 조작의 어려움이 아니라 조작의 생소함이었죠. 선회와 기동과 록온이 전부 별개조작이라 당황했었는데 친구에게 파지법을 배우고나서 신세계를 맛본 기억이 나네요 크크크
서리버
23/08/15 02:04
수정 아이콘
흐흐 그러게요 정말 로봇액션에 대해 박식하신 분이군요. 하물며 예전에 메가맨x4나 메탈슬러그만 하더라도 캐릭터 조작감과 파워드 아머, 슬러그류 등의 조작감이 판이하게 달랐던 거 보면 로봇 조작감은 의도적인 것 같고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묵리이장
23/08/15 02:15
수정 아이콘
좌스틱 발 우스틱 손 뭐 이리 해도 어려울 듯..
23/08/15 03:19
수정 아이콘
아머드코어는 기본적인 조작에 익숙해지고 엔딩을 보는것과 아레나, 미션-기동력 100% 달성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서

딮하게 들어갈수록 어려운 게임 즉 재밌는 게임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려봅니다 크크

아 그 아머드코어 3인가 4인가에서 다중 미사일 20번 다피하기 였던가.. 랑 발키리전에서 도대체 몇트를 했는지 모릅니다 며칠 밤을 샜던 것 같은데

다 추억이네요 정말 재밌었는데
23/08/15 09:02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때 아머드코어3 하면서 울었습니다.
미션 실패하는데 게임오버는 안되고, 돈은 없어서 파츠도 못갈고...
23/08/15 10:13
수정 아이콘
로봇 조작이라고 하면, 버츄어온 시리즈의 아케이드용 트윈스틱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특유의 불편한 조작감은 정말 좋았었어요.

어쨌든 말씀하신대로 로봇 조작은 정말 좀 불편한부분으 있어야하는게 맞는것같습니다. 그래야 로봇이라는 느낌이 드는것같아요.
AMBattleship
23/08/16 09:42
수정 아이콘
예전에 철기대전이라는 게임이 있었죠. 힘들게 구해서 10번 켜보고 팔았던거 같네요.
미숙한 S씨
23/08/16 12:37
수정 아이콘
읽다 보니 시리즈 팬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반갑네요 흐흐..

일단 로봇 액션게임이라고 어려운 조작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ZOE 시리즈 같은건 조작을 -과도할 정도로- 간단하게 만들어 놨죠.

그냥, 아머드 코어의 조작이 지랄맞은 이유는 아날로그 시스템이 없던 ps1때, 고작 십자키 + 8버튼 체계로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하고, 거기서 카메라 움직임에 보정을 안 넣고 수동 조작만으로 조절하게 만들다 보니 l2, r2로 시야 업다운을 하는 괴랄한 조작 시스템이 되버린거죠. 그걸 아날로그 시스템 나오고 나서도 한참 뒤, 뒤늦게서야 바꾼게 넥서스때의 타입 A구요.

까놓고 말해서 4나 fA 같은 경우는 닥솔이랑 비교해서 어려울 게 전혀 없는 조작 체계니까요. 강퀵이요? 그건 좀... 걍 그당시 프롬이 힙스터병 걸려서 넣은거라고 봅니다... (프롬이 힙스터 병 안걸린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5요? 그건 프로듀서가 멍청하게 '개같은 조작 체계야 말로 아코의 정체성이다' 같은 개소리를 해대면서 고의 트롤링 한거죠...-_-;;;

실제로 6 조작 체계는 크게 어렵지 않아 보이던데요. 뭐 록온 붙이느라 OB를 L3에 갖다 붙인거 같긴 하던데...

뭐, 아무튼 요즘 프롬의 이름값 덕분에 아코6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긴 하던데... 솔직히 반가우면서도 걱정됩니다. 어차피 저같이 '어쨌든 할 사람'들은 그냥 할텐데... 뭔가 이 이름값 덕분에 신규 유입이 많아질 것 같아서 반갑고, 동시에 아코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이 과하게 실망하지나 않을까 걱정되고... 흐흐...

솔직히 말하자면 다 필요 없고 그냥 감사합니다. 까놓고 말해 엘든링2나 블본2 만드는게 훨씬 돈이 될텐데 얼마 팔리지도 않을 아코를 만들어 주셔서 미야자키님께 감사, 또 감사 하고 있습니다. 제가 프롬 사장이다? 아코가 어딨어요, 그냥 엘든링 DLC, 엘든링2나 빨리 만들어서 팔아먹어야지... 그깟 팔리지도 않을 로봇겜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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