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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9/21 05:20:57
Name Kaestro
File #1 화면_캡처_2024_09_20_232043.png (2.07 MB), Download : 4109
Link #1 https://kaestro.github.io/%EA%B2%8C%EC%9E%84%EC%9D%B4%EC%95%BC%EA%B8%B0/2024/09/20/%EC%82%B0%EB%82%98%EB%B9%84-%EB%A6%AC%EB%B7%B0-copy.html
Subject [PC] 한국적 사이버펑크 라스트 오브 어스 - 산나비(스포 있음)


[서문]

예 재밌네요, 제가 졌습니다. 산나비 플레이 중반부를 넘기면서 제 뇌리를 스친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반골 기질이 있는 편인 사람이라 산나비가 잘나가고 있었던 시점에 ‘그래봤자 스토리 좋은 인디 게임에는 한계가 있고, 나처럼 플레이에 중점을 두는 사람에게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산나비는 그 생각을 부수고 끝날 때 쯤에는 부끄럽게도 펑펑 울고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네요.

제목에서 이야기했듯 이 게임을 요약하자면 ‘한국적인 사이버펑크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부녀간의 가족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딸을 산나비라는 미지의 테러 조직에게 살해당해 복수심에 불타 부패한 마고 도시로 그 흔적을 찾아 온 퇴역 군인 아저씨와, 그를 돕기 위해 군에서 파견한 범죄자 출신 해커 소녀인 금마리는 과연 산나비의 정체를 밝히고 마고 도시에 복수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산나비의 장점 - 스토리와 연출]

산나비의 장점은 전반적으로 스토리의 전개 방식과 연출적인 측면에 있습니다. 주인공과 금나비가 산나비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은, 마치 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것처럼 그 실체에 다가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마고 도시에는 왜 이런 거대한 사태가 일어나는데도 필수적으로 발생해야하는 사건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현 사태에 대해 대응하는 단체들은 개입 형태는 왜 지금과 같은가? 이런 질문들은 산나비를 플레이하는 동안 계속해서 유저에게 던져집니다.

게임 산나비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답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져가면서, 마지막 순간에는 유저에게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 뒤에 유저에게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질문합니다. 이렇게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 게임은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몰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스토리를 지탱하는 것이 연출 방식입니다. 수려한 도트 그래픽과 bgm은 이미 더 칭찬할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여기에 더해 이 게임에서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이 게임이 별도의 컷씬처럼 게임과 동떨어진 느낌이 나는 연출을 가급적 적게 사용한다는 것 입니다.

이런 연출은 몰입감의 측면에서 큰 도움을 줍니다. 워크래프트에서 아서스가 왕위를 계승하는 씬은 분명 굉장히 멋지지만, 우리는 이를 보면서 아서스가 되어 왕위를 계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보다는 해당 장면에서 거리를 두게 되어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게 됩니다. 산나비의 이런 연출은 캐릭터와 유저의 거리를 가능한 가깝게 유지하며, 이를 통해 산나비는 비록 2d 도트 그래픽 게임이지만 플레이하는 동안 유저는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산나비의 단점 - 불편한 조작감과 어긋난 목적성]

저는 1회차 클리어 이전 최고 난이도인 베테랑을 플레이 했는데, 산나비는 빈말로라도 조작감이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이는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인 산나비의 입장에서는 큰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산나비는 스토리 중심인 게임 치고는 꽤나 높은 난이도의 조작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단점은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동시에 산나비는 게임의 난이도 조절에서도 목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아쉬웠다고 느껴졌습니다. 게임이 난이도 높은 인게임 플레이 자체를 목표에 두고 있다면 보스가 여러 페이즈로 나뉘어 있을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본 게임은 스토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난이도에 상관 없이 보스전에서 사망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게임의 목적성 및 타게팅에 어긋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비슷한 디테일에서 게임의 목적성에서 어긋나는 설계가 많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은 플레이하는 동안 아쉬웠습니다.

[총평]

산나비는 2d 플랫포머 장르의 게임으로, 인디 게임으로써 돌파구를 스토리와 연출을 통해 찾아낸 게임입니다. 특히 조선, 사이버펑크, 미스테리, 가족 드라마와 같은 얼핏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르들을 성공적으로 결합해내어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세계관을 산나비는 보여줍니다. 이런 스토리와 연출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2d 도트 그래픽 게임임에도 유저와 캐릭터의 거리를 최소화하며 몰입감을 높여주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가진 산나비는 불편한 조작감과 어긋난 목적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단점은 게임사의 경험 부족에서 기인하는 부분이라고 보이며, 이런 부분을 보완한 후 다음 작품을 내놓는다면 더욱 더 기대할 만한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하나의 음악을 연주할 때 끝까지 연주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중간의 음정과 박자가 전부 틀렸다면 의미가 없듯, 게임 역시도 끝을 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그 중간의 플레이 과정에서 얼마나 재미를 느끼는가가 중요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그 중간의 플레이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잘 구성된 산나비는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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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터스킬고어
24/09/21 07:05
수정 아이콘
우리는 펑펑 우는 부엉이요 질질 짜는 범이다
24/09/21 08:36
수정 아이콘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래? 호들갑이겠지 하고 들어가서 결국 펑펑 울고 나오게 되더군요
24/09/21 07:49
수정 아이콘
하다가 어려워서 유튜브로 스토리만 봤습니다
24/09/21 08:38
수정 아이콘
단점에 적어두었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 게임의 문제는 본인의 강점도 스토리와 연출이고 플레이하는 사람도 그쪽을 생각하고 왔는데 정작 게임 난이도가 좀 불필요한 형태로 높다는 거긴 합니다. 저도 몇번 때려치고 싶더군요
문문문무
24/09/21 08:30
수정 아이콘
제일신기한게 나스가 대체 이게임을 어떻게 클리어했냐는거죠 지금 50대인걸로 아는데 겜잘러 였었나
24/09/21 08:39
수정 아이콘
게임 중간에라도 난이도를 낮출 수 있으니까 쉬운 난이도로 깼을지도 모르겠네요
24/09/21 09:14
수정 아이콘
경험부족 이라는것에 공감하는게 세이브 포인트가 어쩔땐 합리적이다가도 어쩔땐 이쯤에서 줘야한다 싶은데 안줄때가 있더군요. 그리고 본문에 언급한 보스전 페이즈 넘어갔으면 죽었을때 그 넘어간 페이즈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버리는게 문제라는건 진짜 공감합니다. 이런건 최고난이도만 그런식으로 빼놓던가 해야함.
밸런스 조절도, 최고 난이도만 아니면 비교적 쉬운 편인데 최고난이도가 매우 극심하게 확 뛰어버리는건 문제라 느꼈습니다
사실 고난이도에 인게임적으로 히든 스토리나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였으면 문제였겠지만 그런건 아니라 큰 결점은 아닌 것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24/09/21 09:34
수정 아이콘
참 이게 게임이 잘 만들었고 재밌는데 어렵다랑 편의성 제공이 부족해서 짜증난다는 결국 명품을 만드는 디테일의 차이란걸 하면서 굉장히 많이 느꼈습니다.

분명 인디 게임으로 이정도면 잘 만든 게임은 맞지만, 어찌됐든 이름있는 스튜디오들의 잘 만든 게임들과 비교하기에는 게임으로써의 완성도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차기작이 더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유나결
24/09/21 10: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보통 난이도로 클리어했었는데 보통 난이도 기준으로 크게 어렵다는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다만 윗 댓글에 나왔던 세이브 포인트 문제는 깊이 공감하는게, 그 동안 세이브 포인트들을 보면 당연히 여기서 시작하겠지~ 하다가 갑자기 확 전으로 가버려서 순간 몰입을 깨는 경험이 몇 번 있더군요. 충분히 잘만든 수작이지만 유일하게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24/09/21 10:55
수정 아이콘
생각해보니 제가 제 손으로 난이도를 어려운거 골라놓고 어렵다고 표현해놓으니 뭐가 이상하긴 하군요
어렵다기보단 말씀대로 세이브 포인트 같은 디테일이 아쉽다는 부분이 이야기하고 싶긴 했습니다.
24/09/21 11:42
수정 아이콘
전 스위치판 어려움난이도로 깼는데... 음... 이겜 스위치로 하지 마세요라는 소감을...
24/09/21 12:04
수정 아이콘
안 해봤습니다만 어떤 느낌일지는 알 것 같군요
고생하셨습니다 크크
VinHaDaddy
24/09/21 12:46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HPviT55uN5E?si=syk9IQfgMOBPKrZc

어려웠던 이유는 개발진들이 하도 하다보니 고수가 되어서 '이 정도는 다들 할 수 있는 거겠지?' 했다는 이야기가...
24/09/21 20:31
수정 아이콘
뭐 그런데 인디 게임이라 충분히 생길법한 문제라곤 생각합니디
도도독
24/09/21 13: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난이도 문제는 제작진은 이 게임을 플랫포머를 많이 접해본 유저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입소문 타서 스토리를 보기 위해 유입된 유저들은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게 아닌가 합니다.

이런 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게 게임 극후반부입니다.
익숙한 유저들은 치트키 켜고 날아다니는 것처럼 무쌍찍으면서 재밌어 하는데
스토리 때문에 입문해서 처음 접하는 유저들은 다음 스토리를 보기 위해 꾸역꾸역 진행하거든요.
즉사 패턴들 때문에 이지모드도 의미가 없어서 더욱 고통스러워 하더군요.
일정횟수 이상 죽으면 구간을 스킵할 수 있게 했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4/09/21 20:30
수정 아이콘
하긴 게임 구조를 보면 스토리를 중심으로 했다기보다 인게임 플랫포머 플레이를 중심으로 했다는 인상이 들기는 하네요
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생긴 오해일 수도 있겠군요
눈물고기
24/09/21 15:09
수정 아이콘
스토리도 스토리인데, 음악도 너무 좋습니다.
요새도 어명집행은 가끔 들어요..
24/09/21 20:30
수정 아이콘
저는 마지막에 하모니카가 좋았네요
24/09/21 15:19
수정 아이콘
금강선왈 산나비 스토리는 100마일 직구와 같아서 알고도 당한다

여기서 널 울리겠다하고 대놓고 빌드업하는데 피할수가 없죠 크크크크
24/09/21 20:30
수정 아이콘
솔직히 중반쯤부터 스토리 얼추 감은 잡았는데 명치에 쎄게 꽂히더군요
서린언니
24/09/21 16:03
수정 아이콘
일본 스트리머들도 펑펑 울더라구요
24/09/22 01:12
수정 아이콘
세세하게 따져보면 개연성에서 지적할 부분이 있지만 압도적인 연출 앞에선 무의미하단걸 잘 보여주는 게임이죠
24/09/22 01:49
수정 아이콘
산나비는 여러모로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감탄하면서 플레이했습니다.
다만 제 조예가 모자라서 이해도 부족하고 글로 풀지도 못하는게 아쉽더라구요
인생을살아주세요
24/09/22 09:21
수정 아이콘
난이도 때문에 몇몇 보스전에서는 패드를 던지고 싶었지만, 막판에 펑펑 울리며 그간의 짜증을 세탁시키더군요..
24/09/22 09:55
수정 아이콘
정말 공감합니다. 송소령전 같은 경우는 왜 패턴을 이렇게 불합리하게 만들었나하는 생각 많이 들었습니다
24/09/22 11:28
수정 아이콘
신파극에 더 당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도 묵직한 정권지르기에는 버틸수가 없더군요
24/09/22 13:35
수정 아이콘
온몸으로 지른다고 광고하는데 받아칠수가 없더군요
마작에진심인남자
24/09/24 20:14
수정 아이콘
신파는 뻔해서 편하죠. 울라고 판 깔아주면 울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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