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6/25 23:13:04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491306762
Subject [일반] <테이크 쉘터> - 증폭하다 끝끝내 삼켜버릴 불안.(스포)
<테이크 쉘터>는 불안에 대한 영화입니다. 불안감은 어떻게 시작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증폭되는지,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상에서의 양상을 그려내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커티스의 양상은 두 가지를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르면서도, 집안 내력으로 존재하는 정신분열증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다 다루면서도, 저는 어떤 측면에서 이 영화가 그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그 불안이 어떻게 하나의 인물을, 세계를 물들이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이 영화에서 불안의 양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결국 이 영화는 어떤 패치워크, 그러니까 바느질로 이어붙인 영화라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의 의미로 이어붙인 영화라는 의미에서요. 현실인지, 꿈인지, 환상인지 애매모호하게 그리면서도, 굳이 이 부분을 모호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유사한 스타일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부족해보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저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굉장히 작고 가는 실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그 불안이라는 생각과 감정의 연속성에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끝끝내 그 불안이 증폭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어떤 '불가해한 재난'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인간의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또 그 앞에서 가족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이 영화를 표현하자면 가느다란 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가느다란 실이 어떻게 진동하는지, 그리고, 그 가느다란 실 안에서도 가족이라는 여러 가닥이 어떻게 꼬여 단단하게 고정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도들도들
24/06/26 00:31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였습니다. 거대한 흑막이나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인과적 설명 없이도 불안한 감정의 진폭을 잘 전달한다는 점에서 세련된 포스트모던 영화였다고 할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점증하는 불안이 종국에는 외계인과 조우하면서 황홀하게 해소되는 근대적 영화 미지와의 조우가 조금 더 취향에 맞는 것 같습니다.
aDayInTheLife
24/06/26 09:29
수정 아이콘
흐흐 그거야 취향 차이가 아닐까요. 전개의 방향성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발생과 끝보다는 양상에 집중한 영화 같았습니다.
리니시아
24/06/26 08:46
수정 아이콘
[현실인지, 꿈인지, 환상인지 애매모호하게] 그린 부분이 절묘하죠.
뭔가 불가학력적인 재난이 다가오긴 하는데 일반적인 '재난영화가' 그리는 좀비떼가 나타난다거나 자연재해가 펼쳐지는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무언가로' 인해 펼쳐지는 재난이죠. 그 재난은 곧 우리가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을만한 불안과 맞닿아 있어서 더 불안한거구요.
그런걸 의도하기 위해 현실, 꿈, 환상 처럼 애매모호하게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엔딩까지 보노라면 오만 감정과 함께 사람의 불안을 가족이 어떻게 견뎌내고 인내해줘야 하는지 깨달음을 주는 좋은 명작이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가느다란 실 여러가닥이 가족을 어떻게 단단하게 고정하는지 잘 보여주는..
aDayInTheLife
24/06/26 09:30
수정 아이콘
이해하기 어려운 그 순간들 속에서도 결국 하나의 가느다란 실이 폭풍우를 견디게 해주는, 고정된 닻줄 같은 거겠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788 [일반] 삼국지 장각 시점에서 본 황건적의 난 [1] 식별7490 24/06/28 7490 11
101787 [일반]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엔화 [66] 及時雨13632 24/06/28 13632 0
101786 [일반]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주식 사기범 이희진 근황 [58] GOAT13321 24/06/28 13321 6
101785 [일반] 已(이미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 써 이, 별 태/나 이 등 [8] 계층방정6037 24/06/28 6037 5
101784 [정치] 김진표 전 국회의장 "尹, '이태원참사 조작가능성' 언급" [107] 빼사스18842 24/06/27 18842 0
101783 [일반] <핸섬가이즈> - 오묘하고 맛깔나는 (호불호는 갈릴) B급의 맛.(노스포) [24] aDayInTheLife7845 24/06/27 7845 4
101782 [일반] 물고기 입속에서 발견된 쥐며느리? [19] 식별11838 24/06/27 11838 11
101781 [정치] 美 6개 경합주 유권자 "민주주의 위협 대처, 트럼프 > 바이든" [29] 베라히10069 24/06/27 10069 0
101780 [정치] 최근 핫한 동탄경찰서의 유죄추정 수사 [437] wonang20810 24/06/26 20810 0
101779 [일반] 육아 1년, 힘든 점과 좋은 점 [59] 소이밀크러버8306 24/06/27 8306 38
101778 [일반]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날 (스포유, 전편 보신분은 스포무) [9] 헝그르르7194 24/06/27 7194 0
101777 [정치] [서평]《대통령과 한미동맹》 - 자율성은 동맹과 상충하지 않는다 [21] 계층방정6892 24/06/27 6892 0
101776 [일반] [추천사] 핸섬가이즈, 썩시딩 유 '시실리2km' [37] v.Serum8505 24/06/27 8505 7
101774 [정치] 저한테 미친여자라 그랬죠? [51] 어강됴리15027 24/06/26 15027 0
101773 [일반] 인터넷 가입 피싱 사기 전화 이야기 [24] 류지나8010 24/06/26 8010 1
101771 [일반] 병원 에피소드(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16] 두부두부8915 24/06/26 8915 19
101770 [일반] 우리는 왜 '오너'의 경영권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100] 사람되고싶다13100 24/06/26 13100 50
101769 [일반] 삼국지 장각은 거대한 음모의 희생자였을까? [4] 식별7018 24/06/26 7018 10
101768 [일반] <테이크 쉘터> - 증폭하다 끝끝내 삼켜버릴 불안.(스포) [4] aDayInTheLife6478 24/06/25 6478 1
101767 [일반] 문화와 경제의 동반론 [13] 번개맞은씨앗8353 24/06/25 8353 2
101766 [일반] 턱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 - 턱? 빗? 유방? [10] 계층방정7360 24/06/25 7360 7
101765 [일반] KT는 네트워크 관리를 목적으로 사용자의 통신을 감청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8] Regentag13182 24/06/25 13182 6
101764 [일반]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선발 결과를 공지합니다 [5] jjohny=쿠마7448 24/06/24 7448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