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7/02 21:37:17
Name aDayInTheLife
Subject [일반] 괜찮고 싶은데, 괜찮지 않아서.
저에게는 일종의 하강기가 있어왔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혹은 어떤 상황인지는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떤 기분과 생각이 마이너스를 향해 가라 앉는 순간들이 오곤 합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저는 마치 꾹 눌러놓은 용수철이 높고 멀리 튀어오르듯이 일탈과 여행을 꿈꾸고, 그 멀리의 순간들이 지나면 조금은 괜찮아지는 상황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여행이라는 건 일종의 발산과 같다. 고 생각해왔습니다. 원래 어디 나가는 걸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고, 활동적이거나 사교적인 사람이 아닌데, 여행이라는 시공간적 배경이 나라는 사람을 바꿔놓는다. 라고 생각해왔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하강기가 왔습니다. 근데 조금은 그 하강기의 질감이 다른 것 같이 느껴집니다.

보통 저에게 하강기의 순간들은, 대체로 불안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저는 대체로 불안이 이끄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저를 힘들게 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굉장히 다양한 불안들이 저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 불안들에 의해서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두려움이 저를 제한해왔던게 일반적인 케이스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하강기는 굉장히....

지금의 하강기는,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그 생각에 대한 쫓김이라기보단, 묘하게, 수면 아래에 잠긴 채로 코 끝만 내어놓고 숨을 쉬고 있는 느낌입니다. 편안하고, 무기력하고,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이번 하강기의 순간들은 무엇을 하기 위해, 혹은 무엇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기보단, 그저 가라앉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네, 따지자면 불안이 이끄는 하강기가 아니라, 우울이 이끄는 하강기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하강기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과 행동들을 하려고 하는 것도 힘들고, 계획과 실행, 그 이외의 모든 것들이 조금은 벅차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그렇다고 지금의 모든 것들을 놓아버리고 싶다. 뭐 그런 성격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지금의 저는 일상을 영위하고는 있으니까요. 다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 그 외의 다른 것들을 할 수 있을 건지 확신이 서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사이클이라는 것에 대해서 너무 잘 자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언제나, 기능과 생존을 별개의 것으로 놓고 생각해왔습니다. 사람으로써 일상을 영위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기능의 측면에서 저는 대체로 '괜찮았다'는 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 그래서, '살기 위해' 하는 것들은 지금의 하강기로는 조금 힘들어하는 느낌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갔다 온다고, 뭐가 달라지나?'

결국, 저는 어떤 하강기가 온다는 걸, 그리고, 지금 와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만 하게 됩니다. '이러다 말겠지'는, '또 이렇겠지'와 한 끗 차이고, 그 때문에, 저를 더 무기력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별일 없이 살고 있지만, 별일이 있습니다.
혹은, 별일 있이 살지만, 별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혜정은준은찬아빠
24/07/02 22:02
수정 아이콘
별일 있게 살지만, 별일 없습니다. 그저 소소한 즐거움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추억이 되겠죠?
aDayInTheLife
24/07/03 08:22
수정 아이콘
소확행이 참 좋은 말 같은데, 실행이 쉽지 않아요.. 흐흐
덴드로븀
24/07/02 23:08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CfXVsHNETq0
[장기하와 얼굴들 (Kiha & The Faces) - 별일 없이 산다]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뭐냐 하면...
저도 별일 없이 살고, 별일 있이 살고 있습니다.

인생도 결국 파도 아니겠습니까?
올라갔으면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거. 다 죽었어~ (이게 아닌가)
aDayInTheLife
24/07/03 08:20
수정 아이콘
흐흐흐흐 이 노래를 넣을까 했는데 너무 발랄(?)하더라구요.
24/07/03 00:10
수정 아이콘
화이팅입니다~~
aDayInTheLife
24/07/03 08:22
수정 아이콘
힘내 볼게요.
24/07/03 02:19
수정 아이콘
병원 가보세요. 아니면 상담이라도 받아보세요. 불안과 우울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버려뒀다가 나빠지는 것보다 미리 가서 예방하는게 낫습니다. 저는 불안증 때문에 약 먹은지는 오래입니다만 왜 더 빨리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후회합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약이 잘 들어서 한달정도 먹고나니 불안이나 무기력의 정도가 훨씬 나아졌고 지금에 와서는 거의 없습니다. 불안과 우울도 병일 수 있습니다.
aDayInTheLife
24/07/03 08:19
수정 아이콘
병원과 상담을.. 근 10여년 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나아질 듯 싶다가도 쉽게 나아지진 않더라구요.
이민들레
24/07/03 07:04
수정 아이콘
하루하루 성취감이 있는 취미를 가져보시는건 어떨까요
aDayInTheLife
24/07/03 08:21
수정 아이콘
운동이나 뭐 이것저것 해보긴 했는데 막 되게 좋아지고 그러진 않더라구요. 친구가 클라이밍 추천을 해줬는데 일단 살부터 빼야..
무냐고
24/07/03 09:04
수정 아이콘
사이클이라고 하시니 지나가겠죠
가장 기본적인 음식, 수면, 휴식, 운동 잘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aDayInTheLife
24/07/03 09:56
수정 아이콘
네 조언 감사합니다.
24/07/03 09:35
수정 아이콘
경험상,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aDayInTheLife
24/07/03 09:56
수정 아이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걸 잘 조합해 봐야죠.
사람되고싶다
24/07/03 10:30
수정 아이콘
딱 우울증 증상이신데 이미 병원을 다니고 계신다고 하니...
저도 비슷한데 화이팅입니다. 무기력과 덧없음에서 벗어나면 권태와 무료가 오는데 참 답답해요.
aDayInTheLife
24/07/03 10:34
수정 아이콘
이 반복이 너무 힘겹네요.
안군시대
24/07/03 11:44
수정 아이콘
심리적 하강기라던지, 침체라던지, 우울하다던지 할 때에는 그런 상태에 조바심을 내지 않고 그런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도 우울증과 공황으로 오랫동안 시달렸고, 그걸 극복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많이 괴로웠는데, 정신과 치료도 받고, 여러 책도 읽어보고 하면서, 그냥 이런 상태라도 괜찮고, 마음이 힘들면 힘든대로 천천히 지내보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나니 많이 편해졌습니다.
aDayInTheLife
24/07/03 11:45
수정 아이콘
편해지셨다니 좋네요.
저도 그런 평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로메인시저
24/07/03 12:05
수정 아이콘
스프라바토 한번 맞아보시는 건 어떨지..
aDayInTheLife
24/07/03 12:18
수정 아이콘
그게 혹시 뭔가요??
로메인시저
24/07/03 12:18
수정 아이콘
비교적 최근에 승인된 속효성 항우울제입니다. 정신과에 문의하시면 될겁니다
aDayInTheLife
24/07/03 12:29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24/07/03 12:52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딱히 표현할 방법은 생각이 안나지만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싶어서 댓글을 답니다. 내내 평안하시기를
aDayInTheLife
24/07/03 13:21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한걸음
24/07/03 13:15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느낌이다가 요근래 저를 심적으로 힘들게 하는 사건들을 겪고 조금 더 하강기를 맞이했습니다. 공감하러 왔는데 댓글보고 이게 우울증인건가? 하고 살짝 당황하고 있습니다.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힘냅시다!
aDayInTheLife
24/07/03 13:21
수정 아이콘
힘내자구요.
24/07/03 19:13
수정 아이콘
저도 직장생활하면서 그런 느낌 정말 자주 받네요 가족생각과 운동(달리기)으로 풀긴 하지만 많이 갑갑한 요즘입니다
aDayInTheLife
24/07/03 19:44
수정 아이콘
쉽게 이 감정이 떨쳐지진 않더라구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838 [일반] 운전 경력이 얼마인데 그걸 헷갈릴 수가 있겠느냐 [41] 길갈8983 24/07/05 8983 0
101837 [일반] 영국 보수당이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기록할 듯 하네요 (출구조사 결과) [31] Davi4ever7437 24/07/05 7437 1
101836 [일반] 昔(예 석)에서 파생된 한자들 - 耤(짓밟을 적)에서 파생되기도 하다 [4] 계층방정3916 24/07/05 3916 3
101835 [일반] 자카르타에서 수도를 옮기려는 인도네시아 근황 [32] Davi4ever10447 24/07/05 10447 0
101834 [일반] 가요의 황금기 90년대 가요톱10 1위곡 열전(1994년 part 2) [10] 스폰지뚱5827 24/07/05 5827 5
101833 [일반] 2024년 상반기 전국 백화점 순위가 나왔습니다 [33] Leeka9218 24/07/04 9218 1
101831 [일반] 2024년 방콕 광역권 지도 업데이트 [13] 쿠릭8078 24/07/04 8078 26
101830 [일반] [방산] 올해 수출규모가 처음으로 200억 달러 돌파예정입니다. [21] 어강됴리8294 24/07/04 8294 3
101829 [일반] 고령 운전자 관련 문제 [53] 11cm9029 24/07/04 9029 0
101828 [정치]  정부가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44] 사람되고싶다10460 24/07/04 10460 0
101827 [일반] 한국어로 수업하기 힘든 학교 이야기 [62] 어강됴리12621 24/07/04 12621 7
101826 [일반] 가요의 황금기 90년대 가요톱10 1위곡 열전(1994년 part 1) [21] 스폰지뚱8452 24/07/03 8452 11
101825 [일반] 횡단보도 건너, 편의점 앞, 일방통행로 길가 [4] 소주파8464 24/07/03 8464 21
101824 [일반] 여저뭐 이런저런 상반기 이야기 [8] v.Serum7610 24/07/03 7610 3
101823 [일반] 내맘대로 엄선한 여자 보컬 신나는 노래(장르 불문) [11] Pika488179 24/07/03 8179 1
101822 [일반] [에세이] 군대에서 광신자가 되는 방법 [7] 두괴즐7497 24/07/03 7497 19
101821 [일반] 안면 인식 장애? [26] 수리검9066 24/07/03 9066 3
101820 [일반] 급발진 추정사고에서 고령자의 비율과 실제 반응속도 하락에 대해서 [50] 김은동12039 24/07/03 12039 18
101819 [일반] 귀멸의 칼날 - 합동 강화 훈련편 다 봤습니다 (스포) [52] 빵pro점쟁이8008 24/07/03 8008 0
101818 [일반] 캐스퍼EV에 처음으로 장착되는 페달오조작 방지장치 [24] VictoryFood11560 24/07/02 11560 13
101817 [일반] 괜찮고 싶은데, 괜찮지 않아서. [28] aDayInTheLife8138 24/07/02 8138 10
101816 [일반] 안녕하세여 신입 인사드림니다 [56] 익명이8660 24/07/02 8660 14
101814 [정치] 오늘은 검사 탄핵이로군요.. [233] Restar18294 24/07/02 1829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