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의 24년 만의 속편, <글래디에이터 II>를 보고 왔습니다. 일단 미리 말해두자면, 저는 1편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 극장에서 봤을 나이는 아니고, 아마 지나가다 하면서 영화 채널에서 하는 건 본 것 같긴 한데, 대략적인 흐름만 알고 있는 정도긴 합니다.
<글래디에이터 II>의 장점과 단점은 아마 전작의 충실한 계승이라는 측면일겁니다. 그러니까, '부끄럽지 않은 속편'이면서, 동시에, '부끄럽지는 않은 속편'이라는 이야기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일단, 스케일은 여전합니다. 대규모 전투, 콜로세움, 혼란상까지 충실하고 충분한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다만, 스케일과 캐릭터가 조금 따로노는 경향이 좀 보여요. 그러니까, 영화가 그리고 있는 스케일과,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차이가 꽤 큰 편이라, 후반부 어느 시점에서는 고작 몇몇 인물의 움직임만으로 저렇게 크게 변한다고? 싶은 순간이 있긴 합니다만, 여전히 꽤 만족스러운 스케일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작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다는 건 아쉬움이긴 합니다. 그러니까, 전작의 이야기로부터 파격적으로 나아간 것은 없어보이기도 해요. 어떤 측면에서는 굉장히 '안전한 선택'만을 해온 이야기 같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후세계를 비롯한 너무 많은 부분을 빌려온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또 다른 아쉬움은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메시지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주장하는 메시지와, 실제 역사의 흐름과 또 이것 저것을 생각해보면, 여전히 주인공은 지나치게 '현대적 가치'를 설파하는 느낌이긴 해요. 약간 산통을 깨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인물 관계와 영화가 그리는 이야기의 차이점이 두드러지는 건 후반부입니다. 그러니까, 인물에 영화가 밀착한 순간은 상관이 없을 것 같긴 한데, 인물의 변화가 아주 매끄러운 편은 아니거든요. 그 순간, 영화와 인물이 분리되고, 그때 좀, 치명적으로 영화의 이야기의 단점이 드러납니다.
결국 그 순간이 문제 같아요. '전작의 이야기를 계승하는 그 순간', 영화가 좀 진부해지고, 스케일 대신 단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메시지는 지나치게 현대적이구요. 어떤 측면에서는, 인물의 서사든, 어떤 연결성이든, 보완재로써 다시 또 확장판 내지 감독판을 찾게 되는 건 아닐까 싶긴 합니다. (스콧옹은 일단 없다고는 했는데...)
압도적인 포스를 선보이는 덴젤 워싱턴의 연기가 눈에 띕니다. 어찌보면, 현대적인 메시지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한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