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만 감독의 <페라리>를 보고 왔습니다. 가까운 시간대가 4DX관 밖에 없어서 4DX로 관람했는데, 일단 말해놓자면, 4DX의 효과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굳이 4DX로 봐야하는지는 잘 모르긴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레이싱에 대한 장면이 있고, 레이싱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영화가 레이싱에 대한 영화냐고 하긴 좀 많이 애매한 영화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영화의 이야기는 1957년, 밀레 밀리아를 준비하는 페라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사와 일 양쪽을 담아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질감은 조금 다릅니다만, 스포츠 영화지만 스포츠가 아주 중심에 놓인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머니볼>이 떠오르는 측면이 있어요. 스포츠를 중심에 놓았지만 영화는 오히려 전기영화에 가까운 느낌이기도 하구요.
그런 측면에서, 즉각적으로 떠오르고 비교할 수 있는 건 <포드 v 페라리>겠죠. 본질적으로 '스포츠 영화'인 동시에, '순수함'에 대한 드라마였던 <포드 v 페라리>에 비해, 이 영화는 훨씬 조밀하고 개인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엔초 페라리라는 인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승부욕은 엄청나기도 하고, 가정에 무관심하지만, 또 내연녀에겐 따뜻하기도 합니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철저하게 계산적인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구요. 레이싱은 일종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성취'라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비즈니스이기도, 또 레이싱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인물을 '종잡을 수 없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또 한 편으로는 좀 오래된 표현입니다만, '풍운아'라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각본과 연출로 표현해내는 이 다층적인 인물 상이 후반부에는 일종의 결론을 내기 위해서 조금은 평면적으로 변하는 순간은 있습니다. 극 후반부, 엔딩 직전이 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눈 떼기가 어렵더라구요. 아무래도, 타이틀롤을 맡은 애덤 드라이버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띕니다. 여기서 만약 조금 더 과장된 형태의 무엇이었다면 좀 별로였을 거 같아요.
마이클 만 감독 특유의 '고독한 프로페셔널 남성상'을 그려내기에 어찌보면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어떤 측면에서는 특유의 간질간질함, 혹은 느끼함이 조금 느껴질 뻔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대로,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가 인상적이구요)
결론적으로는, 이 영화는 그 복잡한 인물상의 재현에 방점이 찍혀있고, 그 실존 인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레이싱을 소재로 쓰고 있지만, 레이싱 자체보다는, 그것이 이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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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낮에 상영관에 아무도 없더군요. 혼자서 관람했습니다. 언급하신 것처럼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생에 대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무게가 실려있었네요.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자극적으로 몰고가는 것도 없었고, 과하다싶은 연출도 없어서요. 5명의 드라이버들에 대한 분량 분배랄까...그 점이 조금 걸리긴 했습니다. 다들 중요한데 더 중요한 인물도 있었고 더 갈등한 인물도 있었고..그런데 쨌듬 앤초에 묻혀야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