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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15 20:41:46
Name RedSkai
Subject [일반] [반성문]제가 문제였고, 제가 쓰레기였습니다.
* 술을 마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이 힘들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업무분장이 문제가 있었다고 했고, 저를 '뭐'같이 다루는 듯한 전임 과장에게 서운했고, 거기에 제대로 어드바이스를 해주지 못했던 계장님이 이해가 안됐습니다. 할머니가 쓰러진 것도, 내가 멘탈이 터진 것도, 저에게 1년 동안 발생했던 모든 일들이, 모두 남의 탓이라고, 나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남탓만 하다 자리를 옮긴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다시 동 주민센터로 내려왔습니다.

구청에서 한창 구르고 있을 짬에 동에 내려와서 다시 민원대에 앉은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그런 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어쨌든, 내가 살아야 했으니까요. 내가 미뤄뒀던, 그래서 폭탄으로 굴러들어온 일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신경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내가 살아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처음 한 달은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스스로가 어이가 없네요.

처리하지 못한 일들은 뭐가 이리 많으며, 결재받지 못한 서류는 또 왜이리 많은지. 나는 도대체 1년 동안 이 곳에서 무슨 짓거리를 했길래 이렇게 똥을 싸지른건지. 왜 후임자에게 되도 않는 고통을 심어준건지. 스스로에게 어이가 없고 화가 납니다. (죄책감에 최대한 도와주고는 있지만, 한계는 있네요)

무엇보다도,

직장에서의 일을 가져온 죄로, 할머니를 쓰러지게 만들었고, 그 할머니를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요양시설에 던져놓다시피 했네요.

설상가상으로, 막내숙부는 제가 모아둔 돈을 싹싹 긁어 빌려가고(제가 멍청하지요...), 막내숙부를 포함한 모든 숙부들이 할머니 부양을 사실상 포기하거나 거부하니, 제가 할머니의 요양비용을 다 떠안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고요.

그런데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다 제가 자초한건데요.

누가 뭐라하든 진득하게 일만 했다면 괜찮았을텐데, 할머니가 쓰러질 일도 없었읉텐데, 내가 모든 비용을 떠안을 일도 없었을텐데... 후회, 후회, 후회 ... 또 후회 ... "후회하지 말자"고 계속 다짐했건만, 1년만에 모든 게 다 무너졌습니다. 뼈저리게 무너졌습니다.

당장 미결 서류를 정리해서 다른 곳으로 가신 전임 계장님께 결재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솔직히 두렵습니다. 지금 과장님도, 국장님도 안무서운데, 이 분은 왜이리 무서운지요. 솔직히 피하고 싶습니다. 근데 어쩝니까. 제가 자초한 것을.

당장이라도 때려치울 수 있다면 때려치우고 싶고, 죽을 수 있다면 죽고 싶네요. 근데, 때려치울 용기도, 죽을 용기도 없네요. 아하하하하 ... 제가 문제였고, 제가 쓰레기였습니다. 저를 죽일 수 있다면 죽이고 싶습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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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ights of Pen and Paper
16/08/15 20:45
수정 아이콘
오늘의 삽질은 내일의 연륜.
너무 자책치 마세요.
16/08/15 20:46
수정 아이콘
'고통없이 죽는 버튼' 이 눈 앞에 항상 놓여있다면 일 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버튼이 존재하지 않아서 다행이지요.

RedSkai 님의 글에 자주 댓글 다는 편은 아닙니다만, 님을 보면 제가 보는 제 단점을 극대화시킨 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쁜 사람들한테는 거절을 못 해서 쪽쪽 빨리고, 빨린 만큼 어디서 채워야하니까 그걸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채우죠. 이 흐름을 반대로 돌려야만 합니다. 이걸 못 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 해야 합니다. 원래 이런 잔인한 이야기 잘 안합니다만, Redskai 님한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이런 댓글일 것 같아서 무례를 무릎쓰고 댓글 답니다. 할머님께서 건강을 회복하시길 빕니다.
Waldstein
16/08/15 21:01
수정 아이콘
부모도 아니고 조모를 왜 부양하나요?? 숙부들과 의절하고

빌려준돈 받아낸다음 혼자 사세요. 본인이 부담안하면 조모는

어떻게 하냐구요?? 그건 그 숙부들이 알아서 해야죠.

강요 학습된 죄책감에서 벋어나 자기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16/08/15 21:05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16/08/15 21:12
수정 아이콘
비록 구청이나 동사무소같은 관청은 아니지만 공공기관 직원으로써 저 역시 말씀드리자면

입사후 첫일년간 아무리 미숙하다고 해도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실수연발에 상위결재권자들(특히 직속결재라인쪽에서)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노조에다 울며불며 사정하다시피해서 1년만에 지사이동에 업무분장까지 새로해놓고선 더 큰 실수를 연발중입니다.

부양가족에서부터 발생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저로썬 가늠조차 할수 없습니다만 업무적인 부분의 스트레스는 저도 익히 체감하는 부분이라 공감이 가네요.

실수에 대해 너무 자책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저 역시 후임자에 대한 죄책감과 현재 같이 일하는 이들에 대한 죄책감을 항상 안고 살아가지만 걱정은 스스로를 옭아맬뿐. 결국 어느정도는 뻔뻔해지는것도 답이더군요. 고의적으로 일을 망쳐서는 안되는것이지만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일어나는 스트레스라면 그것은 결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본인혼자 감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뻔뻔해지세요. 일 좀 못할수도 있는거죠. 내일을 다른사람이 대신 해준다는 사실이 미안한건 맞습니다만 그로 인해 스스로를 갉아먹을듯 자책하지 마세요. 결국 제일 중요한건 자기 자신이니까요.
16/08/15 21:23
수정 아이콘
업무야. 그간 밀린것들 하나하나 해치우다 보면 언젠간 끝날 일이구요. 전 계장님과 술이라도 한잔하자고 하고 터놓고 이야기하고 빠른 수습책을 같이 강구해 보는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동사무소에서 맨탈 정리 하신다음. 앞에 놓인일에 적응하시면 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근데 ....할머님을 손자로써 돌봐드리는건 마땅한일이지만... 숙부님들이 계시면 그분들께서 모셔야죠. 보통 연세가 좀 되시면 자연스레 요양병원시설에 모시기도 하는데.. 전후가 어떻게 되었든, 손자가 혼자 감당할수 없죠. 웬지 숙부님들에게 호구(?)이미지를 쌓아놓으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좀 버티면 애가 지돈써줄것같다 싶으니 이런상황 된듯한데요. 돈도 뜯어가구요;;
최강한화
16/08/15 21:32
수정 아이콘
RedSkai님의 글을 읽어봤는데 너무 자책을 많이하시고 남에게 싫은소리도 못하시는 거 같습니다.
공무원이시고 지금 상황이 너무 안좋으시다면 휴직을 하시고 1년만이라도 정신적인 치료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해보시는게 어떠실지요. 술은 마시지 마시구요.

힘내십시요. 잘 해쳐나가실겁니다.
ace_creat
16/08/15 21:33
수정 아이콘
업무에 치이시고 상사를 잘못만나셨나보군요.. 저도 신입사원시절 직속상사가 그렇게 일못한다고 갈궜어서 약간이나마 그 심정을 이해는 하겠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저도 일에 치여서 다른데를 돌아보질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일들이 중요하긴했지만 내가못하던 안하던 어떻게든 회사는 돌아가고 세상은 잘만굴러가더군요. 쉽진않겠지만 업무에서 한 발 물러서 편하게 나만을 생각하시는 시간을 하루에 조금이라도 가져보시고, 가족문제는 혼자 부담하려하기보단 누구한테든 얘기하고 도움을 청해보시면 어떨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힘내세요!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나가야하지않겠습니까
아케미
16/08/15 21:47
수정 아이콘
내가 일 좀 못해도 조직과 세상은 그럭저럭 돌아가지만, 일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건강을 해쳐도 그 조직과 세상이 도와주지는 않더군요.
이기적이 되시는 게 어렵다면, 과거에 대한 생각을 안 하는 것부터라도 시작하시는 게 어떨까요. 일단 기운부터 내시고요. 그리고 빌려준 돈은 꼭 받으시길...
Break Away
16/08/15 21:48
수정 아이콘
이분 보면 휴직시켜 드리고 여행보내드리고 정신과에 상담도 시켜드리고 싶어요.
16/08/15 22:13
수정 아이콘
뻔뻔해 지세요..
저도 죄책감 다 짊어지고 살다가 이제 지쳐서 뻔뻔해지고 이기적으로 살아요.
남한테 폐 안 끼치는 선이면 됩니다.
Mighty Friend
16/08/15 22:51
수정 아이콘
한 번 사는 인생, 님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셔야 할 거 같아요. 고통이 짧은 글에서 느껴져서 잘 모르는 분이지만 제가 다 마음이 아프네요. 멘탈이 좋아지면 누군가 괴롭혀도 버텨낼 수 있어요. 지금 여러 힘든 일 때문에 고통스러우셔서 상사 때문에 더욱 괴로우신 거에요.
16/08/15 23:17
수정 아이콘
지치네요.
제 어머
16/08/16 00:02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씀드리면 혼자 해쳐나가시기 어려운 멘탈을 가지신것 같습니다.
부디 전문가 상담을 받으세요. 가끔씩 피지알에 하소연을 한들 회원분들이 큰 도움 주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예스맨은 잡아먹기 좋은 먹잇감일 뿐입니다...
영원한초보
16/08/16 00:15
수정 아이콘
어려운 상황입니다.
pgr에 하소연해서 위로를 받는 것도 좋지만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일에 대한 상담이 아니라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좀 더 잘 구분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일 망하는거야 글쓴분 성격이라면 큰일 나봐야 본인 짤려서 책임지시면 될텐데
감당못해 버리고온 일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일이 아니라면 좀 망해도 호수에 물방울 하나 떨어진 수준밖에 안될 겁니다.
가족은 저도 참 걱정이네요. 할머니와 관계과 깊으시다면 자주 찾아가세요.
힘들어도 서로 위로해 줄 수 있는게 최선입니다.
슈퍼집강아지
16/08/16 00:46
수정 아이콘
책을 읽으실 여유가 없으실듯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가 글쓴님을 위로해줄거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휴가는 못사용하시는지요. 일면식도 없는 제가 댓글을 달지만, 힘드신게 글에서 많이 느껴지네요. 짜요입니다. 국이 짜요의 짜요가 아니라 화이팅이라는 중국말... 피식이라도 해보시라고 개드립이나마 남기고갑니다.......
항즐이
16/08/16 00:52
수정 아이콘
언제나 그랬지만, 모든 일은 80% 수준으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직장, 그것도 자기가 힘든 부분이 많은 곳이라면 기준 자체를 60%으로 잡아야죠.

이미 직장에 120%를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직장은, 특히 말단은 치킨게임이 기본 정치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요약하자면, 배째고 자빠지세요. 아파서 드러눕고, 쓰러지고, 코피를 일부러 흘리고 쌩 쑈를 해야합니다.

어느 조직이건 내가 엄청나게 열심히 하면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반대로 내가 엄청나게 삽질하지 않는 한 조직 전체가 망하지도 않습니다.
특히 공무원 조직은 더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말 하는 저도 책임지는 위치가 되었을 때에는 정치싸움이 귀찮아서 업무분장을 제게 몰빵했지만,
대신 팀 전체가 배쨀 수있는 방법을 찾았죠.

자빠지세요. 길게 봐야 할 직장이라면 지금 승부수를 던져야 합니다.
16/08/16 00:53
수정 아이콘
꽤나 긴 시간동안 일련의 글들을 다 읽어보았는데
꾸준히 자책만 하지마시고 그전에 현실적인 해결책을 실행에 옮기세요.
당장 내가 죽겠는데 나로인해 다른이가 받을 피해를 신경쓸필요는 전혀없어보입니다.
16/08/16 02:53
수정 아이콘
아침에 출근하시기전에 뺨몇대 스스로 때리고 출근하세요
그럼 아드레날린 분비되면서 사람들한테 좀 까칠하게 굴어지고 부탁거절하기 좀 편한겁니다.
스스로 좀 까칠해지실 필요가 있을듯
세종머앟괴꺼솟
16/08/16 09:06
수정 아이콘
글만 봐서는 왜 쓰레기이신지 모르겠네요
클레멘티아
16/08/16 10:09
수정 아이콘
미움받을 용기를 추천하려 했는데.. 윗분께서 하셨네요. 저도.. 능력응 개뿔도 없는데 예스맨 하다가..
엄청.. 호되게 당했거든요. 그러다 그 책을 지금 보고 있는데.. 며칠 전에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듭니다.
이기적으로 사세요. 그리고 그 책 읽어보시고요.
사실 쓰레기가 아니라는건 님이 제일 잘 알고 있을텐데요.
16/08/16 10:23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술을 먹고 이상하고 두루뭉술하게 글을 썼네요.
그 동안 괜찮았는데, 갑자기 며칠 전부터 상태가 안좋아져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동네형
16/08/16 16:00
수정 아이콘
진지하게.. 좀 위험하신 상황같고..

휴직하거나 상담 받고 처방전으로 약을 드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칼라미티
16/08/16 18:07
수정 아이콘
정말 진지하게 말씀드리는데 상담 받아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16/08/17 02:16
수정 아이콘
괜찮아요,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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