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2/24 13:57:15
Name 말랑
Subject [일반] 포켓몬스터 극장판 너로 정했다! 감상평(스포주의) (수정됨)
# 포켓몬스터 극장판은 아주 오랫동안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배포 이벤트 말고 포켓몬 극장판을 볼 이유 만들기'죠. 포켓몬스터 극장판은 뮤츠의 역습 정도 빼면 대부분 이 질문의 해답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 극장판은 다릅니다. 이 극장판은 볼 만한 이유가 있긴 합니다. 무인편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 자, 그럼 이 극장판은 누굴 노리고 만들어야 할까요?

# 너로 정했다! 는 포켓몬 극장판 시리즈 중에서도 흥행성적이 안좋습니다. 사실 검증된 닦이였죠. 포켓몬 극장판, 물론 애들이 봅니다. 근데 이번엔 그러면 안되죠. 이번 작품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인관객층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죠. 어른제국의 역습 볼따구를 후려치는 극장판을 만들던가, 추억을 오지게 팔아제끼던가. 첫번째 선택지는 포켓몬 극장판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니 불가능이라고 치면 남은 건 하나네요.

# 이 작품은 무인편을 좋게 말하면 리부트했습니다. 우리가 알던 라이벌과 동료는 한 명도 안나옵니다. 포켓몬의 감초 귀염둥이 악당은 조소조차 안나오는 역할로 소모되어 버려졌습니다. 새로운 동료는 렌트라 에피소드는 좀 짠하긴 했는데, 이 동료들 다시 볼 수는 있나 모르겠네요. 새 TV판에는 스위치용 주역들이 등장해야 할 텐데 설마 스위치판 라이벌 스포였나?

#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우와 피카츄, 그리고 이 둘의 관계 묘사입니다. 포스터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사실 거기에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100분 가량의 러닝타임에서 지우와 피카츄의 관계에 대한 에피소드는 비록 짤막하고 듬성듬성 들어내고 지나치게 빨리 소모되기는 해도 관객들에게 의미있는 부분이었을 겁니다. 왠지 너의 이름은.에서 본 것 같은데? 하는 그림도 있었지만 넘어갑시다.

# 근데 이 영화는 관계를 두 개 더 만듭니다. 바로 파이리랑 버터플. 지우의 영원한 에이스 리자몽과 첫 포획, 첫 놓아줌인 버터플의 관계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이상해씨 거북왕 잠만보 피죤투 성원숭 크랩 다 버려놓고 저 둘은 살렸습니다. 살린 건 좋습니다. 그 때문에 피카츄와 지우 사이의 묘사는 압축되고 후딱후딱 지나갑니다. 그 뿐 아니라 라이벌과의 전투 리자몽이 합니다. 피카츄가 아니라! 포켓몬 만화에서 가장 치열하고 멋있는 배틀을 리자몽이 합니다! 안그래도 이 작품은 배틀 묘사도 별로입니다. XY에 하던 연출은 어디갔어! 피카츄는 뭐하냐면 비자속 아이언테일로 마샤도한테 개기다가 쳐맞고, 칠색조랑 싸우는 건 편집됐습니다. 맵병기를 쓰다가 깨비참과 성원숭 무리의 어그로를 끌어 주인공 일행을 사지로 몰아넣습니다. 버터플은 바람일으키기로 깨비드릴조를 박살냈는데! 피카츄는 누굴 잡았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저 이거 영화 끝나고 1시간만에 쓰는 건데 기억이 안나요!

# 라이벌 이야기를 좀 하죠. 오바람이 아닌 건 그렇다 칩시다. 그럼 성격이라도 강함에 대한 열망과 포켓몬에 대한 진중한 관계를 가진 오바람을 주지 왜 '강함이 전부다' 라는 3류악당을 주는지? 그리고 이 라이벌은 자신의 오랜 친구 포켓몬인 루가루암이 처음 만날 때 자신의 팔을 깨문 인연을 상기시켜 마샤도에게 세뇌당한 루가루암의 기억을 되찾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라이벌과 배틀할 때 역시 루가루암은 안나와요. 라이벌과 루가루암은 지우와 피카츄의 관계인데, 어흥염과 리자몽이 다 해쳐먹습니다.

# 무인편의 추억을 보여주려면 등장하는 포켓몬이라도 관동 성도지방으로 제한해야죠. 체육관 배지는 스토리에 아무 의미도 없는데 민화와의 배틀은 왜 집어넣고 그러면서 웅이랑 이슬이는 왜 뺐습니까? 칠색조는 TV판에서도 그냥 지나가는 포켓몬이었습니다. 거기에 무지개용사라는 의미는 왜 부여했죠? 그 덕에 우리는 평생 처음 듣는 장소로 여행하는 지우를 구경했습니다. 관동인데 썬더 프리저 파이어 안나왔습니다. 뮤는 어디갔어요? 그러면서 성도의 전포 엔테이 스이쿤 라이코는 정말 아무 의미없이 나왔다가 들어갔습니다. 엄청난 인연이 있을 것 같더니 사실 아무 의미 없었습니다. 대단한 역할을 할 줄 알았더니 울부짖는 장면 하나 안나오더이다. 칠색조도 배틀 찔끔 하고는 끝.

# 이 극장판은 각자의 포켓몬을 한 마리로 제한해야 했습니다. 민준과 렌트라의 관계는 꽤 짠한 에피소드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트라우마를 루카리오를 통해 극복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안나옵니다. 심지어 다연이는 펭도리랑 무슨 관계였는지 나오지도 않아요. 등장인물들이 포켓몬과의 소중한 인연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극장판 최고의 연출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완벽하게 실패했구요. 포켓몬의 비중 조절도 완벽하게 망했고 로켓단은 없는 게 훨씬 나았을 정도로 최악으로 써먹었습니다. 아니면 XY에서 지우를 우승시키고 이 극장판으로 지우를 은퇴시키는 방법도 있었는데 뭐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시나리오겠죠.

# 개인적 총평. 이 극장판은 망했고, 망할 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엔딩 스탭롤을 제일 잘 만들었습니다. 죽 스쳐 지나가는 지우의 TV판 동료들. 그리고 울리는 타루의 '내 손을 잡아'. 근데 내 손을 잡아는 우리나라가 만든 거 아닌가?

# 여담. 포켓몬의 예전 한국판 주제가도 다시 틀어주는데, 전 포켓몬 한국판 주제가를 아주 싫어합니다. 음... 영향이 있었을라나...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12/24 14:12
수정 아이콘
그냥 요즘 나오는 극장판이 예전보다 훨씬 퀄리티가 별로인 것 같긴 해요
전 뮤츠의 역습 외에도 루기아의 부활,물의 도시,천공의 방문자 테오키스,마나피,10-11-12 트릴로지 정도는 굉징히 재미있게 봤었는데 BW와 XY 극장판은 그냥 배포받기 위해 보는 것도 열받을 정도더라구요...

정화하는 의미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포켓몬스터 극장판 노래인 One을 한 번 더 듣는걸로....
https://youtu.be/-iUGjKamyR4
좋아요
17/12/24 14:41
수정 아이콘
제 감상이랑 거의 일치해서 제가 쓴 줄-_-;;

1. 4세대 아이들 들고 다니는 중인 새 동료들과 6세대 들고다니는 3류 악당의 등장은 최신 세대를 팔아먹긴 해야한다는 높으신 분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 같더군요. 6세대 악당놈은 어흥염과 리자몽의 매치는 그저 1세대 최고 인기캐릭터이자 불타입 원조인 리자몽의 인기에 어흥염 밥수저 얹으려는 생각이었다-고 보입니다.

2. 앞서 언급하신 '배포'의 함정이 어느정도 영화를 잡아먹은 케이스라 보는데, 이번 타이밍 쯤에 마샤도 배포를 하긴 했어야 했고, 거기에 지우 리자몽도 팔아먹어야 하고 [아마도 차기작이 4세대 리메이크일테니] 4세대 관련 포켓몬도 좀 팔아먹어야 하고(4세대 대표 포켓몬인 루카리오와 4세대 스타팅인 팽도리를 말이죠) 이런 것들이 중첩돼 혼파망이 된 것 같습니다.

3. 이번 영화판이 일정한 완성도를 가지려 했다면 그냥 앞뒤 전부 자르고 [포켓몬과 피카츄가 없는 세상의 지우] 부분 에피소드가 이야기의 메인이었다고 봅니다.

4. 지우피카츄 배포하면서 왜 지우모자 쓴 피카츄를 제대로 보여주진 않냐-_-;;

5. 7세대엔 세대엔 z기술이 최고 마케팅 포인트인데 이 시점에 무인 편 리부트를 하다보니 지우피카츄 전용 z기술이나 마샤도 전용 z기술도 못보여주고-_-;; 여러모로 일의 아귀가 맞지 않아요.
及時雨
17/12/24 19:07
수정 아이콘
개똥이었습니다.
마샤도 끼워넣기야 배포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앤테이 라이코 스이쿤은 왜 나온건지.
다연이랑 민준이는 좀 상냥한 이슬이랑 눈 뜬 웅이에 불과했습니다.
차라리 웅이 이슬이 바람이 넣고 추억팔이라도 제대로 하던가...
칠색조라는 20년 묵은 거대한 맥거핀을 둘러싼 포장지에 불과한 스토리.
도대체 무지-개 용사가 뭔데 그래서...
결국 남은 거는 불타입한테 화염방사만 지르다가 쳐발리고 피카츄한테까지 인성질 하는 한지우 뿐... ㅠㅠ

20주년 게임이랑 20주년 애니메이션이 쌍으로 빅엿을 날려주는데 참 뭐라 할말이 없네요.
이 프랜차이즈도 슬슬 맛이 가는건가 싶기도 하고.
카바라스
17/12/24 19:13
수정 아이콘
유희왕 20주년 극장판은 dm 추억팔이 제대로 했던데 포켓몬은 영 평이 별로네요..
말다했죠
17/12/24 21:25
수정 아이콘
왜 나옹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피카츄랑 지우가 직접 언어로 키미노 나마에와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Faker Senpai
17/12/24 21:58
수정 아이콘
매년 가족들과 포켓몬 극장판을 보는데 올해 가장실망 스러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5141 [일반] 파이어폭스 퀀텀 버전에 대한 불만 [20] 손금불산입10791 17/12/25 10791 1
75140 [일반] 아 기쁩니다! [25] 만우8749 17/12/25 8749 16
75139 [일반] 모두에게 평화가 닿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자유한국당의 망언 비판) [28] FRAN8277 17/12/25 8277 14
75138 [일반] 소소한 꿈 (부제: 입대합니다) [25] 스타슈터5296 17/12/25 5296 11
75137 [일반]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의학이야기 - 크리스마스 병 [7] 토니토니쵸파7312 17/12/25 7312 15
75136 [일반] [잡설] 과연 답이 있긴 한 걸까? [28] -안군-9097 17/12/25 9097 21
75135 [일반] 정치중독자의 개꿈 [10] 삭제됨7869 17/12/25 7869 16
75134 [일반] [스포일러]간단하게 스타워즈 좋았던점 나빴던점 [10] 공격적 수요5655 17/12/25 5655 4
75133 [일반] 2018년 이영도 작가 신작 '오버더초이스' 단신 [12] 여자친구12083 17/12/25 12083 5
75132 [일반] 먹어야 싼다 (언론 비스무리한 이야기) [9] 좋아요8303 17/12/25 8303 21
75131 [일반] 휴..한국에서 살아남기 [43] 난될거다12814 17/12/24 12814 14
75130 [일반] 피로감...(두서없음 죄송...) [28] 박보검❤8968 17/12/24 8968 34
75129 [일반] 내가 올해 만난, 나의 사랑하는 재수생 이야기. 4/4. [8] 작고슬픈나무6023 17/12/24 6023 10
75128 [일반] 스타워즈 단평 (최대한 스포없이 서술) [48] 애패는 엄마7499 17/12/24 7499 11
75126 [일반] 포켓몬스터 극장판 너로 정했다! 감상평(스포주의) [6] 말랑7722 17/12/24 7722 0
75125 [일반] 고기의 모든 것, 구이학개론 #8 [16] BibGourmand13196 17/12/24 13196 33
75124 [일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하락시키는 방법은 적전분열, 즉 지지층을 균열 내서 지지층끼리 다투게 만들어야 한다" [206] 동굴곰19597 17/12/24 19597 16
75121 [일반] [뉴스 모음] 특집 - 이명박근혜 시절 국정농단 특집 Vol. 2 [26] The xian14560 17/12/23 14560 44
75120 [일반] 시작된 문빠 낙인 찍기 [330] 삭제됨20783 17/12/23 20783 77
75119 [일반] 개헌, 도대체 어느 조항을 바꿔야할까? [42] bemanner8725 17/12/23 8725 3
75118 [일반]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16] reionel8331 17/12/23 8331 22
75117 [일반] 고기의 모든 것, 구이학개론 #7 [13] BibGourmand10949 17/12/23 10949 29
75116 [일반] [뉴스 모음] 제목과 내용이 따로 노는 이유 외 [68] The xian11899 17/12/23 11899 4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