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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1/27 01:41:27
Name Farce
Link #1 http://www.gutenberg.org/ebooks/86
Subject [일반] 코네티컷 양키, 과거와 경멸에 대한 소설. (수정됨)
안녕하세요. 오늘도 재미있는 글거리를 찾아다니는 파스입니다.

네, 제 이름은 파스라고 읽습니다. 영어로 Farce라고 적었습니다.
상처에 붙이는 파스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염두는 해뒀습니다만, 일차적인 제 이름의 뜻은 그게 아닙니다.

Farce가 무엇이냐고 물으시면 단순하고 웃기면서도 내용의 깊이는 없는 짧은 연극을 말하는 것입니다.
‘코미디 프로’하고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웃기고 즐거운 단어를 빌려온 책은
오늘 다룰 ‘아서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 (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였습니다.
어떤 문장이었냐면 말입니다…….

        “Well, there are times when one would like to hang the whole human race and finish the [farce].”
        “아, 사람에게는 인류 전체를 다 목 졸라 죽여 버리고 이 [헛짓거리]를 끝내고 싶은 때가 있는 법이지.”

이 문장에서 따왔습니다.

대단하군요. 어쩌다가 이런 문장이 나오게 된 것일까요?
도대체 ‘아서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는 무슨 책일까요?

Connecticut_Yankee4_new
[코네티컷 양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미국 근대 모험소설의 대가 마크 트웨인이 쓴 책인데요.
오늘 할 이야기는 이 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무슨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볼까요?
“코네티컷 양키”라는 책은 조금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시간여행입니다.

코네티컷을 포함한 미국 동부의 뉴잉글랜드 지방은 현대에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불리는
도심과 부도심의 분리 및 재개발을 통해 고층건물의 도심-골목 빈민가-부촌 교외라는 ‘현대적인(?)’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가 시작되기 이전에는 도시와 항구를 둘러싼 큰 공단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는 미국의 유명한 총기 제조업체인 콜트 회사의 거대한 생산시설이 있었습니다.

아직 뉴잉글랜드가 산업으로 번창하던 1879년의 코네티컷 주에 살던 ‘행크 모건’이라는 콜트 사의 공장 엔지니어가
일하던 와중에 기절하게 되고 얼떨결에 528년의 아서왕 시대의 영국으로 오게 된 것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기존에 소년 모험소설만 쓰던 마크 트웨인이 이런 ‘과학적인’ 책을 쓴 것이 의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 뒤 시대에 어떤 소설들이 새로 등장했는지를 보신다면, 시대에 맞춰서 글을 쓴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쥘 베른이 당시 기술로 SF라 할 수 있는 잠수함 심해 모험기 ‘해저 2만 리’를 1870년에 이미 완성했으며,
허버트 조지 웰스가 ‘타임머신’이라는 소설을 1895년에 쓰고, 외계인의 침공을 소재로 1898년에 ‘우주 전쟁’을 쓰게 될,
그 사이의 시간대 1889년에 이 소설 “코네티컷 양키”가 인쇄되어서 시중에 팔리기 시작했거든요.

모험작품으로 미국 근대 소설이 현대 소설로 양적으로 확장되는 것에 한 획을 그은 마크 트웨인의 작품 중에서
사회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재미있는 문학성이라는 그의 양대 매력요소가 떨어지는 말년시기 작품이라
평범한 상업소설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과학으로 무장한 미국인이 미개한 중세 초기의 영국인들 선조들을 새롭게 교육시키고 유토피아를 세운다!
요즘 몇몇 판타지 소설들의 뿌리를 찾아 올라간다면 이 소설이 나온다고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허영심으로 가득 찬 싸구려 판타지로 생각하기에는 이 책만이 가지는 강렬한 가치가 있습니다.
방금 위에서 나왔던 문장 기억하지시지 않습니까?

“아, 사람에게는 인류 전체를 다 목 졸라 죽여 버리고 이 헛짓거리를 끝내고 싶은 때가 있는 법이지.” 라고요.

이 소설은 ‘과거와 타인에 대한 경멸로 가득 찬’ 책입니다.
저와 함께 나머지 줄거리를 따라가 보시죠.

카멜롯, 그러니까 아서 왕 시대 영국의 수도에 행크 모건이 도착하자마자,
기사들의 적법한 결투 신청을 거부한 비겁한 죄로 모건은 화형에 처할 기회에 처합니다.
다행이도 기사들의 대화에서 지금이 그레고리 역법으로 528년임을 즈음을 깨달은 모건은 최근에 자신이 읽은 잡지 기사 중에서
신대륙을 발견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항해를 위한 식량과 물이 모자라자 자신이 유럽에서 가져온 항해 자료에
곧 월식이 있을 것임을 깨닫고 원주민들에게 자신이 신의 대리인이며 자신의 선원들을 대접하지 않으면 재앙을 내리겠다
월식으로 협박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잡지 기사는 고맙게도 역사적으로 있었던 월식의 이야기들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528년 오늘에 있었던 일도 포함해서요.
그래서 자신이 출근해서 기절하고 시간여행을 하기 전에 이 기사를 읽었던 것이겠죠.

이 방법을 통해, 모건은 원탁의 기사들을 모두 겁에 질리게 하고 대마법사 멀린에게 자신도 대마법사이며
자신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라 선을 그어놓습니다.

겸사겸사 왕에게 자신이 멀린보다 위대한 인재이니 자신에게 높은 자리를 주고 이 나라를 발전시키게 만들라는 것도 말해둡니다.

모건이 왜 영국을 개혁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동기가 있었습니다. 독백으로 직접 말해주지요.

“이 녀석들은 무식하기만 해서는 동인도 제도의 원주민들하고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족속들이야. 백인 인디언들이라고 부르면 적당하겠구먼!”

“이 냄새나는 동물들의 세상에서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설탕도, 담배도, 등유도 없다는 거야.
로빈슨 크루소를 생각해봐. 문명에서 멀어지니 점점 짐승이 되어가는 것 같으니 스스로 발명하고 다듬고 정리해나갔지,
머리를 쓰고 바쁘게 일하는 그런 능력은 다행히 나에게도 있어.”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를 생각해봐! 조련사가 코끼리의 힘을 보고 존경해주나?
절대 아니지! 놀라는 건 존경이 아니야. 코끼리가 강해도 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짐승에게 놀랄 순 있지만 존경하진 않는다고.
이 무지렁이들은 혈통이나 작위라는 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다고 단단히 믿는 생각 밖에 안하면서 살아왔단 말이야.”

이 말을 한 다음에 아서 왕에게서 자신에게 작위를 달라고 합니다.
아서가 허락하고 작위의 이름은 알아서 정할 수 있다니까. 보스(Boss)라고 정합니다. 보스 경(Sir Boss)이라고요.
왜냐면 이 작위는 다른 작위들과 달리 스스로의 제도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영국을 개조하는 첫 걸음이 되어야한다고 하면서요.

모건은 미국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고향보다 이곳은 답답하니까요. 그게 일차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모건은 철도도 깔고 전화선도 깝니다. 이 이야기도 꽤나 재미있습니다만,
이런 개혁을 하나씩 할 때 기존 세력과 다투게 되면 바로 아래의 주제를 거침없이 표현하고는 합니다.

바로 이차적인 개혁의 이유, 모건이 왕과 귀족들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뼈 속까지 글려먹은 존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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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높이 있으면 산소가 뇌에는 가나요?]

모건이 아서왕 이야기에 나오는 유명한 마녀 ‘모르가나’ 모건 르 페이의 성에 찾아가게 되었을 때 일입니다.

모건 르 페이의 고혹적인 미모에 주인공도 잠시 빠지지만 곧 모르가나가 하는 행동에 치를 떨게 됩니다.
자신에게 가볍게 부딪힌 시종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단검을 박아 넣고요.
포크가 쓰이던 시기가 아니니 양 손가락을 쪽쪽 빨며 코앞에서 구운 돼지를 시종에게 받아서 뜯어 먹습니다.

식사 후에 취미로 모르가나가 자신의 고문기술을 자랑하기로 합니다.
모건은 고문을 당하고 있는 불쌍한 친구가 분명한 증거도 없이
모르가나의 가학성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풀어주자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모르가나와 모건은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분노에 찬 모건이 기나긴 독백을 또 합니다.

“정말 말 해봐도 의미가 없군! 교육(Training)! 교육이 문제야! 본성 같은 헛소리하네.
유전성 특징과 교육을 빼면 사람에서 남는 것은 없어!
자기 의견, 자기 생각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전부다 배워서 아는 것이란 말이야! (생략)
그녀는 희망이 없어. 지능이 좋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수백 년 뒤 기준으로 내가 말하는데, 교육이 완전 글려먹었단 말이야.
그 시종을 죽이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범죄가 아니라 권리지. 아주 당당하고 죄책감 하나 없이 순결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이야.
자신의 소유물은 죽일 수 있다는 것이 권리라는 기나긴 시대의 잘못된 가르침이 성찰도 없고 반박도 없이 내려온 결과물이 이딴 것이라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현대보다 모자란 점이 있었던 것이 과거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인간들도 현대보자 모자란 점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과거의 사람들은 분명 현대보다 무지하고 그 무지를 스스로 빠져나갈 수 없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렇게 마크 트웨인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 귀족들은 뼈 속까지 잘못 된 존재이고 스스로 고칠 수 없습니다!

“지적 ‘노동’이라는 것은 잘못 붙여놓은 이름에 불과하지. 그것은 즐거움이고 해방이고 자신에게 주는 보답이야.
가장 가난한 건축가, 엔지니어, 장군, 작가, 조각가, 화가, 교수, 변호사, 의원, 배우, 목사, 가수조차도
자신이 일할 때는 건설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지.
마술 봉을 흔들고 있는 마술사나 지휘봉을 흔들고 오케스트라의 신성한 음색을 흔드는 지휘자도 ‘노동’을 한다고 부를 수 있겠지만
그건 단지 비꼼이라고. 직업은 분명 불평등하게 작동하는 것이야. 아무 것도 그 사실을 바꿀 수 없어,
가장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가장 현금으로 돈을 많이 받고말고.
그리고 이게 바로 덧 없는 귀족들과 왕들이 꾸미는 별 볼일 없는 협잡질의 원리야.”  

모건은 이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깨우친 시민들의 민주주의 사회를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당시 영국의 서민들에 대해서 좋게 생각했냐고요?
소설 “1984”에 나오는 주인공 윈스턴처럼 무지한 백성들이야말로 부패한 독재를 타도할 것이라고 믿었으나 배신당하냐고요?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으면 배신도 당하지 않지요!

mouth
[입모양]

백성들은 무지하고 글려먹고 시대에 갇히는 답도 없는 존재들이라고 모건은 단호하게 생각했어요.
애초에 시대가 글려먹은 것이니까요.

아까 이야기에서 모건은 모르가나와의 말싸움 끝에 아서 왕에게서 받은 자신의 권한까지 들먹이며 고문당하고 있던 농부를 구해냅니다.
그런데 말을 들어보니 기가 막히게도 모르가나의 숲을 망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농부와 그를 구하려고 온 농부의 아내에게 모건은 말합니다.

“아 불쌍한 존재들이여, 내가 너희를 ‘공장’이라는 곳으로 보내서 너희의 무의미한 꿈틀거림(groping and grubbing)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마.”

보다 구체적인 예시가 조금 뒤에 나옵니다.
모건이 영국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동안, 한 수도원에서 숙소를 구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성자와 성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검소하게 신께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모건의 눈에는 정말 흉측한 풍경이었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미신을 따르면서 흙이나 먹고 동굴에서 자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가학적으로 구는 이해할 수 없는 생물체들이였습니다.
그래서 모건은 그들을 해방시키고 재교육시킬 최고의 방법을 찾습니다.
그들 중에서 가장 신심이 깊고 유명한 사람은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고개를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숙이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모건은 그의 움직임을 통해 기계 생산 라인을 만들기로 합니다.
그가 계산하기로는 “24분 46초 동안 1244회전”을 보장하는 엄청난 성능이랍니다.
필요한 것은 허리에 끈을 달아주고 재봉틀을 연결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성인에게 자신이 크리스트교에 도움이 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득만 한다면
셔츠를 만들어 한 개당 1달러 50센트를 받고 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합니다.

이게 바로 모건에게 있어서 유의미한 인생이지요.

하지만 유의미한 가치를 서민들로부터 만들 수 있다 고해서 모건이 서민들에게 어떤 기대심을 가졌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아까 글의 맨 처음에 나온 “다 죽여 버리고 싶다”라는 독백은 런던에서 그나마 배우고 전문 직업을 가진 주민들,
그러니까 방앗간 주인과 지방 관리들 하고 대화할 때 나오는 독백이거든요!

“(앞부분 생략) 이걸 다 구매하려면 그 사람은 32센트가 필요할거야. (아까 가정한대로) 32일 동안 일해야 이걸 다 살 수 있겠지.
그건 5주하고도 이틀이라네. 만약에 그 사람이 우리나라(미국)에 와서 32일을 (액면가로) ‘절반만’ 받고 일한다고 해도 말이야.
여기선 14.5센트면 다 살 수 있어, 14.5센트는 29일이면 다 버는 금액이니까.
같은 32일 동안 영국에서 일주일 동안 벌 품삯의 절반을 더 번거지. 이렇게 일 년만 보내보자고,
우리나라에 온 사람은 두 달마다 일주일어치의 삯을 더 별것이고 영국에 남은 사람은 아무 것도 더 없어.
일 년이면 5주에서 6주치가 차이날 것인데 애국적인 영국인은 일 센트도 더 못 받았겠지.
월급을 더 받는지 적게 받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네. 중요한 것은 구매력이야!”

“그러나 그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했다. 무조건 돈의 액수가 크면 나라가 잘 된다고 생각하는 족속들이었다.
이런 자들이 내 나라에서 ‘보호무역’을 주장한 것이고.
자신을 빈곤으로 몰아넣은 남부 노예제가 존속하면 안 된다고 목숨을 걸고 전쟁에 나선 남부의 머저리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모건은 어떻게 자신의 이상향, 자신의 유토피아, 자신의 미국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답은 깡그리 죽이는 것입니다. 어차피 다들 역사 뒤로 도태되어서 사라질 거, 도움 좀 빌려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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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두 죽기 마련... 내가 좀 거들어 주지.]

모건은 카우보이 올가미(Lasso)를 들고 기사들의 토너먼트 경기에 참가합니다.
자신이 우승한다면 기사라는 제도를 폐지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말이죠.
온갖 기사가 달려들지만 모건은 갑옷 없이 가벼운 웃옷만 입고 올가미를 통해 한 명씩 기사들을 말에서 떨어트리고 결승에 오릅니다.
원탁의 기사 중 가장 덩치 크고 강인한 사그레모르 경과의 시합을 시작한 모건에게 대마법사 멀린이 끼어들어 마법의 무기를 없애버립니다.
올가미를 들고 빠르게 도망가 버린 것입니다.
자신을 죽이려고 경기를 시작한 사그레모르 덕분에 목숨의 위기에 처한 모건은 할 수 없이 자신의 콜트 리볼버를 꺼내들어
그동안 아껴놓았던 총알을 쏴버립니다. 그리고는 모든 기사들에게 달려들라고 외친 후 분에 받힌 기사들이 달려들 때마다
권총을 한 발씩 쏴서 응수해줍니다. 리볼버를 두 번 비우기도 전에 모건은 우승자로 인정되고 영국에서 기사제도는 공식적으로 폐지됩니다.

폐지선언이 발표되자 모건은 옆에서 한마디를 더합니다.

“I said, name the day, and I would take fifty assistants and stand up against the massed chivalry of the whole earth and destroy it.”
“그리고, 내가 날짜를 정하기만 한다면 오십 명의 조수만 데리고 지구상의 모든 기사들과 대항해서 전부 박살내버릴 것이라고 말했지.”

하지만 자신의 권력을 빼앗기게 된 교회의 음모로 인해 파문을 받고 쫓겨나게 됩니다.
모건은 마침 신대륙을 직접 찾아 미국 대륙을 찾을 생각, 프랑스로 프로 야구리그를 통해 문명을 확장시킬 계획,
그리고 자신과 샌디라는 여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돌보느라 개혁의 전면에서 물러난 상태였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일이 일어난 버린 것입니다.
신탁의 기사들은 주주총회에서 누가 더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지로 나라를 이끌 권리를 얻고 나눠가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아서 왕의 왕비 기네비어와 랜슬롯 사이의 불륜이 아서왕 신화를 그대로 따라가는 바람에 랜슬롯과 아서왕의 결투로
두 명이 다 죽으면서 지배층이 붕괴되고 맙니다. 그 사이에 교회는 전면적으로 사태가 진정 될 때까지 영국을 통제하기로 하면서
일종의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들은 모건은 자신이 여태까지 추구했던 계획들이, 공장과 전화선과 철도를 까는 물리적인 계획
뿐만이 아니라, 기술학교를 설립하고 아이들을 교육하며, 개신교 논리를 받아들인 소수의 수도원을 몰래 곳곳에 심어놓는 심리적인 일조차
로마의 파문선언에 겁쟁이처럼 무너진 것을 두고 격노에 휩싸입니다.

결국 자신을 믿는 52명의 소년들과 함께, 샌드벨트 (Sand Belt)로 향합니다.
자신이 멀린에게서 빼앗고 기술적인 연구를 하던 많은 동굴 중 하나였습니다. 왜 하필 52명의 소년들이냐고요?
15살과 16살 사이로 흠 없이 고른 이 소년들은, “영국의 미신으로 타락한 교육에서 자유롭고 적당히 배운 영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동굴에서 항쟁하기로 한 모건은 동굴에 설치되어있던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 철조망을 겹겹으로 쌓고
기관총 진지를 입구 방향으로 빙 둘러 놓습니다.

“독립 선언문
모두에게 알린다. 이제 왕이 죽고 후계자 또한 남지 않았으나,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새로운 정부가 새워지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된다.
군주의 시대는 끝났으며 더 이상 왕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의 모든 권력은 원래 이 나라의 권력을 가졌던 국민들의 손에 돌아긴다.
왕가의 붕괴와 함께 귀족층도 사라졌으며, 모든 특권층이 사라졌고, 국교회 또한 사라진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하나의 동일한 계층만을 가진다. 종교의 자유는 모두에게 있다.
다른 모든 지배층이 사라졌을 때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지금 이 순간 공화국이 성립했음을 선언한다. (이하생략)“

모든 사람에게 평등! 종교의 자유! 특권층의 사라짐! 이것이 바로 모건이 목 놓아 말하던 공화주의 낙원입니다!
그 낙원을 위해서 이 만 오천 명의 영국 기사군대가 몰려오자 모건은 전기 철조망의 전원을 켜고 기관총을 소년들과 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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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죠.]

도대체 결말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 것일까요?

동굴은 죽음의 냄새로 가득 찼습니다. 죽음의 냄새를 돌려 말하지 않는다면 썩는 시체 냄새입니다.
동굴 입구 밖으로 나갈 길조차도 기사들의 시체들이 뒤엉킨 철조망의 벽으로 막혀버렸습니다.
모건은 모든 기사가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철조망에 있는 시체들을 하나씩 확인해보다가 한 기사의 단검에 찔립니다.
쓰러진 모건에게 동굴 바깥에서 한 농부 아낙네가 와서 도와주기를 청합니다. 사실은 머리를 짧게 깎은 멀린이었지요.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법을 발휘하여, 모건을 미래로 보냅니다.

“정복하려는 자들이, 정복당하였구나!
모든 자들이 죽어가고 있고, 너 또한 그럴 것이다.
모두가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잠이든 저 자를 제외하고는 말이야.
그는 잠이 들었다, 그는 열 세 세기동안 잘 것이야.
나는 대마법사, 멀린이다!”

그러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비틀거리다가 철조망을 건들었고
그 상태로 감전되면서 비틀춤을 추다가 웃음으로 굳은 얼굴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모건은 현대로 돌아왔지만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자신의 낙원조차도 잃어버렸습니다.
돌아온 현대의 미국은 자신에게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이었고, 사람들도 중세에 집착하는 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머지않아 모건은 병에 들어 헛소리를 하다가 외롭게 쓸쓸히 죽습니다.

영웅도 완벽하게 썩은 시대는 고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영웅이라는 것도 결국 한계를 가진 인간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을 가요?

“아아.. 샌디... 거기 샌디... 우리 아기이오...? 이 소리는... 나팔의 소리야. 왕이다! 다리를 내려라! 전투를 준비하라! 전투를...”

그는 낙원을 찾고자 했고 낙원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결국 그는 과거에서도 현대에서도 비참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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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크 모건은 과연 코네티컷 양키이기만 한가?]

이 소설은 매우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날카롭고 현란한 말투는, ‘더 나은 세상’을 찾으면서도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혐오하면서
파멸로 나아가는 악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더 멋지게 만들어줍니다.

제가 주관적으로 글을 쓰면서 추리다보니 온갖 재미있고 웃긴 부분을 건너뛴 것이 많은데요.
이 책에서 당시 미국 사회상과 영국 사회상을 쌍으로 묶어서 비꼬는 장면들은 정말 고급사회 유머의 표본들입니다.
아서왕 시대 찬송가를 듣고 역시 영국에서 건너온 죄악 같으니라고 하면서
모건 르 페이의 자존심을 자극해 지휘자를 처형시키는 장면은 후크 송을 듣는 현대인들에게도 긴 웃음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현대에 이 소설을 읽는다면 상당히 개운하지 못한 구석이 생깁니다.
기관총으로 영국의 기사들을 학살해버린 모습에서,
2차 세계대전의 파시즘이 남긴 무한한 기술이 무한한 혐오를 만났던 그 순간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정도는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미개한 시대의 민중은 우매하다’에 거부감을 가집니다.
파시즘 이후로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화주의를 개인적으로 좋던 싫던, 주류 담론으로 교육 받아왔으니까요.
마크 트웨인이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이건 산업혁명 이후 인류에게 황금기만 있을 것이라는 19세기 정서의 최대발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나간 아버지 세대’와 ‘요즘 아이들’이라는 한국적인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모건이 과거를 대하는 모습들은 영미권 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됩니다.

이 책은 한국인들이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줄 가치가 있습니다.
모더니즘의 시대, 모든 것이 답이 있다는 문화적인 정이 그렇게 강하던 시기에 이어졌던 타인에 대한 몰이해와 경멸은
21세기에 많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문제점을 가진 한국에서도 빠른 성장의 비동시성의 동시성 덕분에 살아있습니다.

우리 시대에는 쟁이가 없습니다.
충으로 가득하고.
빌런으로 가득합니다.

개인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고. 사회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건 큰 맥락에서 보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비주류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비주류 문학 이야기로 찾아뵈었습니다.
행크 모건이 단순한 시간여행자가 아니라 하나의 기억될 상징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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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18/01/27 02:22
수정 아이콘
커내티컷 주민인데 제목보고 뜨끔했네요. 잘 읽고갑니다!
칼라미티
18/01/27 02:44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cadenza79
18/01/27 03: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RainbowWarriors
18/01/27 09:27
수정 아이콘
마크 트웨인이 쓴 이고깽 소설이란 것만 알았는데 이런 내용이었네요.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오'쇼바
18/01/27 09:30
수정 아이콘
진짜 pgr21에는 능력자들이 많군요. 정말 글 잘쓰십니다. 단번에 읽어내렸습니다
장수풍뎅이
18/01/27 12:42
수정 아이콘
꼭 읽어보고싶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별하늘에서바라본
18/01/27 23:02
수정 아이콘
정말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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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60 [정치] 이준석 : "기억이 나지 않는다" [68] 하이퍼나이프3375 24/11/14 337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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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57 [일반] PGR게시판의 역사(2002년~지금까지) [6] 오타니776 24/11/14 776 8
102656 수정잠금 댓글잠금 [일반] 동덕여대건으로 5년만에 에브리타임 들어갔다 놀랐음요 [59] 마술의 결백증명5059 24/11/14 5059 9
102655 [일반] 우리나라는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30] 깃털달린뱀2764 24/11/14 2764 1
102654 [정치] 尹 골프 갑작 방문에 10팀 취소시켜…"무례했다" [82] 전기쥐5346 24/11/14 534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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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52 [일반] 바이든, 임기 종료 전 사퇴해 해리스를 첫 여성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76] 뭉땡쓰9367 24/11/13 936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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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50 [정치] 조국, 증시 급락에 “금투세 폐지하자던 분들 어디 갔느냐” [153] 갓기태9379 24/11/13 9379 0
102649 [일반]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 + 적립식 S&P500 투자의 장단점 [76] SOXL7341 24/11/13 7341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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