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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10 13:17
사진은 살렸습니다. 그런데 글자수 제한이 걸리나 싶습니다.. 주석이 자꾸 날아가네요.
우선 이전편 보기는 이 리플을 참조해 주세요. 1편 - 들어가며, 왜 고기인가: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2369 2편 - 근육의 과학, 살아서 근육: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2722 3편 - 고기의 과학, 죽어서 고기 (상편, 소):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2723 4편 - 고기의 과학, 죽어서 고기 (하편, 돼지):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3717 5편 - 비육법, 그러면 소는 누가 키워: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5092 6편 - 등급제 3부작 (1편 유명무실 돼지고기 등급제):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5095 7편 - 등급제 3부작 (2편 쇠고기 등급제 상편):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5117 8편 - 등급제 3부작 (3편 쇠고기 등급제 하편): https://pgrer.net/pb/pb.php?id=freedom&no=75125
18/03/10 13:29
주석은 아래 리플로 갈음합니다;; 본문에 안 들어가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자꾸 셀프 리플을 달게 되니 민망하네요.
--------------------------------------------------------------------- 181) 이 과정에 필요한 지령을 전달하는 단백질 중 하나가 그 유명한 암 억제 단백질 p53이다. 멀쩡한 세포가 암세포가 될 경우 자살 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p53 같이 중간에서 자살 명령을 전달하는 단백질들이 망가지면 그 세포는 자살 명령을 무시하고 무한 증식하게 된다. 182) 결합 조직은 근섬유를 ‘감싸고’ 있으므로, 이들이 수축하면 필연적으로 근섬유를 쥐어짜게 된다. 183) 따라서 ‘60일 습식 숙성한 쇠고기’나 ‘3주 습식 숙성한 돼지고기’는 무의미한 광고문구일 뿐이니, 이런 헛소리에 낚여 비싼 돈을 치르지는 말자. 단, 건식 숙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84) 단, 얼음물에 숙성하는 냉침숙성의 경우, 낮은 온도 탓에 일반적인 습식숙성보다 더 긴 기간이 소요된다. 185) ‘오늘 잡은 소’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육회와 내장은 ‘오늘 잡은 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특히 육회라면 사후강직이 풀리지 않은 고기에서 오는 ‘차진 식감’을 즐기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고기를 굽게 되면 이 ‘차진 식감’이 ‘질기고 퍽퍽한 육질’로 변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186) https://www.lafrieda.com 187) Nathan Myhrvold et al., 『Modernist Cuisine』, Vol. 3, p.41 188) 최근 장기 건조숙성 돼지고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기에 포함된 수분이나, 표면에 자란 다양한 미생물들이 보호막 역할을 하여 지방이 산패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진 적은 없다. 189) Dashmaa et al., Dry aging of beef; Review, Journal of Animal Science and Technology, 2016 190) 숙성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얼음물에 넣어 숙성하는 경우라면 이것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191) 엄밀히 말해 양고기 향과는 다르다. 충분한 체다치즈에 잘 숙성된 고다치즈를 얹고, 적당량의 블루치즈(뭐?)를 추가하여 은은한 쇠고기 누린내와 적당히 버무린 듯한 향이 난다.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192) J. Kenji-Lopez-Alt, 『The Food Lab』, pp.427~428 193) 습식 숙성의 수율이 100%가 아닌 이유는 정형 과정에서 상품가치가 없는 지방덩어리나 잡다한 부위들을 잘라내 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숙성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손실이므로, 건식 숙성으로 인한 추가적인 손실은 습식 숙성 수율에서 건식 숙성 수율을 뺀 값에 해당한다. 194) Dashmaa et al., Dry aging of beef; Review, Journal of Animal Science and Technology, 2016 및 Jeff W. Savell, 『Dry-aging of Beef, Executive Summary』를 참조.
18/03/10 13:45
재밋네요. 전에 한국인의 밥상에서 갓도축한 소의 사후경직단면을 보고 침샘돌앗는데.. 그건 역시 육회를 상상하며 흘린 침이 옳겟군요 흐
18/03/10 13:55
정말 갓 도축한 소는 사후강직이 일어나지 않아 부드럽습니다. 소의 경우, 사후강직이 일어나는 건 사후 24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거든요. 업계에 지인이 있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유통 시간 때문에 사후강직이 일어나지 않은 소를 먹기가 거의 불가능한지라 본문에서는 굳이 다루지 않았습니다. TV에 나온 그 녀석을 육회로 드셨다면 평소 드시던 육회와는 달리 부드러운 식감을 느끼셨을 겁니다.
써놓고 보니 배고프네요 ^^;; 밥 먹은지 얼마 안 됐는데;;;
18/03/10 14:26
별도의 냉장고를 장만하여 안에 CPU 쿨러로 환풍 장치를 구성한 뒤 고기를 말리는 양덕이 있긴 합니다만, 솔직히 집에서 할 일은 아니죠... (https://www.seriouseats.com/2013/03/the-food-lab-complete-guide-to-dry-aging-beef-at-home.html)-영어입니다
하지만 습식 숙성은 가능합니다. 정육점에서 진공 포장된 고기를 사오시거나 피를 제거한 고기를 지퍼백으로 싸서 김치냉장고 깊숙히 넣어 숙성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http://slds2.tistory.com/1399)
18/03/10 15:36
오, 추천 게시판에서 잘 읽고 오랫동안 새 글이 없어서 '연재를 그만두신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18/03/10 15:39
하나 궁금한게, '고기'에 대한 설명이 꽤 자세하다보니 '고기학개론'이라고 불러야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왜 이름을 '구이학' 개론이라고 하셨나요? 처음에 구이학개론이라길래 '고기 잘 굽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글인가?'라고 생각했거든요.
18/03/10 15:47
아.. 글이 크게 1,2부로 나뉩니다. 1부 고기편, 2부 구이편으로 계획되어 있고, 순서는 농장에서 식탁에 오르는 순서대로 태어나서-먹이고 키워-잡고-정형하고-숙성하여-다양한 방법으로 굽게 됩니다. 요리의 출발은 재료선정이니만큼 1부는 고기 및 고기 고르는 법에 대해 다루고, 2부는 구이의 과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각종 조리도구 및 방법들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고, 최종 단락에서 실제 고기 굽는 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최종 목적이 '고기 잘 굽는 법'이라서 [구이학개론]입니다.
연재가 워낙 느리다보니 고기학개론만 해를 넘겨 연재 중이지만요 ㅠㅠ
18/03/10 16:03
아, 그렇군요. 숙성 다음이 '다양한 방법으로 굽게 됩니다'라고 말하셨는데, 이제 숙성에 대한 설명이 끝났으니 곧 2부를 시작하겠네요. 2부에서 진정한 구이학개론을 기대해보겠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18/03/10 16:02
응원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외국에 사는지라 시차가 있어서, 내일 혹은 모레 접속하여 답글 달겠습니다. 질문, 코멘트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탄핵 1주년 기념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18/03/10 17:0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해가안되는부분이있는데,
<고기를 진공 포장하여 공기와 맞닿지 않게 하면서 저온에서 숙성하는 것이 습식 숙성이고, 고기를 통째로 저온 다습한 환경(주로 1~3oC, 습도 7~80%)에서 ‘널어 말리는’ 것이 건식 습성이다.> 저온 다습한 환경에서 말리는데 건식 숙성이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언뜻 이해가 잘..
18/03/10 17:35
저도 그부분이 이해가 잘 안갔어요
단순히 수분이 날아가냐마냐의 차이로 건식 습식 나뉜건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계속해서 헷갈리네요
18/03/12 07:07
고기가 사실상 습도 100%에서 숙성되는 습식 숙성에 비해, '비교적 낮은' 습도에서 고기를 말리기 때문입니다. 습식 숙성에 비해 고기가 마른다는 것 역시 큰 차이점입니다. 그런 이유로 건식 숙성이라 부릅니다.
18/03/10 17:29
예전에 건식숙성을 가정용 냉장고에 밀폐용기에 채반에 널고 실리카 흡습제들을 함께 넣어놓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적 있습니다. 누군가 해본사람은 없을것 같고 직접 해봐야할듯요... 참.. 굽는법 학수 고대하고 있습니다. 얼른 연재해주세요
18/03/10 18:57
역쉬 서양님들 중에 누군가가 냉장고와 흡습제를 이용하는 아이디어를 해봤군요. 냉장고내 다른 식품들 때문에 밀폐용기를 사용할 생각을 했는데 이분은 아예 냉장고를 따로 하나 장만하고 그안에 선풍기 팬을 넣어 돌려 내부 공기를 강제 순환 시켰네요. 공기 순환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가 궁금하네요.
암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8/03/12 07:42
냉장고는 가정용 냉장고에 작은 팬이나 소형 선풍기를 달아 공기를 순환시킬 수만 있으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물론 발효용 냉장고니까 다른 식품을 같이 넣는다거나 하면 곤란하겠죠. 그리고 작은 스테이크용 고기를 널어 말리기에는 건조로 인한 loss가 너무나 큽니다. 본문에도 있지만 스테이크 덩어리가 아니라 등심 한 채, 채끝 한 채 이런 식으로 숙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녀석들을 넣을 수 있는 밀폐용기를 구할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되겠습니다만, 크기 때문에라도 냉장고를 따로 사는 편이 나을 겁니다.
논문들을 보면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빠른 초기 건조 속도 수분 농도는 균의 번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겉표면이 빠르게 마르지 않으면 고기 표면에 묻어 있던 균들이 번식하여 고기가 상합니다. 곰팡이류가 자라 고기에 향을 불어넣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기 중 습도가 높아야 하는데, 습도가 높다면 고기가 빨리 마르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공기를 순환시켜 고기의 표면이 빠르게 마를 수 있도록 해 주는 겁니다. 단순히 고기를 빨리 말리는 용도라면, 흡습제 + 고기 조합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겠습니다만, 곰팡이를 자라게 하려면 높은 습도가 필요합니다. 2. 자라는 균의 종류 다행스럽게도 빠른 초기 건조가 고기 표면에 묻어 있는 식중독 유발 세균(대장균 등)을 죽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건조숙성의 큰 부분은 고기 표면에 붙어 자라는 곰팡이에 의한 효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좋은' 곰팡이가 자라느냐, '나쁜' 곰팡이가 자라느냐에 따라 끝내주는 숙성육이냐, 못 먹을 고기냐가 갈리게 됩니다. 예전에 저희 외할머니께서 메주를 띄우시는 모습을 본 기억이 몇 번 있는데, 언제였던가 메주를 버리시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여쭈었더니 '저 색깔 곰팡이가 나면 이상한 맛이 난다'고 하셨더랬지요.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세한 연구는 없고, 숙성 환경이 자라는 곰팡이 종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습니다.
18/03/12 08:33
뜻밖에 체계적인 답변 감사드립니다. 듣고보니 무엇보다도 건조숙성시 자라는 균에 대하여 좀 알아볼 필요가 있겠네요. 일단 우리에게 친숙한 유산균, 고초균, 누룩균등이 고기맛을 좋게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청국장 발라서 건조시켜볼까..
빠른 건조가 중요하다는 말씀듣고 문득 든 아이디어로 일단 고기표면을 최대한 빠르게 건조시킨후 적정한 종균스타터와 함께 진공포장을 하는건 어떨까 싶어요. 혐기성 균류들로 충분한 효과를 볼수있다면 괜찮을듯 싶거든요. 만약 잘된다면 오래숙성하면서도 로스율을 줄일수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18/03/12 08:40
혐기성 균을 사용한 연구는 전혀 보지 못해서 잘만 된다면 획기적인 아이디어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발효식품이 많이 있으니, 이를 응용하는 연구를 하는 것도 좋은 주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생물 쪽은 학부 때 이후로 별로 공부를 안 해둔 것이 아쉽네요.
책에 '구이학각론'이라고 해서 쉬어가기 형태로 한 꼭지씩 끼워넣으려고 써둔 내용들이 있는데, 균의 종류와 관계된 내용이 있어 한 단락 긁어오겠습니다. "김치는 유산균이 만들고, 된장은 고초균이 만들며, 좋은 숙성육은 Thaminidium이라는 밝은 회색을 띠는 균이 만들어낸다. 이 균은 향을 더할 뿐 아니라, 고기를 질기게 만드는 주 원인인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여 고기가 더욱 부드러워지게 만들어주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대략 숙성 3주차부터 자라나기 시작하므로, 이 시기부터 고기 표면의 색깔과 향의 변화를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다른 색을 띠는 Rhizopus나 Mucor genera 같은 녀석이 달라붙었다가는 고기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18/03/12 08:10
사실 구이학각론이라고 해서 내용 짧게 한 꼭지씩 중간중간 끼워넣는 기획이 있습니다. 인터넷 연재본과의 차별화를 위해 책에만 넣는 것으로요. 배양육 내용도 다룰 예정이었는데, 기왕 질문이 나왔으니 간단히 썰 풀어 보겠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는 일반화되기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저도 세포 배양 실험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사람 세포는 아니고 쥐 신경세포입니다), 모 교수님 표현을 빌자면 '돈을 하수구에 줄줄 흘려보내는' 수준이라서요... 소는 풀을 먹고 자라지만, 배양 세포는 돈을 먹고 자랍니다. 현재로서는 저걸 사먹을 돈을 버는 것보다는 vegan이 되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게다가 세포를 키울 때 먹을 것만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호르몬 등 다양한 세포신호전달물질이 필요합니다. 이걸 얻는 손쉬운 방법이 '헌혈'인데, 소를 비롯한 대형 동물에서 혈청(serum)을 뽑아다 사용합니다. 당연히 이 성분이 동물마다 똑같지 않을 테니 '새 serum 통을 뜯어서 썼더니 세포 상태가 개판이 됐다'는 클레임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걸 100% 공장에서 만들어 사용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만, 극미량만 존재하는 호르몬들의 구성/농도 등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걸 일일이 만들어서 넣기에는 비용이 답이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방 함량이니 마블링 모양을 어떻게 만드느니 부위별 맛을 재연할 수 있네 없네 하는 부분들은 사실상 '쉬운' 허들이라 봐야 할 겁니다.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말 답이 없기 때문이지요. 윤리적 소비를 위해 2~3배의 비용을 지불할 사람들은 꽤 있겠지만, 1만 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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