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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12 12:13:06
Name 여왕의심복
Subject [일반] 수두 백신의 효과 (수정됨)
안녕하세요. 오늘은 수두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백신에 대한 믿음

예방접종이라고하면 어떤 생각이 다들 드시나요? 주사를 맞아야하는 공포를 떠올리는 분이 계실 거고, 안아키로 대표되는 과학적 발전을 부정하는 집단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거 같고, 백신을 맞아도 어차피 병에 걸리니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의외로 우리나라는 예방접종제도가 매우 잘 정착된 편입니다. 2000년대 이후는 예방접종기록이 전산으로 보관되고 있고, 학교에 입학할때 예방접종기록을 요구하는 제도가 생기고 대부분의 예방접종률은 95%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의학계에서 예방접종 중요성은 더욱더 불가침의 영역이됩니다. 앤드류 웨이크필드의 유명한 MMR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잘못된 논문이 발표된 이후 각종 유명 저널은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며, 대부분 백신의 효과와 안전함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제시됩니다. 비록 가격 대비 효과가 부족하다, 항체형성능력이 떨어진다 등의 연구결과는 아직까지 잘 발표되고 있지만, 백신 자체가 중대한 부작용이 있다거나 백신이 의미가 없다는 연구 결과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물론 이러한 풍조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MMR 백신에 대한 잘못된 논문이 발표된 이후 벌어진 여러 혼란들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안아키 등의 비과학적인 집단과 음모론을 신봉하는 무리들 때문에 백신에 대한 연구결과 발표는 매우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2. 우리나라에서 증가하는 감염병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감염병들이 증가하고 있는다는 뉴스가 최근 자주 들려옵니다. 그리고 이 감염병의 증가가 백신 정책의 실패나 백신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대중에게 인식되기도 합니다. 


감염병의 역습... '후진국병' 홍역 수두 환자급증 

수두까지 확산... 이달에만 환자 5427명

위와 같은 뉴스들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감염병이 다시 유행 중인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이것은 사실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최근 강화된 감염병 감시 및 신고체계로 인한 착시현상입니다.  아래의 몇가지 근거를 살펴보시지요.

성균관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김종헌 교수님이 Emerging Infectious Disease에 2018년 발표하신 논문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알려진 성홍열의 경우 질병관리본부로의 법정감염병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된 진료 건수는 자체는 오히려 감소하거나 정체되어 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PmbZ299.jpg
이는 최근 법정감염병 신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미신고에 따른 처벌이 강화되거나, 소아 실손보험 등에서 법정감염병 신고 증명이 없으면 보험금 지급을 안하는 형태로 제도가 정착되면서 법정감염병 신고율이 급격히 증가함을 시사합니다. 

다른 종류의 감염병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아래는 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된 감염병의 수와 법정감염병 감시체계에 신고된 감염병의 수를 비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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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의 감염병이 유사한 형태를 보입니다. 즉 실제 진료되는 건수에 비해서 신고되는 건수의 비율이 과거에는 지나치게 낮았고, 최근에 임상현장에서 법정감염병 신고가 증가하면서 마치 실제 감염병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수두의 경우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수두백신에 대한 여러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수두백신은 총 5가지 정도입니다. 그중 대부분은 국산백신이며, 우리나라에서 제조 유통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몇년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제조되는 백신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가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오명돈 교수님 연구팀에서는 2016년 실제로 수두확진 사례를 가지고 그에 따른 적합한 대조군을 찾아 백신의 효과를 추적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백신의 효과는 13%정도이고(수두의 13%만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5개 회사의 백신 중 2가지만 효과가 있고 나머지는 효과가 없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자체의 부족한 N수와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몇몇 백신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공중보건학적으로 큰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후속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4. 우리나라 수두백신 프로그램의 효과

여기서부터는 제가 진행한 연구에 대한 내용이 기술되어있습니다. 

저와 제 절친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수두백신 접종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사전지식이 있었지요.

(1) 과거에 이루어진 연구는 연구대상자 수가 부족해서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고,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구집단 단위의 연구가 좋을 것 같다.

(2) 우리나라 감염병 감시체계에 신고된 수두사례를 대상으로 연구를 한다면 매년 증가하는 것과 같은 착시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 즉 질병관리본부 신고자료보다 건강보험공단의 청구자료를 활용해야한다. 

이 두가지를 바탕으로 저희는 수두백신 프로그램이 도입된 이후에 우리나라 수두 환자 청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는 그림과 같습니다.

2KDzqEx.jpg

예상대로 수두로 신고되는 환자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고, 반면에 수두로 진료비가 청구되는 환자의 수는 급격히 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신고와 진료비 청구가 거의일치하는 경향도 관찰할 수 있었구요. 이는 저희 가설인 우리나라 수두는 증가하고 있는게 아니다. 수두백신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를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두백신이 효과가 있다는데 생기는 환자의 수가 그래도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매년 십만에 가까운 수두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아무리 발생이 과거보다 줄어들었다고 해도, 다른 나라보다 발생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같이 연구한 절친님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저희는 그해에 발생한 수두 발생자의 생년을 기준으로 다시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아래 그림이 그것입니다. 

bRn8plK.jpg

출생연도가 최근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어릴떄의 수두발생률은 확연히 감소세를 보입니다. 그러나 8세를 기점으로 수두의 발생률은 연도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수두백신 접종이 8세가 넘어가서부터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즉 수두백신효과의 유통기간이 8세정도임을 알려주는 정보입니다. 

또하나 드러난 사실은 우리나라 아이 중 20%정도가 수두를 결국 앓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조금 충격적인데, 아무리 백신 접종률이 95%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1/5이 수두에 걸린다는 뜻이니, 아마도 수두백신의 효과가 예상보다 낮거나, 일부 수두백신의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1회 접종으로 끝내는 우리나라 백신프로그램에서 추가로 1회를 더 접종해주는 정책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요약 : 수두백신접종프로그램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몇몇백신이 효과가 없거나, 수두백신 자체의 효과가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 


6. 수두백신을 접종해야하는가?

 네 당연히 해야합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백신을 접종할지는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특히 일부 백신의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점은 반드시 확인을 해야하는 부분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연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연구결과가 나올때까지는 아직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요. 

 저는 감염병 연구는 본업이라기보다 재미에 가깝게 하고 있어서 자세한 백신의 종류나 어느 백신이 효과 증명된 백신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아이에 대해서 예방접종을 하실때에는 최소한 접종하는 백신의 이름은 꼭 기억하고 있으시는게 좋습니다. 



PS. 제 연구결과를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처음이라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시사건건은 쉬게되었습니다. 그동안 PGR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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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심복
19/02/12 12: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림링크 수정완료했습니다.
19/02/12 12:3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왕의심복
19/02/12 12:57
수정 아이콘
잘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9/02/12 12:39
수정 아이콘
항상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여왕의심복
19/02/12 12:57
수정 아이콘
항상 잘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립선
19/02/12 12:51
수정 아이콘
그래프가 기똥차게 예쁘네요.
여왕의심복
19/02/12 12:57
수정 아이콘
그래프 그리는 훈련만 10년한셈이니까요 으흐흐 그래프는 잘그립니다.
스칼렛
19/02/12 13:50
수정 아이콘
지금 수두는 필수 접종이 1회 아닌가요? 백신으로 인한 예방효과가 8년 정도 지속된다면 booster dose의 의무화가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여왕의심복
19/02/12 13:54
수정 아이콘
네 선생님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제 논문에도 있는내용인데 시간나면 본문도 수정하겠습니다!
뽀롱뽀롱
19/02/12 14:00
수정 아이콘
9살쯤 수두 앓고 흉도 있는 입장에서

유효기간이8년이래도 내새끼들 흉없이 키울수 있으면

0 8 16 까진 맞춰도 될거 같네요
그 이상은 성인이니까 개인의 자유로 해도 될거 같네요
1절만해야지
19/02/12 14:23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9/02/12 14:44
수정 아이콘
백신에 따라 면역력 획득이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보건소 근무 시절 백신이 떨어져서 (가물가물한데 MMR로 기억합니다) 중국산 백신을 긴급 수입해서 접종시켰었거든요
접종 전에 부모들에게 고지하자고 제안했지만 보건소측에서 막았던 기억이 납니다
과연 그 아이들이 - 물론 식약청 통과는 했고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으니 위해는 없었겠지만 - 국산이나 일본산 백신이나 유럽산 백신을 접종받은 아이과 같은 면역력을 획득할 수 있었을지는 지금도 의문이 남습니다
여왕의심복
19/02/12 15:11
수정 아이콘
백신의 제조 공정이나 제조 기법(?)이 의외로 천양지차라 제조사에 따른 면역원성은 충분히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백신제조사에 대해서는 극심한 불신이 있습니다.
Timeless
19/02/12 14:51
수정 아이콘
저도 임상의로서 관심 많은 주제인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희 지역에서 가장 환자가 많은 소아과에서 2년 동안 수두 환자 진료했던 제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자면, 돌파감염 같은 경우는 상당 수 통계에 빠져있을 것 입니다(진단 자체의 애매함).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접종율이 높은 만큼 돌파감염 비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돌파감염 숫자까지 합하면 수두는 훨씬 많이 이환되는 상황이고 예방접종을 할 수 없는 취약군의 위험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이 원인인 일부 백신의 낮은 면역원성이 문제인지, 전체적인 한계인지 밝힐 필요도 있겠고, 그 결과에 따라 적합한 백신으로 2차 접종도 NIP에 넣으면 더 나은 상황이 예상됩니다.

2차 접종의 경우,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부스터 효과를 위해 1차에서 간격을 많이 두고(4-6세), 독일과 일본은 소아에서 불충분 면역을 극복하기 위해 간격을 짧게 둡니다(일본: 12~15개월 1차, 3개월 이상 간격 두고 3세 미만에 2차, 보통 1년 후에 추가접종하고 집단 생활하는 아이는 6개월 후 추가접종).

불충분 면역(돌파감염)이 더 문제인지, 방어항체 기간(본문에 제시한 8년 정도)이 더 문제인지에 따라 정해질텐데,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이 더 맞을지 아직 근거는 없는 듯 합니다. 저는 현재 중간 정도라 생각하는 만4세 되자마자 2차 접종을 권하고 있습니다.
여왕의심복
19/02/12 15:10
수정 아이콘
좋은의견감사드립니다.

청구자료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환자집계가 빠질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완전한 감시체계 구축이 정말 어려운 이유이지요. 저도 2차접종을 매우 찬성하는 입장이고, 면역원성에대해서 다시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는 면은 크게 동갑합니다.

저도 4세정도에 부스팅하는게 좋아보입니다. 아마 좋은 학교의 훌륭한 선생님들이 연구하고 계시니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BibGourmand
19/02/12 15:08
수정 아이콘
희한한 것이, 수두는 평생 한 번만 앓는 질병이잖아요? 어차피 백신도 그 항원을 이용한 것일 텐데, 메커니즘이 어떻게 다르길래 약빨(?)이 평생 가지 못하는 걸까요? 학부 때 면역학을 야매로 배워서 이쪽 지식이 좀 부실하네요 크크
여왕의심복
19/02/12 15:12
수정 아이콘
저도 이쪽은 잘몰라서 사용한 균주에따라 다르기도하고, 어쥬번트를 뭘썼냐에 따라 다를수도 있고, 기본적인 제조 방식에따라 다를 수도 있다고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BibGourmand
19/02/12 15:15
수정 아이콘
와.. 어쥬번트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솔로14년차
19/02/13 06:01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 갑작스런 글리젠에 뒤로 밀리는게 안타까워 추천하나 눌렀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한참뒤로 밀려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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