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밤, 간만에 남편의 어릴 적 친구 부부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한 친구의 모친상에 다같이 조문을 하고 나서,  모인 김에 장소를 옮겨 가볍게 한 잔 나누는 자리였다.
나는 시고모님 댁에 갖다드릴 게 있어서 좀 늦게 카페에 갔었는데...

들어서니, 다들 떠들썩하게 웃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 친구 중 누가, 다른 친구 부인에게   “ 못 보던 사이에 너무 섹시해지셨다.  무슨 비방이라도 ? ”  라고 말한 끝에,
이러저러한 우스개 소리가 오가고..  그러다 보니 연애시절 이야기까지 나와가지고
그 얘긴 금시초문이라는 둥..  너나없이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장 많이 웃으며 즐거워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 섹시해진 ’  수민이 엄마였다.
아무리 알고 지낸지 40년이 되었다 해도 남편친구로부터 섹시해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마냥 저렇게 기분 좋은 것은
이제 이 말이 이 시대 여성들에겐 익숙한 찬사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만약,  섹시하다를 우리말로 풀이하여..  남편친구가 이렇게 말했다면,  우찌 되었을까.

“ 그 사이에 많이 육덕(肉德)져지셨군요. ”
혹은  “ 그 사이에 교태가 많이 느셨군요.”  
혹은  “ 그 사이에 화냥끼가 많아지셨군요. ”  크크크
.
.
.

모르긴 해도 뺨을 후려치고 주먹이 날라가는 사태가 발생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 섹시하다 ` 는 말은 참.. 기묘하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 섹스 `의 형용사형이니까 ....  

섹시한 여자?  
= 섹스를 떠올리게 하는 여자.
= 섹스로 유인하는 여자.
= 섹스를 하고 싶게 만드는 여자....이랄 수 있겠다.

근데, 이런 모욕적이고도 끔찍한 말을 들었는데,  왜 기분이 좋은 게야?  ...라고 묻는 사람은 이제 없다.

이제는..  섹시한 여자 =  性的 매력이 있는 여자  =  젊고 몸매가 쭉쭉빵빵이며 멋있는 여자란,  등식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섹시함은,  가장 여성적인 매력의 추구 방식이 되어 버렸다.
많은 여성들이 섹시해지고자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부단히 무진장 노력하고들 있다.
거리엔  섹시함에만 촛점이 맞추어진 듯한 여성들이 흘러 넘친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의 섹스 욕구를 도발하겠다는 목적 외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의미가 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하체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딱 붙는 스키니 바지,
똥꼬가 보일락 말락한 미니스커트,
겨드랑이가 훤히 보이는 민소매,
쇄골과 가슴골이 드러나게 파인 목 선.. 정도는,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상관없이  이미 <젊은 여성 국민복>처럼 되어 버렸다.
일반화 되다 보니, 그리 애써고도 남성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다만 그녀들이 안쓰러울 뿐.

아름다운 연예인들은 무슨 행사만 있으면
등짝이 다 파이고, 계단을 오르기 민망할 정도로 짧은 차마에, 젖가슴의 반만 가린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판인데..
단련된 남성들의 눈과 뇌가 그 정도에 자극을 받겠는가 말이다.

너도 나도 그리 입으니 그게 유행하는 멋인 줄 알고
어린 여학생이나 할머니 급에 이른 여성들까지
아무 생각없이 따라 입는 지경에 이르렀다.

걸 그룹 여고생이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고
민망 요상한 포즈로 다리를 벌려 몸을 비비 꼬며 섹시춤을 추면,
남녀노소 구경하며 웃고 박수 치면서  ‘ 대단하다’ 말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사실 섹시함의 영역은 너무나 광범위하다.
어쩌면 남성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할런지도 모른다.


데카르트는 눈이 안 쪽으로 모이는 여성( 일명 사팔뜨기 )에게 욕정이 생긴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한다.  (하이튼..유별나기는.. )

달빛 아래 ..속곳만 입고 뜰을 서성이는 여인.

삼단같은 긴머리를 빗어 내리고 있는 여자.

치마를 걷어 올리고 하이얀 종아리를 보이며 개울을 건너는 처녀 .. 그 아가씨의 하얗고 조그만 발.

고개를 뒤로 젖히며 티없이 깔깔거리는 여자.

어깨에 각을 세우고 높은 하이힐 소리 또각또각 내며 당당하게 걷는 능력녀.

소복을 입고 수심에 잠겨 있는 여인.

심지어 다리를 절어 뒤뚱거리며 걷는 여성.

변기에 앉아 열독하고 있는 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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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삼라만상에 다 佛性이 깃들어 있듯이..  
여인은 그녀의 모든 곳과 모든 것에 섹시함을 품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의실종 핫팬츠나 스타킹같은 쫄바지를 입은 여성보다
오히려 몸매를 몇 겹 한복의 유장한 선 속에 감추고 있는 여성,
차도르를 뒤집어 쓰고 눈만 내놓은 여성이
더 섹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왜냐 ?  
한 겹 아래 구조를 상상하거나 아예 상상력을 배제하는 섹시함은,
노골적인 만큼 쉽고 또 직설적이다.
반면, 버선발 외엔 다 가리고 있는 한복녀는
왕성한 상상력과 동시에 금기를 깨는 짜릿함까지 함께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요즘 수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드러내고  벗어 던지는 데에서만 구하려 할까.

드러내고 벗어 던진 여성의 섹시함은 그 자체가 이미 <허용>이며 <수락>이다.
직접적이고 쉬운 유혹은 성적 풍토의 메마름으로 이어진다.
포르노에 가까운 소설은 그 외설적 표현이 너무 리얼해서 오히려 공허하고 거짓스럽듯이 말이다.

그래서 남성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
그녀만의 섹시함이 사라져간다는 것은, 언제든지 누구라도 대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만남도 쉽고 이별도 쉬워진다.
성을 쉽게 얻는다는 것은,  종당엔 성을 무력화 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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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맛(?)을 살리기 위해 경어체를 쓰지 않았습니다.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