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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01 10:19:53
Name 글곰
Link #1 https://brunch.co.kr/@gorgom/48
Subject [일반] (삼국지) 이통, 주군을 제대로 고른 혜안
  이통은 자(字)가 문달이며 형주 강하군 평춘현 출신으로 168년생입니다. 천하가 혼란스러워지면서 여러 유력자들이 저마다 병사를 모으고 무리를 규합했을 때 이통 역시 여남 일대에서 자신의 세력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이통 외에도 진공, 주직 등 여러 유력자들이 같은 지역에서 각축을 벌였습니다. 이통은 처음에는 동향 사람인 진공과 함께 손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차츰 마음이 맞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이통은 독단적으로 일을 꾸미지요. 주직을 연회에 초대한 후 그를 살해하고 무리를 흡수하여 자신의 세력을 키운 겁니다.

  때마침 진합이라는 자가 진공을 죽였기에 그 또한 처단했습니다. 또 황건적의 잔당인 오패라는 자를 사로잡고 그 부하들까지 아우르면서 이통은 명실상부하게 지역의 일인자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후 대기근이 들자 이통은 집안이 기울 정도로 재산을 풀어 사람들을 구제함으로써 명성을 얻었습니다.



  건안 초에 조조가 천자를 옹립하자 이통은 무리를 이끌고 조조에게 귀순합니다. 하지만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조조의 부하가 되었다기보다는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면서 조조의 세력 아래에 편입된 준독립세력에 가까워 보입니다. 조조는 그에게 진위중랑장(振威中郞將) 벼슬을 주고 여남 서쪽에 주둔하도록 하지요. 이후 장수가 유표와 손잡고 조조를 위기에 빠뜨렸을 때, 이통이 군사를 이끌고 와 조조와 합류한 후 선봉이 되어 적을 격파하는 수훈을 세웁니다. 그래서 비장군(裨將軍)이 되고 건공후(建功侯)에 봉해졌으며 나아가 여남의 두 현을 관할하는 양안도위(陽安都尉)로 임명되는데 이는 태수급에 해당하는 지위입니다.

  200년경, 조조가 원소와 대치할 때 원소는 이통을 회유하려 합니다. 조조의 후방에 위치한 준독립세력인 이통이 자신에게 합류한다면 조조의 전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지요. 또 원소와 동맹 관계였던 유표 역시도 이통을 끌어들이고자 했습니다.

  당시 원소의 세력은 조조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었습니다. 또 원소가 파견한 유비가 황건적의 잔당인 유벽, 공도 등과 손잡고 여남 일대를 휩쓸고 있었습니다. 조조가 파견한 채양마저 그들에게 격파당해 목이 달아날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지요. 예주의 여러 군현들이 이미 조조를 배반하고 원소에게 붙은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여남은 양양에서 멀지 않았기에 유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습격해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통은 무척이나 위험한 처지에 홀로 고립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이통의 일가붙이와 부하들은 모두 원소에게 항복하자고 안달복달했습니다. 그러나 이통은 그런 의견을 단번에 거절합니다. 그는 칼자루를 움켜쥐고 그들을 질타하면서 이렇게 말하지요.  

  “조공은 명철하여 반드시 천하를 평정할 것이다. 반면 원소는 비록 강성하지만 사람을 쓰는 데 있어 일관된 방책이 없으니 끝내 패할 수밖에 없다. 나는 죽을지언정 두 마음을 품지는 않겠다.”

  이통은 원소의 사자를 죽임으로써 자신의 뜻을 드러내 보입니다. 또 지역 내의 반란군인 구공, 강궁, 심성 등을 모조리 격파하고 수급을 조조에게 바치지요. 그리고 급히 군용 물자를 거두어 조조에게 보급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한 공로와 충성심을 조조로부터 인정받아 여남태수(汝南太守)가 되고, 또다시 장적이라는 자도 토벌했습니다.

  적벽대전 이후 유비와 주유가 남군을 포위하자 조인이 위기에 빠집니다. 과거 조조를 구원했던 이통이 또다시 구원투수로 나서지요. 하지만 유비는 원군을 막기 위해 이미 관우를 남군 북쪽에 배치해 둔 상태였습니다. 관우는 길 도중에 진채를 구축하고 녹각(鹿角)을 빽빽하게 엮어 적을 막아낼 채비를 갖추었습니다.

  이런 난관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이통은 실로 무시무시한 용맹을 보여줍니다. 관우의 방어선이 쉬이 뚫리지 않자, 이통은 말에서 내려 직접 녹각을 걷어내면서 적의 진영 한가운데로 돌격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싸우고 한편으로는 나아가면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지요. 그 결과 강릉성을 버리고 도망치던 조인을 간신히 구출해낼 수 있었으니, 이통의 용맹무쌍함이 아니었더라면 조인은 관우에게 사로잡혀 목숨을 내놓아야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치열했던 전투는 이통에게도 버거웠던 모양입니다. 그는 여남으로 돌아오던 도중에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지요. 당시 나이는 고작 42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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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통은 실로 용맹한 장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직하기도 했지요. 이통의 처백부(妻伯父)가 현에서 죄를 지어 사형을 받게 되자 아내가 이통에게 그 사람을 구해달라고 간절히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통은 여남의 두 현을 관할하는 양안도위로 있었기에 사형을 집행할 권한이 그에게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처백부를 구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는 사사로운 정 때문에 조조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지요. 그만큼 꼿꼿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통의 가장 큰 미덕은 주군을 볼 줄 아는 혜안이었습니다.

  조조가 원소와 대치하고 있을 때는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원소의 세력이 강성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열 중 여덟아홉은 조조가 패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부하들 중에서도 남몰래 원소와 내통한 이들이 많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통은 조조가 끝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기에 원소나 유표의 요청을 뿌리쳤습니다. 결국 조조는 관도에서 원소를 격파하고 마침내 하북을 평정하기에 이르렀으니 이통의 주인 보는 눈이 정확했다고 하겠습니다.

  삼국지의 시대에는 뛰어낸 인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주인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 또한 적지 않았지요. 여포의 부하였던 고순과 진궁, 원소의 부하였던 전풍과 저수 등이 모두 그러한 사례입니다. 반면 이통은 스스로의 안목으로 조조를 주군으로 모셨고 죽는 날까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간에 사람 보는 눈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예전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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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데온배틀마스터
19/10/01 10:42
수정 아이콘
섬길 사람을 제대로 고른 것이 혜안일수는 있어도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가는 개인적으로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통이 개인의 영달이나 신념만이 아니라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가족 나아가 세력을 이끄는 한 집단의 우두머리라 해도, 혜안=미덕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가후나 장수, 화흠도 다 미덕이 되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이)

물론 삼국 시대나 지금이나 (고를수 있다면) 상사를 만나거나 사람을 고르는 부분은 필요하고 중요한 능력이지만 그걸 미덕이라고 포괄적인 의미가 아닌 좁은 의미로 볼 수 있는지는 애매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을 써주셨지만 읽어내려가다가 음? 하는 부분이 있어 댓글을 달아보네요 (긁적..)
19/10/01 11:00
수정 아이콘
미덕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미덕이라기보다는 능력이라는 걸로...
제라그
19/10/01 11:02
수정 아이콘
저도 혜안은 몰라도 미덕은...이미 지역 내에서 자신과 경쟁하던 상대를 속임수로 죽인 시점에서 미덕 이야기를 할만한 인사는 아닌거 같습니다. 다만 혜안과 과단성, 용맹 같은 개인적 능력은 탁월한게 맞는듯. 책사로는 가후가 있다면 무장으로는 이통이 있다고 할까.
김솔로_35년산
19/10/01 10:48
수정 아이콘
저정도 능력자면 원소 골랐어도 조조 뒤통수 거하게 쳐서 원소가 천통했을듯..?
19/10/01 11:00
수정 아이콘
사실 이통까지 원소에게 붙어서 유표와 손잡고 허도를 습격했더라면 원소가 이겼다! 삼국지 끝! 가 되었을지도 모르긴 하겠습니다.
MC_윤선생
19/10/01 10:49
수정 아이콘
삼국전투기!
진선미
19/10/01 10:50
수정 아이콘
이통은 사실 본인의 미친 야전능력(?)이라고 해야하나, 그런것이 겸비된 덕에 잘된 케이스이기도 하죠

본인이 조조 대신 유표나 원소를 픽한 경쟁자들을 전부 싸워서 뎅겅해버릴 수 있어서 성공한거라...실패하고 죽었으면 포신 mk2 정도 결말이 됐지 않았을까 싶기도
19/10/01 11:10
수정 아이콘
본인의 능력이 되니까 그만큼 세력을 쌓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조조에게 후대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요.
어쨌거나 일평생 적수들을 때려잡고 다녔고, 그 관우를 상대로도 성과를 냈으니만큼 야전 능력은 검증되었다고 봐야겠습니다.
갈색이야기
19/10/01 10:50
수정 아이콘
근데 진궁은 여포의 수하가 아니었습니다.(...)
19/10/01 11:07
수정 아이콘
진궁은 여포의 수하로 봐야죠. 장막을 얼굴마담으로 삼아 반란을 일으켰을 때조차도 여포와 동급은 아니었고, 장막 사후에는 말할 것도 없지요.
갈색이야기
19/10/01 11:11
수정 아이콘
장막 사후에 학맹과 함께 여포를 죽이려다 딱 걸린 적이 있잖습니까. 여포는 겁먹어서 쩔쩔 매는데 고순이 나가서 한큐에 정리한.......

그 당시 여포가 진궁을 죽이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장료보다 급이 높은 동맹, 혹은 여포군의 2대 주주로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19/10/01 11:35
수정 아이콘
그걸로 여포와 동급이라고 보는 건 무리수입니다. 애초에 장막전 주석 영웅기에 '여포가 진궁을 대장으로 삼았기 때문에 불문에 부쳤다(布以宮大將 不問也)' 고 해서 진궁이 여포의 부하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학맹 역시도 '여포의 장수 하내 사람 학맹(布將河內郝萌)'이라고 해서 여포의 부하로 되어 있고요. 그러니 여포가 진궁을 죽이지 않은 건 그가 여포의 부하들 중에서도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군심이 흔들리는 걸 막기 위함이라고 보는 게 옳겠죠.
갈색이야기
19/10/01 11:40
수정 아이콘
대장으로 삼은 게 아니라 대장이기에(혹은 대장으로 여겼기에)가 맞죠. 장막 사후 연주 호족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진궁을 중심으로 뭉친 거지, 여포가 그 사람들을 진궁의 막하로 배정해 준 게 아닙니다.(...)
토끼공듀
19/10/01 11:04
수정 아이콘
삼11에서 왠 듣보가 특기 창장을 들고 여남쪽에서 어슬렁 거리길래 뭔가 했는데 찾아보고나서 이건 쌉인정이구나 싶었드랬죠.
RedDragon
19/10/01 11:29
수정 아이콘
삼11이 이통 고증 제대로 해줬죠 크크 명실상부 조조군 에이스급...
19/10/01 11:31
수정 아이콘
어떻게 보면 혜안이라기보단 타지역 출신과
원래 원가에 우호적이었을 여남 지역 유력자들과의 주도권 다툼이었을지도.

실제 용맹은 대단했던 것 같더군요. 연의에서는 몇합도 못버티고 마초한테 끔살당하는 역할이었지만(...)
felixBsj
19/10/01 11:41
수정 아이콘
게임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시리즈 후반에 뭔가 고평가된 인물로..
19/10/01 12:37
수정 아이콘
이런 이통이 연의에서는 마초의 일격에 모가지가 뚝~! (...)

주연처럼 연의빨에 듣보화된 대표적인 무장이겠죠. 뭐 주연에 겨룰 격은 아니지만서도
지탄다 에루
19/10/01 21:54
수정 아이콘
연의에서는 참 쥐도 새도 모르게 강력한 장수들이 많이 죽어나갔네요..
병사한 상황이니 이야기 꾸미기도 딱 좋구요..
숨은 용장이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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