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3/03 10:09:51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토막글] 1942년부터 미국은 히로히토를 괴뢰로 삼으려했다 (수정됨)
2001년 무렵 에드윈 라이샤워 (Edwin Reischauer) 가 1942년에 작성한 메모가 발견되어, 일본사 전문가 타카시 후지타니에 의해 논문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아 먼저 에드윈 라이샤워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중국사에 존 킹 페어뱅크가 있다면, 일본사에는 에드윈 라이샤워가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중국 연구소는 옌칭연구소인 반면 동 대학의 일본연구소는 라이샤워 연구소라 불립니다. 라이샤워는 당대 미국 최고의 일본전문가로 후일 주일미국대사까지 지냈는데,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에 그가 이런 메모를 작성해서 국무부에 발송했다는 게 참 어떻게 보면 대단하고 또 어떻게 보면 소름돋는 일입니다. 그 메모의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우리는 나치나 파시스트들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인구 다수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용이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반대로 그러한 전후 처리가 쉽지 않다. 이념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는 치밀하게 계획된 전략이 필요하다. 그 첫번째 단계로, 우리와 협조할 수 있는 한 그룹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한 그룹이 일본인들 중 소수라면, 일종의 괴뢰정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또한 괴뢰정부를 설치하는 정책을 수차례 구사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 괴뢰들의 자질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본에는 모든 괴뢰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괴뢰가 있으며, 그는 우리편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중국에서 설치한 괴뢰와는 달리 현지에서도 엄청난 권위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일본 천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이후 천황을 우리의 동맹 또는 괴뢰로 만들려면 그를 (현재 전쟁으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는 아시아의 히틀러나 무솔리니처럼 묘사되거나 아시아 전체주의의 상징처럼 묘사되어선 안 된다. 우리 라디오와 언론이 그를 그렇게 묘사하는 것은 전후 그의 효용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인들이 그와 협조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며, 또는 그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조차 반대할 수 있다. 그리고 천황은 물론 그의 측근들이 우리와 협조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전후처리를 염두에 두고, 우리 정부는 천황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할 것이며 그 대신 특정 개인들을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조나 야마모토 아니면 그 어떤 Mr. 모토 던지 간에, 그들이 우리의 적이라는 점을 선전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통사에 따르면 미국이 일본에 대한 정책을 급선회한 이유는 1949년 중국공산화였습니다. 그런데 라이샤워 메모를 보면, 미국의 대일정책과 전후구상은 이미 꽤 이른 시기에 형성이 되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미국에서는 인문학적/역사적 소양이 있는 인물들이 국가정책에 관여하는 일이 잦은데 (라이샤워 뿐만 아니라 미국 60-70년대를 지배했던 키신저도 역사가 주전공) 우리나라에서도 아카데미에 있는 인물들이 정책에 능동적으로 관여할 수 있을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DownTeamisDown
20/03/03 11:38
수정 아이콘
미국입장에서는 아쉬운게 히로히토 밑에 있을 실질적인 수장에 중국공산화 이후 기존의 우익들한테 맡겨야했던게 싫었을것 같습니다.
뭐 선택의 여지가 그시점되면 그것밖에 없었을테니...
20/03/03 12:44
수정 아이콘
인간 천황과 쇼균 맥아더...
及時雨
20/03/03 13:00
수정 아이콘
진짜 쇼군될뻔
코사카 호노카
20/03/03 13:28
수정 아이콘
MR모토라니 뻘하게 터지네요
20/03/03 14:45
수정 아이콘
최근에 아우렐리우스님 덕분에 일본사에 관심을 가져서 입문서인 '처음 읽는 세계사'를 읽고 있습니다.

이걸 다 읽고 난 후에는 아틀라스 일본사도 읽어볼 계획인데 에도막부시절과 메이지유신 시절 관련한 좋은 책들이 있다면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Jedi Woon
20/03/04 00:49
수정 아이콘
현재 연재중인데,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 추천드립니다. 한중일 삼국을 왔다갔다하며 흐름을 보여주는데 삼국의 근대사를 비교하며 볼 수 있습니다.
aurelius
20/03/04 08:20
수정 아이콘
입문서로는 저도 굽시니스트의 한중일 세계사 추천드립니다. 솔직히 국내 일반 교과서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873 [일반] [스연] 대한민국 최초의 트렌디 드라마 [17] 나의 연인11361 20/03/05 11361 3
84872 [일반] [스연] henrik widegren - 통계적으로 유의한 사랑노래 [2] FLUXUX6578 20/03/05 6578 2
84871 [일반] [스연] 골목식당 찌개백반집 고기프로 단골손님 [4] Croove8941 20/03/05 8941 0
84870 [일반] [스연] BTS - Black Swan MV [12] 덴드로븀5677 20/03/05 5677 1
84869 [일반] [스연] 한국 힙합 어워드 수상 결과 [21] 류수정6308 20/03/04 6308 1
84868 [일반] [스연] 윤도현의 러브레터 라이브 스트리밍 [10] style7752 20/03/04 7752 2
84867 [일반] [스연] 세상이 바뀌었고, 이젠 걸그룹도 변해야 할 때 [63] 치열하게13436 20/03/04 13436 1
84860 [일반] [스연]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치루자는 이야기가 있네요 [19] 강가딘11731 20/03/04 11731 1
84859 [일반] (미국 경선) 수퍼 화요일 결과의 윤곽이 나오고 있습니다. [43] OrBef11201 20/03/04 11201 1
84858 [일반] 코로나19 병의원 손실 보상안 공개 및 상상코로나(?) [80] Timeless10660 20/03/04 10660 9
84857 [일반] [단상] 21세기 한국 외교에 대한 몇가지 생각 [13] aurelius9435 20/03/04 9435 20
84856 [일반] 요즘 출퇴근길 단상 - 예쁜 여자들이 많아졌다! [57] 지니팅커벨여행15394 20/03/04 15394 2
84855 [일반] [스연] 아이유가 참이슬 모델로 복귀합니다. + 근황 [24] VictoryFood11219 20/03/04 11219 4
84854 [일반] 왜 영세 건설업체들은 사회보험 정산을 받지 않을까 [12] 나눔손글씨8506 20/03/04 8506 11
84852 [일반] (삼국지) 손권의 거짓 항복과 세 번의 승리 [41] 글곰8796 20/03/03 8796 15
84850 [일반] [스연] NHK에서 쥬리 다큐멘터리 나올예정 [14] 어강됴리11132 20/03/03 11132 1
84849 [일반] [스연] 방탄 전세계 초동 506만장으로 추정 (차트마스터기준) [35] 로즈마리9975 20/03/03 9975 1
84848 [일반] 제가 사용하는 책상파이 시스템 [18] 담배상품권14577 20/03/03 14577 2
84846 [일반] 남편'을' 덕질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2) [106] 메모네이드16473 20/03/03 16473 50
84845 [일반] [그래픽] 코로나 관련 통계 추이 [112] 김홍기13938 20/03/03 13938 0
84844 [일반]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먹기 쉬운 이연복식 간짜장을 집에서 만들어봅시다.JPG [34] 살인자들의섬11690 20/03/03 11690 1
84843 [일반] [토막글] 1942년부터 미국은 히로히토를 괴뢰로 삼으려했다 [7] aurelius8867 20/03/03 8867 8
84842 [일반] [스연] [오피셜] 이청용 K리그 컴백, 울산현대 이적 [31] 저스디스8526 20/03/03 852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