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의 이름으로검색 기능을 활용하여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보면 마치 일기장을 되돌아보는 것 같은 힘이 있습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을 어쩌다가 우연히 들어가본 느낌이랄까요.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 그 자체가 아닐런지)
내가 이런 글도 썼었나 싶을 정도로 생경한 글도 있고
내가 PGR을 참 오래 활동했구나 느낄 정도로 00년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글이 있는가 하면
혹은 아앜 왜 내가 이따위 글을 썼지하며 이불킥을 차게 되는 글도 있지요.
저에게는 바로 이 글이 그렇습니다.
[일반] 자퇴를 생각 중입니다.
https://pgrer.net/freedom/57024?divpage=17&sn=on&keyword=bifrost
5년 전 글이라는 것에 한 번 놀라고
이렇게 중2병스럽게 힘들게 고민해왔던 시절이 지금과 불과 5년 밖에 시차를 두고 있지 않음에 다시 놀라게 되는.
그 당시 어쩌면 인생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이 한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에
이런 신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글까지 쓸 정도로 힘들었었냐 물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읽으면 읽을수록 손발이 오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ㅠㅠ크크)
그때를 생각해보면 부모님에게도 못 털어놓을 고민을 어디에도 할 곳이 없어서
인터넷에서라도 고민을 털고 싶기도 하고 답을 듣고 싶기도 해서
PGR에다 글을 올렸던 것 같습니다.
하필 왜 PGR이었냐 하면.
아마 PGR을 어린 시절부터 이용해서
그때부터 생긴 PGR에 대한 어른들의 사이트 같은 이미지 때문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0대는 PGR 사용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지를 어기고 10대 때부터 활동했던;;;;;)
그때 써주신 댓글들을 다시 읽자니
참 어쩌면 한 어린놈의 치기어린 징징거림일 수도 있는 글을
마치 내 아는 사람의 고민인 것 마냥 같이 고민해주고 각자 나름대로의 해답을 내려주신 것을 보면서
비록 이 분들의 얼굴을 모르지만 제 나름대로의 큰 신세를 진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난 후 어떻게 되었냐고요?
나름 싱거운 결말일 순 있겠지만
결론은 이 글에 써주신 댓글들을 읽어보고 있자니
이렇게 그냥 포기하기에는 상대 빌드만 보고도 지레 겁을 먹고 GG를 치는 꼴인 것만 같아
다시 심기일전하여 '그래 한 학기만 다녀보고 결정하자' 하던 것이 1년이 되고
그 1년이 다시 2년이 되고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버텨나갔던 것들이 모여
저는 지금 서울의 모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이렇게 '그때 그 고민상담(?) 글에 대한 결말이 이렇습니다' 같은 느낌으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중2병 같은 글이라 민망해서 못 올리다가
pgr 글쓰기 이벤트를 핑계로 삼아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네요.
PGR 덕분에 저 역시 사람 구실하며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