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8/27 20:07:22
Name 눈팅
Subject [일반]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예약 후기(고객은 왕이 아니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여행사를 통해 국내여행을 예약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다소 황당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해서 간단하게 PGR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그리고 기약없는 퇴근 전까지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글을 작성해봅니다.

저는 지난 6월경 국내 여행사인 하나투어를 통해서 제주도 골프 패키지 여행상품을 예약하기로 결정하고 홈페이지사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에 따르면 전화가 한 두번 토스되어 연결된 담당직원 내지는 상담원(이하 "담당직원")과 조율을 하여 일정을 잡았고, 예약금 50만원을 담당직원의 안내에 따라  "하나투어 VIP"라는 수취인 계좌로 입금했습니다.

6월 예약당시 여행 예정일은 7월 중순 쯤이었는데, 당시 제주도의 기상상태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예약 몇 일 뒤 담당직원분께 일정취소를 문의하였고 "취소시에는 취소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일정을 연기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조언을 듣고 일정을 9월로 미루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 결정이 이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될 줄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하였지요.

때는 바야흐로 길고 긴 장마가 끝나가던 8월 중순, 저는 잊고있던 패키지 예약금을 기억해내고 담당직원에게 "9월 하순에 제주도 골프 예약이 가능한지" 여부를 문의하는 카톡을 보냈습니다.

담당직원은 본인이 휴가 중이니 2일 후에 답을 주겠노라고 답하였으나 일주일을 넘게 기다려도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오전 담당직원분께 재차 "확인이 되셨나요"라는 카톡을 보냈으나 점심을 먹은 이후에도 답장은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일주일 전에 제가 일정을 문의했던 카톡 중 마지막 카톡도 "1"이 남아있는 상태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담당직원분을 새로 배정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 하나투어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었고, 대표전화를 통해 연결된 직원은 저를 "하나투어 본사 골프 예약센터(정확치는 않지만 대략 비슷한 명칭)"라는 곳으로 토스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하나투어 본사 담당자(이하 "본사 담당자") 분과 통화를 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 본사 담당자 분과의 통화중 앞서 언급한 황당한 기분(분노에 가까운)을 느끼게 됩니다.

대화의 흐름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양쪽다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격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내심으로는 굉장히 짜증이 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전화가 연결이 된 다음, 위의 상황을 대강 설명하고 "1) 가능하면 담당직원을 교체했으면 하고, 2) 만약 취소수수료가 없다면 일정을 취소하고 예약금을 환불할 의향이 있다" 는 사항을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본사 담당자 분은 담당직원이 누구냐고 물으셨고 저는 김아무개씨가 제 예약담당직원 이었노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그 본사 담당자분 왈 1) 김아무개는 하나투어 본사의 담당직원이 아닌 하나투어 대리점의 사장이며, 2) "하나투어 VIP"라는 수취인 계좌는 하나투어 본사가 아닌 대리점의 계좌이고 따라서, "하나투어 본사는 당신의 예약과 무관하며, 잘못된 곳에 컴플레인을 걸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셨습니다. 더 나아가 담당직원인 김아무개씨는 대리점 직원이기 때문에 그분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다만, 김아무개는 제가 통화목록을 확인하면 찾을 수 있다고 하니 결국 알려주시긴 하였습니다. 본사담당자 분이 김아무개씨의 번호를 알고는 계셨다는 것이지요.

이에 저는 1) 하나투어의 대표전화로 통화하여 예약을 잡았고, 2) 예약과정이나 예약금 입금과정에서 내가 "하나투어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계약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만한 어떠한 형태의 고지도 받지 못하였기 떄문에 "환불 및 예약취소"에 대한 책임의 일정부분을 "하나투어 본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지요.

본사 담장자 분은 위에 대한 답변으로 1) 삼성전자 대리점 내지는 하이마트 판매한 건에 대하여 삼성전자 본사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않는 것과 같이 하나투어도 대리점의 위법행위 및 일탈행위에 대한 책임은 일체 없으며, 2) 소비자가 하나투어 본사의 계좌가 아닌 대리점 계좌로 입금한 행위는 소비자의 과실인 것으로 판단되고, 3) "더 이상은 고객이 왕인 시대가 아니며" 고객의 부당한 요구에 회사가 응할 의무는 전혀 없다고 답변하셨습니다.

위 답변을 듣고 속으로는 매우 짜증이 났으나(특히 고객이 왕 운운하는 대목에서)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하게  1) 내가 삼전 대리점 내지는 하이마트 에서 물건을 살 때에는 대리점에서 물건을 산다는 것을 알고 사는 것이며 따라서, 이 건과는 성격이 다르며 본사에 직접 전화하여 계약하려는 소비자를 고지없이 대리점으로 토스한 후에 본사에 계약관련한 사후관리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2) 또한 하나투어 VIP라는 계좌가 본사계좌인지 대리점계좌인지 소비자입장에서는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3) 지금 회사에 문의하는 내용은 갑질과는 거리가 먼 정당한 수준의 요구로 생각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위 대화 이후에도 더 대화가 이어지긴 했으나, 본사 담당자분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요약하자면, 1) 위 거래형태는 모두 소비자에게 고지가 된 사항이며 어떠한 회사도 회사의 모든 거래 구조를 소비자에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2) 비슷한 사례에서 이미 우리는 법적책임이 없다는 판결내지는 관계당국의 판단을 받은바 있다. 3) 소비자 불만 접수부서가 있지만 고객님과 같은 형태의 불만은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4) 그리고 우리회사는 매우 잘나간다(나중에 찾아보니 올해의 하나투어 영업손실이...)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승질이 난 부분은 본사담당자의 태도였습니다. 저는 전혀 동의하지도 상식적으로도 수용하기 어려운 의견을 마치 법리적으로 굉장히 당연하다는 뉘앙스로 주장하셔서 그야말로 통화내내 고구마를 삼킨 기분이었지요.

본사 담당자 분과의 즐거운 통화이후 결국 김아무개씨와는 통화가 되어, 환불하거나 예약을 취소하지는 않고 기존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김아무개씨는 다소 응대가 늦으신 분일뿐... 다시 보니 선녀같은 분이었습니다.

위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그것은 앞으로는 절대 여행사의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상 일도 없는데 퇴근 못하고 있는 1인의 즐거운 체험기 공유였습니다.

9월 하순까지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이번에는 휴가를 갈 수 있기를 빌며, 여러분도 예민한 시기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노잼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은둔은둔해
20/08/27 20:24
수정 아이콘
왕은 아닐지라도 본인의 회사를 이용하는 소중한 고객인건 생각 못했나 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나브로
20/08/27 20:44
수정 아이콘
잘 설명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고 위로 드리고 잠시 얽힌 거 어쩔 수 없다 생각하시고 전화위복, 새옹지마 되시기를
덱스터모건
20/08/27 20:48
수정 아이콘
근속년수가 짧고, 반복 구매가 적고, 진입 장벽이 낮은 업계의 특징 같아요...
20/08/27 20:55
수정 아이콘
와 말씀만 들어보면 하나투어 본사 담당자분이 선 넘으셨는데요? 진짜 진상을 못 만나봤나 고객이 왕이 맞네 아니네 드립을...
동년배
20/08/27 20:57
수정 아이콘
여행업 쪽 대리점 문제가 꽤나 심각해서 한 때 뉴스 많이 탔었는데 여전한가보군요. 고객 입장에서 하나투어 이름 보고 선택하는거지 본사상품 떼다파는 영세업체인지 신경쓰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20/08/27 21:18
수정 아이콘
하나투어 요즘 힘들텐데 흠...
앙몬드
20/08/27 21:23
수정 아이콘
하나투어 주식 팔아야겠네요
20/08/27 21:26
수정 아이콘
제 경험으로는 이런 식의 분쟁이 났을때 저렇게 상담원과 연결되면 소비자의 입장이 얼마나 정당한가와는 관계없이 책임회피와 면피를 하려는 생각으로 그냥 아무말이나 막 하더군요.

저런 상황을 두어번 겪고 생각한 건 내 입장이 옳다고 상대편이 순순히 따라줄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게 마음이 편하겠더라구요. 최대한 어떻게든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고 정 안되면 녹음 등을 이용해서 바깥의 힘에 기대야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더군요.
20/08/27 21:31
수정 아이콘
법적으로 하나투어 본사에서 책임이 없을 리가요? 상대방이 법 잘 모른다고 아무 말이나 하면서 면피하네요. 미쳤네 아주.
기사조련가
20/08/27 21:42
수정 아이콘
녹음하셨나요
20/08/27 23:43
수정 아이콘
녹음은 안했습니다. 본사 담당자분의 태도도 별로였지만, 그 분이 계속 주장하시던 "본사-대리점 관계"에 따라서 본사는 책임이 없다가 하나투어의 기본 모토인 것 같아서 크게 실망했습니다. 저분이 계속 하시던 말씀이 "하나투어는 BtoB회사다. 고객님의 사정은 딱하지만 우리는 BtoC회사가 아니라 책임이 없다" 이거였습니다.
20/08/27 22:59
수정 아이콘
잘 거르겠습니다
20/08/27 23:46
수정 아이콘
하나투어 골프 패키지 3회정도 이용했었는데 저도 이번이 마지막일것 같습니다. 하나투어를 믿고 계약한건데 본사는 책임이 전혀 없다니 벙 찌떠라구요.
20/08/28 05:39
수정 아이콘
한국은 코스트코 여행사 서비스 없나요? 미국에선 그거만 써봤는데 만족스러웟습니다
박근혜
20/08/28 08:52
수정 아이콘
김아무개씨가 선녀라서 천만다행이네요. 앞으로는 소형 BtoC 여행사 이용하시는게 훨씬 낫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7829 [정치] 전공의 파업을 바라보며... [297] WOD16496 20/08/27 16496 0
87828 [일반] 휴가 중 있었던 기분 나쁜 일(신문구독) [25] Misty7768 20/08/27 7768 3
87826 [일반]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예약 후기(고객은 왕이 아니다) [15] 눈팅9234 20/08/27 9234 6
87825 [일반] [강스포] 테넷 감상 및 해석 [10] kurt9546 20/08/27 9546 1
87824 [일반] 최근 서구권의 출산율 추이와 한국에 시사하는 점 [30] 데브레첸12257 20/08/27 12257 59
87823 [일반] 소아 주기성 발열 - 파파증후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20] Timeless11895 20/08/27 11895 11
87822 [정치] 대한간호협회 “의사진료거부 중단하라” [128] slo starer15622 20/08/27 15622 0
87821 [정치] 한동훈과 '육탄전'…정진웅 부장, 차장검사 승진, 윤석열 측근들은 좌천 [98] 미뉴잇13644 20/08/27 13644 0
87819 [정치] 박원순 49재에 인파가 모였다고 합니다. (15:57 수정) [235] Leeka19402 20/08/27 19402 0
87818 [일반] 광주지역이 '사실상' 코로나 대비 3단계조치를 선제하였습니다 [18] 쿠보타만쥬10567 20/08/27 10567 1
87817 [일반] 제 생각이긴한데... 요즘 더 무서운게 [29] 채식부꾸꼼9989 20/08/27 9989 3
87816 [정치] [칼럼] 금태섭, 대통령의 ‘양념’ 발언 [110] aurelius15404 20/08/27 15404 0
87815 [정치] 커뮤니티 사이트의 정치적 성향 [83] 로드바이크10089 20/08/27 10089 0
87814 [일반] [신간] 풍운아: 아베신조와 새로운 일본 [20] aurelius8438 20/08/27 8438 2
87813 [일반] 1619 프로젝트 [16] 아난7225 20/08/27 7225 1
87812 [일반]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예배는 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치." [136] k`11396 20/08/27 11396 3
87811 [일반] OECD 유일 출산율 0.? 국가를 기록한 한국 [313] Leeka19144 20/08/27 19144 2
87809 [일반]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태의 조짐이 보이는 블레이크 사건 [195] 청자켓16965 20/08/27 16965 2
87808 [일반] 코로나때문에 인생최고점 찍고 나서 다이어트 시작하고 한달 (-9kg) [13] 랜슬롯11466 20/08/26 11466 5
87806 [일반] 지금 생각하면 섬뜻한 이등병시절 일화 [48] 10210081 20/08/26 10081 4
87805 [정치] 전국 만 육천 전공의 올림 [757] 청자켓30446 20/08/26 30446 0
87803 [일반] 비 - 깡 [6] 표절작곡가9110 20/08/26 9110 17
87802 [정치] '보수 대 진보' 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대 전체주의'의 대립구도 [167] 몰랄14518 20/08/26 1451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