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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1 22:17
현재 인간의 삶을 부양하기엔 지구가 가진 자원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생각보단 많을겁니다.
하지만 인간 숫자를 혁신적으로 줄이자는 접근을 가진 사람은 적습니다. 이런 접근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해당하는 접근이 가능할거라고 믿을정도로 순진한 사람이 적기 때문일겁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방식의 발전 그 자체에 반대하는 극단주의자들 조차도 모든 인간이 힘과 의도를 모아서 환경재앙을 줄일 수 있다는것보다 더 나이브한 접근을 실행하는게 어렵다는걸 나름 알고 있죠.
21/08/01 22:22
유나바머는 자신이 인간의 문명을 부수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겠지만, 적어도 인류 문명이 서로 바보같이 죽이는 것보단 희생자가 적을테니 자신의 테러가 정당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확신범이었지요.
좋은 이야기 소개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요즘 간간히 시간을 내서, 소설을 하나 취미로 쓰고 있습니다. 글을 써본적이 없어서 출판할 수준의 글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소개해주신 글하고 되게 비슷한 화두로 시작하는 내용이에요. '지금 세상의 우리는 사소한 논쟁들에 소모적으로 싸울 뿐, 이러다가 진정한 문제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궁금증이 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제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게 됩니다. 만일 세상엔 알고보니 북쪽이 없다면요? 생각있는 사람이 선장이 되어봤자, 인류를 구해야하는 파멸 같은건 없고, 그냥 존재하는 권력을 탈취해서 자신의 취향을 남에게 강요하는, 여느 머저리랑 같은 독재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가치가 없다면요? 유나바머가 체포된 것이 1996년이고, 저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저는 두가지 종류의 사람 중 하나겠지요. 1) 이미 망해야하는 세상에서, 구해진 세상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망한 인생이거나 2) 유나바머가 있었으면 피했을 파멸을 이제 맞이하고 있는 필멸의 존재 아니면 3) 사실 유나바머 또한 우화 속의 수 많은 혁명가 지망생들이 그랬듯이 별거 아닌 걸 가지고 사람들에게 '중요해!'라고 외치던 별볼일 없는 사람이었다. 라는 해석도 가능하겠네요.
21/08/01 22:30
"바보들이 세상을 망치기는 쉽고, 천재들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정상적인 세계는 구할거야!" 라면서 매 선거마다 바보와 천재를 나눠보지만 결국 다음 선거의 결론은 '지난 머저리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망했어!'니까요 크크.
저는 어릴 때부터 이런 테마를 참 좋아했습니다. JRPG식 마왕과 용사의 이야기도 아니고, 세상에 구해야할 위기가 노골적으로 있지도 않는데, 노골적으로 권력을 달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까요. 물론 대놓고 세상을 말아먹을 ("인간의 멍청함을 과소평가하지마라"라는 격언도 있다죠 크크) 존재를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보다는 더 났겠지만, 그러면 그럼 그 똑똑한 양반은 그냥 '다른 바보보다는 나았을 인간'이라는 (그 사람 자체의 비교할수 없는 선함과 똑똑함과 분별력 있음과는 비교도 안되는) 세상 한심한 평가만 얻어내고 끝 아닙니까 크크크크크. 되게 역설적이라고 생각해요.
21/08/01 23:00
사실 사람숫자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면 무능하기 짝이없는 유니바머 따위보다 60년도 넘게 실적으로 증명해온 한국정부가 훨씬 유능합니다……
21/08/01 23:09
60여년에 걸쳐서 천천히 줄이는거와...저기서 요구되는 문명파괴로 인한 인구감소면...스케일이 다를거긴 할텐데요...크크
사실...국내 인구감소 시작은 재작년부터인가 그렇고 몇몇 세계 나라들 중에선 인구감소가 시작된 케이스들도 있고... 사실 저 주장에선 그런 점진적인 감소로는 답이 없으니까 전지구적 레벨에서 급격하게 진행해야한다는걸 함의하니까요...한국이 앞둔 인구감소폭보다도 더 급격한 수준의 변화를 요구한다는거죠...
21/08/01 23:19
천천히라도 실제 줄여본 사례랑 주장은 지구적 격변을 일으킬듯 하지만 동네에서 사제폭탄질이나 한 사례를 비교한다면 일단 시행가능성 측면에서 전자가 훨씬 될법한 일이니까요….
출산율을 1로 떨구면 한세대당 인구가 전세대의 절반이 된다는 이야기라 생각보다 상당한 감소기도 합니다.
21/08/01 22:40
90년대생부터는 유나바머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가 하는 말 자체는 주의깊게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 pgr의 586 어르신들에게야 환경재앙이 나랑 상관 없는 아주 먼 미래의 꿈같은 이야기겠지만 우리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아니거든요. 많은 연구결과들이 2040~2050년대 즈음 환경문제가 인간 사회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해지리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96년생이면 2050년에 54살이군요. 평생 일해서 축적한 재산이 꽤 되고, 은퇴와 노후를 준비할 나이입니다. 이 시기에 파국이 닿치면 그때까지 쌓아놓은 재산, 전부 무의미해지는 겁니다. 밀레니얼 세대부터는 안정된 노후라는게 불가능합니다.
21/08/01 22:48
뭐 유나바머가 주장하는거의 문제는 누가 그걸 결정할 수 있느냐정도겠죠...기술파괴주의자들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가능성에 불과하죠 문명이 붕괴될때 얼마나 죽을지 과연 종을 보존할만큼 남길 수 있는지...장담 못하니까요...스스로 자멸엔딩이라도 한 50~100년뒤에 자멸할거 기술파괴로 인해 30년 40년만에 전멸할지 그것도 예측할 수 없을테니까요 지들 주장에 따르면...크크
인류문명이 복잡계로 돌아가니까 파괴될때도 그 여파는 복잡계로 예측 불가할테니까요...
21/08/01 23:01
갑자기 운석이 직격탄으로 날아온다면 검허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인간은 이미 석유를 고갈내지 않을 정도로, 코로나용 백신을 급하게 개발하고 있을 정도로 '자연'에게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나바머 같이 원시주의를 표방하시는 주장은 오히려 기술이라는 인본주의적인 방패를 깨부수고 싶어한다는 주장이라는 생각을 저는 많이 합니다. 원시시대는 덩치 큰 사람이 남에게 돌도끼를 휘두르던 끔찍한 시대였고, 오히려 요즘은 '제도'와 '지식' 때문에 일당독재도 교묘해지고 똑똑해져야하는 시대인데, 유나바머도 거꾸로 생각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가장 끔찍하고 과거는 좀 괜찮지 않았는가?'라는건데 하나도 괜찮지 않았죠. 당장 과거에는 에어콘도 없었는걸요... 기후변화가 뭔지 알려줄 과학자도 없었고요. 기술력으로 무장한 정치집단이 국민들에게 협잡짓을 많이 하겠지만, 자신들도 불구덩이보다는 그래도 사계절이 있는 땅을 지배하고 싶을거라 생각합니다. 기술력이 발달한다고 무서워할 필요 없고, 그 기술력이 기후변화를 막는데 도움을 안주고 나쁘게만 쓰일것이라는 관점도 과장되있다고 생각합니다.
21/08/02 02:37
2050년이 아니라 2100년에 파국이 오면 결론이 달라지나요? 2150년이라면요? 2200년이라면요?
아예 3000년이라면요? 2050년에는 확실히 파국이 온다는 보장이 있나요? 그걸 누가 단언해요? 미래인이세요? 내일의 주가 1년후 주가도 정확히 못맞추는게 당연한데 30년뒤에 이 세계가 어떻게 되어있을지 누가 감히 확신합니까.
21/08/02 06:59
새로운 기술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명의 이기가 없는 삶 1주일만 해보시면 내 노후가 불안하더라도 일단 지금은 에어컨 쌩쌩틀고 살아야겠구나 할겁니다. 유나바머 같은 놈이 풍족한 미국의 자연환경에서 생활해서 그렇지 불반도의 시골 어딘가에 던져져 살았다면 기술예찬자가 됬을겁니다.
정신병자의 자기 합리화 헛소리를 주의깊게 들어줄 필요가 있을까요?
21/08/02 14:40
유나바머는 좀 무서운 사람이긴 했습니다. 풍족한 집안의 촉망받는 하버드 조기입학 천재였는데 (하버드에서도, 검거하고 FBI에서도 지능검사했는데 167이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세상의 문제점을 깨달았다고 주변에 말하고는 깡촌 몬태나 주의 오두막에 들어가서 살았거든요. https://www.atlasobscura.com/places/the-unabombers-cabin-washington-dc
전기도 수도도 없는 곳에서 미국적인 '생존주의'로 살아남았고, 오히려 이 경험을 통해 '문명이 망가지면 인간이 죽는다고? 그건 선동이고, 오히려 인간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구나 저주스러운 문명이여!' 하면서 오히려 증오심을 불태웠으니 오히려 '라떼'의 광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적어볼수록 진짜 정상인은 아니었고,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은 딱히 들어줄 필요가 없는 사람 같긴 합니다 크크크.
21/08/01 22:40
본문은 그럴싸했는데 계속 리플에서 글쓴분이 이상한 소리들을 하시길래 유나바머가 뭐하는 사람인가 궁금했네요 크
뭐야 흔한 미치광이 테러리스트잖아?
21/08/01 22:51
흐흐흐 저는 유나바머의 일생은 도저히 용서할 가치가 없지만, 생각은 한번 찾아보면 재밌다고는 보긴합니다.
저는 그 사람이 조금만 더 오래 살았으면 좋은 대체역사소설 작가가 되었거나, 좋은 시드마이어의 문명 플레이어가 되었을거 같다고 생각해보곤 합니다. 기술과 사회의 발전, 인류 문명의 발자취와 미래 등등에 대해서 되게 깊게 고민하고, 나름대로 미래를 걱정했던 사람이니까요. 한참 '기술적 특이점' 유행이 돌때, 그때 교양서적들에서 유나바머가 정리한 발상같은걸 많이 인용해서 ("기술이 발달할수록 공권력과 공교육 또한 강해지고, 어느 순간 멈출수 없는 세뇌/폭력 기계가 되어버린다") 저도 그때 접해서 읽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고, 근데 그걸 폭탄테러 몇개로 붕괴시키려고 하다니, 생각이나 발상이 좀 짧았던거 아닙니까, 테오도어 형.
21/08/01 22:58
뭐 테러리스트들은 비범한 인물들이긴 하죠. 자신의 사상을 위해서 자신의 인생과 타인의 인생을 던지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걸 진짜로 실행했기에 미치광이인것도 맞죠
21/08/01 23:10
유나바머는 본인이 어떻게 비치는지보단 멸망을 앞둔 문명을 어떻게든 되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자기 생각을 퍼트리길 바랐으니까요. 나이브하게(?) 폭탄테러 몇 개로 붕괴시키려 했다기보단 저 멀리 한국 인터넷에서까지 이런 얘기가 돈다는 걸 알면 엄청 흡족해 할걸요 흐흐흐.
어쨌든 사상이란 공허한 좋은 말로 남기보단 사람에게 널리 퍼지는 게 (사상 입장에선) 좋은 일이고, 전 그런 사상의 힘 자체엔 냉소적입니다만 저 멀리 후진 농업국가에서 일어난 볼셰비키 혁명과 그로 인한 공산권이 세계 반절을 갈라먹는다는 얘기도 당대 현실주의자 입장에선 3류 소설 수준도 못되는 질 떨어지는 이야기였을테니 흐흐. 환경 재앙의 결과가 눈앞에 펼쳐지면 펼쳐질수록 유나바머에 감화된 사람이 튀어나와서 역사를 어떻게 뒤틀어버릴지 혹시 누가 압니까? 크크크.
21/08/02 14:33
앗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죽여버렸군요... 최근까지도 유나바머가 감옥에서 저작활동하고 우편교류를 하고 있지만, 이미 그의 주장은 시대를 지나가버린 것 같은 그런 상태가 와버렸다는 식의 코멘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감옥 밖에서 문명 6: 몰려드는 폭풍도 하고 그랬으면, 오히려 레딧에서 좋은 반응 얻는 그런 선동글을 올릴 수 있었을텐데, 본인의 사상이 결국 20세기 세기말주의에 극단환경주의에 멈춰버렸으니, 폭탄으로 유명해질 생각 안하고 그냥 인터넷에 적당히 기고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2021년 주장도 말랑말랑할텐데 참 아쉽습니다.
물론 본인은 하나도 안 아쉬워하겠지만요.
21/08/01 23:14
인류 전체 스케일에서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는 아직까지는 낙관주의가 항상 이겨왔죠. 안그랬으면 우리가 여기 없었을테니.
그래서 항상 인류가 어떻게든 답을 찾아내서 다 해결할거야~ 라는 나이브한 생각도 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꼭 '이 앞에 파국이 있는데 너희가 모르는거다!'에도 완전한 신뢰를 보내긴 어렵더라고요. 문제든 해결책이든 결국 예상치 못하는 곳에서 튀어나오는지라.
21/08/01 23:18
저는 글쓴이의 최근 글들을 피쟐에서 읽어보면서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점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처음에는요. 그런데 이제는 우려스럽다가 무섭습니다.
종말을 꼼꼼이 검토하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이따금씩, 아니 꽤 자주 그들이 주장하는 종말이 채 다가오기전에 자신과 주변 사람을 파괴하는 걸 역사적으로 보아왔거든요. 그리고 이 소설의 원작자는 사망자 세명을 포함하는 희생자를 낸 테러범입니다.
21/08/01 23:47
현대문명의 기술 몽상은 인류를 완전히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고 돌이킬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
(유나바머의 말마따나) 한가지 유일한 방법은 기술문명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문명과 국가체제가 사라지면(사라질 수 있긴 하나는 둘째치고) 무엇이 우리를 지켜주죠?" 총기. 뭐 대충 이런 흐름
21/08/02 10:38
머스킷이라고 쉬울리가요...흑색화약은 하늘에서 떨어지는게 아닙...크크
(새똥이건 동물의 똥이 자연적으로 수백년 수천년 수만년 축적 된 곳이면 좀 나을까...조선시기에는 화약재료 긁어모을려고 취토군을 따로 썼는데...)
21/08/03 00:20
머스킷도 기술 문명의 산물이긴 합니다. 굳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뗀석기 정도로 만족해야죠. 아니면 조금 더 봐줘서 돌화살 정도나.
21/08/02 02:28
유명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 Van Der Graaf Generator의 라이브 곡 중 'Ship of Fools'가 있습니다. 논쟁하시며 한번 청취하시고, 식히시기를 권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4IVF-h10g0
21/08/02 06:38
글 자체는 아주 재밌고 개인적으로는 불경에서의 '독화살의 비유'도 생각났는데... 그래서 본문의 내용이 FC님이 그간 소개하셨던 혹은 주장하셨던 논의들을 뒷받침하냐면, 글쎄요...
21/08/02 12:54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쓴 이야기인지는 알겠습니다만, 이야기에 담긴 사상은 조금 우려스럽군요. 빈부격차, 인종차별, 성차별, 동물권 등등의 논의들을 '하찮고 사소한 것'으로 매도하는 순간 그보다 더 큰 것들도 무시할 수 있게 되거든요. 개인의 자유라던가, 재산권이라던가, 인권이라던가... 이거 어디서 많이 봤던 것 같지 않아요?
21/08/02 14:04
모두 다 죽었다라는 공평한 엔딩이라도 나서 다행이군요.
현실이라면 선장과 일등항해사와 삼등항해사는 여분의 배로 탈출에 성공해 가장 먼 북쪽까지 도달한 사람이라는 타이틀로 돈벌고 떵떵거리며 행복하게 살았을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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