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2/15 19:30:19
Name 자급률
Subject [일반] 소소하고 확실한 (구매의) 행복


  저는 어려서부터 걸으면 게으름이 뚝뚝 흘러 떨어질만큼 많았습니다. 방에 어머니가 들어오시면 여기 가방이냐고 돼지우리냐고 등짝스매싱을 당하는 것이 일상이었지요.
  뭐 게으른 사람이 다들 그렇겠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게을렀던 것도 아니고...그냥 '지금 당장 문제 없네? 그럼 노 프라블럼!!' 하고 넘어가는 타입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 꼼꼼하고 세밀한 안전관리가 중요한 직업을 얻었다면 벌써 큰일났을지도...하고 저도 생각합니다.


  허나 이렇게 게으른 저도 무시하고 넘길 수 없는 일례(?)행사가 있었으니...네 그렇습니다. 바로 면도입니다.


조조군을 떨게 하던 장익덕의 밤송이도 잊혀지고
미염공의 수염주머니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남자다운 수염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남자가 사막을 걷...이게 아니라.


  아무튼 면도가 사회적 에티켓인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퇴근 없이 직장에서 철야라도 한 것이 아닌 한, 면도하지 않은 지저분한 수염이 익스큐즈되는 것은 짧으면 이틀이요 길면 사흘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앞서도 말했다시피 천성이 게을러서 그런지, 이처럼 면도를 항상 옆에 두고 살아가면서도 딱히 더 좋은 면도기를 찾는다거나...크림인지 뭐시긴지 나한테 맞는 면도용품을 알아본다거나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대충 가서 눈에 보이는 것 중에 싼걸로(대부분 2중날이나 3중날) 아무거나 사서 집어들고 와서, 일회용인지 일반인지 딱히 확인도 안하고, 그냥 냅다 포장 까서 대충 비누칠하고 면도하다, 어째 날이 좀 안밀리네 싶으면 바꾸는...그런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헌데...최근에 면도를 하다 보니 얼굴에 피가 맺히더라구요. 뭐 전에도 하다가 실수로 날에 얼굴이 긁혀 상처가 난 적은 종종 있었지만,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했는데 해당 부분 전체가 쓸려서 핏방울이 맺히는 느낌? 오늘 피부가 좀 예민한가 하고 별 신경쓰지 않고 넘겼는데, 그 다음날도 똑같이 그러더군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핏방울 맺히는거 굳을 때까지 계속 닦는 게 더 귀찮구나. 문명인답게 문명의 이기에 의존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퇴근하면서 면도기 코너에 들러서 삼만년만에 처음으로 면도기 사양을 '확인'하고, '골라'봤습니다. 모 사의 4중날 면도기가 보이더군요. 면알못인 저라도 날이 많은 것이 더 발달한 것임은 압니다. 듀얼코어가 제일 구린거고 트리플코어나 쿼드코어가 그보다 좋은거랑 똑같은거죠? 똑같다고 해주세요!!  

  어쨌거나 그렇게 사와서 처음으로 4중날 면도기를 가지고 면도를 해봤더니...유레카!! 지금까지 쓰던 것보다 훨씬 세밀하게, 두어번만 쓸어도 깔끔하게 쓸립니다! 인류의 기술은 벌써 여기까지 발전한 것인가. 그렇다면 마트 제일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있던 무려 '7중날' 면도기는...대체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알파고가 이세돌을 꺾고 커제가 절예 앞에 데꿀멍하는 시대의 면도기란 이런 것이었나??
  뭐 농담입니다. 순간적으로 이런 주접을 떨 만큼 만족스런 구매였다...이런 얘기죠. 만원도 되지 않는 소비로 그날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했으니, 이런 것이야말로 소위 말하는 '소확행'이 아닐까요.

  다른 회원분들은 어떠신가요? 최근에 소소하고 확실한 (구매의) 행복이 있으셨을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NSpire CX II
22/12/15 19:32
수정 아이콘
음파 전동 칫솔이요. 이 닦을 때마다 아나스탸사가 절로 나옵니다.
자급률
22/12/15 19:41
수정 아이콘
으아닛 그냥 전동도 아니고 음파 전동이라니...그런 최첨단(?)은 저에겐 무리입니다...
NSpire CX II
22/12/15 19:45
수정 아이콘
비싼 거 안 사셔도 되고 한 3만원 정도의 보급형으로도 떡을 칩니다. 이를 닦는다는 기본 기능은 이걸로도 충분해요. 진동식은 치아/잇몸 손상 가능성이 크다 해서 음파식 샀는데 진짜 이 닦고 나서 혀로 입 안을 쓸어보면 뽀득뽀득한 게 크으으
이경규
22/12/15 20:55
수정 아이콘
입문으로 알리에서 oclean endurance 추천해요. 2만 2천원정도 하는데 가성비 좋습니당
덴드로븀
22/12/15 19:34
수정 아이콘
눈오리 집게요 (뿌듯)
자급률
22/12/15 19:42
수정 아이콘
winter is coming!
22/12/15 19:34
수정 아이콘
전 다이소 가서 만원 딱 채우면 해피 하더라구요 흐흐
자급률
22/12/15 19:43
수정 아이콘
다이소에 싸고 괜찮은 것들이 많아서 저도 예전에 신세를 많이 졌었죠. 지금은 안타깝게도 다이소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됨...
텔레토비
22/12/15 19:43
수정 아이콘
갑자기 마사토끼의 면도기 만화가 생각나네요
7중날 면도기가 벌써 나왔단 말이죠??
제 생애에는 못 볼 줄 알았는데..

https://www.dogdrip.net/?document_srl=29286584&mid=dogdrip&cpage=1
NSpire CX II
22/12/15 19:45
수정 아이콘
요즘은 군대 보급으로 도루코 7중날이 나오는 시대라서 크크
자급률
22/12/15 19:48
수정 아이콘
이거 이러다 로봇이 면도해주는 시대 오는거 아님?(몰름)
22/12/15 19:47
수정 아이콘
제 자기인식상으로는 5일 정도 수염을 기른 제 모습이 가장 흡족합니다만, 주변 반응이 너무 안좋아서 매번 눈물을 머금고 면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단 한 명의 지지자도 없는지... ㅠㅜ
NSpire CX II
22/12/15 19:49
수정 아이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22/12/15 19:50
수정 아이콘
크흨.. 감사합니다
자급률
22/12/15 19:51
수정 아이콘
침착맨 페이스가 괜찮아서 수염이 어울리는건지 아니면 그냥 수염이 어울리는 타입인지 저도 종종 고민하곤 합니다.
22/12/15 19:55
수정 아이콘
이 분은 확실히 수염이 정말 잘 어울리네요
수염 없는 침착맨..
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cfile%2Ftistory%2F992A77405EEE8E910E
Just do it
22/12/15 20:16
수정 아이콘
둘 다죠.
저도 수염 오래전부터 기르고 있긴한데, (잘 자라서 몇달에 한번꼴로 리셋한다는건 함정)
수염이 일단 서양스타일로 잘 자라는것도 물론이고 인물이 좀 받쳐줘야 합니다.
한국에서 수염 잘 날 확률은 1%미만으로 보는데, 또 인물까지 괜찮을 확률도 엄청 낮거든요.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기자랑 하고 갑니다;
22/12/15 20:32
수정 아이콘
인증없는 자랑은 뭐다? (부들부들..)
Just do it
22/12/15 20:52
수정 아이콘
인증은 제 성격 성향상 힘듭니다 ㅠㅠ
어차피 실내 마스크에, 안 꾸미고 다니면 수염특성상 지저분해 보여서 마스크 끼고 다니는 비중이 많고;, 집돌이에 가까워서 뭐.. 크
저도 부모님한테는 수염관련으로 자주 꾸중을 듣습니다 크크...
한국 특성상 수염이 멋있게 나기 쉽지도 않지만, 딱보고 어울린다 그런 수준이 아니면 대다수가 불호인 부분도 있죠.
수염 좀 기르고 햄버거집에서 테이블에 앉아 먹고 있으면 뭔가 느낌이 다르긴 합니다
사람들 시선도 느껴지긴 하는데 그게 또 즐겁기도 하고 크크
임전즉퇴
22/12/16 06:42
수정 아이콘
일단 수염이 좋고 나서 외모 봐가면서 수염 다듬어줘야죠.
좋은 수염의 조건은 일단 골고루 풍성하면서 좀 부들부들해 보여야 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동양의 굵은 직모의 경우 붓으로 쓸 수 있겠다 정도로 기르고 봐야 하는 느낌..
Just do it
22/12/15 20:13
수정 아이콘
6중날이였나 군대보급때부터 써왔어서;; 쭉 쓰고 있었는데
2중날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힘드긴 할거 같해요 크
수건을 좀 두툼한걸로 바꾸니까 좀 오바해서 삶의 질이 올라간거 같습니다.
부모님 댁에도 수건 보내드렸네요.
170g정도 하는걸로 사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지문 안묻는 스마트폰 케이스. 얼마전엔 좀만 지나도 덕지덕지 스맛폰에 지문묻어서 딱는게 일이였는데
이 케이스 사고나니까 2-3주? 지났는데도 닦은 적이 없네요. 단점으로 케이스 색이 좀 부분부분 거뭇해지긴 했는데;
자급률
22/12/15 20:16
수정 아이콘
저도 수건은 좀 크고 두툼한게 좋은것 같습니다.
22/12/15 20:28
수정 아이콘
로봇 청소기...
Not0nHerb
22/12/15 21:58
수정 아이콘
저는 얼마전에 산 xbox 인것 같아요. 비록 사놓고 애들한테 빼앗겨서 구경만 하는 처지지만, 덕분에 애들 게임 시켜주고 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자급률
22/12/15 22:09
수정 아이콘
엑박쯤 되면 소확행을 넘어 큰확행(?)이죠 크크
22/12/16 00:30
수정 아이콘
알리에서 싼마이 아이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중국어 할줄 알면 타오바오도 하겠는데 중국어 못배운게 아쉽더라고요
자급률
22/12/16 00:34
수정 아이콘
오...글로벌이군요
요슈아
22/12/16 09:30
수정 아이콘
코숨테이프요.
요기 댓글에서 보고 사봤는데

몇년간 절 괴롭히던 기면증(한낮에 서있어도 눈감고 잘 수 있고 앉으면 자동취침되던...)이 싸악 날아갔습니다.
자다가 숨이 콱 차오르고 흉부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져 깨어나던 것도 빠이빠이....환기 많이 안 시켜서 산소부족인줄 알았는데 수면무호흡증이었군요!

기숙사에 있을때 같이 있던 분이 넌 왜 맨날 쩝쩝거리면서 자냐고 했는데 그게 입으로 숨쉬는거였다는걸 왜 몰랐을까.
자급률
22/12/16 10:44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이런게 있군요. 신기하네요 크크
무냐고
22/12/16 11:20
수정 아이콘
저도 면도기요
7~8만원짜리 전동면도기 쓰다가 30만원짜리 선물받아서 뭐 이렇게까지.. 했는데 넘모 좋습니다.
면도하고 생기는 트러블(모낭염?)도 다 없어졌어요.
자급률
22/12/16 12:09
수정 아이콘
으아니...세상에 그런 비싼 면도기가 있다구요(동공지진)
SAS Tony Parker
22/12/16 21:20
수정 아이콘
Dončić
22/12/16 13:24
수정 아이콘
치즈볼이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530 [정치] 북한 무인기 서울 상공 진입 후 빠져나가.. 대응중 KA-1 추락 [203] 크레토스21820 22/12/26 21820 0
97528 [일반] 재벌집 막내아들. 실패한 결말. 그리고 의외의 희망. [148] Taima20840 22/12/26 20840 21
97526 [일반] 에픽게임즈 데스 스트랜딩 무료 배포.JPG [28] insane13826 22/12/26 13826 2
97525 [일반] (스포초주의) 헤어질 결심 이거 상당히 재밌군요 [27] SigurRos10690 22/12/26 10690 7
97524 [일반] 난쏘공의 조세희 작가 별세 [37] 똥진국11443 22/12/25 11443 17
97523 [일반] 뮌헨의 독특한 컨셉의 크리스마스 마켓들 ( Marienplatz , Wittelsbacherplatz , Tollwood ) [4] Traumer9057 22/12/25 9057 2
97522 [일반] [눈마새/피마새]독을 마시는 새와 물을 마시는 새 [24] 닉언급금지10768 22/12/25 10768 2
97521 [일반] [성경이야기]삼손의 최후와 그 영향 [60] BK_Zju12642 22/12/25 12642 19
97520 [일반] [팝송] 샘 라이더 새 앨범 "There’s Nothing But Space, Man!" [4] 김치찌개6996 22/12/25 6996 0
97519 [일반] 쓰라린 마음 [10] Red Key7897 22/12/25 7897 14
97518 [일반] <나이브즈 아웃: 글래스 어니언> - (스포)내실과 외연 사이. [50] aDayInTheLife9564 22/12/25 9564 2
97517 [일반] 이공계인의 유신론, 그리고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대한 잡설 [223] 비선광12127 22/12/24 12127 8
97515 [일반] 개같은 남편 [60] 마스터충달19242 22/12/24 19242 175
97514 [일반] 버락 오바마 선정 2022 최고의 영화 [38] SAS Tony Parker 14044 22/12/24 14044 4
97513 [일반] 인구 줄어 대기업도 사람 못 뽑는 시대 온다? [107] Taima19143 22/12/24 19143 3
97512 [일반] Ditto 사태. [45] stereo17516 22/12/24 17516 20
97510 [일반] "20일 만에 2억 5천만 명 감염"…대륙을 뒤엎은 코로나19 [79] 껌정15741 22/12/23 15741 2
97509 [정치] 법무부] MB 사면·김경수 복권없는 형 면제 결정 [216] 빼사스18967 22/12/23 18967 0
97508 [일반] 유전학의 대부는 어떻게 예수의 부활을 믿을 수 있었을까 [137] Taima16304 22/12/23 16304 12
97507 [일반] 하루새 38.8㎝ '역대급 눈폭탄' 쏟아져…적설 기록 경신 [21] Leeka13650 22/12/23 13650 0
97506 [일반] 여성향 장르물에서 재벌과 왕족이 늘상 등장하는 이유 [72] Gottfried14862 22/12/23 14862 44
97505 [일반]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 몇 개 [23] 토루8003 22/12/23 8003 22
97504 [일반] 디지털 시대의 추억. [7] 인민 프로듀서9766 22/12/23 9766 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