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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3/10 21:25:56
Name 티아라멘츠
Subject [일반] 스즈메의 문단속 후기(스포 있음)
스즈메의 문단속 보고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게 봤습니다.
너의 이름은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할 정도?
날씨의 아이는 저도 아 이건 신카이 기대치보단 좀 떨어지구나 싶었는데
이번엔 신카이에게 기대하는 만큼 나온 거 같습니다.

개쩌는 색감 비주얼은 역시 명불허전 신카이고(날씨의 아이에서도 이 기대는 충족해줬죠)
영화가 후술하겠지만 점프를 하면 했지 루즈한 부분은 없습니다.

단점은 상술했듯이 영화가 스킵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점프가 그냥 점프가 아니라 퀀텀 점프 신뢰의 도약을 세네번쯤은 하는 거 같습니다
그냥 고런갑다 하고 대충 넘기시는 미덕이 필요한데, 제 생각에 지금 신카이 영화 보러 가시는 분들은 이건 다 이해하실 거 같습니다
신카이 영화에서 빌드업 문제 고쳐지는 기대는 아마 샤오후에게 가을에 롤 호성적 기대하는 거랑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다만 전작보다 그 문제가 더 심한 감은 있습니다.

그 외에 장단이 아니라 특징은, (여기서부터는 스포성이니 싫으면 스크롤 쭉 내리세요)
상징을 좀 대놓고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 신발신고 물에 들어가는 거 보여줄때부터 어 또 신발인가 했는데
그 뒤에 한짝 신발+대사에 0짝신발에 남의 신발 빌려 신는 것까지 아 감독님이 대놓고 보여주고 싶었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남주를 여주가 손 잡고 끌어댕길 때 아 이건 망각의 의자랑 테세우스 구도 아니오?
감독님 이래서 유품을 의자로 설정하신 거에요? 생각이 바로 듭니다.
뭔가 이 영화는 저같은 영알못도 알 수밖에 없게 좀 대놓고 심볼이 나오는 느낌인데;;

뭐 더 자세한 이야기는 카카오 웹툰에서 고양이가 자세하게 해주겠죠 나오면 저도 볼거구

영화 보기 전 평을 보니까 '남녀 주인공이 아니라 둘 다 여자였다면 작품성은 더 좋았을 것이다, 대신 대중성을 위해서라면 이 편이 맞긴 하다' 라는 평이 있었는데 보고 나니까 그 평에 완벽히 동의합니다. 남주 여주가 아니라 둘 다 여자였다면 영화가 훨씬 깔끔했을 겁니다.
그러면 연애가 아니라 동경으로 구도가 변해버리니까. 대신 그러면 대중성은 떨어졌겠죠.

다시 요약하면 이 영화는 신카이 원래 안 좋아했던 분에게 추천드릴 영화는 아닌데요
너의 이름은 잘 보셨거나 원래 신카이 잘 보셨던 분이면 문제 없습니다 그냥 보러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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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블루
23/03/10 21:33
수정 아이콘
저도 보고 왔습니다만....
패배합니다 가르침을 주십쇼 ㅠㅠ

1. 신발이 무슨 뜻인지 레퍼런스라도....
2. 망각의 의자? 테세우스?

무슨 뜻인지요?
앎이 얕아서 깨달음을 구합니다..
abc초콜릿
23/03/10 21:43
수정 아이콘
1번은 잘 모르겠는데 2번의 망각의 의자와 테세우스의 경우에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내용인데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아테네로 돌아와 왕이 된 테세우스는 여차저차 해서 지옥으로 가서 하데스-페르세포네 부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테세우스더러 뭘 갖다준다고 기다리는 동안 망각의 의자에 앉으라고 하고 테세우스는 덜컥 앉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번 앉으면 다시 일어날 수 없는 거였고 테세우스는 꼼짝 못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케르베로스를 잡으러 온 헤라클레스가 잡혀 있는 테세우스를 보고선 테세우스를 어거지로 의자에서 떼어내는데 이 때 의자에 닿아 있던 테세우스의 살이 뜯어져 나가면서 엉덩이 살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 테세우스가 "뾰족한 엉덩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티아라멘츠
23/03/10 21:44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하면 좀만 기다리시면 저같은 영알못보다 카카오페이지 부기영화에서 자세하게 해줄 거긴 한데

일단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스포 주의를 붙이고 좀 띄우고





1. 맨날 신발 물에 젖고 한짝 잃어버리고 심지어 쟤 신발 한짝이네 대사까지 치고 신발 다 잃어버리고 남의 신발 빌려신는데
이건 모노산달로스 서사입니다. 그리스 이아손 신화에서 주로 나오는 물건인데.. 신발이 물에 젖거나 한짝만 나오거나 하는 경우 내 불완전한 정체성, 혹은 목표 등을 상징합니다.

여자 주인공이 문을 보고 열러 갈때 신발이 물에 젖고, 문 닫는 난리통에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립니다.(남주는 점점 요석이 되어가고 있음) 그리고 남주가 요석이 되었을 때 신발 두 짝 다 잃어버리죠. 그리고 내가 대신 요석이 되겠소! 하고 갈 때 신발을 제대로 남주 걸 빌려 신습니다.

2. 그리스 신화에 테세우스가 망각의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저승에서 엉덩이가 붙어 있는데 헤라클레스가 그걸 잡아당겨 뜯어서 저승에서 구해오는 서사가 있습니다.
에이치블루
23/03/10 22:15
수정 아이콘
두 분 감사합니다 ~
23/03/10 22:25
수정 아이콘
초속 5cm만 재밌게보고 너의 이름은은 그냥 그랬는데 볼만할까요?
티아라멘츠
23/03/10 22:26
수정 아이콘
이 영화는 초속5cm보다는 너의이름은 에 더 가깝습니다
23/03/10 22:33
수정 아이콘
아하~ 감사합니다.주말에 혼자 가보려고했는데 그러면 약속잡고 같이보는게 낫겠네요.
Aquatope
23/03/10 22:28
수정 아이콘
날씨의 아이 때도 그랬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현대 일본의 삶을 잘 담아냈다고 느꼈습니다.
원래 초속 5cm나 언어의 정원같은 갬성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신카이식의 갬성에 집중하고 세부적 요소는 점프하거나 소설에서 보충하는 빌드업은 상관없었고
대지진 이후에 일본에 넘어왔기 때문에 스즈메의 문단속의 메시지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에까지 와닿지는 않았습니다.(극장에서 재난경보가 울릴 때와 일기장 넘어갈 때 숨넘어갈듯한 긴장감은 전해졌습니다만...)
반면 날씨의 아이는 현실 비판적인 요소가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재밌게 봤고 이쪽 메시지가 더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그래도 전반부의 로드무비 느낌나는 부분은 확실히 좋았고 작화만으로도 IMAX 추가요금인 500엔이 전혀 아깝지 않기 때문에 만족하긴 했습니다.
티아라멘츠
23/03/10 22:30
수정 아이콘
개인적 베스트는 저도 언어의 정원입니다.
저도 솔직히 전반 로드무비 느낌이 좋았네요
이혜리
23/03/10 22:39
수정 아이콘
재밌게는 봤으나 지나가다 마주치고 같이 문 닫을 때까지 대화몇번안해본 사이를 목숨까지 바쳐가며 사랑한다라.
티아라멘츠
23/03/10 22:4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연애 아니고 여여구도 동경이었으면 차라리 깔끔했을 겁니다

하지만~신카이 영화에서 그런 퀀텀점프 따지면 원래 못보는 영화된지 한참 됐다구요 이번 작품 그게 유달리 좀 심하긴 한데
서린언니
23/03/11 00:31
수정 아이콘
전 남주가 얼마나 잘생겼으면 저렇게까지 할까 였습니다. 크크 근데 잘생기긴했어요.
중간에 만나는 사람들 연기가 정말 좋았는데 정작 여주 연기가 별로라 애절한 감정이 잘 안닿더라구요.
지진 표현은 토호쿠 대지진때 생각나서 섬뜩하긴 했습니다.
이선화
23/03/11 13:59
수정 아이콘
리얼루다가 크크크 잘생기긴 했어요
키비쳐
23/03/10 22:59
수정 아이콘
저도 개봉 당일에 IMAX에서 관람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날씨의 아이>와 더 비슷하다고 느껴서, <날씨의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비주얼에 먼저 눈이 가버려서, 전개나 스토리를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는데, 전개나 스토리는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크크크(물론, 이건 제가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을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비주얼은 정말, 괜히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보면서 또 하나 느낀게, ‘이 사람들(일본인들)에게 그 일(동일본 대지진)이 정말 트라우마로 깊이 남아있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위에 댓글 쓰신 분과 비슷하게, 대지진 이후의 사람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한줄평을 내리면, ‘조금 성장한 <날씨의 아이> 혹은 아픔을 이겨나가는 방법’

P.S. 글에서 말씀하신 해석(‘망각의 의자’)은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하고 흥미로웠습니다. 다음 주에 또 보러 가야겠네요 흐흐
이경규
23/03/10 23:09
수정 아이콘
막 불편할정도로 이상한 개연성은 아니라서 만족합니다.
아트카드랑 오리지널티켓도 예뻐서 개봉당일 재빠르게 극장가서 받아왔습니다.
23/03/10 23:10
수정 아이콘
해석 재밌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주인공에 대한 연애 감정이 막..와 닿지 않아서(이전 작품들 보다도 더) 이전 작품이 더 좋았던 거 같아요. 물론 재밌게 봤습니다.
23/03/10 23:2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제가 잘못 본 건지 온전히 사랑이란 감정보단 자신이 돌 뽑아서 상대가 의자가 되고 목숨도 잃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었나요. 그리고 어려서부터 저 세상을 넘어본 경험들 때문에 초반부터 현세의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지 않은 설정이 나오긴 했죠. 전반적으로 체념의 정서가 꾸준히 묻어나오긴 하더라구요. 저는 전혀 생뚱맞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로맨스가 더 진했으면 이상했을 거 같긴 했지만요.

저는 다른 부분들에서 전반적으로 독창적이라기 보단 기존 영화의 공식들을 잘 조합해 자신의 것을 완성시킨 느낌이 들었습니다.
배수르망
23/03/10 23:39
수정 아이콘
아 너무 광광 울다 나와서...이런 감성적인거에 약한가봐요.. 또! 동일본 대지진을 건드는건가 싶다가도 흐엉 ㅠㅠ
류수정
23/03/11 00:41
수정 아이콘
재난 3부작이 공통적으로 듣는 얘기가 어떻게 저렇게 빠른 시간에 죽고 못살정도로 빠짐? 이건데, 그래서 3부작의 주인공들이 모두 중학생-고등학생들인거라고 봅니다. 저 나이대 특유의 경험이 많지 않기때문에 자기의 좁은 범위내에서 노는 경향으로 설득력을 보충하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3부작 주인공들 모두 연애경험 없다는 묘사가 나오기도 하고...
Ovv_Run!
23/03/11 00:59
수정 아이콘
신카이 마코토의 장점도 단점도 더 명확하게 보였네요.
영화 전체적으로도 되게 직설적이였고요.
그래도 일본 국민들에게 동일본 대지진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면 뭐 괜찮지 않나 싶었습니다.
내년엔아마독수리
23/03/11 01:49
수정 아이콘
너의 이름은 이후의 작품들이(그래봐야 두 개지만) 동어반복인 데다가, 재해에 대한 정서가 점점 더 농도가 진해져서 한국인으로서는 좀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말씀하신 성급한 전개도 있고요. 몇 번이나 봤다고 목숨을 걸어?

그런데 딸이 있다 보니 애가 우는 장면에서 크리가 터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ㅠㅠ
티아라멘츠
23/03/11 02:32
수정 아이콘
뭐 보이미츠걸은 이래야 맞긴하지 하고 적당히 이해해주면 괜찮긴 하더라구요
가개비
23/03/11 09:25
수정 아이콘
여주의 연애감정이 김성모의 "아 멋진남자"짤 급의 급상승선인거 빼고는 내용이 직관적인게 좋았어요.
23/03/11 19:08
수정 아이콘
초속5센티미터와 언어의정원을 인생작으로 꼽는 입장에서 신카이 마코토가 제발 새드엔딩 좀 더 써줬으면 좋겠구요ㅠㅠ

스케일 키우지 말고 그냥 감성에 올인한 작품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너날스 3부작 다 그냥저냥 괜찮고 개인적으로는 돈 아깝지 않고 재밌게 본 좋은 영화라고 생각은 하는데 이러다 영영 서정적이고 씁쓸한 신카이를 다시 못 볼까봐 두렵습니다

개연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그냥 스케일 줄이면 해결될 것 같은데 말이죠... ㅠㅜ
티아라멘츠
23/03/11 19:25
수정 아이콘
전 기대 접었습니다 너날스로 대중성 얻으니까.. 흥행은 더 된다는 거 확인됐다고 생각해서..
언어의 정원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시절 방식으로 낼 거란 기대는 안해요
o o (175.223)
23/03/11 20:33
수정 아이콘
이번에 여주 디자인이 너무 노티나게 뽑혀서 크크크
펠릭스
23/03/11 21:21
수정 아이콘
저는 다른 거 다 제쳐두고 키키노래 나올때랑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 나올때 전율했습니다.

뭔가 21세기에 저런 노래들을 듣는다는 건 울림이 장난 아니더군요.
티아라멘츠
23/03/11 21:50
수정 아이콘
고런건 신카이 감독님이 세심하게 잘 챙겨주시더라구요
카카오게임즈
23/03/11 23:30
수정 아이콘
이런식의 심도있는 분석요소를 잘 숨겨 놓는걸 좋아해서 잘 찾아만 본다면 다회차도 재미있게 볼수있다는 것이 신카이의 장점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이전 작품들에 비해 플롯이나 서사 자체를 플랫하게 진행시켜서 어려운 부분이 줄어든 것은 좋다고 봅니다. 쉽게 말하면 진입장벽이 조금 낮아진 느낌이라 편하긴 했습니다.
그것을 위해 말씀하신 신뢰의 도약을 여러번 한것이 단점이기는 하네요. 캐릭터 하나하나 신경쓰며 보신 분은 의아할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가볍게 보실분들에게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듯 합니다.
23/03/12 16:14
수정 아이콘
[상징을 좀 대놓고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카이 마코토가 원래 예전 동화나 신화에서 이야기 끌어오는걸 좋아하죠. 이건 예전부터 그랬긴 한데, 예전엔 어느정도 응용해서 작품에 써먹었다고 하면 말씀대로 스즈메에서는 그걸 거의 직설적으로 인용하는 수준이 되었더군요. 뭐 이거야 저는 크게 문제삼진 않는 부분이고 오히려 괜찮다고 보는 편입니다.

제가 신카이 작품을 싫어하지는 않고 매번 극장가서 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팬도 아닌 애매모호한 입장이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전 도망간 카나메이시가 그렇게 돌아가기 싫다라고 하다가 최종반에 태도 급변하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신은 원래 변덕쟁이야]라는 소타의 대사로 밑밥을 깔았다고는 보는데, 그거 하나만으로 이걸 설명한다고? 싶어서 그 부분은 좋은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신카이는 안변하는구나 싶었습니다.
23/03/12 22:20
수정 아이콘
마지막 저세상 묘사가 콘스탄틴에서 표현한 지옥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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