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5/25 10:09:44
Name 상록일기
Subject [일반] 가치 있는 인간이고 싶었다
좋은 삶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편재해 있지 않다.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의 모습으로 불행하다고 썼다. 가치 있는 삶의 모습과 외양과 내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그것을 누리는 일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 않다. 불행히도 나는 그를 누릴 수 없었고 없을테다.

나의 가난과 무능과 무식과 몸의 삐그덕거림과 뒤죽박죽된 머릿 속과 무기력과 우울감과 나태함은 나의 가치없음을 반증한다. 나는 내가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걸 너무나 늦게 알았다. 약 한 알로 나의 세계관은 바뀌었고 자괴감은 심해졌다. SSRI는 나의 우울함의 일부를 가지고 갔고 아토목세틴은 나에게 근면함의 편린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나에게 속삭였다. "너는 지금까지 잘못 살았고, 이를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고. 내가 산 삼십년 조금 넘는 삶의 여정을 뒤돌아 보았을 때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냐고.

일반인들은, 정상인들은 지금까지 이런 세계에서 살았구나하는 부러움과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하는 자괴감, 더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막막함이 나를 뒤덮는다. 나는 이제야 남들의 출발선에 섰고 사람들은 저만큼 멀리 떨어져 달려나가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건 두렵고 매일 밤 잠들기 전 이것이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나를 바라보는 늙은 부모를 바라 보기에 죽지 못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프뤼륑뤼륑
23/05/25 10:2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23/05/25 10:23
수정 아이콘
먼저 출발했다고 먼저 도착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하루를 시작하는게 설렜던 건 10대 때가 마지막 이었던 거 같네요. 누구나 동일한 하루를 살기에 남들과 비교하며 살기보단 나의 출발에 칭찬하며 상주며 너른 맘으로 살아요. 삶에 정답이 어딨으며, 크게 법과 윤리를 저버리지 않는 이상 누가 특정인의 삶을 실패라 규정할 수 있겠습니까. 늙으신 부모를 바라며 오늘 하루 버티고 있는 삶도 유효한 삶이며 의미있는 삶입니다.
23/05/25 10:24
수정 아이콘
괜찮으신가요?
민간인
23/05/25 10:33
수정 아이콘
힘내셨으면 합니다.
저도 매일 아침에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가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의 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두렵습니다.
당분간 어머니 때문에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살려고 노력 합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밖으로 나갑니다.
다른 사람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퇴근을 하면 러닝을 하고, 주말에 등산을 다니고...힘내셨으면합니다.
리얼월드
23/05/25 10:36
수정 아이콘
우울증약 드시나 보네요
우울증 환자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약 먹고 어느정도 기력?정신력?을 회복했을때이죠........
그 타이밍만 넘기시면 좋은날이 다시 올거니깐 힘내시기 바랍니다...
산다는건
23/05/25 10:44
수정 아이콘
제 옛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나름 잘났다고 생각하고 젊은시절 치기에 취업도 안하고 33살까지 방구석에서 백수로 홀로 세상을 개탄하며 지나간 시간과 선택을 후회하고 부정하며 살았습니다.
시간은 똑같이 흐르지만, 일순간의 계기가 다시 삶을 돌려놓아 주더라구요.
힘드시지만, 생활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보시면 또 다른 시간이 찾아올겁니다. 꼭 견뎌보십시오.
부러워보이는 다른 사람의 삶과 행복도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습니다.
무한도전의삶
23/05/25 10:49
수정 아이콘
어릴 땐 오그라든다고 멀리했는데 요즘은
현재는 present. 선물이다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선물. 덤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살면 좋지 않을까요?
대충 그까이꺼 있다 가는 거죠...
무냐고
23/05/25 11:17
수정 아이콘
꽃이 늦게 핀다고, 그늘에서 핀다고 덜 아름답지는 않다고 하였습니다.
기쁨과 행복이 깃들길 바랍니다.
23/05/25 11:23
수정 아이콘
세상에 내딛는 첫걸음이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남 일 같지가 않네요. 하시는 모든 일이 잘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이경규
23/05/25 12:06
수정 아이콘
1리터의 눈물 보세요
23/05/25 12:26
수정 아이콘
사람이기에 그저 가치가 있다 라는것과 사람으로서 뭔갈 해야 가치가 있다라는 두 갈래길이 세계관 종교관 가치관 등이 나뉘는 부분이죠.
부디 좋은 방향을 찾으셨으면 합니다. 사실 삶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결정된건 아무것도 없어요. 운이라는 요소도 매우 크구요.
그리고 가능한 긍정적으로 좋은방향으로 생각하시는게 삶을 조금더 좋게 만드는데 기여합니다.
-안군-
23/05/25 15:00
수정 아이콘
살고 싶지 않지만 죽기는 싫어서 사는 중입니다. 나이도 이제 40대 중반이고, 집도 없고, 결혼도 못하고, 부모님의 빚을 갚아가며 사느라 모아 놓은 돈도 없지요. 다만 지금 죽어버리면 지병에 시달리시고 거동도 불편하신 부모님은 누가 챙겨줄까 하는 걱정 때문에 힘드네요.
우리 힘냅시다. 별로 희망은 없어 보이지만, 적어도 이렇게 살아가는 게 틀리진 않았다고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봅시다.
작은대바구니만두
23/05/25 19: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쉽지 않죠. 정말로 쉽고 당연하고 간단한 목표를 세우고, 이걸 달성하는걸로 만족감을 느끼는 일상을 살아보세요. 극복한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이런 방식의 해결법을 조언해주더군요.
산책이 시작하기에 정말로 좋습니다. 그러고나면 샤워하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30분 책 보기, 30분 공부하기. 등등 하나씩 늘려나가면 됩니다.
너무 먼 곳을 보면 눈 앞에 것도 못하게 되고, 눈 앞에 걸 하나씩 처리하다보면 어느샌가 멀리 와 있습니다.
기존에 하던 패배루트 (게임, 웹서핑, sns, 야동, 술, 담배 등)를 차단하면 훨씬 좋습니다. 조금 줄이는건 별 효과가 없으니 며칠간은 아예 차단하고, 이후에는 아주 조금만 깔짝이는 수준으로 해보세요.

고민 많이 해보세요. 세상에 내가 압도된게 아닙니다. 그저 내 호르몬이 불균형 상태에 있는 겁니다. 내 몸은 호르몬 반응에 불과하다는걸 인지해야 내 몸을 지배할 수 있어요. 아미노산, 종합비타민 등 필수영양소 사서 챙겨드시고요. 흰쌀, 정제탄수화물, 액상과당, 설탕 드시지 말고요. 칼로리는 귀리,보리,현미 같은걸로 밥해서 드세요. 맛이야 적응하는 거고, 가난을 언급하셨으니.. 싸기 때문에 가격부담이 하나도 없어요. 호밀빵은 영 비싸고 구하기 힘드니 비추.. 정 혀에 사치 부리고 싶으면 제로음료 1.5L 12개짜리 구입해서 먹으면 싸고 무난해요. 풀 많이 드시면 금상첨화고요.

약효가 돌때 이런 과정들을 생각하거나 시도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세요. 절대로 한번에 다 어떻게 하냐, 장기적인 목표 이런거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리스팅 해놓고 하나씩 하세요. 그러면 작게나마 보상회로가 가동하는걸 느낄 수 있을 거고, 활력이 조금씩 생길겁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지속적으로 주입해줄 가이드를 구해보세요. 사람이 없다면 반려동물이나 적당히 신나는 사이키델릭 음악같은걸 추천드립니다.
23/05/25 21:39
수정 아이콘
저도 34살에 올리셋하고 바닥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첫 발 떼는게 어려운거지 걷기 시작하면 갈 수 있더라고요
우선 한 발만 떼봅시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869 [일반] 울산 음주운전 뺑소니 피해자가 12일 사망했다고 합니다. [78] Croove18458 23/05/26 18458 1
98868 [정치] 안철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우리만 막을 필요 없다" [77] 베라히18155 23/05/26 18155 0
98867 [정치]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법사위 통과…교육자유특구 조항은 삭제 [49] 톤업선크림12404 23/05/26 12404 0
98866 [정치] 日 매체 "욱일기 게양한 日 자위대 함정, 부산항 간다" [94] 아롱이다롱이14522 23/05/26 14522 0
98865 [일반] 교권 침해의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다고 봅니다. [64] 정치적무의식12719 23/05/25 12719 14
98864 [일반] 삼국지에서 주 1개를 들고 스타팅할 수 있다면 피잘러들의 선택은? [83] 자급률12929 23/05/25 12929 1
98863 [정치] 시간은 일본에 유리하다 [75] 헤일로16185 23/05/25 16185 0
98861 [일반] 아기가 너무 이쁘네요 [112] 보리차17250 23/05/25 17250 76
98860 [일반] RX 6600과 비교한 RX 7600 게임 성능 슬라이드 및 269달러 공식 확인 [31] SAS Tony Parker 9604 23/05/25 9604 1
98858 [일반] 에스컬레이터를 보면서 신기한 점 [39] 具臣9278 23/05/25 9278 1
98857 [일반] 엔화 또 연중 최저치… 5개월만에 138엔대로 떨어져 [12] 기찻길10548 23/05/25 10548 0
98856 [일반] 가치 있는 인간이고 싶었다 [14] 상록일기8697 23/05/25 8697 12
98855 [일반] 아이 부모의 숙명, 수면부족 [57] 흰둥12330 23/05/25 12330 13
98854 [일반] 뉴욕타임스 5.10. 일자 기사 번역(뉴욕시 재건을 위한 도시 개발) [5] 오후2시11163 23/05/24 11163 8
98853 [정치] 좌파정당의 보컬로이드 영상 패러디 [9] 기찻길10529 23/05/24 10529 0
98852 [일반]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극단적 방법..... [114] 마르키아르15042 23/05/24 15042 2
98851 [일반] [노스포] 인어공주 후기 [120] 만찐두빵19734 23/05/24 19734 30
98850 [정치] 1분기 합계출산율 0.81 '역대 최저'…혼인 건수 최대폭 상승 [61] 김은동14266 23/05/24 14266 0
98849 [정치]  강남 학원가 마약사건 주범은 여청단 [33] 맥스훼인14817 23/05/24 14817 0
98848 [일반] 중국 BJ, 생방송에서 백주 4병 연달아 마신 뒤 사망 [80] 톤업선크림14345 23/05/24 14345 1
98847 [정치] 고 양회동 유서 감정 결과 "모든 유서 동일 필체"‥전문가들 유서대필 일축 [57] 베라히13856 23/05/24 13856 0
98846 [일반] [잡담] 에스컬레이터에 나비가 있었다. [3] 언뜻 유재석6085 23/05/24 6085 10
98845 [정치] 尹 지지율 77% 육박, "이게 진정한 지지율" [148] 그말싫22442 23/05/24 2244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