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 있는데 좋은 영화를 보아 소개합니다. 리뷰까지 하기에는 제가 역량이 부족하고 그냥 이런 영화가 있다고 알리는 정도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CJ가 배급사인데도 한국에 개봉일자 같은게 아직 안 떠서 좀 의아하긴한데 곧 개봉하지 않을까 싶네요. 올해 초에 선댄스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현재 미국 전역에 개봉한 상황에서 rotten tomato지수가 98%에 달하네요.
간략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주인공 나영과 해성은 어렸을적 첫사랑이지만 나영의 이민으로 갑작스레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나영은 뉴욕, 해성은 여전히 서울에 있는 20대 초반에 서로 연락이 닿아 화상 및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고 감정을 하지만 서로 당장 직접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영은 연락을 쉬는게 좋겠다하고 결국 둘은 각자 짝이 생기고 30대가 되죠. 나영은 미국인과 결혼을 했고 해성은 회사 휴가를 맞아 뉴욕에 나영을 보러갑니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몇번의 만남과 대화들로 영화의 중후반부가 진행이 됩니다.
이 영화에서 키워드는 ‘인연’입니다. 직접 영어 자막에 “In-yun”이라고 쓰일정도로 여러번 영화에서 대화의 소재로 쓰이죠. 아래는 영화 중 인연을 설명하는 주인공의 한 대사입니다.
“If two strangers walk by each other on the street and their clothes accidentally brush, that means there have been 8000 layers of 'in-yun' between them (만약 두 이방인이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서로의 옷깃만 스쳐도 8000겹의 ‘인연’이 그들 사이에 있었던거래)”
나영과 해성의 대화는 과거 자신들의 스토리들, 그리고 “만약 그 때 그랬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인연에 대한 고찰로 흘러갑니다. 이 이영화는 단순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각자의 인생 이야기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적의 인연이 각 인물의 현재의 정체성에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인연을 대하는 태도는 서로 사뭇 다르죠. 인연이라는 개념은 굉장히 운명론적인 개념이지만 돌아보면 우리들의 크고 작은 선택으로 그것이 만들어져 나간다고 생각되기에 그것의 의미에 대한 쉽게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뉴욕 배경의 연출도 여러모로 눈을 충족시키고 또 비포 선라이즈 선셋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도 있어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만족할 것 같네요.
미나리, Beef에 이어 흔히들 요새 말하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K-컨텐츠” 유형과는 다른 상대적으로 젊은 미국 이민 세대 한국인들의 작품들이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Crying in H mart, 파친코 등 소설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고요. 한국에서 해외로 이민가신 분이 느끼는 바가 확실히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토종 한국인들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류의 작품들이라 생각이 되네요. 특히 이 작품들은 이전의 흔한 아메리칸 드림의 흔한 이민자들의 클리셰 스토리에서 벗어나 이민자들이 미묘하게 느끼는 감정들을 정말 세밀하게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얼른 한국에서도 개봉 되어 한국에 계신분들도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카메오로 가수 장기하 씨가 극중 해성의 술자리에 등장하는 아주 친숙한 유형의 친구로 나오더군요. 제가 유튜브 컨텐츠 낮술의 기하학의 팬이어서 술 드시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크크.
https://www.youtube.com/watch?v=kA244xewj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