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04-08-29 18:27]



“지금 이윤열이 이겼다는 것 봤3. 박성준은 어떻게 됐3? 박성준이 이길 것 같3.”
언뜻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최근 ‘3 체’라고 불리는 인터넷 어투가 국내 최대 디지털동호회 사이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의 ‘스타크래프트 갤러리’를 통해 유행 중이다. 삼성전자 칸 소속 프로게이머 최수범의 별명인 ‘3 테란’ 때문에 유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진 이 어투는 어미를 숫자 3으로 대신하는 것. 이처럼 네티즌들이 즐겨 쓰는 어투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언어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최초로 유행했던 어투는 ‘하오체’다.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는 거의 사라진 ‘∼소/오’ ‘∼구려/구료’ ‘∼슈’와 같은 하오체가 인터넷상에서 새롭게 발견돼 사용된 것이다. ‘디시인사이드’ 커뮤니티를 이용했던 네티즌 사이에 유행한 하오체는 ‘예사높임’ 형식이어서 자신의 글을 읽게 되는 누구에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탓에 널리 쓰이게 됐다. 하오체에 이어 유행했던 어투는 ‘셈 체’. 역시 어미에 ‘셈’ 자를 붙이는 어투로 ‘안녕하셈’ ‘고맙셈’ 등과 같이 쓰인다. 이 어투 역시 말을 줄일 수 있다는 경제성 외에도 왠지 여성스럽고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장점 때문에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하오체’ ‘셈 체’ ‘3 체’ 외에도 ‘안녕하세염’과 같이 어미에 ‘염’ 자를 사용하는 ‘염 체’ 등 네티즌들만의 각종 어투가 인터넷 게시판을 점령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플리즈(please)를 ‘plz’로, 포 유(for you)를 ‘4u’ 로 줄여 쓰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최근 ‘인터넷 통신 언어 경어법의 특성’이란 논문을 발표한 이정복 대구대 교수는 “통신 언어에서 하오체 등이 번성하고 있는 것은 독특한 어감과 기능적 특성, 그리고 화자들의 경어법 사용 전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진우기자/dawnstar@segye.com